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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정치를 잘 못해서 경제를 말아먹었어’

남자들이 정치 경제에 관심이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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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어떤 특정한 상황은 물론 자기 내면의 감정까지도 외부의 사건으로 설명하려는 습관이 있다. 감정이라는 추상적인 상태를 자신의 능력이 닿는 범위에서 설명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남자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라. 그는 아마 자신의 감정에 관한 어휘는 거의 쓰지 않고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남자들은 벌이가 시원치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 ‘좋아하는 한우 갈비를 못 사먹어서 우울해’라고 말하지 않고,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 못해서 경제를 말아먹었어’라고 말한다. 버릇없는 부하 직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의 불평을 들어도 남녀 차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여자는 ‘걔 때문에 내가 미치겠다!’라고 말하고, 남자는 ‘요즘 아이들이 싸가지 없다’라고 말한다.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여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라고 반응하고 남자들은 ‘사회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라고 개탄한다.

남자들은 어떤 특정한 상황은 물론 자기 내면의 감정까지도 외부의 사건으로 설명하려는 습관이 있다. 감정이라는 추상적인 상태를 자신의 능력이 닿는 범위에서 설명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유난히 정치나 경제 상황에 민감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특성과 관련이 있다.

남자들은 정치나 경제에 대해 자주 말하지 않는 여자들을 무시하며 본인들이 하는 말이 거대 담론인 척하지만 실은 자기 감정을 스스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이야기를 자주 대화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여자들은 예를 들어 인터넷 수강 신청을 앞두고 그만 졸다가 놓친 강의인데 그걸 두고 왜 남자친구가 ‘한국의 행정 편의주의적인 방식이 문제’라고 열변을 토하는지 혼란스럽다.

사실, 남자들은 자신의 내적 갈등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데에는 비상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심리치료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상대가 ‘배운 남자들’이라고 한다.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이야기해야 치료가 가능한데, 자신이 쌓아온 지식에 기반을 둔 온갖 근거를 들이대며 깊은 대화를 요리조리 피한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잘 모르지만 ‘과묵한 남자는 곧 아는 게 없는 남자’라는 공식은 남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것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내성적인 남자라도 남자들끼리 있을 때는 기를 쓰고 무언가 말을 많이 하려고 한다. 똑같이 말을 많이 하더라도 신변잡기보다는 정보나 지식을 과시할 수 있는 화제가 더 주목받으니 열심히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신문을 읽기도 한다. 전날 밤 바퀴벌레를 슬리퍼로 때려잡은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세 시간을 대화할 수 있는 여자들에 비하면 참 피곤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것이 남자들이 대화를 그토록 피곤해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니 어느 모로 보나 남자와의 대화가 재미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한창 가슴 뛰는 관계라면야 그가 유전자 염기 서열에 대한 데이터를 읽어준다고 해도 흥미 만점이겠지만 그런 상황은 극히 제한적이다. 물론 남자들에겐 유머가 있기 때문에 잠깐씩은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교감을 주고받는 대화는 아니기에 쉽게 지친다.

남자들이 정치 경제 이야기를 꺼내며 대서사시를 쓰려고 한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박학다식함에 감탄을 해주고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면 된다. 그는 상대방의 정치적 견해를 듣고 싶어서 그런 말들을 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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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인숙

소설가, 에세이스트. 1974년 서울 출생. 숙명여대 국문학과 재학 시절부터 방송작가, 자유기고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출간 이후 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여성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2004)를 비롯하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 실천편』(2006),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2008),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2009),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2010) 등 2030 여성을 위한 에세이를 펴내어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또한 그녀의 여성 에세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몽골에 번역 출간되었고 특히 중국에서는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보이며 자국 위주의 중국 출판계에서는 드물게 비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우는 등 여자에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는 멘토의 지침서로서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대 아시아 여성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남인숙> 저11,250원(10% + 5%)

남인숙은 2004년 출간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통해 80만 여성 독자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어냈다. 남인숙이 이번에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디서나 여자들과 맞부딪치는 또 다른 인간들의 존재, 여자들의 영원한 숙적이자 영원한 파트너, ‘남자’에 대한 심리분석 에세이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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