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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재미있는 어둠’이 있을 뿐이다 - 보험금 노려 언니 일가, 시동생 등 4명 연쇄살해

1970년대 사건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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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으로 달래려 했을까? 스크랩 제11권은 좀 다르다. 거의 한 페이지당 하나씩 시를 적었다. 신문 스크랩 하나 하고, 시 하나 쓰는 식이었다. 오늘의 글은 아버지의 스크랩 방식을 그대로 빌리려 한다.


변명(辨明)

유상무상(有象無象)한 잡것들이 순서도 없이 배설(排設)되어 운다
묘막(墓幕)에 신들린 여자들이 낮잠을 자고-
시가(媤家)에 두고 온 버선짝 때문에 할 수 없이 변명을 한다

지상에는 위인도 없고 걸인도 없고 귀인도 없다
모두가 옹치(雍齒)요 죽일 놈이요 죄인 중에 괴수들이 우글거린다
그래서 나는 제왕의 두건을 쓰고 하품을 한다

부정과 불신과 불화의 세계는 이제 절망을 다 씹는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냐
악보도 없이 악풍에 시달린 악취 때문이란다

1977. 1. 몹시 추운 밤에
(排設 : 여러가지 祭具를 빌려 베풀어놓음. 陳設과 같음.)




아버지의 스크랩 제11권을 편다. 1977년대가 펼쳐진다. 1978년12월까지 2년치 신문조각이 기록된 책이다. 표지를 열자마자 언제나처럼 ‘서시’가 적혀있다. 늘 그렇듯 ‘허무’가 주조인데, 그 열쇳말은 ‘하품’인 듯 하다. 아버지는 툭하면 하품을 한다. 위를 포함해 아래에 있는 모든 시를 살펴보니 20번 중 네 번이나 나온다. 제왕의 두건을 쓰고 하품을 하고, 물 속에서 하품을 하고, 변소간에서 하품을 하고, 체념을 달래면서 하품을 한다. 하품은 무심한 자의 특권이다. 아버지는 괜히 시크한 척, 쿨한 척 폼을 잡은 게 아닐까?

위의 시를 보다가 맨 끝의 말이 툭 걸렸다. “1977. 1. 몹시 추운 밤에.” 그렇다.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아들은 공감할 수 있다. 1977년1월은 나에게도 무척 추운 밤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76년5월, 전북의 시골에서 고향인 강원도 원주로 이사한 뒤 처음 맞는 겨울이었다. 원주가 출생지였지만, 나에게는 낯선 객지나 다름없었다. 돌도 안 돼 뜬 곳이었다. 강원도 원주는 (비록 영서지방이긴 했으나)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을 정도로 추웠다. 남도에서 큰 추위를 모르고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주는 바람이 살을 에는 시베리아 같았다. 굵은 눈이 자주 내렸고, 거리는 늘 꽁꽁 얼어있었다. 창문에선 겨울 내내 두터운 성에가 떨어지지 않았다. 형과 나는 다락방에서 이틀에 하루씩 윗목과 아랫목을 번갈아가며 잤다. 내복이란 내복은 다 끼어입고 부들부들 떨면서 잠을 청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는 더 추웠으리라. 전북의 시골에 내려가 나름 ‘개척’의 삶을 살았다. 고생이 많았지만 7년 여간 쌓은 성과가 적지 않았다. 그 모든 걸 포기하고 원주로 왔다.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이었다. 마음속에 더 맹렬한 한파가 몰아쳤으리라 짐작한다. 시심으로 달래려 했을까? 스크랩 제11권은 좀 다르다. 거의 한 페이지당 하나씩 시를 적었다. 신문 스크랩 하나 하고, 시 하나 쓰는 식이었다. 오늘의 글은 아버지의 스크랩 방식을 그대로 빌리려 한다. 신문기사 하나에 시 하나. 총 20편을 가려 뽑았다. 별도의 배경 설명은 없다. 1977~78년의 다양한 사회 풍경들을 주마간산으로 보시기 바란다.


