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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고민하는 순간, 작가가 된다” - 『더, 일러스트』 잠산

당신의 생각을 옮기는 것이 새로움의 하나야. 남들이 안 쓰는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 감정 하나를 내놔도 창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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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상징이 백남준이라면, 잠산은 일러스트의 상징이다. 상업성이 뛰어난 작품과 작가에 대한 모사와 벤치마킹이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일러스트레이션 업계에서 잠산은 대체 불가능한, 선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에서 있었던, ‘YES24와 함께 하는 예술 릴레이 특강’ 4탄

    『더, 일러스트』 잠산 작가와의 만남을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나, 잠산이다.
누구냐고? 당신, 일러스트 모르는구나.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세상엔 일러스트 말고도 중요한 것들이 꽤 많거든. 가령, 구럼비 바위나 강정마을. 어쨌거나 좋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날 소개할게. 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며,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er)이자 콘셉트 디자이너야. ‘남중훈의 잠산 평론’에 나온 글 일부를 인용해볼게.

“대한민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상징이 백남준이라면, 잠산은 일러스트의 상징이다. 상업성이 뛰어난 작품과 작가에 대한 모사와 벤치마킹이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일러스트레이션 업계에서 잠산은 대체 불가능한, 선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칭찬해주니 참 기분이 좋은데, 얼마 전, 길벗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어. 제목은 『더, 일러스트』. 내가 일러스트에 대해 가진 생각들을 작품과 함께 보여주는 책이야. 내 이름이 박힌 책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어. 기분도 좋고. 뭣보다 내 얼굴도 들어가 있어. 하하. 그만큼 내 일러스트관이 잘 드러나는 책이야.


그림을 그린다는 것

 


나도 날로 여기까지 온 게 아냐. 잘 그리기 위해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었어. 그림 그리는 사람은 잘 알 거야. 그림 그리는 사람, 연약하고 상처 잘 받잖아. 그지? 나보다 잘 그린다고 상처받고, 개성 있는 그림을 보고, 아이디어 좋다고, 나보다 잘 생겼다고 상처 받고. 하하. 그림 그리는 사람은, 내가 왜 상처 받는지, 이게 상처 받아야 할 것인지도 고민해봐야 해.

3~4년 전, 나도 무척 많은 사람을 만나러 돌아다녔어. 그게 참 힘들었어. 내성적이다보니 보여주기에 앞서 쭈뼛쭈뼛 거리기 일쑤고. 그렇게 안 생겼다고? 뷁! 어쨌든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실무하면서 업그레이드도 되고 변화한 거지. 계속 자극을 받았고, 새로운 스타일을 가미하고 피드백을 받았어. 그것이 날 발전시킨 거지.

 

실무를 하면 알아. 열에 아홉, 포트폴리오 할 때까지의 발전이 전부야. 일에 본격 들어가면 더 이상 고민을 않아. 직업으로서의 고민만 남아. 그림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사회생활 하다보면 이런 고민을 하게 되지. 내 것을 할 것이냐, 돈을 벌 것이냐. 두 갈래 길. 어디로 갈 것인가.


많은 사람들, 돈 벌잖아, 직업이잖아, 하면서 자기방어를 해. 허나, 마음으론 그것의 공허함을 알아. 그래서 10년차 정도 되면 내 것을 하고 싶어져. 시간이 갈수록 공허해지거든. 그러니 고민의 초점이 중요해. 현실과 이상, 갈림길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지만, 내 생각과 이야기로 가는 것이 당연한 거야. 내가 원하는 그림 스타일과 이야기를 그리면서 남들도 좋아하게 할까, 이걸 고민해야 해. 그래야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어. 행복하니까, 행복하려고 그림, 그린 거잖아. 안 그래?

내 얘기도 할게. 나, 10여 년 동안 실무하면서 이걸 고민했다. 이후에도 생각이 바뀔 수도 있어. 인정해. 상업성을 고려하진 않을 수 없어. 헌데 근본적으로 무슨 내용, 어떤 이야기냐가 더 중요해. 이야기가 너무 생소하면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아.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나, 나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해야 해. 이건 정체성에 관련된 부분이야.

