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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인은 평생 영어공부를 해야만 하는가?! - 남태현 『영어 계급사회』

‘당신의 영어 고민, 반나절에 길을 찾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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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이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아닙니다.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쓰는 말도,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쓰는 말도 아닙니다. 영어는 하나의 언어일 뿐입니다. 물론 중요한 언어죠. 하지만 세계화가 되었다고 해서 다 배워야 하는 언어는 아니라는 것이죠.”

대한민국의 3월은 ‘신분 변동의 달’이라 부를만 하다. 입학 시즌인 동시에 입사 시즌인 까닭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상반기 공개채용이 시작되었다. 자기소개서와 함께 취업준비생들을 압박하는 것은 토익, 토플과 같은 영어 시험 성적이다. 공채가 시작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로 ‘기록을 갱신’ 해 보고자 얼마나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들 모두가 영어 시험 성적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능력이란 것이 ‘진짜 영어 실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사 원서를 제출할 자격’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토익은 (문제를 푸는)스킬이다.’, ‘입사에서 토익점수는 영어실력이 아닌 성실성을 판단하는 척도다.’ 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한 이유로 거의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이 짓을 왜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기록 갱신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 학위를 따고 영어를 잘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성공에서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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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영어는 생존의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어 공부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을 향해 저자는 ‘이 길의 끝이 절벽인 줄 뻔히 알면서도 남들이 다 간다고 해서 따라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행동에는 불안 기제가 깔려있다.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힘주어 이야기하는 사람들 역시 이 불안감을 자극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킨다. 영어 공부를 안할래야 안할 수 없도록 부채질하는 사회 현상들은 곳곳에 깔려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는 2.5%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소위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미국 학위 소지자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전 인구 대비 석사 학위 소지자가 2.5%인데 만약 어느 그룹의 석사 학위 소지자가 100%라면 굉장히 엘리트 집단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나라의 어느 집단을 보면, 석사는 둘째치고 미국 석사?박사 학위 소지자가 엄청 많습니다.”

저자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대 국회의원 중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은 전체의 21%에 달한다. 정계뿐만이 아니다. 2011년 삼성전자 정기 임원 인사 중 부사장급 승진자 중 62%(13명 중 8명)도 미국 대학에서 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정치학 전공 교수진 중에는 85.7%가, 연세대학교 경영학 마케팅 교수는 100%(15명 전원) 미국 대학 박사학위 소지자다. 미국 학위를 따고 영어를 잘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성공에서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쯤 되면 ‘이 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영어가 밑천이구나.’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영어는 열심히 하면 다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는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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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별 생각 없이 듣고 보는 방송을 통해서도 영어를 해야만 한다는 최면 아닌 최면에 걸리는 일은 그야말로 ‘일상다반사’다.

“연예인 인터뷰를 한 번 보세요. 미국에 살다 온 연예인이 출연할 때가 있죠. 그러면 곧잘 영어로 인사를 부탁합니다. 인사가 끝나면 웃으며 박수를 칩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개그맨에게 알아들었는지 물어보죠. 얼버무리면 킥킥거리고 웃습니다. 그것도 못 알아들었냐는 듯이 말이죠.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이 영어로 말하는 것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 개그맨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창피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T.V를 보면 이런 일이 부지기수죠.”

저자는 책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웃고 즐기자고 보는 프로그램에서 조차 저 정도 영어는 해야 한다는 압박을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고 적고 있다.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최면 아닌 최면을 걸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영어 망국병은 병이 아닌 사기라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그 첫 번째가 ‘영어는 열심히 하면 다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대표적 수단인 미디어는 역시나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굿모닝 팝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긍정적인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어권으로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진행자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면서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니 청취자들은 기분이 좋은 거죠.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말은 늘 수 있지만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영어가 힘든 것입니다. 그런데 진행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죠. 항상 ‘하면 된다.’라고만 이야기하죠.”


한마디로 미친짓이죠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굿모닝 팝스>의 진행자와 그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영어는 결코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NSLI-Y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무료로 언어 학습을 시켜주는 것이죠. 이 프로그램에는 아랍어, 중국어, 힌디어, 터키어 등과 함께 한국어가 있습니다. 미국인에게 한국어가 중요한 언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배우기 힘든 언어이기 때문에 지원을 해 주는 것입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미국 사람들에게 우리말이 힘든 것만큼 우리에게 영어는 너무나 힘든 말입니다. 어순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 말하는 스타일도 다르죠. 한국 사람들은 겸손함이 몸에 배어서인지 말을 돌려서 천천히 이야기하는 데, 영어는 결론부터 제시합니다.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이죠. 생각을 영어로 해야 하는데 한국어로 생각하고 말은 영어로 하려니 당연히 힘듭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면 된다고 말하죠.”