탁송화물 가장 트렁크속 숨어
고속버스 송금함 2백만원 절도
부산-서울간서 처가 짐 주인 행세
전직 운전사 구속…예행연습까지


【부산】부산동부경찰서는 29일 알루미늄트렁크 속에 몸을 숨기고 고속버스화물고로 잠입, 차가 달리는동안 함께 실린 송금함에서 돈을 빼낸 전직 고속버스운전사 이봉안씨(58)와 이씨의 내연의 처 구영숙씨(39)등 2명을 특수절도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이 훔친 돈 중 1백63만5백원과 이 돈으로 산 금반지 시계 등을 압수했다.
(1977년1월30일치 <한국일보>)

재미있는 세상

1. 서로 웃기고 살면 피가 맑아지고 깨끗해진다
마음도 젊어지고 몸도 가벼워진다
얼마나 신통한 일이냐.

1. 피를 마시고 돈을 버는 주검의 곡예
서로 울고 서로 원망하고 서로 쓸쓸한 세상
할 수 없이 벌거벗고 오줌을 싼다

1. 재미있는 세상은 없다
재미있는 사람도 없다
재미있는 어둠만 있을 뿐이다

1. 재미있는 구경도 없다
재미없는 사람도 없다
다 재미없는 사건만 있을 뿐이다

1. 이겼다고 좋아하지 말고 졌다고 낙심하지 말자
손을 들면 이기고 손을 내리면 지는 법이다
재미없는 사람은 재미있는 세상에서 돈을 버는 법이다




철학교수, 병원서 투신자살
고대 조병일 부교수 전날 숨진 부인 영안실서 밤새운 뒤
16층 올라가 29m 아래의 베란다로
“연구실적 없어 큰일” 최근 고심해와


9일 상오7시30분께 서울동대문구 휘경동 경희대 부속 경희의료원16층 1609호실에서 고려대 문과대 철학과 부교수 조병일씨(45, 서양철학전공, 서울동대문구상봉동88의20)가 29m 아래 7층 베란다에 투신자살햇다. 조교수는 전날인 8일 상오7시께 부인 이정열씨(38)가 집에서 고혈압으로 쓰러져 숨지자 경희의료원 영안실로 시체를 옮겼는데 이날 상오7시께 영안실에 잠깐 들렀다가 배식실인 16층1609호실에 올라가 창유리를 깨고 밖으로 투신한 것이다.
(1977년3월10일치 <한국일보>)

무엇 때문에 태어나서 무엇 때문에 살며
무엇 때문에 사람은 죽는가
생의 과제가 태산 같은데 모두가 낮잠만 잔다
살다보니 피곤하구나
생의 경쟁에서 낙오자가 되었구나
욕심 없는 사람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다
생의 희열은 여자에게 있다
생의 욕망이 여자라면 생의 절망도 여자일 뿐이다
생명의 가장 긴 노래가 중단할 때
반드시 누군가가 변명하게 마련이다




재일업체 임원위장 간첩검거
정보부 발표 거물급 강우규 등 일당 11명
정*재계 인사 포섭기도
김일성이 직접 지령 ‘자유통일협’ 조직 암약


중앙정보부는 24일 김일성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고 재일동포 투자기업체의 임원을 가장해 국내에 잠입, 암약해오던 거물간첩 강우규(60, 서울 영등포궁의도 시범아파트1동303, 대영플래스틱감사)와 강에게 포섭된 국내 고정간첩 김기오(52, 신정문화사 전무)등 일당 11명을 검거,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지검에 구속송치했다. ★관련기사 6면


(1977년3월25일치 <한국일보>)

간첩이 무어 그리 대단하냐
사실 다같은 동족끼리
사실 다같은 형제끼리
사실 다같은 이웃끼리
시기하고 염탐하고 미워하는 것 뿐
그래서 불쌍한 것은 바로 너다
그래서 불쌍한 것은 바로 나다
간첩도 사람이겠지




북한보다 1단 위에 선 탁구한국의 낭자들

‘버어밍검’ 세계탁구여자단체 시상식장. 시상대 앞엔 수선화가 활짝 피어있고 2위 입상한 우리 선수들과 3위 입상한 북한 선수들은 서로 나란히 서있다. 주최측이 일본(좌)과 함께 3위 입상한 북한 선수들(우단)을 2위 입상한 우리 선수들 쪽에 세워놓은 것이 특이했다.(버어밍검=박권상 특파원)


(1977년4월15일치 <동아일보>)

