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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서른에 준비하면 마흔에 할 일이 생깁니다”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에게』 구본형 젊음에게 필요한 것? 진짜 나를 찾는 것! 마흔 셋, 사표 쓴다는 얘기에 부인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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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詩처럼 살고 싶은, 그래서 자신의 다리로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저자가 초대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예스24와 한겨레가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책 이야기’. 1월의 작가로 초대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이다.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에게』를 들고 독자들과 만났다

지난해 10월 죽은 스티브 잡스. 그의 업적과 유산에 대해 덧붙이고픈 생각은 없다. 그의 죽음 뒤 쏟아진 찬사도 다소 과잉이라고 여긴다. 다만, 나는 그가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는 것에는 기꺼이 박수를 치고 싶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의 하나도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 나로서 살아가기.

많은 우리, 자신의 인생을 산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타인의 시선이나 수군거림에 우리는 취약하다. 대책 없이 흔들린다. 그래서 ‘남들 보기에’를 남발하고, 끊임없이 나를 남에 비교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본질을 숨기거나 가린다. 그러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간다. 진짜 내 순정한 욕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남의 욕망에 끌려 다닌다.


삶을 詩처럼 살고 싶은, 그래서 자신의 다리로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저자가 초대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예스24와 한겨레가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책 이야기’. 1월의 작가로 초대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이다.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에게』를 들고 독자들과 만났다.


직장(인)에 대한 시니컬한 진실

이날 강연, ‘밥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구 소장, 20년 동안 직장인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직장(인)에 대한 정의 중 하나는 이렇다. ‘들어가기 전에는 못 들어가서 안달이고, 들어가면 못 나와서 안달이다.’ 직장인에 대한 시니컬한 진실!


“12년 전에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회사를 차렸다. 직원은 나 혼자다. 자기가 대장이고, 나가라는 소리 안 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그렇게 살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 만들어서 운영하면 될 것 같은데, 혼자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 내 경우, 수입원은 세 개다.”

그의 첫 번째, 수입원. 책을 쓴다. 그는 하나의 주제, ‘변화’로 책을 쓴다.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출근하지 않아도 좋지만 하루를 퍼져서 지내진 말자! 책을 1년에 한 권 정도 쓰자. 안 하면 내가 나를 해고시킨다. 그래서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글을 쓴다. 영감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아주 드물단다. 그렇게 매일 쓰다 보니, 책이 생기고, 인세가 나오는 경우.

두 번째는 강연이다. 특히, 기업에서 강연하면 꽤 많이 받는다. 아주 많이 하진 않는다. 한 달에 10번 이상은 안 하려고 한다. 너무 많이 하면 자유에 제한이 있어서다. 10번 하면 잘 먹고 살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에서만 하진 않는다. 7번 정도는 기업, 3번 정도는 돈을 덜 줘도 자신의 강연이 필요한 곳에 간다. 시민단체나 사회적기업, 학교 등이 그렇다.

세 번째는 프로그램이다. 참가비가 그의 수입원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등이 그것이다. 2박3일 동안, 내가 뭘 잘 하는지, 직업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꽤 비싼 비용이 든다. 거기다 밥도 안 준다.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모두 자신을 찾는 것도 아니다. 대신 큰 장점이 있다. 평생 A/S. 나중에 다시 절실해지면 공짜로 올 수 있다는 것. 이 밖에 방송출연이나 원고료 등의 자잘한 수입원도 있다.

“나는 이 일이 아주 좋다. 내 할 일을 찾은 거다. 오늘, 여러분과도 얘기하고 싶다. 우리는 어떻게 할 일을 찾을 수 있을까. 내 속에 뭔가 있을 텐데, 이것을 어떻게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연료와 에너지로 쓸 수 있을까. 이 책은 10년 전에 나온 책이다. 『사자 같이 젊은 놈들』. 10년 뒤, 지금의 제목으로 재발행 됐다.”

