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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두 아저씨, 흐드러진 욕망의 수다를 펼치다! - ‘내밀한 욕망의 인문학’ 김두식-하지현 토크콘서트

대한민국의 40대 중년 아저씨.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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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좀 다른’ 아저씨 두 명이 수다를 떨었다. 김두식 교수(경북대 법학)와 하지현 교수(건국대 의대)교수가 약간 과장하자면, 색과 계를 오가며 아저씨의 욕망을 까발렸다.

대한민국의 40대 중년 아저씨.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전형적인 이미지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울한 이름 중 하나이다. 통계만 봐도 어느 나이대보다 사망률이 높다.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닥뜨리곤 하는 경우, 허다하다. 과로사, 익숙한 단어이자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미안하다. 시작을 이리 우울하게 하다니. 헌데 그것보다 더 슬픈 건, 그들에겐 자신의 서사가 없다. 아니, 잃었다. 그것을 잊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산다. 돈 버는 기계를 자처하고야 마는 자조 앞에 나는 그들이 아팠다. 슬프다. 중년에 다다른 내 또래의 이야기다.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면서 남의 인생을 산다. 아이 교육(이라 쓰고 사육이라고 읽는다)에 몽땅 자신을 털어내고 아이에 매달린 아내 앞에 소외된다. 그들만의 순정한 욕망은 없다.

그래서일까. 외로운 아저씨, 밤 그림자 같은 유혹이 꼬리를 치면, 온 몸을 내던진다. 계(戒)를 넘어선다. 대신, 색(色)이 그 자리를 지킨다. 뭐, 소설 같지만,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 그러니, 대한민국 중년 아저씨의 진짜 욕망이 궁금하다. 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여기, ‘좀 다른’ 아저씨 두 명이 수다를 떨었다. 김두식 교수(경북대 법학)와 하지현 교수(건국대 의대)교수가 약간 과장하자면, 색과 계를 오가며 아저씨의 욕망을 까발렸다. 세상의 비밀 하나를 털어놓은 지난 10일의 공식적인 수다명은, 서울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 오픈기념, ‘김두식-하지현 토크콘서트’. 콘셉트는, ‘두 동갑내기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내밀한 욕망’. 김 교수가 창비블로그 ‘창문(//blog.changbi.com)’에 연재중인 <색, 계>을 중심에 놓고, 아저씨들의 흐드러진 수다 한 판이 펼쳐진 현장을 중계한다. 아저씨여, 욕망의 수다를 떨어라. 육덕지면 더 좋고.


김두식, ‘욕망의 색, 규범의 계’를 말하다


김두식 교수가 연재하는 <색, 계>, 욕망과 규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연재의 제목은,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에서 땄다. 김 교수, 이 영화를 여러 번, 정신을 잃고 봤단다. 그리고 ‘계(戒)’의 문제를 생각했고, 자신의 내면을 여행해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첫 시작,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부터 했다. 바라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마음 한 편엔 유명해지는데 대한 갈망을 다룬 것이 처음이었다.

두 번째 글, 스캔들이었다. 신정아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어릴 때부터 억눌린 남자로서의 삶을 다뤘다. 10대~20대 때 사랑하고 분출해야 할 에너지, 너무 누르고 살았던 남자들. 40대가 넘어서 바깥으로 쏟는다. 아내는 아이의 대학진학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소외된 남자 탄식을 내뱉는다. 아, 내 인생 너무 규범적으로 살아왔구나. 그렇게 누르기만 한 욕망, 우연한 계기로 만난 여성이 손을 잡는 순간, 남자 무너질 준비를 하거나 무너진다. 그 여인이 던지는 “사랑해요”라는 한 마디에.

