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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공개, ‘우리만 모르는’ 한-미 FTA 날치기 협상의 비밀 -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공식적인 발표를 믿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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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3월 15일 0시를 기준으로 한미 FTA가 발효됐다. 어떤 사안이든 찬성과 반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중요한 사안을 두고 언론에 드러난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기획기사]
비밀을 폭로하는 고발서적들
[인터뷰]
김용진 기자


  “우리만 모르는”, “마침내 드러나는”, “비밀”, “말해주지 않는”…. 최근 출간된 사회 분야 신간들의 제목 중 일부이다. 매우 소수만 조용히 알도록 묻혀진 사실들을 책으로 알려주겠다고 팔 겆고 나선 책들이 눈에 띈다는 것인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언론에서 받아주지 않아 책으로 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며, 폭로된 사실을 기꺼이 돈을 내고 알려는 독자층이 형성 되었다고 출판사가 파악했다는 것이다. 2012년 3월 그 책의 풍경을 채널예스가 살펴보았다.
 




소고기 협상은 이미 얘기된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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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영어몰입교육을 강조한 정권 아래서 몇 가지 관용구를 확실히 익힐 수 있었는데, 최근 뉴스를 접하면서 저절로 몰입해 암기한 관용구는 ‘to the core’(뼛속까지)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이 대통령이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어서 (쇠고기 협상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한 데서 쓰인 말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표기와 관련해서 일본 총리에게 ‘Hold back’이라고 한 말이 ‘기다려달라’ 혹은 ‘자제해달라’라는 번역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외교 전문을 공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이 알려졌다. 뉴스에 보도되어 알려진 이러한 내용은 일부에 불과하다.

KBS 탐사보도팀장을 역임하고, 현재 울산 KBS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용진 기자가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대한민국을 달궜던 미국 소고기 협상, FTA, 이라크 파병, 원전 수주 등의 커다란 이슈 뒤에 감춰졌던, 제목 그대로 ‘우리만 몰랐던 이야기’를 꼼꼼히 밝혔다.

2008년 4월 18일 한미간의 쇠고기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고 언론은 발표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 문건을 보면, 쇠고기 협상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가 설치되었을 때부터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 “더 놀라운 건 4월 9일 총선 전에 쇠고기 개방 협상 사실이 알려지면, 농민들의 반발이 심할 거다. 여당의 악영향을 미칠 테니, 총선 전에는 절대 협상 재개한 사실을 발표해서는 안 된다‘라는 밀약이 이루어져요.”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내용대로 일은 진행된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미국과 소고기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공표한 것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진행된 셈이죠.” 이뿐만 아니라,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문제, 이라크 전쟁무기인 글로벌 호크 구매, 이라크 5억 불 지원 등이 미국의 압박과 요구대로 진행되었다.


“엄청난 규모의 원전 수주가 이뤄졌다고 언론이 자랑스러워했잖아요. 언론이 말하길, 당시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UA에 방문해 전면 외교를 펼쳐 협상을 따냈다고 ‘엠비어천가’를 불렀어요. 실제 내막을 보니 그렇지 않았죠.

사실 원전 수주 협상은 일찍이 확정된 사항이었고, 그 대가로 약속한 군사 협력, 경제적 지원에 관련된 내용은 일절 보도되지 않았어요. 대통령의 치적만 홍보하는 언론 플레이만 한 셈이죠. 처음부터 이 정권이 굴욕적으로 협상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내용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런 내용이 많이 나왔어요."



“이 비밀의 바다에서 우리가 발견해내고 고민해야 할 문제는 본질적인 ‘권력의 속성’이다. 모든 권력은 기본적으로 기만, 위선, 은폐의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미국의 정책결정자이든, 한국의 파워 엘리트이든 마찬가지다.(p.28)”



한국 관련 문서 1만 4165건 공개, 한국 언론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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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타임즈는 올해의 인물로 위키리크스 대표 줄리언 어산지를 선정했다. 2007년 공개된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는 내부고발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해주고, 정부,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알리기 위한 고발 전문 웹사이트다. 2010년에는 이라크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가 기자를 포함한 민간인 12명을 사살하는 동영상,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관련 기밀 문건 수십만 건을 공개하여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외교 문서는 학계뿐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중요한 소스에요. 그렇지만 일반인이나 늘 데일리에 매달리는 기자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문턱이 높았죠. 이전까지는 외교 문서를 찾으려면 국립문서보관소를 찾아가서 열람하거나 미국 정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식이었어요. 위키리크스가 2010년 11월 말부터, 최근 6년 동안 일어난 사건의 외교 전문 25만 건을 입수해 공개하기 시작했어요 한국 문건도 언젠가 나오겠다 싶어 주시하고 있었죠.”