영어는 어렵다. 노력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가깝다. 책을 집필하는 동기가 되었다는 한 교수와의 만남은 이 사실을 증명해준다. 그 교수는 서울의 유명 대학에서학부를 거쳐 박사까지 마치고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영어권 나라에서 공부한 경험이 없어 영어가 유창하지 않았으나 학교에서는 임용 조건으로 영어 강의를 내세웠다. 어쩔 수 없이 그는 강의 내용을 모두 영어로 준비하고, 그것을 통째로 외우거나 읽어가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비단 그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저자도 그렇게 느꼈고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맨유와 과천고 축구부가 게임을 하면 공정한 경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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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모두 부러워할 정도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사람조차 영어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하게 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그 한계를 알면서도 단념하기 보다는 정면돌파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영어 사교육 비용을 늘리고, 몰입 교육을 실시하는 국내의 명문학교로 진학하는가 하면, 심지어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로 유학을 가기도 한다. 저자가 영어 망국병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은 결코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것.

 

“맨유와 첼시가 게임을 하면 공정한 경기입니다. 과천고 축구부(2011년 MBC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우승팀)와 제주고 축구부가 게임을 하는 것 역시 공정한 경기죠. 하지만 맨유와 과천고가 게임을 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공정한 경기입니까? 절대 공정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공정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기가 완성된 것이죠. 영어 공부라는 것이 모두가 공평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쏟아 붓는 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맨유가 왜 강팀인가요? 쏟아 붓는 돈이 다릅니다.”



돈을 다르게 쓰는데 아이들 영어 실력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의 영어 경쟁이 공정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의 말대로 돈과 영어 실력과의 상관관계는 분명하다. 책에 인용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증가할수록 그 자녀의 영어 점수는 21점씩 상승한다. 그리고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영어 점수 역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아이들의 영어 능력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교육 기회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 책에서 언급된 또 다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공립 초등학교와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경우 학교 교육에 소비되는 비용은 총 1,342만 원이다. 반면 국내에서 영어 교육의 최상위 코스라고 불리는 영훈 초등학교, 청심국제중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과정은 약 1억 4,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미국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로 유학을 보내려면 4년간 대략 2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돈을 다르게 쓰는데 아이들 영어 실력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이들의 영어 경쟁이 공정할 수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리 사회의 영어 광기로 인해 득을 보는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학원, 영어 교재 출판사, 영어 시험 업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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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문화권으로 유학을 가거나 그와 유사한 환경에서 몰입식 교육을 받을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처럼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다. 고급 영어 교육 코스를 밟거나 유학을 보내는 등 큰 액수를 지출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영어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2009년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영어 사교육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이다. 이는 유학과 연수비용을 제외한 국내에서만의 규모라고 하니, 보통의 가구에서 소액이나마 지속적으로 지출한 비용들의 총합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천문학적인 액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영어 광풍의 최대 수혜자인 그들이 이와 같은 망국병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의 영어 광기로 인해 득을 보는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학원, 영어 교재 출판사, 영어 시험 업계입니다. 전국의 학원통계(2003~2009)를 보면 외국어학원 비율 높아지고 있습니다. 외국어학원 중 대부분은 영어학원이구요. 이들 외국어 학원의 증가율은 총 학원의 증가율을 능가합니다. 교재 출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의 베스트셀러 1위는 <엄마를 부탁해>였습니다. 그 해 7위는 <해커스토익>이었구요. 스테디셀러 목록에도 항상 토익시리즈가 존재합니다. 신간발행부수(2007~2010)를 봐도 어학계열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증감율에 있어서도 신간의 총 증감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어학 관련 분야는 오히려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영어 시험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ETS를 들 수 있다. ETS는 토익과 토플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토플 시험의 경우 전 세계 응시자 중 한국인의 비율이 가장 많다. 2008년 한국인이 ‘벌어 준’ ETS의 예상 매출은 250억 원에 달하지만 한국에 납부한 세금은 한 푼도 없다. ETS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사람들이 최고의 고객이라 할만하다. 토익의 경우 한국인 응시자의 숫자는 토플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영어 평가 시장의 규모는 대략 5,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왜 세계화가 되었다고 해서 영어를 배워야 하나요

이렇듯 상상도 하기 힘든 금액을 지출하면서까지 왜 우리는 영어 공부에 열심인걸까? 저자가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질문은 ‘왜 영어인가.’ 하는 것이다.

