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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인의 몸을 보듯 눈에 촉수를 달아라 -『다, 그림이다』 손철주·이주은

동양화와 서양화, 어떻게 하면 잘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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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 궁금하다. 그림,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 알고 싶고, 제대로 된 감상을 하고 싶다. 이에 손철주와 이주은이 동양화와 서양화를 놓고, 각자의 일리를 풀어냈다. 예스24에서 연재를 했다.

많은 사람들, 궁금하다. 그림,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 알고 싶고, 제대로 된 감상을 하고 싶다. 이에 손철주와 이주은이 동양화와 서양화를 놓고, 각자의 일리를 풀어냈다. 예스24에서 연재를 했다. <손철주 이주은의 만났고, 그래서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 연재는, 겨울이 들어설 즈음, 『다, 그림이다』라는 책으로 묶였다. 독자들, 반응 좋다.

그래서 지난 9일, 서울 홍대부근의 상상마당. 『다, 그림이다』의 공저자, 손철주, 이주은이 ‘향긋한 북살롱’을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그리고 풀었다. 그림에 대해, 풍류에 대해, 삶에 대해. 책에 서문을 쓴 소설가 김훈도 깜짝 게스트로 함께 했다. 그림 좋았던 이날의 풍경을 따라가 보자.



손철주*이주은, 그림을 말하다

공저다 보니, 방식이 독특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 형식을 누가 먼저 제안했나?

(손철주, 이하 주) 동양미술과 서양미술이 만났는데, 에디터와 이주은 교수 사이에 모종의 음모(?)가 있었고, 나는 거기에 체포됐다. (웃음) 즐거운 체포였다. 날 끼워줘서. 속으론 0.1초 주저함이 없었다. 마지못해 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흥겹고 고마웠다. 책이 나오고 대차대조표를 보면, 내가 더 좋은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젊은 여성들을 많이 만난다. (웃음)


(이주은, 이하 은) 공저를 생각했고 내가 서양미술을 쓰고 다른 사림이 함께 쓰면 좋을 거라고 했더니, 편집자가 손철주 선생을 얘기하더라. 편집자에게 그분이 나랑 하겠느냐고 그랬는데, 협박을 하고 꼬드기고, (웃음) 한참 후에 승낙을 하셨다.

예스24에 연재했다. 연재 때와 달리 ‘다 그림이다’로 제목을 바꿨는데, 제목이 마음에 드나?

(은) 장난스럽게 나온 제목이다. 허무하다 생각하면 허무한데, 많은 걸 담고 있는 제목이다.

(주) 제목에 대해 처음 말하는데, ‘다 그림이다’과 ‘그림이 다다’ 2개를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 회고조가 되고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돌아보면, 슬픈 일과 좋은 일이 엇갈린다. 당나라 시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다 그림이다’라는 것을 따 왔다.

깜짝 게스트로, 『다, 그림이다』의 서문을 쓴 소설가 김훈이 등장했다. 서문에 대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는 그는, 중간중간 이야기를 풀었다.

어려웠던 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고, 꼭 하고 싶어서 할애한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주) 특별히 어려운 적은 없었다. 그림의 소제목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로 시작했다. 다만 좀 더 길게 쓸 수 있고, 쓰고 싶었는데, 욕망을 자제해서 서운한 꼭지는 있다. ‘노는 남녀들의 수작’(p.221)이 그렇다. 나보고 평생 한 가지 일에 매진하라고 한다면, 음풍농월이다. 남은 여생을 음풍농월하면서 보내고자 한다. (웃음)

(김훈, 이하 훈) 음풍농월을 생산해내는 게 중요하다. 그걸 생산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음풍농월을 반복하는 건 쉬운 일이다. 음풍보다 농월이 훨씬 어렵다. 음풍은 시간을 갖고 노는 것이나 농월은 정말 어렵다. 음풍농월을 생산해내는 경지로 나가길 바란다.