나의 느낌을 파고들다보면 내가 약하다, 사람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동질감을 확인하게 돼. 좋은 건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 그래서 고민의 초점이 중요해. 그 다음을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그걸 반복하는 거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야, 그건. 그래서 개인 작업이 필요해. 피드백을 받고, 고민이 필요해. 어떻게 하냐고? 인터넷 등에 올려서 물어봐. 내가 이런 느낌으로 그렸는데, 어떠냐. 이른바 ‘명화’라는 작품들. 그건 살아가면서 나오는 결과물이야. 명화를 그린 사람도, 그릴 때 명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리진 않아. 그림 그리는 사람이 예술이야, 하는 순간 그림을 못 그려. 직업이 돼 버리기 때문이야.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작품 생활에서 ‘어떻게’ 그리는가의 문제보다 ‘무엇을’ 그리는가 문제가 더 많이, 자주 나타난다.”(p.18)


자, 생각해보자고. 일러스트레이터. 많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냐. 그림을 고민하거나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쉽게 예술이라고 상정하기도 하지. 나는 그래. 고민에 대해 결정해야 할 상황이 오면 원래 시작점으로 가. 지금 고민이 맞는지 아닌지를 생각해. 그림이냐, 일이냐.

어려울 것 같지? 아니. 한쪽으로 가긴 쉬워. 현실과 이상, 한 방향으로 올인 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런데 두 가지를 잘 절충하는 건 어려워. 확실히 어려워. 개인작업 안에서도 마찬가지야. 지금은 틀 자체를 옮겨야 할 시기라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옛날에는 이런 말을 했어. 요리사도 새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그릇의 크기에 따라 몇 백 번 재료 등을 조절한다고. 그림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여야 해.


데생력이 약한 사람이 더 잘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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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생력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디어 고민을 안 해. 그런데 재밌는 건, 상대적으로 데생이 약한 사람이 나중에 작가로는 인정을 많이 받아. 왜? 데생을 포기하고 아이디어로 승부하니까! 데생을 잘 그리는 사람은 서른 전에 그림을 포기하거나 다른 쪽으로 가. 계속 해도 이런 고민을 하더라고. 데생력을 버려야 하나?

왜 그럴까? 내가 보기엔 이래. 잘 그리는 그림이라는 기준을 못 놓아서 새로움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거지. 반대쪽에 있는 사람은 잘 그리는 건 포기하거든. 대신 계속 하면서 탄력을 받지. 내 생각을 옮기는데 더 집중하지. 내게 필요한 데생력이 만들어지니까 군더더기도 없어지고 나만의 데생력, 조형감 등이 생기지. 계속 하다 보니,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림도 점점 더 좋아지고. 그러니까 생각이 중요해. 생각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시대라고.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좋은 컨셉을 정확하게 파악했을 때 확신이 생기고, 그 확신은 모든 행동의 동기가 된다. 테크닉을 하나 익히더라도 동기와 자세가 달라지는 것이다. 테크닉은 닥치는 대로 익히고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컨셉을 잘 표현하기 위해 익혀야 한다. 확신을 바탕으로 숙달할 때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p.23)


많은 사람들이 “그림 어떻게 잘 그려요?” 물어. 나는 이리 답하지. 생각부터 하라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나에 대한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그것부터 생각하라고. 요리가 안 되면 식탁 위에 올라가지 못해. 기막힌 양념간장이라도 되려면 우선 완성형이 돼야 하는 거야. 아주 작아도 어떤 요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길이야.

일러스트 전체 바닥이 어렵다는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 내가 일러스트를 시작할 때, 그 시작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어. 볼 수 있는 거라곤 외국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이 다였고, 우리나라에선 동화책의 일러스트가 전부였어. 불안한 요소? 많았지. 모든 것이 불안했지. 무조건 먹고 살자는 것만 있었어. 그렇게 일하다가 내가 재밌는 거, 선택의 갈림길에서 시작점을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며 온 거야.


색에 대한 고민이 가져온 유레카

“잘 그리는 것은 간단하다면 간단할 수 있는 일로, 강한 의지만 뒷받침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든지 손동작이 원만해지고 기교적인 툴의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숙련이나 숙달만의 문제가 아니다.”(p.24)


요즘, 마음이 편하나 긴장이 좀 느슨해졌다. 몰라서 헤매고 있는 건 아냐. 10여 년 전 이미 생각을 정리했고, 지금까지 그 생각으로 오고 있어. 나는 색을 잘 못 칠하는 사람이었어. 어떡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좋은 색을 쓸까, 고민에 고민을 했지. 조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몇 달을 고민했어.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 거야. ‘좋은 색은 뭐야?’부터 시작했지. 그러다 좋은 색을 포기했어.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고 기준이 없더라고.