서구 언론에서 관심 둘 만한 뉴스가 우선 공개되었다. 국무부가 UN 반기문 총장이라든지 고위 관리들, 각국의 주요 정부 인사들의 생체정보, 신용카드 정보를 보고하라고 명령한 충격적인 문건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었음에도 당시 국내 언론은 이런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리고 8월 말쯤 한국 관련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건 25만 건 가운데 ‘Korea’가 들어간 문서는 1만 4,165건이었다. “이렇게 따끈따끈한 외교문건이 공개되는 일이 유례없는 일이거든요. 한국 언론들이 특별취재팀을 만들어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겠구나, 하고 언론을 모니터했는데 전혀 보도되지 않았어요.”

김용진 기자는 블로그와 트위터를 만들어, 외교 문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간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였던 소고기 협상, 이라크 파병, FTA 등과 관련된 문서 위주로 번역하고 알렸다. 그날부터 김용진 기자는 3개월간 이동 중에 지하철 안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외교 문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키리크스와 스마트폰 덕분이었다. 외교 문건을 통해 밝혀진 충격적인 한미 외교 실체는 인터넷상으로 확산되고 관심을 일으켰지만, 주류 언론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KBS 9시 뉴스에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뉴스가 딱 한 건이었어요. 북한이 핵 실험을 할 때, 중국에 불과 몇십 분 전에 알려줬다는 것 하나요. 그 밖에도 엄청난 뉴스거리가 많았는데, 주류 매체는 무시해버린 거죠. 조중동 주류 신문에서도 주로 북한이나 이전 정권의 문제들만 다뤘어요.

정파성을 가지고 공정하지 않게 접근한 거죠. 기존 매체가 제대로 다뤄주지 않는다면 출판이라도 해서 알려보자고 책을 냈어요. 이런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결국 책이라니, 21세기에. 아이러니 한 일이죠.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의 현주소고요.”


사람들은 뉴스를 트위터나 아이튠즈에서 찾는다. 사상 초유로 KBS, MBC, YTN 3사가 총파업을 선언하고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한미 FTA 발효 관련 협의 내용을 발효 후 3년간 비공개하겠다는 외교부의 발표가 있었다. 2012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10분만 같이 있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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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위키리크스 문건 관련하여,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한다고 한때 떠들썩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답변

“문제가 있다는 움직임이 있었다가 지금은 쑥 들어갔죠.(웃음) 우리나라가 워낙 역동적이고 하룻밤 사이에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니까. 지금은 선거국면이 되어 관심 밖으로 밀렸는데, 이게 일회성으로 지나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문들의 반의반도 다루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아직도 나올 얘기들이 많아요. 우리나라 주류 언론이 정상화된다든지 조금 더 깊이 다뤄야 할 여지들이 많습니다. 학계에서도 추가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해야지 한다고 보고요.”

질문

주한 미 대사관의 전문은 어떤 용도이고, 왜 이런 기록을 남기나요?

답변

“케이블(Cable) 형태로 텍스트를 전송하는데, 특별한 표현이 없어서 보통 ‘전문’이라고 번역합니다. 외국 공관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 현지 동향이나 미국의 명령, 지시 등의 수많은 문건을 주고받습니다. 2008년 아프간 상황이 좋지 않으니, 한국에서 5억 불을 받아내라든지, 소방차나 구급차 몇 대를 요구해라, 이런 지시서를 국무부가 자국 대사관에 보내요. 문서 번호를 추적해보니 현재 10퍼센트 정도가 공개된 것 같아요.”

질문

대미 관계의 균형추가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물론 평등하지 않은 대미관계가 이번 정권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요. 유독 이번 정권은 심한 것 같습니다.

답변

“주권 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 문서에 많이 나오죠. 2011년 4월에 외교부가 아프간 국민을 위해 매년 1억 불씩 5년간 지원하겠다고 발표를 해요. 사실 이 돈은 2008년부터 미국이 꾸준히 요구해온 돈이었단 말이죠. 정부는 이런 요구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미국에 부탁하고요. 다른 나라들의 지원 규모를 비교해보면, 5억 불이라는 돈은 턱없이 많은 금액인 거예요. 그런데도 미국이 요구한 액수 그대로 간다는 거죠. 이런 부분은 상당히 굴욕적이고 비대칭적이에요.

