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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현실을 노래하다 - 1편

팝과 우리 대중음악의 저항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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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일 수 없는 세상이기에 반전, 인권, 실업, 체제비판, 남녀평등, 반핵 등 현실비판의 노래는 시대적으로 끊임이 없습니다. 비단 팝만 아니라 가요에도 저항 테마의 노래는 얼마든지 있지요.

대중음악이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적 장치 가운데 하나라면, 당연히 음악가는 현실세계를 보게 됩니다. 사랑과 이별 타령일 수만은 없지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사람은 현실의 왜곡과 부조리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현실을 노래하는 전통은 따라서 대중음악의 초기부터 존재해왔지요. 대중음악의 기초가 된 민요부터가 현실을 노래하는 민중가요 아니던가요.

흑인에 대한 린치를 고발한 1939년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의 「Strange fruit」부터 2005년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의 「B.Y.O.B」와 2006년 펄 잼(Pearl Jam)의 「World wide suicide」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일 수 없는 세상이기에 반전, 인권, 실업, 체제비판, 남녀평등, 반핵 등 현실비판의 노래는 시대적으로 끊임이 없습니다. 비단 팝만 아니라 가요에도 저항 테마의 노래는 얼마든지 있지요. 이번에는 3회에 걸쳐 팝과 우리 대중음악의 저항가요를 특집, 정리해보겠습니다.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Strange fruit」(1939)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린다 /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 남부의 따뜻한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들이 매달린 채 흔들린다 / 포플러 나무에 매달려 있는 이상한 열매들"

노랫말을 계속 보기가 힘겨울 정도다. 잔인하고 끔찍하다. '이상한 열매'는 백인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나무에 매달린 흑인들의 주검을 말한다. 1930년 토마스 쉽과 아브람 스미스가 난도질을 당하고 나무에 매달린 충격적인 사진을 접한 뉴욕의 고등학교 백인 교사 아벨 미로폴(Abele Meeropol)이 흑인 잔혹사를 1937년 루이스 앨런이라는 필명으로 한편의 시에 담았다.

이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시는 2년 뒤에 빌리 홀리데이의 낮고 비장한 목소리에 실려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왔다. 많은 논쟁이 불붙었고, 레이디 데이(Lady Day)에 대한 주류 사회의 비난과 경멸이 쏟아졌지만, 공연의 맨 마지막에는 언제나 이 곡이 자리했다. 세상은 가만히 있으면 결코 변하지 않는다.

글 / 안재필 (rocksacrifice@gmail.com)




피트 시거(Pete Seeger)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이 곡은 동유럽 국가 우크라이나 민요에 '미국 포크의 아버지' 피트 시거가 1955년에 영어 가사를 붙여서 널리 알려진 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브라더스 포(Brothers Four)와 킹스턴 트리오(Kingston Trio), 피터 폴 & 매리(Petere Paul & Mary)의 버전으로 각인된 이 노래는 전쟁터로 나간 남성들을 꽃으로 비유하고 있다.


꽃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요.
젊은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그들은 모두 군인이 되었어요.
군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그들은 모두 무덤에 묻혔어요.
무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무덤은 꽃으로 뒤덮여 있어요.

2차 세계 대전과 한국 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반에 발표된 이 곡은 곧 닥쳐올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예견한다. 낭랑한 벤조 기타 소리를 타고 유유히 흐르는 피트 시거의 담담한 목소리는 오히려 전쟁의 참상이라는 거대한 시각보다는 개인적인 비극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 작은 슬픔이 큰 비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글 /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밥 딜런(Bob Dylan) 「The times they are a-changin'」


'Come senators, congressmen, please heed the call
(국회의원들, 정치인들, 충고를 경청하라)
Don't stand in the doorway, don't block up the hall
(문을 막지 말고 홀을 봉쇄하지 말아라)
For he that gets hurt will be he who has stalled..'
(상처 입는 것은 문을 잠그는 자들이 될 것이다)


