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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라디오헤드가 내한을 한다고? - The Bends (1995)

명반 릴레이의 시작, 라디오헤드(Radio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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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음악 팬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 라디오헤드가 올 여름 있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 선다는 소식 때문인데요, 라디오헤드는 국내에서도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내한공연은 처음 있는 일이라 더 관심을 불러 모으는 것 같습니다. 그룹의 내한 소식에 맞춰 이들의 명반 릴레이의 시작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앨범 <The Bends>를 소개합니다.

뭐? 라디오헤드가 내한을 한다고? - 명반 릴레이의 시작, 라디오헤드(Radiohead) <The Bends> (1995)

최근, 음악 팬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 라디오헤드가 올 여름 있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에 선다는 소식 때문인데요, 라디오헤드는 국내에서도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내한공연은 처음 있는 일이라 더 관심을 불러 모으는 것 같습니다. 그룹의 내한 소식에 맞춰 이들의 명반 릴레이의 시작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앨범 <The Bends>를 소개합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숨 막히게 내달린 라디오헤드는 내내 기발한 아이디어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맘껏 팬들을 유린(?)해왔다. “록 밴드는 록 음악을 해야 된다”는 고정 틀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변화와 변신으로 록의 벌판을 거침없이 내달린 것이다.

 

 

말 그대로, 록 전통을 완전히 뒤로 물린 곡의 구성력과 사이버 분위기를 실험한 독창적 '소리풍경'은 어느 록 밴드도 감히 모방하지 못할 도전이었고, 한편으로는 위험이었다. 그들은 전성기의 비틀스가 그랬듯 음반작업의 키워드인 '실험'으로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기 위해 그들이 필수적으로 단행해야 작업은 그들에게 따라붙었던 「Creep」이라는 이름의 유령을 퇴치하는 것이었다. 그 곡의 폭발력이 얼마나 거셌던지, 다수 팬들의 라디오헤드에 대한 기대는 한결 같았다. “그들이 항상 「Creep」같은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다음에도 「Creep」과 비슷한 스타일을 들고 나올 거야!” 싱글 하나가 밴드의 정체성을 규정했을 만큼 그 곡은 밴드의 진보를 가로막을 수도 있었던 족쇄였던 것이다.

 

훗날 멤버들은 그런 팬들의 고정된 눈길이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우린 가장 싫어하는 곡이 바로 「Creep」이다!” 라디오헤드는 자신들을 얽맨 그 미운(?) 곡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이를테면 '소포모어 징크스'를 그 누구보다도 살 떨리게 강요받았던 셈이다.

 

팝을 듣는 음악인구 모두가 열광했고, 그들은 대놓고 다음 작품도 그와 엇비슷한 노래이길 바랬다. 그리하여 일부 언론에서는 「Creep」 한 곡의 반짝 히트로 그냥 끝나버릴 밴드로 '원 히트 원더'로 치부하기도 했다. 혜성 같은 출현에 별똥 같은 추락? 하지만 라디오헤드는 그런 멍에를 영리하게 극복했다. 2집 징크스를 도리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발상의 대전환으로 도약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밴드는 얼터너티브 전성시대가 서서히 수그러들 시점에 얼터너티브 록 패턴에 함몰되지 않고, 이전보다 세련되고 진일보한 소포모어 앨범 < The Bends >(1995)를 내놓는다. 라디오헤드가 지금의 최강그룹 위치로 솟아오를 수 있었던 건 「Creep」으로부터 완전 탈출한 이 앨범을 통해서였다.

 

2집은 1993년의 전작 < Pablo Honey >에 비해 확실히 사운드의 깊이와 짜임새, 멤버들의 열정이 한데 농축된 결과물이었다. 비록 「Creep」을 압도할만한 싱글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음반은 영국 차트에서 「high & dry」, 「fake plastic trees」, 「just」, 「My iron lung」과 「Street spirit」 같은 무려 5개의 준(準)히트 싱글을 배출했다. '벌 떼 공격'을 통한 「Creep」 진지의 격파? 이것만으로도 「Creep」 단 한 곡만이 우뚝 섰던 1집과는 양적(그리고 질적)인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 값진 승리였다.

 

앨범의 프로듀서로는 스톤 로지스(Stone Roses)의 1989년 셀프 타이틀 데뷔작과 버브(The Verve)의 < A Storm in Heaven >(1993) 등을 제작했던 존 렉키(John Leckie)가 맡아 밴드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감각적인 사운드를 뽑아냈다. 무엇보다 강렬한 얼터너티브 사운드와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어쿠스틱함의 절묘한 조화가 일품이었다.