우울한 경쟁

뜀을 뛰는 사람은 심장이 튼튼해야 한다
뜀을 뛰는 사람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지쳐서 세계는 우울해졌다
민족끼리 싸워서 이기면 무슨 상을 받나
즐거운 비명도 없고 슬픈 탄식도 없다
구름이 둥실거리고
모두가 승리의 합창을 하고
모두가 우울한 경쟁을 한다




무허건물 철거반원 4명 피살
광주 무당촌…불지르자 청년난동
사제총 쏘며 5명 묶어놓고
차례로 흉기 휘둘러
범인 박, 택시 타고 광주시내로 도주
1)

【광주】20일 오후3시경 광주시 동구 운림동 속칭 덕산골 무당촌(해발420m)에서 무허가건물을 철거하던 광주시 동구청건설과 지도계 직원 7명 중 철거반장 오종환씨(42)를 비롯 이건태(30) 양관승(28) 윤수현씨(39) 등 4명이 주민 박정렬(23)의 낫과 쇠망치에 맞아 숨지고 같은 철거반원 김영철씨(32)는 중상을 입고 조선대학부속병원에 입원했다. 이 사건은 광주시가 도립공원 무등산 일대 정화작업의 일환으로 작년 여름 철거된 후 다시 지은 무허가 건물 2차 철거에 나섰다가 빚어졌다. <김영택 신광연 기자>


(1977년4월21일치 <동아일보>)

무당촌의 비극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사람은
꿈틀거린다
순간적인 발작일 것이다
살생은 마의 작란(作亂)
법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다
법 이전에 사람을 보았어야
할 것이다
꼽추가 물동이를 이고
춤을 추었구나




백승빈 피고에 무기선고
비료도입 부정 벌금 등 41억 부과
홍병철 피고 징역 7년
“농민부담 가중…외화도피 용납 못해”


서울형사지법 합의7부(재판장 한정진 부장판사)는 10일 농협비료도입 부정사건 주범인 태평연합상사대표 백승빈 피고인(45)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외환관리법, 명예훼손죄 등을 적용,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벌금 22억원, 추징금 19억7천9백만원을 병과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백 피고인으로부터 5천6백20만원의 뇌물을 받고 농수산부장관, 농협회장등에게 비료도입을 알선해준 국회의원 홍병철 피고인(48)에게는 특가법을 적용, 징역7년(구형은 15년), 벌금 1억9천만원, 추징금 5천6백20만원을 선고했는데 강력범이 아닌 경제사범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은 드문 일이다.


(1977년6월11일치 신문)

현자는 마음에 황금의 알을 품지 않는다

비록, 출세욕 때문에 병신춤을 추었다고 해도
명예는 페달 없는 자전거
황금은 빛깔 없는 과일
그래서 현자는 비록 발가벗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참으로 만년(晩年)에 정신병원 같은 법정에 앉았다 해도
인격은 돌부처처럼 무언의 세월
지모(智謀)는 파묻은 송장
그래서 현자는 비록 못 먹어도 소리지르지 않는다




세상은 축구공처럼 둥글다
자기 멋대로 이리저리 뒹굴면서 달아난다
물론 사람이 디에서 앞에서 옆에서
멋지게 차니까 말이다

웃기는 세상은 하여튼 둥글다
돈이 돌고 도는 세월처럼
슬픈 사연들이 고달프게 웃긴다

즐거운 세상은 하여튼 둥글다
사람이 돌고도는 유행어처럼
미친 계집 눈동자처럼 미련스럽게 웃긴다




대낮 은행에 권총 갱
한일은행 종로지점
7백90만원 뺏어 달아나다 잡혀
공포2발…태권 유단 지점장 운전사가 체포


1일 낮 12시14분께 서울 종로구 종로2가9 YMCA회관 1층 한일은행종로지점(지점장 서갑석, 43)에 공사장에서 노동을 해온 이구성(30, 서울동대문구제기3동136)이 4.5구경권총을 들고 침입, 공포 2발을 쏘며 60명의 은행원들을 위협, 현금 7백90만원(5백원권6천장, 1천원권4천9백장)을 가방 속에 넣어 달아나다 지점장 운전사 최용훈씨(38)에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1977년7월2일치 신문)

