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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문재인을 도울 수 있어 고마울 따름”

바람(hope)들이 바람(wind)이 되어 불기 시작했으니… ‘바람이 다른’ 카피라이터, 정철 『나는 개새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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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개새끼입니다』을 출간한 정철은 1985년 MBC 애드컴에서 카피라이터를 시작하여 하이트 맥주, 기아자동차, 이랜드, 삼양라면, 프렌치카페 등의 카피를 히트시킨 우리나라 대표 카피라이터다. 언젠가부터 그의 이름 앞에는 ‘촛불 카피라이터’, ‘노무현 카피라이터’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는 정철을 이메일로 만났다.

최근 『나는 개새끼입니다』을 출간한 정철은 1985년 MBC 애드컴에서 카피라이터를 시작하여 하이트 맥주, 기아자동차, 이랜드, 삼양라면, 프렌치카페 등의 카피를 히트시킨 우리나라 대표 카피라이터다. 언젠가부터 그의 이름은  ‘촛불 카피라이터’, ‘노무현 카피라이터’라는 수식어와 함께 쓰여지더니,  2012년 현재 그의 이름 앞에는 ‘국민이 광고주’라는 말이 있다.

 
그의 책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것은, 글의 아름다움이다. 버트런트 러셀처럼, 피터 싱어처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하나 하나 따져가며 힘있게 몰고 가는 글이 있는 가하면, 그의 카피처럼 어떤 상황들이 단 한마디 문장에 녹여져있기도 하다. 길이로 따지자면 대척점에 있을 이 두 가지 경우의 글은, 모두 똑 같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든다.

 

무엇이 감탄하게 만드는가. 결국, 글로 표현해내고자 하는 대상에 대하여 얼마큼 관찰했는가, 그리고 옳다고 믿는가, 애정을 갖고 있는가이다. 그 마음이 진실하게 다가오면, 설사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갖고 있거나 관심이 없어도 우선은 그가 하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고자 애쓰게 된다. 그런 점에서 카피라이터 정철이 그간 해왔던 일련의 작업들은 매우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부산 사상구에 있는 그의 말을 들어보자.




부산

 

요즘 부산에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산이라는 도시, 그리고 부산 사람 어떻습니까?

 

 

부산에 있다기보다는 사상에 있습니다. 사상구가 문재인 후보가 출마한 지역이라 거의 그곳에 있습니다. 낙동강가에 있어 바다를 볼 수 없는 곳이지요. 부산에 내려온 지 두 달이 훨씬 넘었는데 얼마 전 영도에 강연이 있어 거기 가다가 택시 차창 밖으로 언뜻 본 바다가 제가 본 전부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부산 하면 바다를 떠올리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우럭매운탕이나 가자미쑥국을 떠올릴 것입니다. ^^*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사물이나 현상을 보는 눈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 성급한 일반화는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배웁니다. 부산 사람.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하루하루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 그렇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입니다. 조금 무뚝뚝하다지만 그것이 다른 지역과 확연한 차이가 날 정도는 아닌 듯합니다.


바람이 다르다

 

문재인 후보 선거 구호가 “바람이 다르다”입니다. 이 카피는 어떻게 나왔나요?

 

 

여기에서 바람은 두 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는 wind라는 뜻의 바람. 지난 20년 동안 부산은 막대기도 한나라당 달고 출마하면 당선된다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20년 동안 부산은 조금도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했다는 공감대가 바람을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바람의 강도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바람의 방향도 다르다는 뜻입니다. 낙동강에서 불기 시작해 남동풍이 되어 수도권으로 분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는 hope라는 뜻의 바람. 부산 시민들의 바람이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부자들 세금 깎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 99%가 잘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지역주의에 기댄 정당은 혼내줘야 한다는 바람. 이런 바람(hope)들이 바람(wind)이 되어 불기 시작했으니, 그 중심에 문재인이 있으니 바람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왜?

 

왜 부산까지 내려가 문재인 후보를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까?

 

 

저도 바람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 4년 대한민국을 후퇴시킨 이 정권은 더 이상 연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줄 사람이 바로 문재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이 살아온 인생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곳이 부산이든 광주든 제주든 기꺼이 내려갔을 것입니다. 내게 그를 도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오히려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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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카피라이터는 현대 사회가 낳은 철학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표현해내야 하는 대상을 관찰하고, 그 본질을 성찰해야 한다는 점에서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하여 얘기해주세요.