그는 요즘 갑자기 이야기가 많아진, 시대의 화두 ‘청춘’(젊음)에 대한 이야길 꺼냈다. 사회가 지나치게 젊음에 어울리지 않는 조언을 하고 있단다. 젊음은 위로를 원할 때가 아닌데, 찬란한 시절인데, 사회는 위로하기에 급급하단다. 이때만큼 에너지에 차 있는 때도 없으며, 온갖 방황을 할 자유와 권리가 있는 시절, 청춘.

구 소장, 탈레스라는 철학자를 꺼낸다. “탈레스, 서양철학의 아버지처럼 나오는데, 한 일도 별로 없다. (웃음) 아포리즘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것도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조언하는 것이다. 제일 어려운 일은 자기가 조언한 대로 사는 것이다.’ 철학의 아버지답다고 생각했다. 그가 철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건, 질문이 위대해서다. 인간이 무엇인지 질문을 했다. 위대한 질문 때문에 철학자의 1번 타자가 된 것 같다.”

그는 젊음의 본질을 ‘질문’이라고 단정했다. 난 무엇을 잘 할까, 내 속엔 뭐가 있을까, 등 나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되는. 물론 답은 없다. 답을 못 찾아 안달 난 것이 젊음이지만, 그래도 질문하자고 권한다. 그것이 이날의 화두. 물론 직업에 한정해서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젊음의 본질은 ‘질문’!


“직장에 만족하는 분 있나? 만족하면 오늘 안 왔겠지. (웃음) 나는 어떤 것이 좋은 직업일까, 20년 동안 고민했다. 직장인, 인류의 절반이 선택한 직업이다. 직장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가장 흔한 걸 선택했다. 그러니 시시할 수밖에. 다수가 가는 길이다. 그건 찬란하지 않다. 스타가 아니다. 그래서 직장이라는 것이 신통치 않은 것 같다.”

구 소장, ‘밥’을 이리 말한다. 직업은 반드시 밥으로 구성돼 있고, 밥을 못주면 직업이 아니다! 그가 보기에 직장인이라는 길을 선택한 열에 하나는 좋아하는 것 같다. 허나 나머지는 밥 때문에 다닌다. 그 밥, 중요하나 단점은 존재를 채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누추해지고 비루해지기도 한다. 밥을 버는 건 떳떳한 일임에도 자신에 대한 불만을 가진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사람,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밥이 안 될 수 있다. 딜레마다. 밥을 찾아다니면 존재가 없고, 존재를 찾자니 밥이 없다. 서로 화해가 되지 않는 게 태반. 그는 좋은 직업의 등식을, 밥과 존재를 화해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을 벌 수 있는 것이 좋은 직업이다.

그렇다면, 이 둘 풀릴 수 있을까? “풀리긴 풀리는데, 한 10년 고생해야 한다. 이 투자를 아끼면 밥과 존재가 화해하기 어렵다. 직업적 성공을 한 사람들 이야기나 인터뷰를 보면, 디테일은 다양한데, 정리하면 비슷하다. 가장 무난한 스토리라면, 직장에 들어가 조금 하다가 나온다. 그 다음, 자기 길을 찾아간다. 즉, 존재를 찾아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밥이 안 된다. 그래도 존재를 찾아 고난의 길을 걷는다. 밥도 안 되고, 그 길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왜냐. 좋아하는 길, 잘하는 길로 가도 복병이 있다. 일단 자신보다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끊임없이 의심할 수밖에 없다. 돈도 안 되고, 옆에 있는 사람도 돕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다시 밥을 찾아간 사람, 무수히 많다. 그 많은 사람에 포함되지 않고, 10년 정도 하면 꽤 일을 잘 하게 된다. 찾는 사람이 생기고, 같이 하다 보니, 밥과 명예도 따라온다.

‘10년 투자’, 언제쯤 하면 좋을까. 그는 가장 먼저 생각하면 승산이 높다고 강조한다. 즉, 젊을 때 찾아가면 좋다. 다만 중요한 결점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른다는 것.