여기서 우리는 확실히 사회적 불안을 본다
눈뜨고는 볼 수 없는 괴로운 정을 느낀다
이 불안과 초조 속에서 불신과 나만의 슬픈 여운을 마신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모두가 강도다
모두 모두 합쳐서 강도짓을 배우고 있다




수해 사망, 실종 272명으로 늘어
시흥*안산 산사태…백24명 참변
영등포와 관악구
안양, 수원, 인천 등
재민 8만여, 재산피해 백억
장마전선 남하…호남*충청 호우주의보


서울*경기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끊겼던 교통*통신이 이어짐에 따라 속속 밝혀지고 있는 호우피해는 10일0시 현재 사망 1백73명, 실종99명, 부상 1백97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8만여명의 이재민과 1백억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냈다. 특히 피해가 컸던 곳은 서울 영등포구 시흥2동과 안양시 일대로 시흥2동에서는 산이 무너져 58명(사망35, 실종23)이 떼죽음을 당했으며 안양에서도 3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66명이 몰사하는 등 안양시에서만 1백15명(사망88, 실종27)이 희생됐다. ★관련기사*화보 3, 6, 7면
(1977년7월10일치 <한국일보>)

‘우중’(雨中)

비가 먼저 오고 있다
그 다음 슬픔이 걸어오고 있다
그리고 죽음이 웃으며 오고 있다
물 속에서 하품을 하고
물 속에서 장례식을 한다
세상은 그래도 조화가 있다
재물을 잃는 곳이 있기에
재물을 쌓는 곳이 있다
우중(雨中)은 슬프다
그러나
한없이 큰 욕망도 있다




미 헬기 비무장지대서 피격 추락
분계선 북쪽 항로착오…북괴 포화 맞아
승무원*기체 송환요구
유엔軍司 엄중항의, 정전위 소집요구
3명 사망, 1명 생존
북괴방송 정전위 소집엔 회답 안해


14일 상오 10시께 동해안 비무장지대 남방에서 건축자재를 수송중이던 주한미육군의 치누크(CH47)헬리콥터 1대가 항로착오로 비무장지대 북괴측 지역에 들어갔다가 북괴측의 지상포화에 맞아 격추됐다고 유엔군사령부가 발표했다.
(1977년7월15일치 <한국일보>)

큰 호랑이가 잠자다가
놀라 도망치다 엉뚱한
함정에 빠졌다
우스운 얘기다
기절초풍할 얘기다
배꼽이 빠질 얘기다
너무 웃다가 이가 다 빠졌구나
속담을 만들구 싶다
종이호랑이는 갓난애기도
발로 뭉게서 찢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라




헬기 생존자*유해 어제 인도
슈앙케 준위는 걸어서
초췌한 모습 8군병원 후송
3구의 시체 영내에 안치 북괴, 기체 반환은 거부


【판문점=강영수 기자】비무장지대 상공을 비행중 북괴측의 대공사격으로 격추된 미육군 CH47헬리콥터 승무원 4명 중 생존자인 글렌 N`슈앙케 준위(28, 부조종사)와 사망자인 조셉 A 마일즈 준위(26, 조종사) 로버트 E 웰즈 병장(22) 로버트 C 헤인즈 병장(31)등 3구의 시체가 16일 하오7시30분 판문점에서 북괴측으로부터 유엔측에 인도됐다. 생존자인 슈앙케 준위는 걸어서 판문점 본회의장 옆의 군사분계선을 넘어왔으며 3구의 시체는 북괴측에 의해 입관된 채로 넘겨졌다.
(1977년7월17일 <한국일보>)

사자(死者)는 말이 없지요. 사자는 거짓이 없는데
모두가 말이 없고 모두가 눈을 감는다
그러나 살아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생각이 숨을 쉰다
서로 죽일 놈 하고 비웃으면서 얼굴을 돌린다
싸움없는 전쟁이 더 무섭고 더 두렵고 더 지겹다




전 호남전기 대표 심홍근씨 익사
강원 옥계서 취중수영하다 심장마비로


【강릉】전 호남전기대표 심홍근씨(25,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미주아파트 A동 103호)가 9일 하오3시께 강원도 명주군옥계면주수리 해수욕장 경내 주수천 수영을 하다 익사한 것을 함께 놀러갔던 임관용씨(20, 서울 강남구 암사동 421의 14)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중략) 심씨는 지난6월3일 어머니이며 전 호남전기회장인 진봉자씨(47)살해미수사건의 배후조종 혐의를 받고 경찰의 수배를 받아왔다