그리고 다른 한 쪽에선, 그렇게 무너질 사람을 사냥한다. 욕망에 눌려있는 남자는 두 갈래 길. 일탈하거나, 사냥꾼이 되거나. “신정아 사건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생난리를 칠 사건이 아니었다. 학벌 사냥이 벌어졌는데, 그게 중요했으면 지금도 계속 됐어야 한다. 그러나 가짜가 넘치는 세상이라고 평화를 얻은 뒤에는 더 이상 사냥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어진 연재에서 그는 자신이 찾은 해법 세 가지를 말했다. 첫째,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 많지 않다. 그러니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 말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둘째 궁합의 문제가 있다. 안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인정하고 거리를 두는 것도 용기다. 셋째, 절규하고 관계를 끝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정말 안 맞을 때는 안 보겠다고 선언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큰 주제는 선을 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됐을까’, 지금 적고 있는 글인데, 어떤 결론 갈 것이냐! 나는 지금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선을 넘는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기 시작한 것 같다. 가령, <나꼼수>가 선을 넘는 사람들이지. 선을 안 넘고 조심하는 사람들 얘길 듣는데 지친 거다. 정봉주 전 의원 등을 보면, 지금까지 나온 사람들과 다른 목소리를 지녔는데, 열광하는 이유가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가 온 것 같다.”

그는 최근 한겨레 토요일 자에 연재를 시작한 <김두식의 고백>, 특히 이명수?정혜신 부부의 인터뷰(<이명수?정혜신 부부의 사랑(상, 하)>, //www.hani.co.kr/arti/opinion/column/519605.html) 이야길 꺼낸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은 이혼과 재혼 과정은 물론,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했단다. 자녀에게도 섹스는 쇼핑과 같다며, 많이 해 본 사람이 좋은 상품을 고른다고 얘기하는 그들 부부. 허나, ‘계’에 묶여 있는 김 교수, 계속 신문에 나가도 됩니까, 묻고 있는 자신을 봤다.

“어떤 이유든, 선을 넘어선 사람들만이 가진 자유를 느꼈다. 그 자유가 굉장히 탄탄하더라. 선을 지키려는 사람들보다 안정적으로 보이더라. 부럽더라. 멋있다. 오르가슴은 절벽에서 자기를 던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인데, 우리 사회에선 어렵다. 특히 여성은 너무 선이 많다. ‘이명수-정혜신’모델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갑자기 가정을 깨고, 벼랑에 몸을 던지는 걸 생각해봤는데, 타고난 부분도 있다. 나는, 안 되는 부분이다. (웃음)”

그렇다면 선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떡할까? 김 교수가 찾은 답은, “넘진 못해도 선을 넓혀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선이라고 하는 것, 내면의 억압, 규범성일 수도 있는데, 넘을 것이냐, 넓힐 것이냐, 지킬 것이냐 등 하나의 답이 아닌 다양한 답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하나는,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욕망은 B형 건강보균자처럼, 바이러스를 조심스럽게 보듬고 가야한다는 것. 누르고 파괴하려고 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먼저 고백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 욕망을 남이 사냥하게끔 만들어주지 말고, 먼저 고백하되, 그것에 대해 인정하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중년의 두 아저씨, 수다 떨다!


본격적으로 두 중년 아저씨의, 좋게 말하면 토크, 전문적(?)으로 말하면 수다가 펼쳐졌다. 하지현 교수(이하, 아저씨 하), 먼저 말을 꺼냈다. 색과 계를 잘 컨트롤해야 건강하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꺼내는 한편, 대중 앞에 색과 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꺼내는 아저씨의 심리를 물었다.

김 교수(이하, 아저씨 김), 자신도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단다. 다만, 그것이 내적인 욕망을 푸는 방법인 것 같다는 답을 내놓는다. 멘탈 붕괴로 가지 않으려고, 나를 조심스레 드러내고 선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비슷한 경우가 많을 거라고 덧붙인다.