즉, 좋은 색에 대한 매치를 포기한 거지. 트렌드를 포기한 거야. 좋은 색에 대한 베스트 매치를 포기하고, 색이 갖고 있는 역할을 고민했어. 변치 않는, 시대에 상관없는 기준. 그것도 두어 달 고민하다가 포기 직전 찾아냈어. 구별한다. 대상과 대상, 요소와 요소 등 모든 것을 구별한다. 구별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을 대입한 거지.

그랬더니 어땠는지 알아? 반론이 별로 없어. 딱히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구별한다는 건 색을 떠난 거야. 면과 선. 블랙과 화이트. 나만의 해석방법이 있는데, 블랙과 화이트만큼 극명하게 구별하는 게 없어. 우리가 아는 미술교육을 봐. 어둠을 많이 쓰지 말라고 주입해왔는데, 보면 반이 블랙이야. 그런데 어둡지 않아. 블랙과 화이트의 명도 차가 커서 시원함을 주는 거지. 그때부터 나는 색이 두렵지 않게 됐어. 유레카~! 빙고~!

나는 색을 포기한 거야. 구별만 잘하면 되는데, 명도 위주로 판단을 한 거지. 세련되고 극명하게 그리고 싶으면 서로 먼 색을 쓰기로 했어. 분위기나 그윽함 있을 때는 그 간격이 가까워지고, 세련되거나 사람들 시선을 잡으려면 명쾌해야 하는데, 그땐 간극을 크게 한다는 것. 예술이라고 생각하면 반론의 여지가 많지만, 상업미술에선 이만한 베스트도 없다고 생각했어. 아이러니하게 사람들이 색을 잘 쓴다고 하더라. 하하. 나는 명도만 잡고 색을 버렸는데 말이야. 참, 희한한 일이지?

옛날에 흑백을 바꿔도 무너지지 않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걸 몸으로 느낀 거야. 책보고 익힌 것은 잊히지만, 몸으로 느낀 것은 그렇지 않아. 그림은 계산할 수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 그림은 계산이 돼. 자기 그림은 자기도 평가해야 해. ‘왜 못 그린 그림이 됐지?’ 생각하고, 잘 그리면 ‘왜 잘 그렸지?’ 생각해야 해.


콘셉트, 그림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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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걸 15년을 했어. 콘셉트가 좋으면 대부분 그림이 좋아. 생각을 해야 해. 그런데 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못 버려. 이걸 버릴 때는 엄청난 사람인데, 여태 딱 한 사람을 봤어. 이 사람, 몇 년 뒤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더라. 특이한 경우지. 바뀐 건 어떤 이유든 있기 마련이고.

기막힌 재료부터 모든 것이 다 돼도 시작할 때부터 왜 테크닉을 배우냐면 내게 확실히 가져갈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에 그래. 하나라도 우선 채우려고 하는 거지. 이렇게 가다가 돌아가는 사람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확률은 높지 않아.

거듭 강조할게. 모든 장르는 생각의 문제야. 생각을 하면 명쾌해져. 생각하는 의지의 문제야. 그림 그리는 사람이 순수하다는데, 꼭 그렇진 않고, 순진해. 그런데 상업(성)이 그것을 이용해 먹어. 우리가 아는 유명 작가들은 다 잘 먹고 잘 살았어. 그런데 우리 머리엔 고흐나 고갱이 들어있는 거지. 하하.

슬슬 마무리를 할게. 예술가란 없다고 하자. 대신 창작자라고 하자고. 당신의 생각을 옮기는 것이 새로움의 하나야. 남들이 안 쓰는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 감정 하나를 내놔도 창작이야. 15년 전, 나도 진짜 작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런데, 진짜 작가는 뭐야? 좋은 그림이야? 잘 그린 그림이야? 나는 생각이 바뀐 것을 솔직히 표현하면 작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요리사가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고, 헤어디자이너가 새로운 헤어를 고민하는 순간, 그들은 작가라고 생각해.