(은) 손 선생이 먼저 쓰고 내가 답을 하는 형식으로 썼다. 먼저 쓰신 분의 고민도 있겠지만, 따라가는 사람도 맞춰 써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고민이 있었다. 편지 쓰면서 연애를 해보질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옛날에 편지 쓰면서 연애 해볼 걸 하는 생각을 했다. (웃음) 다른 사람 이야길 듣고 쓰는 게 그게 습관이 안 돼서 그게 좀 어려웠다.

나이와 관련한 주제에 공감한 의견이 많았다. 특히 손 선생은 오늘의 내 나이가 떳떳하다고 마무리를 했다. 독자들에게 진정성이나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나 싶다.

(주) 나이에 대해 많이 생각할 지점에 도달해 있다. 내가 가진 나이에 대한 생각은 김훈 선생의 생각에 크게 빚지고 있다. 내 표현의 오리지널리티가 김훈의 생각과 글에서 나왔다. 특히 늙음과 낡음에 대한 이야기는 김훈 에세이에 있다. 나는 주석을 단 것에 불과하다.

다만, 우리는 생로병사라고 하는데, 삶속에 그게 다 섞여있다고 본다. 나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편안하고 좋다. 나이 들면서 시력이 약해져서 젊은 사람이 보는 것보다 적게 본다. 듣는 것도 그렇다. 가는 귀가 먹어서. 이게 좋다. 세월과 나이가 주는 섭리라는 생각한다. 덜 보이고 덜 들리는 것이 이 나이에 얼마나 편안하고, 그 일이 당연지사인 것처럼 느껴지는지. 이런 것을 느끼는 자신이 무척 편안해진다.


(훈) 늙으면 늙은이의 삶을 가져야 한다. 나는 젊음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엊그제 문상을 가서 염하는 것을 봤다. 죽었는데, 자기가 죽었는지 모르는 것 같더라. 산자들은 자기가 죽을지 모른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갔다. 사람은 모르고 살다가 끝장이 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것을 알아가는 게 늙음이 아닌가 싶다. 나한테도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데, 여러분한테도 금방 바싹 다가올 것이다. 그거, 금방이다, 금방.

‘어머니, 엄마’라는 주제도, 독자들이 좋아한다. 어떤 마음으로 썼고, 딸에게 어떤 엄마인가?

(은) 뜨금. (웃음) 딸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는 생각은 많이 하는데, 좋은 엄마인 것 같진 않고, (딸에게) 고맙다. 딸이 기적 같다. 나한테 이런 딸도 있구나, 생각하면 행복할 때가 있다. 엄마한테는 좋은 딸이 아닌 것 같다. 사랑하나, 효에 대해선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책에 효에 대해선 빼자고 했다. 삼강오륜, 이런 건 굉장히 과장된 것 같다. 『심청전』도 그렇다. 아버지 눈을 뜨게 하겠다고 소중한 목숨을 공양미 삼백 석에 팔다니. 그래서 내 딸에겐 금서다. 휴머니즘 차원에서 절대 읽으면 안 된다. 딸에겐 효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사랑만 생각하라고 했다. 책엔 효 대신 엄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넣자고 했다.

상대에게 보내면서 이 그림은 나와 같은 마음으로 봤으면 하고 소개한 그림이 있다면?

(주) 옛 그림에 대해 내가 감상하고 해설하는 방향으로 이주은 교수를 강제로 끌고 간 느낌이 있다. 귀하도 수긍해, 이런 느낌으로 쓴 것이 있었다. 이 교수에게 그리했지만, 독자에게 강요한 측면도 있을 거다. 그건 좋지 않다. 감상은 필연적으로 오독과 편협에 빠질 수밖에 없다. 화가가 생각하는 그림을 그린 이유에 초점을 두면 안 된다. 화가조차도 자신이 생각한 것을 100% 재현하지 못한다. 그림은 태어날 때부터 오독의 운명을 타고 난다.

또 감상은 무조건 편애다. 미술에서는 ‘목적 외 전용’에 대한 처벌법이 없다. 감상이란 오독과 편애의 운명을 타고 난다. 감상은 원리나 보편적 진리를 찾는 게 아니다. 내게서 창의될 수 있는 일리를 찾는 행위가 감상이다. 그림에서 원리를 찾으려하지 말고 일리, 자기에게 참이 되는 것을 찾아라.