네 하수인에 1억원 주고
어머니의 정부 살인청부


전 호남전기회장 진봉자씨(47)의 정부 김기문씨(47) 피습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10일 진씨의 아들 심홍근씨(25)가 1억원을 주고 보디가드인 최동환씨(30) 등 4명을 배후에서 조종한 청부살인 미수사건이라는 하수인 이창래(27, 구속중)의 주장에 따라 달아난 3명을 수배했다.


(1977년8월11일치 <한국일보>)

돈 많은 여자의 생력

바람기 있는 여자의 바람둥이 아들
그 여자가 그 아들을 죽였고 그 아들이 그 어머니를 죽인 것이다
돈은 반드시 끝에 가서 사람을 옭아매고 잡아먹는다
돈은 사랑스러운 애인인 동시에 무서운 악마다




급식 빵 먹고 국민교생 집단식중독
서울 52개교 7천8백명 구토, 설사
‘한국식품’ 크리임빵 9백48명 입원치료


16일 하오5시경부터 서울시내 국민학교 3학년 이상에게 공급되는 학교급식용 크리임빵을 먹고 7천8백72명의 어린이들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켜 시내 각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거나 약방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식중독을 일으킨 어린이들은 16일 점심시간 12시20분부터 1시 사이에 학교에서 나눠준 급식빵을 먹은 지 2,3시간 뒤부터 심한 구토와 설사 고열의 식중독 증세를 일으켰다.
(1977년9월17일치 <동아일보>)

모래떡을 만들어 먹으라
차라리 나무를 깎아먹으라
부정한 세상에 태아가 운다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는 산다
사람은 서로서로가 이리가 된다
그래서 안심하고 사는가보다

지식의 식중독-
장사꾼과 선생과 학생
오늘도 숨바꼭질하면서 살아간다




급식 빵 중독 어린이 절명
서울 삼양중 3년 정계헌군
퇴원했다가 다시 요독(尿毒)증세 악화


학교급식빵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서울 삼양국민학교3학년 정계헌군(10)이 발병 나흘만인 19일 오후6시40분경 고려대부속병원에서 숨졌다. 계헌군은 식중독의 합병증으로 나타난 급성신부전증에 의해 대소변을 전혀 보지 못한 채 요독증세의 악화로 숨졌다.


(1977년9월20일치 신문)

식욕(食慾)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먹는 일 때문에 살고 죽는다
너무 먹어서 죽고 못 먹어서
잘못 먹어서 죽기도 한다
먹는 일 때문에 사람은 오늘도
일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해독불능)을 위해
먼저 높은 분들은 빵 대신
돈을 먹었고 그래서
울고 웃는 모양이다
변소간에서 하품을 하고
춤을 추는 세월이 무섭다
선악과는 부정식품이
아니었던가-.



무섭게 째려보는 독부? 이 여인의 평소 표정은 아니리라.
사진기자가 의도적으로 잡아낸 게 아니었을까 싶다.

보험금 노려 4명 연쇄살해
40대 독부(獨婦) 언니 일가, 시동생 등
5~10배 큭약 무더기 가입 불입금 대불
석유 뿌려 방화, 찻잔에 독약
내연 남편 상대 제3범행 하려다 실패


【부산】5천2백여만원의 생명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언니집에 불을 질러 언니와 형부 조카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다시 시동생까지 살해한 끔찍한 범행이 피살자 가족의 진정에 따른 경찰의 재수사로 2년6개월만에 밝혀졌다. 19일 경남도경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로 이미 구속 중인 부산시 부산진구 학장동 274의7 박분례(48, 여)가 이 연쇄독살*방화살인사건의 범인임을 밝혀내고 박을 살인 및 방화혐의로 추가입건했다. 범인 박은 경찰에서 “돈이 탐나 첫 범행을 저질렀고 첫 범행이 성공해 두 번째 범행에 이어 세 번째 범행을 계획중이었다”고 말했다.
(1977년9월20일치 <한국일보>)

독부(毒婦)의 간(肝)