“이게 우리의 방황이다. 제1의 루트는 직장 다니다가 좋아하는 일을 알게 돼서 그 일로 가는 것이다. 10년 고난의 길을 가다가 먹고 사는 경우다. ‘10년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조건이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10년의 모험의 길을 떠나라. 그러면 10년 후 너의 길이 찾아질 거야. 괜찮은 루트다. 싶은 일이 나타나는 것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이런 루트, 흔하지 않다. 그래서 제2의 루트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모르나 지금 이 일은 분명히 아니라는 것. 그래서 직장을 계속 다닌다. 제2의 루트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를 때, 내 자신에 미치지 못했을 때 닥치는 대로 하면서 자신을 찾는 것이다.

“남들과 다르게 된다는 것은 자신을 찾아 가는 것이죠. 그러니까 가장 자기다운 사람으로 산다는 것을 말하는 거죠.”(p.196)




나를 들여다볼 것

구 소장, 이때 전략적으로 찾아갈 것을 권한다. 어떤 일에 내가 흥분하는지, 다른 사람보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그나마 내 숨통이 트이는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란다. 재작년, 제자들과 함께 그리스 여행을 갔던 경험을 꺼낸다. 마테오레라는 수도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들렀다. 수도사들이 그런 말을 꺼냈다. 모든 게 수도다. 엎드려 기도하는 것만 수도가 아니라, 빵을 만들 때도, 청소를 할 때도 모든 것이 수도라고 했다. 그래야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대가 어디에 있든, 신이 있으라고 한 자리에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제2루트를 선택한 사람도 그렇다. 지금 있는 자리가 나를 채워주지 못해도, 현재가 신이 있으라고 한 자리일 거다. 지금 하는 일 속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 하는 일에 머무르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어디에 감동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어떤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들여다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무엇에 관심 있고, 재능이 통하고 있는지 주목하고 관찰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게 맞는지 실험도 해 보고.

“나도 회사 다닐 때 해봤다. 나는 그나마 경영지원실에 있어서 (직장인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책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인데, 경영혁신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써냈던 책이다. 운이 좋아서 엄청나게 팔렸다. 일을 하면서 좋아했던 몇 개의 일이 나를 살려줬다. 오랫동안 일을 하게 해줬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게 해줬다.”

“그러나 나는 인생의 후반 20년은 생긴 대로 살고 싶었습니다. 나는 자기가 생긴 대로 사는 것이 성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만들어 가며 사는 것, 이것이 모든 비범함의 특성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 인류의 아주 특별한 한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이야말로 범상치 않은 일이잖습니까?”(p.105)



그는 20년 직장생활을 했다. 이 가운데, 경영혁신만 16년을 했다. 대학에서 전공은 그것이 아니었다. 역사학을 전공했고, 역사교수가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대학원 갔다. 그러나 사정이 생겨 두 달 만에 그만뒀다. 유학을 가려고 했으나 돈이 없었다. 학비를 벌고자 2년 정도 회사를 다니고자 했다. 쉽게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100개 이력서를 외국계 회사에 보냈다. 3군데서 면접 보자는 연락이 왔다. 한 곳이 IBM이었고, 입사를 했다. 당초 2년 있고자 했는데, 20년을 있었다.

그에게도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그런 때, 회사에서 경영컨설턴트를 양성하는데, 싱가포르로 그를 보냈다. 3일 동안 다른 사람들이 컨설팅 하는 것을 들여다봤다. 돌아올 때, 그는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지금의 직업이 아닌, 한국 최고의 변화경영 전문가로 잡았다.