뒹구는 돌(Like a rolling stone)과 흩날리는 바람(Blowin in the wind)…. 1960년대 초반 전 세계 젊음을 저항의 띠로 엮었던 밥 딜런의 화두는 언제나 고정되고 폐쇄된 사물(死物)이 아니라 변화하는 흐름이다. 그는 섣부른 낙관이나 비관 대신 진지한 예언을 선포한다. 이 계시는 (재밌게도) 1984년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읽혀졌으며, 제목 덕에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에서 사용되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시대는 변하고 있으므로)" 밥 딜런의 말대로 이 사회와 시대는 바뀔 것이다. 우리도 변하고 있으므로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자니 캐시(Johnny Cash) 「The ballad of Ira Hayes」(1964년)


노래에 나오는 아이라 헤이즈는 인디안 출신으로 2차 세계대전 말기 태평양의 이오지마 전투에 참전한 인물이다. 전투 중 이오지마 섬의 스리바치 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아 종전을 갈망하던 미국인들의 심리를 뒤바꾼 그 전설의 사진 속 해병과 해군 6인중 한명이다.

그는 본국으로 불려가 졸지에 영웅대접을 받으며 전쟁기금 마련을 위한 국방부의 국채 판매 선전에 이용을 당한다. 하지만 쓰임새가 없어지자 그는 곧바로 버림을 받았다. 거짓 영웅화에 갈등하고 방황하던 그는 만취사고를 저질러 수차례 체포되었고 끝내 인디언 보호구역의 자기 집 근처의 도랑에서 자신의 토사물과 피에 얼굴을 파묻고 죽은 채 발견되었다.

아이라 헤이즈의 비극적 생애를 다룬 이 노래는 거짓말 환상으로 정보와 대중심리를 조작하는 비열한 체제에 대한 통렬한 일침이다. '전쟁이 터졌을 때 아이라는 지원입대를 했지/ 하지만 백인의 탐욕을 잊어버렸어.../ 아이라 헤이즈는 영웅으로 돌아왔고 전국적인 환영을 받았지/ 와인을 마시고 연설을 했고 명예훈장을 받았어/ 모든 사람들이 그와 악수했지/ 하지만 그는 단지 피마 인디언이었어/ 음식도 친구도 기회도 없었지/ 아무도 아이라가 무엇을 했는지 인디언들이 언제 춤을 추는지 신경 쓰지 않았어...'

'세례자 요한 이래로 저 거친 황야에서 우는 것 같은 목소리는 없다'고 유투의 보노가 찬사를 보낸 자니 캐시의 묵직한 저음 속에 흐르는 연민과 분노가 더욱 메시지를 비장하게 감싼다. 2006년 영화 < 앙코르 >(원제 Walk the line)로 생애가 그려질 만큼 자니 캐시가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것은 치열한 저항적 사회의식을 반영한 노래를 잇달아 발표했기 때문이다.

글 / 임진모 (jjinmoo@izm.co.kr)




배리 맥과이어(Barry McGuire) 「Eve of destruction」(1965년)


1960년대 포크 저항성의 기반은 반전과 인권운동이다. 작곡가 겸 가수 슬로언(P. F. Sloan)이 만든 이 곡 역시 월남전과 흑인차별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동양에서는 전쟁이 치열하고/ 폭력이 난무하여 총알을 장전하지/ 당신은 죽일 나이는 됐지만 투표는 하지 못해/ ... 공산 중국에 있는 그 모든 증오를 생각해봐/ 그리고 알라바마 주 셀마를 한번 둘러 봐/ 4일 동안 여기를 떠나 있을 수 있겠지만/ 돌아와 보면 변한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어...'

배리 맥과이어는 포크그룹 뉴 크리스티 민스트럴스(New Christy Minstrels)에서 우리의 '투 코리안스'가 「언덕에 올라」로 번안한 곡 「Green, green」을 부른 인물이다. 그는 솔로로 나와 '프로테스트 송'으로는 최초의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이 곡을 발표했다. 당시 가사가 너무 급진적이라서 여러 방송국들이 금지했음에도 전미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청년세대에 널리 퍼진 반전 공감대를 반증한다.

존 레논은 '밥 딜런 흉내에 그친 쓰레기'라고 비하했지만 주요 멜로디파트에서 신랄하게 통쾌하게 후려치고 뿌려대는 함성은 여전히 쾌감을 선사한다. 그 시원한 느낌은 울부짖는 배리 맥과이어의 보컬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파괴의 전야'임을 알지 못한다는 반복 가사의 설득력에서 비롯한다.