씹을 수도 없는 돈-
물욕 때문에 독부가 됐노라고
인간의 동물적인 불안이
부조리하게 고개를 젓는다
여자의 독침은 바로 돈이다
네 간을 씹어라 그리고 한꺼번에
뱉어라 그리고 웃으라
보험금의 부조리한 희열
독부의 간 속에 침을 뱉으리




세계최고
임금은 5~13배나 낮아
한국노동자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76년 근로시간은 주당 52.6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에 수반되는 임금수준은 선진국과 커다란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24일 관계당국이 분석한 ‘세계각국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임금수준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52.6시간(제조업 기준)으로 세계 최고를 기록한데 반해 프랑스 41.8시간, 서독 41.3시간, 일본 41.2시간, 이스라엘 40.5시간, 미국 40.4시간, 뉴질랜드 39.1시간, 캐나다 38.5시간 등으로 대부분의 선진국 근로자들은 주당 40시간 안팎의 노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1977년 10~11월경으로 추정되는 신문)

일하는 기계
사람은 일하는 동물이다
기계처럼 소리를 낸다
배곺은 소리
탄식의 소리
절망의 소리
모두가 죽어라고 소리를 낸다
사람은 일하는 기계
부자는 놀고먹고
노동자는 울고먹고
고달프고 괴롭게 울고웃는다




고성능 국산전차 양산돌입
M48A3, M48A5 설계도 우리 손으로
미M60A와 성능 같아
북괴생산 전차보다 화력*기동력 월등
박대통령, 공장 들러 생산과정 시찰


【OO공업기지=송효빈 기자】한국은 국산전차 M48A3, M48A5를 개조생산,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형 M60A 전차의 성능과 같은 이 최신성능의 국산전차 생산으로 시간과 수량 면에서 한국군의 요구에 따를 수 있게 됐고 또 우리 손으로 설계된 한국형 전차의 양산도 가능하게 되었다. 전차생산국으로서 자유진영에서는 한국이 아홉 번째이다.


(1978년4월7일치 <한국일보>)

화마와 화차

야구를 하듯이 전쟁을 하라
군사차관과 각서
무기의 웃음-
불의의 사고도 있다
보이지 않는 무기
상환의 웃음-




이리서 ‘화약열차’ 폭발 대참사
천여명 사상, 집 9천5백여채 파손
역 주변 5백m 내 건물 완파
반경 4km 안팎까지 충격파
폭발순간 정전…전 시가가 아수라장

【이리=특별취재반】11일 밤 9시15분 전북 이리시 이리역 구내에서 한국화약주식회사(대표 김종희)의 화물인 다이너마이트와 전기뇌관 등 40t의 고성능폭발물을 가득 실은 채 정거중이던 화차 1량이 폭발, 고성능 대형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충격과 폭파력으로 이리시 전역을 거의 강타, 1천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으며 9천5백여채의 가옥이 부서지는 초유의 대참사를 빚었다. 구조대는 12일 낮 42구의 시체를 찾아내고 실종이 9명인데 아직도 많은 희생자가 부서진 집더미 속에 깔려 있는데다 부상자가 1천여 명이나 돼 사망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해액 52억여원. <6, 7면에 관련기사>


(1977년11월12일치 <동아일보>)

잠깐 동안의 실수로-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재난의 고통에 운다
화약열차를 잡으라
화약열차에 뛰어들라
아무도 모르는 캄캄한 밤에 호송책임자는 운다
촛불의 운명-
화약차 속에 수많은 생명들이 비명에 운다
어차피 살다가 죽는 것
그러나 억울하게 죽을 수야 있겠는가




폭발원인은 ‘촛불’
호송원 신씨 “침낭에 인화”


이리역구내 화약열차 폭발사고 원인을 캐고 있는 검경합동조사반(반장 서정각 대검검사)은 13일 오후 화약호송원 신무일씨의 자백에 따라 일단 신씨의 실화에 의한 폭발사고 였던 것으로 보고 사고 당일 신씨의 행적수사를 집중적으로 펴면서 고의적 방화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 조사반에 따르면 신씨는 11일 오후 역앞 술집에서 막걸리 한되와 2홉들이 소주 한병을 마시고 돌아와 화차 안에서 닭털 침낭을 덮고 촛불을 켜둔 채 잠을 자다 촛불이 침낭에 인화돼 몸이 뜨거워져 덮고 자던 침낭을 끌러버리고 밖으로 빠져나왔는데 그 순간 불길이 번져 화차에 실린 화약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1977년11월14일치 신문)

입을 다물고 할 말이 없다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을 테지
체념을 달래면서 하품을 한다
철없고 미련해서 실수했다면 차라리 동정이 간다
정치인들은 계획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폭발원인은 ‘촛불’-
어둠을 몰아내는 촛불인데 의로운 칼도 잘못 사용하면
더욱 큰 불행을 낳는다는 교훈이로다.



