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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남자

<범죄와의 전쟁> 하정우를 지워, 하정우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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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쉬지 않는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그 이름을 확실히 인지시킨 후 하정우는 결코 쉬는 법이 없다. 2011년에도 <황해>와 <의뢰인>에 연이어 출연했고, <범죄와의 전쟁>과 <러브픽션>이 연이어 개봉할 예정이다.


이 남자 쉬지 않는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그 이름을 확실히 인지시킨 후 하정우는 결코 쉬는 법이 없다. 2011년에도 <황해>와 <의뢰인>에 연이어 출연했고, <범죄와의 전쟁>과 <러브픽션>이 연이어 개봉했다. 그는 너무 많이 노출되었지만, 그 끝없는 젊은 배우의 열정과 욕심이 지루하거나 과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는 결코 소진되어 가는 느낌을 주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하정우라는 배우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가 없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하정우는 지독한 연쇄살인범이기도 하고, 얄미운 백수였다가 지독한 운명에 휩싸인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관객들이 하정우에게 기대하는 특정한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하정우는 다행스럽게도 하나의 이미지로 굳거나, 혹은 특정한 역할을 강요받지 않는 배우다. 대사도 상대 배우도 없이 몸으로만 연기를 해야 했던 <황해>의 구남이어도, 유창한 언변을 갖춘 <의뢰인>의 변호사이어도 하정우이기에 가능하다. 그 극단적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이기에 하정우는 이미 그 이름만으로 관객들을 안심시키는 믿음직한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체화하다


<범죄와의 전쟁>은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에 이어 윤종빈 감독과 함께 하는 세 번째 작품이다. 이야기와 인물의 비중으로 따지자면, 영화는 최민식이 연기한 한국적 갱스터 최익현에게 모든 것이 치우쳐 있다. 이 영화는 폭력과 연줄을 이용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가능한 모순과 그 시스템을 조롱하는 이 영화는 한마디로 최익현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다. 하정우가 연기한 최형배는 일종의 주변인물이다.

하지만 노련한 선수처럼 하정우는 자신이 돋보여야하는 순간과 상대 배우의 연기가 돋보여야하는 순간, 그리고 영화 전체에 자신의 존재가 어떤 균형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를 동물적으로 감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산 로케이션 촬영 동안 하정우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남자들의 품새를 몸으로 포착했다고 한다. 그렇게 살아있는 사람들에게서 포착한 사소한 행동, 말투가 하정우를 통해 체화되는 순간, 스크린에는 배우 하정우가 아닌 인물 최형배가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정우를 통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하게 된다.

<황해>

<의뢰인>

<러브 픽션>

아내를 찾으러 온 조선족 구남을 연기했던 <황해>를 보면 하정우가 아닌 구남이 보인다. 흔한 말이지만, 구남이 되어 살아온 그 시절이, 그 피폐하고 지독했을 싸움이 하정우에게 고스란히 묻어난다. 지치고 암울한 구남의 영혼이 배우에게 상처를 줬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배우들의 그 치열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황해>는 너무 무겁고 어두웠다. 장르적 쾌감이나 이야기의 감동에 앞선 그 분위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관객의 큰 사랑을 받지는 못한 영화가 되었다.

의기소침해질 법도 하지만 곧 하정우는 <의뢰인>에 몰입했다. 극한의 몰입이 필요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장르 영화의 쾌감을 위해 언변이 뛰어난 변호사가 되기까지 하정우의 노력의 흔적은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마치 지독한 구남의 우울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듯 쏟아내는 하정우의 대사에는 구남의 흔적이 조금도 없다. 매사 자신감이 넘치고 일처리에 능숙한 강성희 변호사는 역시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하정우를 통해 체화된다. <의뢰인>에서는 박희순과 장혁을 통해 이야기와 균형을 나눴으니 하정우도 조금 더 가벼워 보인다.