“연재 시작 전, 친구들에게 얘길 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친구들도 알고 보니, 나보다 훨씬 많이 갔더라. (웃음) 그래서 얘기하고 싶었다. 사실, 읽어보면 별 얘긴 아니다. 조심하면서 쓰고 있다. 놀라운 건 독자들 반응이다. 악플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반응이 많다. 나름 분석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이구나. (웃음) 요즘 우리 사회는 긴 글을 안 읽잖나. 140자 글만 읽고. 생각보다 긴 글을 읽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

아저씨 하, 글쓰기의 치유 기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글쓰기가 치유적 환상이라는 말을 한다. 내면이 글로 나오면서 안전한 판타지 공간에서 나도 모르게 치유되는 측면도 있다는 거지. 선을 넘어가는 과정을 용감하게 선언하고, 생각보다 안전하고 후련함을 아직까지는 느끼는 것을 주변에서 본다.” 그리고 물었다. 아저씨 김이 좋아하는 단어가 아저씨인데, ‘아저씨’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아저씨 김에게 지금 글쓰기는 가족의 경계선을 넓히는 의미가 있다. 과거 그에게 가족이라는 선은 상상도 못할 만큼 좁은 범위였다. 그도 부인도, 술을 마시거나 담배도 피지 않고, 주말엔 교회, 친구도 없다시피 했단다. 그야말로, 집 안에만 산 사람들. 그러다, 글쓰기를 통해 그는 지평을 넓혔다.

“이명수?정혜신 부부를 만나고 좋았던 것을 저녁 때 아내와 딸에게 얘기했다. 그들 부부가 섹스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아이 앞에서도 얘길 하고. 딸아이가 고1인데, 우리 집의 경계선이 넓어지는 느낌 같은 게 있다. 선을 넘는 건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다. 억지로 술 마시게 하는 사회에선 술 마시지 않겠다는 게 원칙이었는데, 지난주 와인 한 병이 들어와서 태어나서 처음 반잔을 마셨는데, 아무 느낌이 없더라. 남들한테는 별일 아니지만, 나에겐 굉장히 큰 선을 넘은 거다.”

아저씨에 대해선, 정감어린 단어란다. 아줌마, 아가씨도 마찬가지. 정감 있고, 약점 있는 사람들, 그것이 우리라서, 아저씨 김은 ‘아저씨’라는 단어가 좋단다. 이어 아저씨 하에게도 바로 질문을 던졌다. “트위터에서 ‘색의 인간’이라고 해놨던데, 당신은 색의 인간인가? (웃음)”

아저씨 하 왈. “색에 굉장히 편입된 인간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지각, 결석, 휴진, 결근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해도 짜증나는 타입인데, 내가 할 건 다한다. (웃음) 정신과 의사 세계에서, 정신분석은 1000명 중 10명 정도 남은 마이너이자 희귀한데, 안에서 나는 이상한 애로 돼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수십억 연구프로젝트를 따와야 하는데, 전혀 상관없는 여기 와서 토크콘서트나 하고. (웃음)”

아저씨 김, 아저씨 하에 대해 소개한다. 하지현은 요절한 천재 하길종 감독의 아들이자, 삼촌은 <땡볕>의 하명중. 덧붙여 묻는다. 아주 유명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욕망은 어떤 거유?

아저씨 하는 서른여덟 이전에는 꼬리표처럼 달려 있는 누구의 아들이라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그러다 『관계의 재구성』에서 <스타워즈>와 관련한 챕터를 어떻게 풀까 고민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보다 자신이 나이를 더 많이 먹었다는 것을 의식했다. 아버지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구나,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편해졌다.

다시 리턴매치. 아저씨 하가 물었다. 카메라를 사고 싶은 이야기에 (남자로서) 공감을 많이 했다. 여자들이 보면 어이가 없는데, 그런 욕망에 대해 듣고 싶다.