탁송화물을 가장해 고속버스 트렁크에 숨어 돈을 훔쳐냈다. 내연의 처는 짐 주인처럼 행세하며 도왔다. 고층빌딩이 많이 지어지면서 그 위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무리한 철거를 하던 구청 철거반원 4명이 그곳을 터전 삼아 살던 이에게 맞아죽었다. 미군헬기가 비무장지대로 잘못 넘어갔다가 북한군의 포격에 떨어졌다. 돈 많은 어머니의 정부를 청부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어머니의 정부는 죽지 않았는데, 수영하던 자신이 익사하고 말았다. 8천여 명의 어린이가 급식 빵을 먹고 탈이 났다. 그 중에 한명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한국인의 노동시간이 세계 최고란다. 아버지의 시 구절을 인용해 이 모든 상황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재미있는 어둠’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는 세상은 없다
재미있는 사람도 없다
재미있는 어둠만 있을 뿐이다



어둠이 재미있다는 것은 역설이지만 현실이다. 비극이 더 비극적일수록 상품성을 띠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그런 점에서 이리역 폭발사고 역시 ‘재미있는 어둠’이다. 마지막 신문기사는 일부러 ‘이리역 폭발사고’로 배치해보았다. 이리역 사고는 우리 가족에게 각별한 뉴스였다. 1년 전 떠나온 전북 시골의 행정수도가 바로 ‘이리’였던 것이다. 물론 우리가 살던 곳은 이리시로부터 한참 떨어져 버스도 잘 들어오지 않는 익산군의 리 단위 마을이었다. 다이너마이트 폭발의 아무런 충격파도 받지 않을 거리였다. 어린 마음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이고 죽을 뻔 했네.” 아버지는 어렵게 시외전화를 걸어 지인들의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 그중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나에게는 실제 고향과는 다름없던 이리였다. 그 이리가 파괴적인 재난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소식은, 그곳을 빠르게 잊는 쪽으로 작용했다. 겨울밤 꿈마다 나타났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겨진 그곳 주변이 화마에 휩싸였다니. 향수가 식기 시작했다. 망각에 속도가 붙었다. 나는 원주 사람이 되어갔다. 그리고 18년 동안 그곳에 가지 못했다.

이제 이리역 다음은 어디인가. 이리역은 촛불 하나로 순식간에 타올랐지만, 철통같던 박정희 정권의 요새에선 서서히 인화물질이 새고 있었다. 아버지의 스크랩 제11권은 “박정희에게 레임덕이 있었다면 1977년부터”라고 증언하는 듯하다. 그 구체적인 실상들은 다음 편에 보겠다.




1) 이 사건 주인공 박정렬씨의 본명은 박흥숙이다. 그는 이소룡 같은 액션배우를 꿈꾸며 무술을 연마했다 하여 ‘무등산 타잔’ ‘무등산 이소룡’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인물이다. 무등산의 무당촌 무허가 건물에 살던 그는 광주 동구청 직원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을 철거하며 불태우자 울분을 참지 못하고 항거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는 신군부가 들어선 뒤 1980년12월 신군부 집권 아래서 갑작스레 사형을 당했다. 그의 삶은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관련자였던 김현장씨의 르포기사로 세상에 알려졌다. 2005년에는 그의 삶을 다룬 영화 ‘무등산 타잔, 박흥숙’이 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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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경태

「한겨레」 토요판 에디터. 「한겨레21」「씨네21」편집장과 한겨레 esc 팀장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 『글쓰기 홈스쿨』(2011)과 『유혹하는 에디터』(2009), 『직설』(공저, 2011)이 있다. 가족을 사골국물처럼 글감으로 우려먹는다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아버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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