글 / 임진모 (jjinmoo@izm.co.kr)




샘 쿡 (Sam Cooke) 「A change is gonna come」(1964)


'나는 강가 근처의 작은 천막에서 태어났어요/ 그 뒤 강물처럼 계속 흐르며 살아왔죠/
오래, 오래 걸리겠지만/ 변화가 찾아오리란 걸 알아요/ 그래요 꼭 올 거예요/ 사는 게 고되고 힘들지만 죽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저 하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정말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변화가 찾아오리란 걸 알아요/ 내 말이 맞아요, 꼭 올 거예요'


어제는 「You send me」, 「Cupid」, 「Twistin' the night away」 등과 같은 대중 친화적 사랑노래를 불렀던 그가 오늘은 무엇 때문에 인종 차별을 부르짖는가. 그리고 왜 아직 까지도 미국의 흑인들은 이 노래를 사랑하는가. 시발점은 밥 딜런의 1963년 명곡 「Blowin' in the wind」다. 하얀 피부로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언급했던 '대중음악의 정신혁명가'의 획기적인 트랙에 감동을 받아 너무도 유려한 답가를 만들었다. 단숨에 1960년대 미국 흑인 평등권 운동의 주제가로 승격했다.

여기에는 치유할 수 없는 상흔(傷痕)이 깔려있다. 18개월 된 아들 빈센트의 익사는 그에게 고뇌하는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게 도와주었으며, 'White only' 호텔에 묵으려 했을 때 검은 피부라는 이유만으로 '치안방해죄'로 즉시 체포, 치욕적인 수모를 겪었던 경험은 유명인임에도 차별을 감수해야만 했던 유순한 대중 아티스트의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했다. 투어 버스 안에서 곡을 써내려가기 시작해 1963년에 녹음되었으나 그 다음해인 1964년, 의문투성이인 총격으로 비극적 죽음을 맞이했던 그의 사망 직 후 발표된 곡이다.

글 /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빅토르 하라(Victor Jara) 「Venceremos」(우리는 승리하리라)(1970)


1970년 칠레 사회주의 세력들이 통합한 '인민연합'의 대통령 후보로 추대된 살바토레 아옌데의 선거 캠페인 송으로 만들어진 작품. 민중 음악 작곡가인 세르히오 오르테가(Sergio Ortega)가 작곡한 노래는 현재 칠레의 '비공식 국가' 반열에 올라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민중 음악 운동인 '누에바 깐시온(Nueva Cancion)'을 대표하는 가수 빅토르 하라는 이 곡을 부르며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1973년 9월 11일 피노체트 군부 세력의 쿠데타로 인해 사회주의 정권은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군부에 의해 체포된 빅토르 하라는 갖은 고문을 받으면서도 동료 수감자들과 함께 “우리는 죽음에 맞서 / 결코 조국을 저버리지 않으리 / 우리는 승리하리라 / 우리는 승리하리라”를 함께 외치며 민중의 단결을 촉구했다. 1975년 헬비오 소토 감독의 영화 <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Il Pleut Sur Santiago) >는 군부 쿠데타 장면과 'Venceremos'를 부르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빅토르 하라의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글 / 안재필 (rocksacrifice@gmail.com)




트리오 로스 판쵸스(Trio Los Panchos) 「La cucaracha」(바퀴벌레)


우리나라에서는 "병정들이 전진한다 / 이 마을 저 마을 지나"로 시작되는 흥겨운 동요정도로 알려진 이 곡은 사실 1910년부터 십년 가까이 진행되었던 멕시코 혁명 당시에 널리 불렸던 혁명가다. 15세기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구전민요로, 스페인 식민지 시절 유입되었지만, 멕시코 혁명 때 가사가 바뀌며 민중들의 노래로 거듭났다.