아저씨 김의 대답. “나를 분석하자면, 모터로 움직이는 전차를 가져보지 못했다. (부모에게) 사달라고 얘기를 못했다. 말했으면 사줬을 텐데, 하고 글을 썼다. 돌아서보니 말했어도 안 사줬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웃음) 남자가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도 있고, 장난감, 신발, 옷 등 좋은 것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 가진 결핍일 수도 있다. 반면 아내는 비교적 여유 있는 집에서 컸다. 놀라운 건, 아내는 어떤 물건에 대해서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없다. 나와 비교했을 때, 아내는 엄마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고, 나는 엄마가 일하는 집에서 컸고. 충족의 차이가 그런 차이를 만들었나 싶다. 고백이 좋은 게, 내가 뭘 사와도, 그런 결핍 때문으로 봐주는 장점이 있다. (웃음)”

아저씨 김의 연재에 아내와 딸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 이유, 간단했다. 아내가 더 이상 가족의 사생활을 건드리지 말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편해도 괜찮아』 에서 딸 얘기를 언급했는데, 당시 딸의 의사를 물었다. 최종적으로 딸이 괜찮다고 해서 쓴 바가 있다. 그의 농반진반(농담 반 진담 반). 글 쓰는 사람 주변에 있으면 남아나지 않는다. 나중에 쓸 게 없으면 뭐래도 쓰니까. 이번에 딸이 그만 나왔으면 해서, 그도 조심하는 편이란다. 다만 아내에 대해, 아니 여성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인다.

“아내와 만18년을 살았는데, 정말 여성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이 존재는 뭘까? (웃음) 여자랑 잘 지내고, 밖에선 여성을 잘 이해한다고 하지만, 살면 살수록 내가 아는 게 다 거짓이라고 느낀다. (웃음) 어려운 과제 같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너무 크다. 동시에 여성이 남성을 이해 못한다는 느낌도 있다. 우리(남자)가 가진 독특한 욕망의 구조가 있잖나. 한 번 할 수 있으면 죽어도 좋다는 논법을 이해 못한다는 느낌도 있다. (웃음)”

아저씨 하, 요즘 상담하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의 예를 든다. 매력적이고 똑똑한 여자인데, 남자친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단다. 너무 진도가 나가면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을지 모른다는 그런 두려움.

아저씨 김, 수다를 떤다. 남자들이 섹스를 하면 마음이 변해서 떠난 경우가 많아서 안 하는 게 맞다, 는 논리, 이상하단다. “한 번 하고 떠나보내는 게 낫지, 결혼해서 한 번 하고 떠나면 어떡해? (웃음)” 이상한 구조이면서, 고정관념도 있는 것 같다. 같이 하면 재밌는 건데, 남자는 원하고, 여자들은 해 주는 것이라는 관념도 문제 같다고 그는 덧붙인다.

두 아저씨, 질문을 받기 전, 마무리 발언을 했다. 아저씨 김은 우리 사회가 덜 공격적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면서, 아저씨 하의 『심야치유식당』의 구조가 독특한데 대해 물었다.

아저씨 하는 『심야치유식당』이 픽션이라, 등장인물이 치고받는 것을 정교하게 짰다고 답했다. 철주라는 정신과 의사의 흐름과 에피소드를 짜면서 글의 구성을 가져간 경우다. 특히 그 책은 무엇보다 아저씨 하의 만족되지 않은 결핍을 써서 좋았다. 더불어 주변의 정신과 의사들도 책 속의 술집을 하고 싶었다며, 좋아했단다. 2권이 5월 경 출간 계획이다.


아저씨에게 묻고, 아저씨가 답하다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 글에 선을 넘는 시도가 있는데, 과격하지 않은데, 비결이 있나? 둘째, 계에서의 살면서 구체적인 선이 있다면? 셋째, 오랫동안 글을 봤는데, 지금은 교회와 좀 떨어진 것 같다. 의도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그리 된 것인지 궁금하다.