(은) 내가 제일 처음 띄운 게 앤드루 와이어스의 「결혼」이다. 그림을 보면 창문이 열려있다. 옛 추억을 밤새 이야기하다가 창문을 열어놓고 잤다. 그런 좋은 의미로 읽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죽음과도 같은 느낌도 난다. 잠깐 사랑하고 평생을 죽음처럼 살아야 것이 결혼일지도 모른다. 이 그림을 보고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을 쓰겠다고 보냈는데, 김훈 선생도 약간 놀라면서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더라. (웃음)

(훈) 그림을 봤더니, 한 이불을 덮고 있는데, 흐트러짐이 없고 미동도 없더라. 열린 창으로는 먼 데서부터 새벽의 시간이 오고, 유리창 밖으로 ?개된 시간의 느낌을 들여다봤더니 시간이 인간을 버리고 가는 거다. 제목은 ‘결혼’이지만, 어떤 미적인 충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삶의 의미에 대해 무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가 서두에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지 알 수 없었다. 물어볼 수도 없고. (웃음)


화답으로 손 선생은 앙드레 고르의, 아내와 동반자살을 하는, 처절하고 아름다운 말로를 말한다. 「결혼」이라는 그림과 고르의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인생을 이루는 「와운」이라는 그림이다. 인생의 여러 모습 사이에 끼어 있는 열정과 소망, 좌절이나 울분, 힘, 에너지를 그렸다. 나는 「결혼」보다, 고르의 사랑보다, 「와운」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와운」은 ‘인생은 무엇이다’라는 것을 말이나 관념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 의도를 드러내지 않는 그림이다. 그래서 나는 그 그림을 좋아한다.

(은) 「결혼」이라는 그림에 대한 손 선생의 화답을 읽고 뭉클했다. 「와운」은 정적이지 않고, 삶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질 것 같고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 김 선생의 말씀을 들으니, 향후 서문에 만족할 분이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이 교수와 손철주의 남은 글쓰기가 매우 어려워질 거란 우울한 예감이 든다. (웃음) 여담으로 고르의 『D에게 보내는 편지』에 대해 말하자면, 고르는 좌파, 생태학자다. 처음 만난 여성과 평생을 살았다. 나중에 부인이 불치병에 걸렸다. 고르는 하던 일을 다 버리고, 수십 년 아내 간병에만 매달렸다.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더 견딜 수 없어서 한 날 한 시에 음독자살을 했다. 그게 프랑스와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죽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고백이 『D에게 보내는 편지』다. 추천사를 김훈 선생이 썼는데, 마지막 문장이 “아, 나는 언제 이런 사랑 한번 해보나”였다. (웃음)

(훈) 서양인들은 그것을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느끼는 모양인데, 나는 풍자와 아이러니로 그리 쓴 거다. 내가 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을 혼동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모방해서 따라할 생각 마라. 어리석은 짓이다.

(은) 나도 공감한다. 『다, 그림이다』 표지에 열일곱에 생을 마감한 작가의 그림(주. 「채터톤」, 헨리 월리스)을 넣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우리에게 좌절이 많을지라도 미리 죽음을 택하는 것은 따라하지 마세요, 라고 하고 싶었다. 지금, 살아볼 가치가 있으니까. 그런 이야길 하고 싶었다.

동양화, 서양화 감상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주) 동양화든 서양화든, 그림을 보는 눈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의 몸을 더듬은 손의 촉수처럼 눈을 굴려야 한다.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나는 늘 하는 일이다. (웃음) 주마간산으로 보면, 그림은 아무 맥락 없이 파편화된 소재에 불과하다. 마음을 실어서 그림을 샅샅이, 바닥에 있는 피의 흐름까지 더듬어 보겠다는 느낌으로 봐야 한다. 해 봐라. 그게 잘 안 되면 연애부터 해야 한다. (웃음) 그러면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


서양화와 달리 우리 옛 그림은 어느 나라의 것과도 구분되는 형식이 있다. 즉, 그림 속에 글이 있다. 그림과 글의 관계를 면밀히 살피면서 봐야 옛 그림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고 근접한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눈에 촉수를 달아라. 그게 가장 중요하다.