핵 안보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김성환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미국 차관보한테 이런 부탁을 해요.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전쟁박물관을 방문해줄 수 있느냐고요. 수십 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회의인데 개별 일정은 힘들다고 거절하죠. 그런데 그 다음날 외교?안보수석이 다시 가서 ‘10분 만이라도 같이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요. 사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사진 한 장 찍자, 이런 거겠죠. 미국에 이렇게 우대를 받는다는 걸 자국에 보여주겠다는 거죠. 이런 걸 볼 때 상당히 주권 국가의 외교관들이 맞나. 참담함이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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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통령 한 명을 바꾼다고 해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다. 참여정부의 사례에서 보듯 노무현 대통령도 결국엔 미국의 자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외부적으로는 미국의 관리와 통제, 내부적으로는 외교안보 관료 조직의 기득권 때문이다. 이런 조건들이 어떤 형태로든 극복되지 않으면 우리의 뿌리 깊은 대미 종속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MB정부 같은 반민주적, 반민족적 정권의 재출현도 막기 힘들 것이다. (p.374)”


채널예스

질문

국내 정황이나 대통령의 비공개 녹취록까지 전달하는 청와대 정보원들 이야기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보원들의 활동이 꾸준히 있었다는 점도 놀라웠고요.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비롯하여 이 정보원들이 국가 기밀까지 흘려서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변

“대부분 관료들이 미국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어요. 안보 라인 대부분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그쪽 주재원으로 활동하고, 그쪽에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요, 미국의 힘이나 영향력을 매우 중시하는 거죠. 미국의 협력이 없으면 우리나라를 끌고 나가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미국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은 거죠.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료 집단이 이어져 내려온 거고요.

‘(미국에) 본능적으로 이끌린다’는 표현이 있잖아요. 그처럼 어떤 정치적 위상이나 입지를 과시할 때 미국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해요. ‘대통령 취임식 때 고위급 인사가 와줬으면 좋겠다’는 문건 같은 경우는 이전 정권에도 많았습니다. 실제 G20 전문을 보면, 한국이 G20의 한자리를 차지한 것도 미국의 덕분이라는 걸 한국 측에서 잘 알고 있다는 표현이 있어요. 정상 회의체라든지, 대북 재재안을 어떻게 하는 일은 미국의 협조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서로 알고 있는 거죠.”


올바른 정보를 알아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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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들은 미국을 방문해 융숭한 대우를 받고 올 때마다 미국에 뭔가 하나씩 내주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 주권은 훼손당했다. MB 시대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008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의 환대를 받았을 때는 쇠고기 시장을 내줬고, 2011년 오바마의 국빈 대우를 받고 와서는 한미 FTA를 날치기 강행 처리했다.(p.397)”


채널예스

질문

다음 정부는 이런 사태들의 진상규명을 하다 5년을 다 보내지 않을까 같습니다. 선거로 외교관이나 공무원을 다시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은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요?

답변

“관료들 100%가 다 그렇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알게 모르게 주권을 지키려고 노력한 사람도 있어요. 문건을 보면 누구는 예스맨이었는데 어느 장관은 상당히 자주적인 노선을 그으려고 했다고 평가해놓기도 했어요. 그렇게 깨어있는 관료들을 중용, 우대해야 하고, 관료들뿐 아니라 학계, 언론도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 제3세계에서 공부를 하고 국제무대를 넓혀가는 식으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Informed Public’이라는 말이 있어요.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는 대중들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어야, 생각하고 토론을 할 수 있죠. 그런데 정부나 언론은 잘못된 여론을 조성하기도 하잖아요. 제대로 유권자 권리를 행사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대부분 기록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고, 제대로 보관되지 않고, 공개되지 않아요.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비밀이 아니면 즉시 공개되고 사람들이 알아야 합니다. 옳다, 그르다는 주권자인 시민이 판단해야 하는 거죠. 이번 위키리크스 폭로와 이 책이 주권과 정보 민주화의 문제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질문

예전에는 그럴 때 신문, 뉴스를 보자고 할 텐데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답변

“그게 굉장히 답답한 점입니다. 정부의 발표에서 상당 부분 감추는 게 많으니까요. 진보, 보수 언론을 번갈아 보는 것 역시 어떤 정파성의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진짜 정보를 얻기는 어려워요. 정부의 발표는 대부분 정부의 취지에 맞는 결과만 보여주기 때문에, 자원외교 같은 경우도 대부분 과대포장 되거나, 이전에 확보된 것을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발표하는 식의 꼼수를 부리는 거죠.