 

 

철학자라는 말은 과분합니다. 다만 대상을 관찰하고 본질을 성찰한다는 말에는 거의 동의합니다. 카피라이터는 말과 글을 잘 가지고 노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서 공감을 얻어내고 또 그 사람을 설득하려면 기술보다는 가슴을 카피에 담아야 하니까요. 따라서 카피라이터는 사람을 관찰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사람을 관찰하는 눈이 따뜻할수록, 관찰의 시간이 길고 깊을수록 가슴을 울리는 좋은 카피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촌철살인

 

어떤 상황을 한 문장으로 딱 들어맞게 표현해낸 것을 보면 쾌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촌철살인의 능력은 어떻게 기르셨나요?

 

 

역시 관찰과 발견입니다. 깊은 관찰, 꼼꼼한 관찰이 두루뭉수리한 답이 아니라 핵심을 발견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노력이 더해져야지요. 모든 카피라이터들은 간결한 카피를 찾아내기 위해 카피를 쓰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자신이 쓴 카피를 다시 읽으며 걷어내는 훈련이 잘 되어 있습니다. 쓴다. 그 다음은 지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촌철살인이라고 칭해지는 한 줄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이는 어느 정도 훈련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을 기르는 일은 정해진 훈련만으로는 조금 부족할지 모릅니다. 늘 말과 글을 가지고 노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노는 일이 즐거워야 할 것입니다.




 

겉에서 보여지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돈을 위해서 일련의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입니다. 돈은 어떻게 버시는지요.

 

 

돈을 위해 일합니다.^^* 카피라이터니까 카피를 써서 돈을 법니다. 책이 팔리면 받는 인세도 꽤 됩니다. 거기에 원고청탁이나 강연요청이 오면 그것도 돈이 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삽니다. 겉에서 보이는 모습이 그렇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착시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 돈을 받지 않고 카피 쓰고 강연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건 돈을 버는 일보다 사람을 버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나름의 조그마한 재능기부 같은 의미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재능기부 하고 사는 사람들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노무현

 

왜 전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십니까?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광주경선. 노무현 후보가 1등 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날 저는 인터넷으로 광주경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누구를 꼭 응원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노무현이 1등을 하는 순간 제가 울고 있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저 사람은 나랑 아무 관계가 없는데 내가 울다니. 왜 울지? 이 눈물이 뭐지? 얼마 후 나는 그 눈물의 의미를 알았습니다. 그것은 노무현 후보가 내게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노무현은 그날 내게 이렇게 묻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 지금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거니? 그 질문은 나를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그 질문은 정글 같은 전쟁터에서 늘 이기기 위해 살아온 내게 아픈 매였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노무현의 질문에 부끄럽지 않은 대답을 하며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내가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세상을 바꿨기 때문이 아니라, 나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고마움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리움입니다.


얼마큼

 

전 노무현 대통령을 얼마큼 좋아하십니까?

 

 

노무현의 친구인 문재인이 운명처럼 받아 든 정치라는 결단을 돕기 위해 부산에 내려와 석 달을 고스란히 투자할 만큼 좋아합니다. 노무현의 친구에게까지 모든 걸 투자할 만큼 노무현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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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 『나는 개새끼입니다』를 어떤 마음으로 출간하셨습니까, 그리고 또 책을 내실 건가요? 내실 거라면 어떤 책을 내실 건가요?

 

 

책의 서문에 밝혔지만 이 정권에 돌멩이를 드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습니다. 나 자신에게 돌멩이를 드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습니다. 청춘들이 이 책을 읽고 투표장으로 달려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정치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담은 책은 다시는 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습니다. 이런 책이 나올 필요 없는 좋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습니다. 물론 책을 또 쓸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에 나올 책은 많이 따뜻한 책일 것입니다. 풍경화 같은. 수채화 같은. 세상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그런 책.





 

인간 ‘정철’의 꿈은 무엇입니까?

 

 

사람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 이야기를 한다면 글입니다. 오래도록 글을 쓰며 살 수 있었으면 하는 게 꿈입니다. 그리고 책입니다. 1년에 한 권씩은 책을 쓸 수 있었으면 하는 게 꿈입니다. 물론 글도 책도 변함없이 사람 사는 세상에 시선이 맞춰져 있었으면 하는 게 제 욕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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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새끼입니다 정철 저 | 리더스북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회적 모순과 몰지각한 권력에 대한 유쾌한 저항을 담은 책이다.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로 알려진 정철은 “아니오! 라고 말하지 않는 청춘은 죽은 청춘이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모든 부조리와 모순들을 카피라이터 특유의 절제된 언어로 하나씩 비판한다. 4대강 사업, FTA, 돈봉투, 반값 등록금 등 정치이슈부터 20대 취업난, 노후 복지, 교육과 의료 문제에 이르기까지, 2012년을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재해석하고, 그에 합당한 국민적 태도를 유쾌하게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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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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