(아저씨 김) 첫째, 단순하다. 소심해서다.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는 무지하게 소심한 사람이다. (웃음) 둘째, 계 또는 규범, 억압이 어쨌든 계속 세계가 넓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20년 전 이런 얘기했으면 큰일 난다. (웃음) 요즘 이게 고민이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방식엔 글, 말, 살 세 가지가 있는데, 남녀 관계에서 글이나 말로는 어떤 소통을 해도 용인하면서 살이 소통하는 순간엔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게 재밌는 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교회 안에서 평생 가져온 것 이면에 숨겨진 가르침이라는 게, 살은 중요하지 않다, 다른 게 더 중요하고, 살은 저급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내 평생, 가장 많이 차지한 문제는 살이었다. 넘을까 말까. 결혼 전에도 지뢰밭 같은 상황이 있었다. 살을 가장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면서 살의 노예로 살고 있는 나라는 존재, 그게 중요한 집필 동기 중의 하나였다.

셋째는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라는 책에서 동성애를 쓰면서 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불편해도 괜찮아』에서는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과 동성끼리 사랑하는 것이 같다고 했는데, 보수신학 측면에서 선을 넘은 거다. 선을 넘고 나서 요즘 자유로워졌다. 예전에는 나를 방어하려고 했다. 넘고 나선 자유롭게 당신이 그리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네가 아니라면 아니겠지. 작년에 충격 받은 게 있어서, 작년 1월부터 교회청탁은 거절하고 안 쓰고 있다. 생각보다 행복하더라.


진짜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하고 싶은, 꿈꾸는 욕망 있나?

(하) 단순하다. 백만 부 팔아보는 것. 사소하지만 구체적이다. 죽을 때까지 하지 못하겠지만.
(김) 그렇다면, 나는 이백만 부쯤. (웃음)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싶은 욕망이 있다.

욕망은 모방된 것인가? 욕망과 욕구는 다른데, 차이가 뭘까?

(김) 대부분 욕망은 모방되는 것 같다. 동료 교수의 렉서스를 몰아보기 전까지 나는 내 아반떼에 대해 아무 불만이 없었다. (웃음) 그러니까, 욕망은 질척질척한 느낌?
(하) 욕망은 방향성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욕구는 무엇무엇이라는 목적지가 있어서 충족될 수 있는. 그러나 욕망이 끝이 안 날 거 같은 덩어리 같은 것?


20대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하) 나의 이십대를 돌이켜보면, 지금 청년들에게 안타깝고 미안하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학사경고를 한두 번 맞아야 학교를 다니는 것이고, 한두 달 잠적하고, 방학 때 알바하면 등록금도 냈으나 지금은 불가능하다. 의외로 많은 청년들이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른다. 우리나라는 지금, 과거와 비교했을 때, 먹고 살만한데, 부모가 축적한 걸 바탕으로 기성세대가 그려놓은 그림 아닌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김) 모든 세대에는 아픔이 있다. 지금 우리 세대의 경험을 얘기해봐야 다음 세대에 도움이 안 되듯, 자기 세대 문제는 자기들이 해결하는 거지, 우리는 우리의 경험 밖에 없다. 멘토질 그만했으면 좋겠다. 멘토가 너무 많아졌다. 그만하고 우리 세대가 가진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내부 반성이 축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리 안 되는 게 안타깝다.

고백의 효과에 대해 말했는데,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

(김) 고백한 다음에는 같은 잘못을 반복 않으려고 노력할 거 같다. 우리 안에 모두 욕망이 있고, 실패한 경험이 있다. 모두 소중하다. 지난 삶을 볼 때 규범을 너무 지키고 살아서, 다른 사람을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주지 못했다. 잘못을 해본 사람이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폭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넓다. 그렇게 고백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넓히는 것 같다.

(하) 고백 좋지만, 해서는 안 될 고백도 있고, 해서는 안 될 타이밍도 있다. 가령, 신혼여행 가서 옛날 사랑 고백하는 것. (웃음) 대인관계에서 준비 안 된 사람에게 내가 먼저 심한 고백을 하는 것도 그렇다. 나의 사적인 부분을 얘기하는 것에 남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우린 너무 고백을 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인 트렌드지만, 관계의 측면에서는 낄 때 끼고 뺄 때 빼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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