(은) 손 선생 말씀을 듣고 눈에 촉수를 달고 감상했는데, 그날 오후 피곤이 몰려오더라. (웃음) 그래서 나는 안 되겠구나, 사람마다 감상법이 있구나 생각했다. 나는 반복해서 보는 타입이다. 뭐든 섭렵해야 보인다.

서문에서 김훈 선생은 솔거 일화를 꺼낸다. 그 의미나, 소개한 의도가 있다면?

(훈) 미술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최초의 사유를 썼다. 솔거라는 좋은 예가 있었던 거지. 화가는 현실의 의미를 끌어안고 화폭에 들어가고, 그림을 보는 사람은 화폭을 들고 현실에 들어간다. 우리의 시선이 화폭에서 교체가 되고 있다고 보는 거지. 동양화에는 글이 있다고 했는데, 이 글은 현실이 화폭으로 들어가는 중간 정류장쯤 된다. 화폭과 세상의 중간쯤.

동양의 그림은 뜻과 정신을 그린다. 자연과 삶을 접하면서 그 정신을 화폭에 그린다. 서양화는 뜻보다는 형체와 색을 그린다. 동양은 원근법을 무시한다. 동양 그림은 인생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겹쳐 있다. 형체와 색보다는 인간의 정신을 앞세우는 마음이, 원근법을 무시하게 되는 거지. 동양화는 봐도 분석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서양화는 원근법을 맞춰서 과학적이고 인간의 현실에 맞다는 느낌이 든다. 둘 사이에는 우열의 차이는 없으나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과 사유의 방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소개하고픈 그림이 있다면?

(주) 구한말 화원을 지낸 조중묵의 그림(「눈 온 날」)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태조 이성계의 얼굴을 이 화가가 그렸다. 솔잎에 눈이 많이 내리니까, 눈이 얹힌 모습을 밤송이처럼 묘사했다. 소나무와 매화로 보이는데, 폭설이 와서 눈이 앉았다. 그림을 보면, 이 집에서 다른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없다. 다리도 없다. 눈은 내려서 적막강산이다.


은거. 숨어 사는 모습은 마땅히 저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거처하는 곳에 길이 있다면 그 길을 통해 은거하는 사람이 마을로 내려가고픈 생각도 들 거다. 그 길을 통해 누군가 올라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을 거다. 숨어사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길이 없고 다리가 없고 대문이 없고. 그래서 은거하는 자의 모습을, 그림자는 산을 벗어나지 않고 발자취조차 속세에 들여놓지 않는다고 옛 사람은 시를 읊었다. 은거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 세상사의 시시비비에 대해 말하지 않겠노라. 단지 꽃이 피고 지는 것만 바라다볼 뿐, 이것이다.


(훈) 그림은 은거, 은자라는 것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설명한다. 언어적으로 설명하는 것 같다. 내 느낌은 그림이 너무 뚱뚱해. 야위고 가파른 것이 없다. 저 추위는 더워. 덥게 느껴지는 추위다. 뚱뚱해서 그림이 떠 있는 것 같다. 이야기로서는 훌륭하다.

(주) 은자, 은둔의 삶에 대해 나는 강퍅한 정의를 내리는데, 저 그림은 수척한 그림이 돼야 한다. 그런데 저 그림은 윤기가 흐른다. 허탈하다기보다 서정적이다. 적막강산 속에서 소나무와 설중매를 고대하는 은자의 한적한 마음을 화가가 그렸을 것이다. 나는 화가가 무엇을 생각하든, 저 그림 속에 은둔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 생각을 몰아간 것이다.


(은) 내가 소개하고 싶은 건, 요셉 보이스의 오브제(「socket and lemon」)다. 레몬을 전구에 꽂아놓은 건데, 상큼하지 않나? 상큼한 맛이 들고,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뒀다. 이유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상큼하게 만끽하라고 뜻으로. (웃음)

‘시즌2’ 계획이 혹시 있나? 김훈 선생은 서문을 써 줄 용의가 있는지?