<범죄와의 전쟁>과 동시에 진행된 <러브 픽션>에서는 연애에 숙맥인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남성의 모습이다. 어떤 순간에도 예쁜 척을 하는 법이 없는 공효진과의 만남이라니, 이미 영화의 절반 이상은 성공이 아닐까 하는 믿음을 준다. 하정우는 그렇게 가장 핫하고 가장 믿음직한 배우가 되어 든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너무 많이 본 남자, 하정우

<마들렌>

<히트>

알려진 대로 하정우는 그림을 그린다. 캐릭터에 빠져 지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꾸준히 심리치료도 받는다고 한다. 연기를 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망쳐야 하는 배우라는 숙명 앞에서 하정우는 그 숙명을 묵묵하게 끌어안고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애초에 김용건이라는 중견 배우의 아들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아버지 얘기를 꺼내는 법이 없는 하정우는 비어있을 거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자판기처럼 꽉 차서,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턱하고 나타날 것 같은 그런 배우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 하정우를 너무 많이 봤지만, 단 한 번도 하정우를 지겨워한 적이 없다. 기억나진 않지만 2002년 신민아, 조인성과 함께 한 <마들렌>으로 데뷔한 이래 10년 동안 하정우는 24편의 영화에 주, 조연으로 참여했다. 아무리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하정우의 얼굴은 충분히 기억하고도 남을 만한 작품의 가짓수이다. 장기간 휴식과 짧은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또래 연기자들과 비교한다면 하정우는 정말 배우를 직업으로 현장을 매일 떠나는 법 없이 살았을 것 같다. 그 사이 <프라하의 연인>이나 <히트> 같은 TV 드라마도 찍었으니 10년 동안 대체 이 사람 쉬기는 했을까?

<시간>

<국가대표>

그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철저한 인디, 계산적인 상업영화, 지극히 상업적인 TV 드라마 등 그 영역도 다양하다. 물론 흥행에 있어서는 성패가 분명한 작품들이 가득하지만, 배우 하정우는 단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다. 아마 스스로의 만족도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물론 흥행의 정도에 따라 관객과의 소통에 대해서 고민은 하겠지만, 스스로 실패작이라 규정짓는 영화는 없을 만큼 그는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 해왔다. 그러한 종횡무진이 하정우의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일 수 있겠다.

먹고 살기 위해 연기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루하루 연기를 해야만 살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는 생활형 연기자이다. 돌이켜 보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적이 없지만, 지금 또래 연기자 들 중에서 최고의 연기자로 인정받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그가 차지해 버린 그 다양한 캐릭터의 연속성에 있다. 어쩌면 그를 톱의 자리에 올린 것은 대중들이 아니라, 그 자신인 것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

<추격자>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주목받기 전 그는 공유, 김선아의 코미디 <잠복근무>에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력계 형사로 출연했다. 그때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출퇴근하듯 촬영장을 드나드는 게 아니라 늘 벅찬 호흡으로 달려가는 영화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공언은 젊은 배우의 치기가 아니라 진심이었음을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 몸소 보여주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그가 김기덕의 <시간>을 선택했을 때, 이 젊은 배우의 성향은 인디영화라고 생각했다. 2007년 베라 파미가와 함께 한 <두 번째 사랑>에서 그러한 성향은 굳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8년 <추격자>를 통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흥행을 거두고 <국가대표>의 엄청한 흥행기록에 힘입어 일종의 ‘흥행배우’의 타이틀도 어색하지 않는 스타가 되었다. <시간>, <구미호가족>, <숨>, <두 번째 사랑>, <추격자>,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로 이어지는 하정우의 출연작 목록은 저예산 예술영화나 투자를 받기 어려운 영화에 가깝다. 이미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젊은 배우라면 위험한 연쇄살인범의 역할을 마다했겠지만, 배우 하정우는 쉽지 않은 결정을 통해 스스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늘 유효했다. 오히려 인디영화와 상업영화라는 경계 자체는 그에게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저 어떤 영화든 자신이 필요한 곳에 출연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인 것 같다.

<멋진 하루>

2012년 두 편의 영화를 연이어 개봉 한 후 한석규, 류승범과 함께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이미 연기자로서의 삶은 ‘연기를 하는 삶’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이 젊은 배우는 분명 현재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연기를 하는 가장 뜨겁고 주목받는 배우이다. 클로즈업을 해서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꽃미남은 아니지만, 충분히 개성있는 얼굴과 유연한 몸짓은 천천히 풀 샷으로 잡았을 때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영화 속 그의 몸짓을 관객들은 놓치지 않는다.

그는 다양한 작품에 우정출연이나 조연의 형태로 출연하여 작품을 빛내주었지만, 그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멋진 하루>에서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몸짓으로 아주 오랫동안 노출될 때이다. 강렬하고 단발적인 ‘미친 존재감’은 하정우에게 어울리는 표현이 아니다. 하정우는 많이 보여주고, 그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더 빛난다. 하정우는 넉넉한 시선으로 길게 바라보면 오히려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충분히 하정우를 보아왔고, 그리고 충분히 더 많이 보아줄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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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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