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매 순간 협상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가 꾸준히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3년 전통 와튼 스쿨 최고 인기강의로 꼽히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협상코스’를 책으로 옮겼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떻게 원하는 것을 (더) 얻을 수 있는지(Getting More),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는 변호사였고,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기자였다. 기자 생활을 통해 좋은 질문을 하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45개국 각계각층의 3만 명을 대상으로 20년간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나름의 답을 찾아냈다. 심리학, 정신분석학, 통계학을 섭렵해 얻은 실질적인 데이터로 ‘협상코스’라는 강의를 하고 있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협상론은 우선,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경쟁자를 이기고, 반대의견을 물리치고, 문화적 특성에 맞추어 특정 태도를 갖추라는 기존의 협상법은 머리에서 지우라고 말한다. 협상은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인 만큼, 그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Getting More’의 핵심은 협상하려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당장 시도해보라, 잘하게 될 때까지 반복하라
협상이라고 해서 비즈니스맨들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물건을 깎는 방법,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치는 방법, 공무원을 설득하는 방법에서부터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을 때 활용할 수 있는 협상법을 제시한다. 여러 사례를 통해 협상 전략을 설파하는 그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고, 당장 실행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지난 2월 16일 방한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건국대에서 ‘와튼 클래스 인 서울’ 특강을 갖기도 했다. 한국 독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제 협상법을 실행해 보신 분 손들어 보세요. 머릿속으로 아는 걸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당장 일상생활에서 시도해보세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는 인터뷰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적용이 되지 않는 도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도구의 목적은 적용하기 위한 것이고 이론적으로 배우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움은 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협상법을 각자의 생활에서 활용해보고 매주 내용을 보고하라고 한다. 그래서 정말 잘하게 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협상 전문가로 꼽히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를 만나 협상의 비법을 물었다. 질문마다 이 메시지를 덧붙여도 좋겠다.
“당장 시도해보세요, 당장!”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림을 그려라
협상이라고 하면 비즈니스맨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긴 줄 알았는데, 당신이 말하는 협상의 개념은 매우 크다.
“협상은 어떤 일, 사안, 사건에 대해서 사람이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친구나 가족관계, 아이들 키우는 과정, 물건값을 깎는 일, 일할 때나 외교 할 때 등 우리 삶에서 협상이 필요한 순간이 많다. 과학의 기반이 수학인 것처럼, 사회적인 관계를 맺어 나가는데 협상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람들이 협상을 못하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것에 관심을 둬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들었다. 이 책의 반응이 나라마다 다른지 혹은 비슷한지 궁금하다.
“협상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어서인지, 유사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처럼 권력을 사용하거나, 위협적인 방법을 통한 협상이 효과적이지 않다. 대신 상대방의 감성과 인식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자발적으로 상대에게 여러 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네 배 정도 효과 있는 협상법인 셈이다. 단순히 이론적으로만 하는 말이 아니다. 45개국 다양한 계층의 3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20년간 연구한 결과를 취합한, 실질적인 데이터다.”
협상할 때,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강조한다.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라.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물어보거나 추측하거나 제삼자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한 부서장이 있는데, 한 판매자가 가격을 인상하려고 한다. 구글의 부서장은 가격 인상을 원치 않으므로, 판매자의 요구를 파악하려고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본다.
그는 판매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구글 같은 다국적 기업에 물건을 공급하는 일이 쉬운 기회는 아닙니다. 저희 다른 부서와도 거래할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그 기회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렸지만 저는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그러니 저희 부서에는 같은 가격을 유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게 상대방의 머릿속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가 제시하는 12가지 협상전략
1. 목표에 집중하라
2.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3. 감정에 신경 써라
4. 모든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라
5.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6.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7.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
8.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마라
9.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하라
10. 숨겨진 걸림돌을 찾아라
11. 차이를 인정하라
12. 협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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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태도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핵심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렇다. 그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요구가 있는지 집중하면, 얻을 수 있다. 한 학생이 친구들과 휴가를 갔는데 숙소 밖이 너무 시끄러웠다. 친구가 데스크에 내려가서 화를 내며, 빨리 해결하라고 닦달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내 수업을 받은 학생이 내려가서 “너무 시끄럽지 않습니까? 제가 경찰이나 다른 사람을 불러 드릴까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했더니, 직원이 곧바로 건물의 다른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다. 내 문제만 해결할 게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가 뭔지,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협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과 독자들은 해낸다.(웃음)”
사람들이 협상에서 실패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원하는 걸 가지려면 상대방의 요구도 충족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그 요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물어봐야 합니다. 정말 협상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사람도 마찬가지다. “저는 정말 이기적입니다. 제 요구를 꼭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귀하의 요구도 알려주십시오. 꼭 해결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당신의 협상론을 익히기 위해서는 일상의 생활 태도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더라. 일단 자기감정부터 잘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성미가 급한 사람, 금방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제시할 만한 어떤 훈련 법이 있을까?
“정확한 지적이다. 내가 어떤 태도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전쟁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들어가면 전쟁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나는 협상의 기술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협상가가 되도록 가르친다. 감정은 효과적인 협상의 적이다. 감정적이 될수록 덜 경청하게 되고, 그럴수록 설득이 잘 안 된다.
내 감정을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기대수준을 낮춰야 한다. 내가 모욕을 당할 준비가 되어야 실망을 덜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물어보라. 의도가 그렇지 않은데 잘못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 이제까지 상대방과 있었던 모든 과거 역사를 다 끌어들이지 말라는 거다. 그런 거 있지 않나. ‘넌 항상 그래. 넌 항상 그랬던 적이 없어!’(웃음)”
시도해보고 물러서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라
타인이 원하는 것은 둘째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서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교수님은 이런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나?
“일단 내가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 무엇을 먼저 해보고 싶은가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좋은 협상가라고 하면 상황파악을 잘하는 사람을 얘기하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가? 잘하는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이것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한번 뭔가 시도해보고 뒤로 물러났다가 다른 것을 해보고 이런 것도 괜찮다.
젊은 사람이 평생의 인생을 단번에 결정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 학생들도 그저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전전긍긍한다. 그럴 때 내가 늘 말한다. 상관없다. 아무거나 좋으니까 한번 해봐라. 하고 나서 후회할 일 말고는 뭐든 해보라고 말한다.”
지금 최고의 협상가라고 불리는 당신은 더 좋은 협상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적일 때가 있다. 원하는 만큼 얻지 못할 때도 있다. 좋은 협상은 평생에 걸친 노력의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목적을 더 잘 달성하려고, 덜 감정적이 되려고 노력한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협상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도 그만큼 쉬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직업적 병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유혹을 물리치는 것도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기자 생활을 통해서는 무엇을 얻었나?
“질문할 수 있는 능력, 모순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협상에서는 상대방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수록 더 풍성한 협상이 될 수가 있고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협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도움이 된다.”
변호사, 기자, 교수님 생활이었는데, 남들은 평생 하나도 이루기 어려운 직업을 세 개나 훌륭하게 해냈다. 당신의 삶에서의 목적은 무엇인가?
“‘Getting More’에 개념을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도록 전파하고 싶다. 이 지역사회, 국가가 더 나은 곳이 되도록 점진적, 단계별로 만들고 싶다. 그게 내 꿈이다.”
이 책을 접할 YES24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YES24 독자 여러분.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술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각 개인의 감정, 감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존중될 때야 합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가 있고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