 

앨범이 발표된 바로 직후에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가끔은 포키(folky)하고 가끔은 로키(rocky)한 이 영국 밴드의 소포모어 앨범은 기타 운치의 다채로움을 제공한다.”며 맛깔스러운 이들의 신제품을 극찬했다.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록 사운드를 전개한 「Just」나 1994년 EP앨범의 타이틀 트랙으로 미리 소개됐던 「My iron lung」 등 하드한 노이즈 기타톤을 앞세운 거센 곡들도 좋았지만, 국내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fake plastic trees」, 「Nice dream」과 「Street spirit」, 「Bullet proof...I wish I was」 등의 감성적인 차분한 곡들에서 앨범은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는데 결코 지루하지 않은 앨범이다. 멜로디라인이 수려한 곡들도 좋았지만 강약이 적절히 조절된 앨범의 짜임새가 팬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우울한 감수성을 개성으로 살려낸 밴드의 프론트맨 톰 요크(Thom Yorke) 특유의 팔세토 보이스와 그린우드(Greenwood) 형제의 절제된 사운드 메커니즘 역시 유기적인 조화를 선사했다.

 

이 앨범으로 라디오헤드가 선전할 당시 오아시스와 블러로 대변된 브릿팝의 열기는 대단했다. 1995년 브릿 어워드는 블러(Blur)의 차지였다. '최우수 그룹'과 '최우수 앨범' 모두 블러의 < Parklife > 몫이었다. 이듬해도 양상은 같아 그들의 라이벌이었던 오아시스(Oasis)가 2집 <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로 주요부문을 석권했다. 그때만 해도 라디오헤드는 브릿팝 '쌍두마차'에 한수 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세는 곧바로 뒤바뀌었다. '역전에 산다'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2002년 『롤링스톤』지 독자선정 '베스트 톱 100앨범'에 이 라디오헤드의 2집은 17위를 기록했다. 상위권을 점한 대부분의 앨범이 기라성 같은 노장 스타의 음반인 점을 고려하면, 너바나를 제외하고 펄 잼(Pearl Jam)과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를 비롯한 동시대 밴드를 모두 따돌린 것이었다. 물론 영국의 경쟁그룹들 오아시스와 블러도 라디오헤드 앞에 굴복했다.

 

라디오헤드 팬들은 다음 작품 < OK Computer >를 제쳐놓고 이 앨범을 라디오헤드의 최고 작품으로 꼽는다. 단적으로 '록 밴드다운 음악을 했다'는 것이다. 멜로디 또한 귀에 잘 들어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이후의 실험적인 밴드 쪽으로의 변화는 정통 록을 좋아하는 록 팬들과 라디오헤드 절개 파들에게는 일정부분 반감의 요소로 작용했다.

 

음반이 발표되고 난 뒤 그 해 영국의 음악 전문지들은 앨범의 진가를 미리 점쳤다. 『멜로디 메이커』지는 연말 결산에서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이 앨범을 6위에 올려놓았다. 그런가 하면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지가 선정, '올해의 톱50 앨범'에 당당 4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1999년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은 주저 없이 '반드시 들어야 할 90년대의 록 앨범'으로 이 음반을 꼽았다. 이 앨범은 2000년 『큐』 매거진이 선정한 '위대한 영국 앨범 100선'에도 35위에 올랐다. 다수의 음악전문지를 통해서 90년대를 관통한 주요 록 리스트에 항상 상위권을 점했던 것이다. 시대가 흐를수록 앨범의 평가가 더 좋아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세기말을 거쳐 21세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밴드를 바라보는 영국 언론들은 한결같이 찬사 일색이다. '비틀스 다음은 라디오헤드'라는 명예로운 수식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이러한 사실은 2000년 '버진(Virgin) 올타임 톱1000앨범'의 조사 결과가 증명한다. 1위를 차지한 비틀스의 < Revolver >(1966)에 뒤이어 이들의 2집 < The Bends >가 2위를, < OK Cumputer >가 4위를 차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3위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와 5위 < Abbey Road >가 비틀스 난공불락의 명작임을 감안하면 비틀스 이후 최고밴드는 라디오헤드임이 공인된 셈이다.

 

라디오헤드는 다음에 공개된 3집 < OK Computer >(1997)를 내놓으며 음악적 절정기를 맞는다. 그 앨범의 용틀임은 단지 그 음반이 독립적으로 창출한 성과가 아니라 바로 그 전의 이 앨범에 의해 그룹 파괴력이 축적된 결과이기도 했다. 명반 앞의 명반. 먼저 라디오헤드 팬들의 가슴을 헤집어놓았다는 점에서도 이 앨범은 독야청청 슈퍼베스트의 위상을 휘날린다.

 

글/ 임진모 (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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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진모(대중문화평론가)

학력
고려대학교 사회학 학사

수상
2011년 제5회 다산대상 문화예술 부문 대상
2006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공로상

경력
2011.06~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영상물 등급위원회 공연심의위원
내외경제신문 기자

음악웹진 이즘(www.izm.co.kr)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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