“어떤 것이 나에게 미소를 가져다주네 / 그것은 바로 셔츠를 입지 않은 판쵸 비야 / 이미 까란사의 군대들은 가버렸네 / 판쵸 비야의 군대들이 오고 있기 때문에"

이 노래의 주인공이기도 한 판쵸 비야는 멕시코 혁명시절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인물. 비야는 당시 대지주가 멕시코 토지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불평등한 시스템을 타파하고자 농민들과 함께 농기구 대신 총을 들었다. 그는 1%의 기득권과 싸우면서 99%의 동지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술을 마시되 취하지 말고, 사랑을 하되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부자들 것만 훔쳐라"

글 / 안재필 (rocksacrifice@gmail.com)




제임스 브라운 (James Brown) 「Say it loud-I'm black and I'm proud」(1968)


'나: Say it loud! / 너: I'm black and I'm proud!/
나: 목청 높여 외쳐봐!/ 너: 나는 흑인임이 자랑스럽다!'


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르치자.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동요처럼 만들어서 누구든 접할 수 있도록. 성장해가는 흑인 아이들이 이 음악을 들으며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미국 내 흑인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흑인 권리 신장을 위해. 흥이 솟구치는 펑키(funky)리듬, 묻고 답하는 형태(call and response)의 후렴구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강력했다!

1968년에 Pt.1과 Pt.2로 나뉘어 발표됐다. 흑인 공민권운동을 대변한 소울 대부(godfather of soul)라는 소명의식의 발로였다. 제임스 브라운의 대표곡이자 1960년대 블랙파워의 찬가!

글 /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도노반(Donovan) 「Universal soldier」(1965)


총을 버리라.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힘은 바로 당신이 총을 내려놓는 순간 나온다. 의로운 전쟁이란 없다. 당신을 전쟁터로 내모는 국가와 종교, 이데올로기 모두 지배자의 권력욕을 실현하기 위한 고상한 명분일 뿐이다. 모든 형태의 폭력에 반대하는 민중의 각성만이 무의미한 살육을 중지할 수 있다.

But without him,
How would Hitler have condemned him at Dachau?
Without him Caesar would have stood alone,

(전쟁에 동조한) 당신이 없었다면
어떻게 히틀러가 다카우 수용소에서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겠어요?
(전쟁에 동조한) 당신이 없었다면
시저도 홀로 설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기타의 멜로디는 차분히 흘러가지만 이 곡은 강건한 선동가다. 단순히 지도자를 향해 베트남전의 부당함을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와 같은 이웃들에게 가사의 울림을 전파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을 종식시킨 거대한 물결은 이처럼 조용하고 개인적인 거부에서 시작했다.

인디언 출신 여성 음악가 버피 세인트 마리(Buffy Sainte-Marie)가 쓴 곡으로(그녀는 영화 <사관과 신사>의 주제가 「Up where we belong」도 공동작곡했다) 도노반에 의해 널리 알려졌지만 동시에 버피 세인트 마리의 존재감을 주류음악계에 회자시키는데도 기여했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 「Don't call me nigger, whitey」(1969)


빌리 홀리데이가 1939년 「Strange fruit」을 통해 흑백의 인종 차별 문제를 통렬하게 고발했지만, 30년이 지난 뒤에도 상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활동했던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은 혼돈의 사이키델릭을 통해 불평등한 인종문제를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검둥이라고 부르지마, 흰둥이들아 / 흰둥이라고 부르지마, 검둥이들아”가 노랫말의 전부이지만, 그 여진은 캘리포니아를 넘어 미 대륙을 뒤흔들었다. 1971년 작품 < There's A Riot Goin' On >과 함께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 Stand! >수록곡.

글 / 안재필 (rocksacrifice@gmail.com)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 「Who'll stop the rain」


제목이 비를 연상해서 인지 CCR의 「Who'll stop the rain」은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올드 타임 리퀘스트다. 경쾌한 고고리듬이 내리는 빗방울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베트남 전쟁이 사회적 큰 반향을 일으키던 1970년대 발표한 반전, 반정부 테마곡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50년 전하고 비교해 보아도 우리의 삶의 질은 놀랍도록 발전했다. 그리고 냉전의 시대를 거쳐 전쟁이 없는 시대가 도래 했다고 믿었지만 아직도 그 참혹함은 우리를 적시고 있다. 누가 이 비를 그칠 것인가.