언론에서 취재하면 확인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실제 수주를 다시 재검토해보고, 어떻게 보도되었는지 현지 언론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사실은 저널리즘의 역할이죠. 수용자들이 다 할 수 없잖아요. 저널리즘 종사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게 아쉽지만, 그런 부분이 나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KBS 탐사보도팀장에서 울산 KBS로 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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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김용진 기자는 1987년 KBS에 입사해, 20여 년간 사건, 사고를 취재했고, <미디어 포커스> 팀장, 2007년부터 KBS 탐사보도팀의 팀장을 맡았다. 기존의 짧은 뉴스로는 다루기 어려운 아이템을 깊이 있게 다루자는 취지로 <시사기획 쌈>을 제작했다.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고위공직자, 그들의 재산을 검증한다’ ‘조선총독부 비밀기록 발굴보도’ 등 굵직굵직한 기획으로 이달의 기자상만 20여 차례, 한국방송기자클럽 보도상, 안종필 언론상, 한국방송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데이터 분석능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반 언론사는 선뜻 탐사보도팀을 꾸리기 어렵다. 꾸리기도 어렵고, 잘해내기는 더 어려운 이 일에 뜻있는 기자들이 열정으로 뭉쳐 KBS 탐사보도팀은 많은 성과물을 내놓았다. <시사기획 10>에서 보도한 ‘학자와 논문’ 편에서는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교수 581명을 대상으로 논문 이중게재 여부를 6개월간 추적한 끝에 135명이 논문 이중게재 의혹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 KBS에서 정연주 사장이 퇴진하고, 2008년 8월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면서 탐사보도팀의 운명도 갈렸다. 언론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던 탐사보도 팀 기자들 절반이 스포츠 중계 등 비취재, 비제작 부서로 발령받았고, 김용진 팀장은 팀원으로 강등되어 부산 KBS로, 다시 울산 KBS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심지어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다루던 후배 유원중 기자는 자료조사까지 마치고 촬영을 나가려는 시점에 발령을 보내 제작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이 역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만 모르는’ 일들이다.

대통령의 자녀위장취업문제, 부동산 문제 등의 의혹 제기에 관한 보복 인사라는 말이 많았지만, 김용진 기자는 울산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자치단체가 여러 가지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부분, 지방 자치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를 다룬 특집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어요. 올해에도 방송기자상을 받았고요. 저널리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예산 문제라고 생각해서 요즘은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어 사용되었는지 수용자들에게 알려주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뉴스타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탐사보도기자, 호기심이 제일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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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기자라고 하면, 마치 탐정을 연상시키는 취재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적으로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컴퓨터활용보도라고, 주로 자료를 찾고 문서를 검증하는 일이 많습니다. 기존에 취재로는 알 수 없는 패턴, 유형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자료와 컴퓨터와의 씨름입니다. 미국 탐사보도협회에서 1년 공부를 할 때도, 제일 먼저 배운 게 문서 추적이었어요. 공직자나 후보자 의혹을 검증할 때도 문서 검증이 제일 처음입니다.”

그럼에도 기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호기심이다. “컴퓨터, 문서 활용능력은 수단입니다.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사회의 정의를 추구하려는 정신이 훨씬 중요합니다. 기자라고 폼 잡고 다니려고 한다거나, 정치권의 발판 삼으려고 하면 안 되는데, 그런 부류가 많다는 게 비극이지만요. 항상 합리적인 의심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영미권의 저명한 저널리스트들이 늘 하는 얘기가 “공식적인 발표를 믿지 말라”에요. 발표하는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사실이 왜곡되고 포장되기 일쑤니까요.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하죠. 4대강을 검증하는 합동 전문단을 구성했다는데, 과연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는 사람인가? 삼성 갤럭시가 유럽에서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 그러려면 역시 호기심이 가장 중요해지는 거죠.”


뉴스는 매일 넘치지만, 진실을 알기 어려운 시대, 정확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이때에 비단, 기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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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김용진 저 | 개마고원

이 책은 바로 그 주한 미 대사관 작성 비밀 외교전문을 통해 권력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 한 비밀들, 미국은 알지만 정작 우리는 모르는 ‘대한민국의 실체’에 대해 심층분석한 종합보고서인 셈이다. 따라서 최근 한국에서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아프간 파병, UAE 원전 수주, 독도 문제, 론스타, 한미 FTA 등 한국 사회를 격동시킨 사건들의 뒤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만의 밀담과 비밀협상들이 그 대상이다. 비밀문서에 기록된 충격적인 내용들은 ‘공식적인 발표’ 뒤에서 굴러가는 ‘진짜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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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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