생각을 하면 많은 것이 심플해져. 복잡하게 생각을 왜 하냐고 그러는데, 그렇지 않아. 어떻게, 왜, 라고 생각하면 ‘나’라는 존재가 남아. 나는 전문용어를 모르나 누구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어. 생각을 하는 것에서 모든 것은 시작하는 법이야.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노 젓는 배를 몰아야 한다고 칩시다. 목표는 없는 뱃사공은 아무리 노를 잘 젓는다 해도 무턱대고 노부터 움직이려 하기 때문에 제자리를 빙빙 돌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밤하늘의 특정한 별을 향해 노를 저어 가는 것, 이것은 특정한 목표를 가진 사람의 행동입니다. 누가 목적지에 먼저 도착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확연하죠.”(p.24)



Q&A

채널예스

질문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답변

재밌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지금 준비하는 것도 있는데, 일단 2년 동안 고민하면서 머리로는 더 명쾌해졌다. 개념미술 안에서 내가 개념을 가져갈 수 있는 게 생겨서 좋다. 이전에는 감성과 테크닉이 주였다면, 다른 분야에서 개념미술에 대한 것을 해보고 싶다. 그것도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그림으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었다. 하나만 하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지금도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하고 있다. 돈은 그 다음 문제다. 물론 현실은 유지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데, 계속 다른 쪽을 함께 간다. 이게 자연스럽게 바뀌기도 하고,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전과는 또 달라진다.

질문

100장 그려서 1~2장 건진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자료수집에 한계가 있더라

답변

자료수집, 하지 마라. 머리에서 대략 이런 느낌이라고 잡으면, 거기에 필요하다 싶은 자료만 구해라. 용을 그린다고 하면 실루엣을 구상하고, 찾은 자료는 참고만 해라. 사람들은 대개 그림 자료를 찾는데, 나는 그림을 안 본다. 도움이 안 된다. 나보다 못 그린 그림에서 자만심을, 잘 그린 그림을 보면 상처 받거든. (웃음)

나는 차라리 디자인, 인테리어, 도예 등에 대한 서적을 본다. 같은 장르보다 다른 장르의 느낌을 내 작품에 가져오는 희열이 더 크다. 재료가 다를 뿐 같은 창작이라고 느낀다. 재밌는 건,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새로움을 도입한 창작자지, 카피한 작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른 장르의 것을 가져오는 사람이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이고, 레벨이 올라간다. 그렇게 칭찬을 받으면 존재감에 대한 확인을 받는다. 나, 태어나길 잘했나봐. (웃음) 그러면 건강해진다. 인정받으니까. 인정받고 칭찬 받으면 대의명분이 생긴다. 이쪽 분야, 알고 보면 체력전이다.

질문

경쟁할만한 그림이 있나?

답변

없다. 있으면 안 되지. (웃음) 건방진 얘기가 아니라, 안 보고 싶다.

질문

생각하다가 답이 안 나오면 포기하고 싶어지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나?

답변

이게 지겨워지면 다른 생각도 한다. (웃음) 재밌으려고 시작해서 고민도 그 과정의 하나라고 본다. 생각을 조금만 달리해보면 그걸 고민하는 게 내가 하는 일이지.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단어를 그냥 쓰지 않는다. 가령, 고독한 그림과 외로운 그림이 다르다.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잘못 캐치해서 산으로 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 명확하게 그린다. 종합선물세트는 개성이 아니다.

질문

생각하고 그리라고 했는데, 생각을 하다 보면 한계를 느껴서 갇히는 순간도 있다. 그런 순간 어떻게 하나?

답변

나는 그냥 논다. 혹은 다른 것을 한다. 잘 그리고 싶다는 것이 고민의 초점이 아니다. 어떻게, 왜, 가 중요하다. 나는 난초도 못 그리는 동양화 전공이다. 배운 게 없는데 전공이라고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거지. (웃음) 처음에는 힘이 든다. 고민하는 것도. 고민하다보면 알게 된다. 고민도 습관이다. 나이 여부와 상관없이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해보고, 어느 시점인지가 중요하다. 경험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이걸 그리는 게 재밌어? 하면서 작은 것에서부터 답을 찾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더 크고 말도 안 되는 고민을 하지만, 그게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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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일러스트 잠산 저/대남 역 | 길벗

대한민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상징이 백남준이라면 잠산은 일러스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업성이 뛰어난 작품과 작가에 대한 모사와 벤치마킹이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일러스트레이션 업계에서 잠산은 대체 불가능한, 선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잠산은 언제나 자신의 환상을, 그리고 그 환상을 품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그림을 재료로 삼았으며, 스스로 만족할만한 성공을 거둔 잠산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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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더, 일러스트

<잠산> 저/<대남> 역22,500원(10% + 1%)

일러스트의 대가, 잠산이 알려주는 현장감 있는 일러스트 프로젝트 & 실무 이야기 대한민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상징이 백남준이라면 잠산은 일러스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업성이 뛰어난 작품과 작가에 대한 모사와 벤치마킹이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지는 일러스트레이션 업계에서 잠산은 대체 불가능한, 선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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