“영어는 중요한 언어입니다.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해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세계화라는 것은 미국화가 아닙니다. 미국도 세계화라는 흐름의 일부일 뿐입니다. 영어는 이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아닙니다.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쓰는 말도,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쓰는 말도 아닙니다. 영어는 하나의 언어일 뿐입니다. 물론 중요한 언어죠. 하지만 세계화가 되었다고 해서 다 배워야 하는 언어는 아니라는 것이죠. 만약 세계화가 이유라면 폴란드어도 배우고, 스와힐리와 같은 아프리카의 언어도 배우고 다 배워야하지 않겠습니까. 왜 세계화가 되었다고 해서 영어를 배워야 하나요?”

저자는 한국사회가 오랫동안 당연시 해왔던, 그렇기 때문에 의구심을 품어보지도 않았고 때로 그것은 불순한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해왔던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에 대해 지적한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왔다는 것이다. 미국이 곧 세계와 동의어이기에 영어 공부를 세계화에 대한 준비로 동일시해 온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의 학위 취득이 사회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보장해 주는 현상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첫 번째는 정부가 주는 영어에 대한 특혜를 멈춰야 합니다.
두 번째는 사회 격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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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에 외국어로써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영어를 공부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 이유가 잘못되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무엇일까.


“제 생각에는 두 가지의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정부가 주는 영어에 대한 특혜를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영어에 엄청난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관하는 시험을 보세요. 소방사, 해군 부사관 후보생, 국회의 속기사와 경위, 순경도 영어를 해야 합니다. 사법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령은 정부의 명령입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대학입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학생들이 전부 영어를 해야 합니까? 굳이 외국어가 필요한 덕목이라면 여러 언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면 되지요.

두 번째는 사회 격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사회 격차를 줄이지 않는 이상 결국 우리는 계속 긴장관계에 있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어떠한 열풍에 계속 휩싸여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계급 계층은 점차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하위 사람들은 힘이 들 수밖에 없어요. 어떻게든 빨리 올라가야 합니다. 영어를 해야 하죠. 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실업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실업률은 낮은 편입니다. 4% 이하로 양호한 편입니다. 하지만 젊은 층을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당연히 이 사람들은 지속적인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계층 격차가 벌어지는 또 하나의 요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시급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사회 격차를 해소하는 것과 관련해 저자는 책에서 나룻배의 비유를 들었다.

‘조그마한 나룻배에 한두 명의 힘 센 사람이 점점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점점 더 조그마한 구석으로 몰아가면 당장 자신들은 편할 수 있어도 결국 그 배는 뒤집히기 마련입니다. 공간을 나누고 배의 균형을 잡는 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하는 길이죠.’

그리고 강연회를 마무리하며 그는 힘주어 말했다.

“힘 센 사람들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서도 공간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부가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사회입니다.”

김규항씨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허다한 영어 교재들의 상투적인 광고 문구를 빌려 이 책을 표현하면 이렇다. ‘당신의 영어 고민, 반나절에 길을 찾아드립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그의 말은 옳다. 『영어계급사회』에는 ‘나는 왜 영어를 못할까?’에 대한 해답이 나와 있다. 영어를 잘하기란 원래 어려운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자 사기다. 이것이 강연회를 통해 저자가 들려 준 ‘영어 공부를 하는데도 영어가 안 되는 이유’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청개구리의 자세로 책을 읽다보면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식 사고체계와 시각을 체화할 것,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양의 돈을 지출할 것, 이 두 가지가 그 방법이다. 미국식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독려하고 그를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우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저자의 집필의도를 상기해 본다면, 얼마나 청개구리 같은 책읽기인가.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영어 잘하는 방법’이란 또 얼마나 웃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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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계급사회 남태현 저 | 오월의봄

이 책은 우선 대학입시에서 영어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영어를 다른 외국어와 동등하게 대우해 똑같은 점수를 책정해야 하고 국가가 주도하는 공무원시험에서 영어를 필수과목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꼭 필요한 부서에서만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하고 나머지는 영어를 아예 보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갈수록 커져만 가는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전 국민이 똑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계급 간의 격차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이와 더불어 경쟁만능주의를 부추기는 신자유주의의 모순도 처방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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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영어 계급사회

<남태현> 저 10,800원(10% + 5%)

왜 한국인은 평생 영어를 공부해야만 하는가? 영어를 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세계화’ ‘국가 경쟁력’의 허구를 밝히고 대안을 찾아본 책 흔히 세계화된 사회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영어가 필수라고 말한다. 과연 이 이데올로기는 맞는 것일까? 우리가 말하는 세계화는 진짜 세계화가 아니라 ‘미국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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