글 / 이건수 (Buythewayman@hanmail.net)




비올레따 빠라(Violetra Parra) 「Gracias a la vida(삶에 감사합니다)」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내게 이처럼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 Me ha dado la risa y me ha dado el llanto (삶은 내게 웃음과 눈물을 주어) /
Asi y distingo dicha de quebranto (슬픔과 행복을 구별하게 함으로써 내 노래와) /
Los dos materiales que forman mi canto (여러분의 노래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해 주었죠)


1970년에 들어서며 중남미 전역으로 퍼졌던 누에바 깐시온(Nueva Cancion) 운동은 자신들의 뿌리를 찾음과 동시에 자유를 돌려받자는 범국민적 항변이었다. 그 중에서도 비올레따 빠라가 살아생전에 남긴 이 노래는 칠레 땅에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의 군부독재로 인해 상처받은 민중의 치유제 역할을 도맡았다.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에서 추방당해 망명생활을 하던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가 몰래 귀국해 눈물과 함께 숨죽여 불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라틴 아메리카의 아이들은 이 곡과 함께 노래를 시작하고, 기타를 배우고, 공연을 한다. 「Gracias a la vida」는 더 이상 한 나라의 소리만을 상징하지 않는다. 대륙 전체의 삶을 관통하는 영구한 공통언어다.

글 / 황선업 (sunup.and.down16@gmail.com)




에드윈 스타(Edwin Starr) 「War」


전쟁, 무엇에 쓸모가 있지?
아무것도 없어.
전쟁은 모든 인류의 적이야.
전쟁은 많은 젊은이들의 꿈을 부수고, 그들을 불구로 만들고, 지독하고 치사하게 만들지.


「War」 만큼 직접적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곡은 없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0년, 직설적인 화법으로 노래한 「War」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한 것이 불안할 정도로 메시지는 급진적이고 간단명료하다. 전쟁은 쓸데없다는 것.

「My girl」로 유명한 보컬 그룹 템테이션(Temptations)의 오리지널이 실패하자 이 곡을 작곡한 노만 휫필드(Norman Whitfield)와 바레트 스트롱(Barrett Strong)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만큼 선동적인 보컬을 가진 소울 싱어 에드윈 스타에게 「War」를 부르게 했다. 전 세계에 분쟁이 없어지지 않는 한 「War」는 배리 맥과이어(Barry McGuire)의 「Eve of destruction」과 함께 위대한 반전 노래라는 위치는 불변일 것이다.

글 /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마빈 게이(Marvin Gaye) 「What's going on」


1970년, 자동차를 타고 가던 모타운의 대표 그룹 포 탑스(Four Tops)의 멤버 레날도 '오비' 벤슨(Renaldo 'Obie' Benson)은 경찰이 거리에서 반전 시위를 하던 사람들을 과잉 진압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아 「Picket lines, picket signs」라는 노래를 구상했다. 며칠 후, 레날도 '오비' 벤슨은 함께 골프를 치던 모타운 동료 마빈 게이에게 자신이 본 이 충격적인 장면을 얘기했고 마빈 게이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친동생 프랭키 게이가 경험한 전쟁터의 잔혹한 이야기를 벤슨과 공유했다. 그리고 마빈 게이는 로날드 '오비' 벤슨이 이미 만들어 놓은 「Picket lines, picket signs」라는 노래를 함께 발전시켰다. 「What's going on?」의 탄생이다.

어머니, 어머니.
너무나 많은 그대들이 울고 있어요.
형제여, 형제여, 형제여
너무나 많은 그대들이 죽고 있어요.
아버지, 아버지.
싸움을 확대시킬 필요는 없어요.
전쟁은 정답이 아니에요.
사랑만이 증오를 없앨 수 있죠.
해결책을 찾아야 해요.


1970년 3월 16일, 최고의 친구이자 음악 동료인 태미 테럴(Tammi Terrell)의 죽음은 마빈 게이에게 큰 충격이었다. 음악계를 떠나 미식축구 선수를 하려고 매일 아침에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그에게 로날드 '오비' 벤슨과의 대화는 그가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인도한 가이딩 라이트였다. 그와 동시에 달달한 러브송을 벗어나 사회적인 문제도 다룰 수 있는 자주권도 획득했으니 「What's going on?」은 마빈 게이의 시그니처 송이 되는 건 당연했다.

글 /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다음에는 2편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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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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