“그때 하고 있는 일을 들여다봤다. 몇 개는 지루한 일이고, 몇 개는 보석 같은 일이었다. 그 몇 개가 내겐 소중했고, 아주 열심히 했다. 책을 보고, 다른 회사에서 어떻게 하는지 봤다.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 일에 대해선 잘 하고 싶었다. 그렇게 9년을 보냈다. 그랬더니 책이 쓸 만해지더라. 그 책이 아무나 쓸 수 있는 책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때, 그에겐 밥과 존재가 합해졌다. 그는 제2의 루트를 따랐다. 마흔 여섯에 회사를 그만뒀다. 밥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밥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제2의 루트.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 열에 일곱여덟은 그럴 것이라고 언급한다. 두려워도 둘셋은 제1의 루트를 갈 테고.

“10년. 아주 긴 세월이다. 그리고 아주 짧은 세월이다. 사기업에 갔다면 오십 전후로 나올 수밖에 없다. 회사를 나오면 아무 할 일이 없다. 그러니 서른에 준비하면 마흔에 할 일이 생긴다. 오십이 되면,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거고. 괜찮은 방법이다. 10년을 한 번 투자해 봐라. 두 개의 루트 중 하나로.”


Q&A

‘위대한 질문’이라는 말이 계속 남아 있다. 구본형 선생에게 위대한 질문은 뭐였나?

마흔 셋의 나의 질문은, 절박했던 것 같다. 아침부터 밤까지 성실하게 살았는데, 어쩌다 이 꼴이 됐을까. (웃음) 마흔이 되기 전, 마흔은 완숙한 시점처럼 생각하고 기대하곤 한다. 그런데 마흔 셋이 됐는데, 원하는 곳에 있지도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질문 때문에 한 달 휴가를 냈다. 그때 선택한 것이 단식이었다. 몇 번의 갈림길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난 차선책을 선택했다. 그 차선책이 이곳으로 나를 몰았다.


마흔 셋, 나는 딱 한 번은 차선책을 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뭔지는 모르겠더라. 밥 때문에 차선책을 선택했고, 마흔 셋에는 밥 말고, 밥에 좌우되지 않는 선택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단식을 했다. 괜찮았다. 일주일 후쯤 새벽 네 시에 배가 고파 잠이 깼는데, 책을 한 권 쓰자, 이렇게 결심했다. 6개월 후 책이 나왔다. 그 이후 나는 늘 네 시에 잠이 깬다. 아침노을이 예쁜 거 아나? 대개 저녁노을 생각하는데, 아침에도 노을이 있다. 아침노을은 미래의 시간이다. 아침에 글 쓰면 하루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회사 그만두고 부인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남친이 회사 그만두고 새로운 일 준비하는데, 옆에서 불안하고, 회사에 다시 들어갔으면 좋겠다. 어떻게 서포트를 하면 될까?

저런 질문 많이 받아서 준비가 잘 돼 있다. (웃음) 마흔 셋에 책을 썼고, 운이 좋아서 많이 팔렸다. 그때 기분이 얼마나 들떠 있었냐면, 책이 이렇게 쉽게 쓰여 지는 거구나, 생각했다. 바이런 생각이 자꾸 나더라. (웃음) 스스로와 몇 가지 약속을 했다. 매년 책을 낼 수 있다면 나는 나와도 돼, 라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글을 쓰고 출근했고, 1년에 한 권씩 책을 냈다.


회사를 그만둔다면, 살살 흘러야 되는 것 같다.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 내 길을 막는구나, 이렇게 느낀다. 특히 결혼하면. 마흔 셋,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갈 때다. 아내가 눈치 챘던 것 같다.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하니까, 너무 쉽게 그만두라고 하는 거다.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뒤 물어봤다. 굉장히 불안했다더라. 그만두겠다는 얘길 할 것 같은데, 매일 아침 일어나 뭔가 하는데, 그게 가여웠던 점도 있었다더라. 그게 신뢰를 줬던 거다.