(주) 이번 책을 쓸 때 선택하지 않은, 미뤄둔 것이 많이 있다. 독자들이 원한다면 못할 리 있나. 시즌2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


(은) 예술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이다. 세상의 때가 묻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고 아름다운 것 같다. 때도 묻고 타락하고 반성하고, 그런 것이 즐거운 삶이 아닐까. 세상과 대면하는 것. 세상에 때를 묻히고 사는 것도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훈) 책에는 사사로운 얘기가 나온다. 문제가 될 만큼은 아니라고 봤다. 사사로운 정서가 있는 것도, 글 읽는 독자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책이 나오면 뭘(서문) 쓸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나도 모른다. 먼 앞날의 일을 어찌 아나.


독자들과 나눈 Q&A

미술담당기자였는데, 미술칼럼을 쓴 계기와 그림을 선정한 기준이 있다면?

(주) 미술기자를 하게 된 이유는 데스크가 하라고 해서. (웃음) 중학교 이전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그것들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거지. 또 대개 기자들은 미술담당을 안 하려고 한다. 그림은 문학과 달리 안 읽혀지니까. 자청하다시피 하게 됐고, 운 때가 좋았다. 나는 직업적으로 글을 쓰게 된 경우다.

그림을 고르는 기준은, 내게로 와서 꽃이 되는 그림이 좋다. 나의 일리로 장악이 될 수 있는 그림. 무엇이든 내가 봤을 때 꽃이 되냐, 아니냐를 따진다. 여러분도 그리 하면 된다. 천하의 미술평론가가 좋다고 해도, 나한테 아무 의미도 감흥도 없다면 안 봐도 된다.

오독을 하든 상관없다고 했는데, 독자가 멋대로 구성하면 그 텍스트를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또는, 오독을 하면, 작가와 독자 간에 교류가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은데.


(은) 미술의 정석이 있다면 그런 제목을 붙여서 팔고 싶은 생각도 있다. (웃음) 오답이라는 말을 하기 어렵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머나먼 여행을 한다. 둥둥 떠다니다가 의미가 닿을 내린다고 하는데, 여러 계기로 작품이 읽히게 된다. 이리저리 읽힌다고 해서 작가가 화낼 자격은 없다. 이렇게 읽을 수도 있고 저렇게 읽을 수도 있다. 작가의 삶과 환경을 아는 건 팁이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닻을 내리기 쉽게 만드는 거다. 둥둥 떠다니다가 닻을 내리게 만드는 것은, 작품을 보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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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 풍류객이라고 생각하는데, 풍류(風流)에 대한 이야기 듣고 싶다.

(훈) 바람 ‘풍(風)’자는 동양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글자다. 모이지 않고 흘러가는 것을 풍이라고 한다. 풍류라는 것은 바람이 흘러간다는 뜻이다. 삶의 한 순간을 틀이나 양식에 고정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출렁거리면서 흘러간다는 거다.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거다. 풍류는 퇴폐가 아니다. 풍류는 창조다. 풍류는 호랑방탕이 아니다. 호랑방탕은 잡놈이 하는 거다. 모든 순간을 어떤 틀에 묶이는 것을 거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가 풍류객이다. 아프고 숨 막히는 사람들이지. 나는 그런 풍류객이 되고 싶다. 남의 풍류를 구경한 적은 많다.

(주) 풍은 정박하는 게 아니고, 잡을 수 없는 것이다. 풍류가 대접을 받고 풍류생활을 하려면 기뻐하되 음한 데로 흐르면 안 된다. 그러면 탕아가 된다. 풍류객은 슬퍼하되 마음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 내가 생각하는 풍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사람에 빠지느니 차라리 연못에 빠져라. 사람에 빠지면, 풍류객은 도리 없는 속인의 예정된 말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은) 풍류객은 넘어서는 자 같다. 풍류객은 술과 연관되지 않더라도 뭔가 확 넘어서는 자, 세상 돌아가는 것을 넘어 볼 줄 아는 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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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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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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