어느 순간, 정리가 됐다고 하더라. 약간 자포자기인데, 지가 못 벌면 내가 벌지, 하는 순간에 흔쾌해지더라는. (웃음) 우리는 맞벌이로 시작했다. 아내는 육아를 끝낸 뒤, 돈이 안 벌리는 곳에서 일을 했었다. 돈 버는 것이 신통치 않으면 내가 벌지, 이런 마음이었던 거다. 삼년 정도를 흘려놓고 고민을 하게 한 뒤, 자기가 결심을 하니 흔쾌히 보내준 거지. (웃음)

마흔 여섯에 나와 오십이 될 때까지는 불면이 생긴 경우도 있었다. 비즈니스는 잘 됐는데도 그랬다. 이유도 몰라. 돌이켜보면 무의식 속에 불안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개런티 돼 있는 길에서 벗어나 자기 길을 걷는데 대한 심리적 불안이 있었던 것 같다. 최고의 약은, 잠 못 자서 죽은 동물이 없다는 글귀였다. (웃음) 그게 안심이 됐다. 그 다음부턴 잠을 잘 잤다. 사람은 참 재미있는 동물이다.



결혼, 연애할 때 이런 걸 생각해보라고 할 것이 있다면? 주의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연애와 결혼. 아내가 괜찮은 여자처럼 보일지 몰라도, 속으론 고민이 많았지. (웃음) 우린 많이 싸운다. 결혼은 싸우게 되는 거다. 싸우지 않으면 진짜 같이 살고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싸우지 않으려고 떨어져 살면 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쿨 해서 문제다. 사랑은 쿨 한 게 아니다. 사랑은 쿨 할 수가 없다. 뱃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데 어떻게 쿨 할 수 있나? 이 여자가 아니면 미칠 것 같은데, 어떻게 쿨 할 수 있냐는 거지.

부부는 서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적대감이 있어선 안 된다. 이 끔찍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웃음)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라지지만,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아주 오래 간다. 가족, 가정은 엄청난 수련의 장이다. 사랑은 달지만 쓰다. 그래서 진짜다. 그걸 잘 견디려면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결혼해야 한다. 그걸 사랑이라고 부른다.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지. 사랑을 위한 싸움은 있어야 한다. 다만 적대심으로 흘러가면 괴물이 되지만. 필요에 의해 결혼하면, 필요가 사라지면 헤어지게 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베스트셀러가 안 됐어도 회사를 그만뒀을 것 같나? 또 베스트셀러작가가 되고 전문가로도 성공했는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운이 안 좋았다면 고민은 더 많았을 것이다. 그 고민이 어떻게 갔을지는 모르겠다. 과거를 가정하지 말라는 역사학의 계명이 있다. 어쨌든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 세속적 승리로 갈 수 있는 에너지를 부여해줬거든. 작은 승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처음부터 잘 계획해야 한다. 그 승리가 내 것이 되면 장애가 조금씩 사라진다. 큰 것 하나를 노리지 마라. 몇 년 후 뭐가 되기 위해 차곡차곡 일을 만들고,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게 아니다. 매일 뭔가를 정해야 한다. 나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준 것은 새벽에 매일 2~3시간 글 쓰는 것이었다. 그 결과, 매년 책이 나왔다. 지금까지 열일곱 권을 썼는데, 죽을 때까지 매년 쓸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매일 새벽에 일어나니까. 그 일을 매일 하고 있으니까.

매일의 습관을 얻어야 한다. 제자들에게 말한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매일 써라.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대한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다. 인생을 보낸 시간에 대한 나의 기록이다. 내가 한 실험과 관찰, 내가 얻은 노하우 등 책이 기록되면 다른 사람이 보고 참고할 것이다. 수십 년 보냈는데, 할 이야기가 없다면 문제가 있다. 1인1책의 시대, 이미 와 있다.


구 소장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졌다. “각자가 각자다운 것을 찾는 걸 포기하지 마라. 몇 살이고,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나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마라. 이걸 포기하면 내 존재를 채울 수가 없다. 나를 채우지 못하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라. 찾아서 그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10년 정도의 땀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나’라는 것을 알았지요. 내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 말이에요.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내 속에서 내면의 빛과 힘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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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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