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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명박 지지율이 44%나 나오냐는 질문에…”

『정연주의 증언』 정연주 “지금의 희망? 조·중·동을 안 보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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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에게 종종 묻는다. “당신은 어떤 신문(혹은 잡지)을 보는가?” ‘편 가르기’를 위함이 아니다. 그 사람을 더 잘 알기 위함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종종 묻는다. “당신은 어떤 신문(혹은 잡지)을 보는가?” ‘편 가르기’를 위함이 아니다. 그 사람을 더 잘 알기 위함이다. 나는, 어느 매체를 주로 보느냐가, 절대적이진 않아도 누군가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단초가 된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신문의 날’ 표어 대상작이었다. ‘세상을 읽어라 신문을 펼쳐라.’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비슷한 말을 했다. “세상을 알려면 신문을 읽어라.” 나는 그 말, 충분히 공감하지만, 지금-여기의 신문이 세상을 제대로 담아 독자와 신뢰하고 소통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언론(비슷한 것들)은 세계를 왜곡하고 굴절시키는 행태를 취한다.

신문의 굴절이 가져오는 세계관의 굴절이 무섭다. 그들은 하나마나한 동어반복을 한다. “땅에 떨어진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자.” 정작 그에 맞는 행동이나 노력은 없다. 오직 자사 이익을 향한 이전투구에 몰두한다. 일부를 제하고, 그들은 이미 오만방자한 권력으로서 군림한다. 내가 보기엔, 이념을 위해서도 아니다. 오직 이권(이익)에만 취해 있을 뿐이다.

세계관이 ‘다른 것’, 세계관이 분화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매체의 개성과 편집방향에 따라, 독자의 취향과 세계관이 영향을 받는 것은 재밌고,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여기의 대부분 언론에게 그런 걸 기대하는 건, 단호하게 헛되다. 수구기득권, 즉 자신들의 이권에만 목 맨 언론(을 흉내 낸 것)이 여론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종편은 수구기득권의 노골적인 협잡이다.

취향과 세계관의 분화이전, 언론이라면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공공성. 그러나 이 땅엔 그 기본을 잊은 ‘망각 저널리즘’의 토대 위에 수구언론이 판을 친다. 그러니 펼쳐든 신문을 통해 세상을 제대로 보고 읽고 만나는 것은 다른 세계의 일이다. 당연히 ‘진짜 기자’를 만나는 일도 힘들어진다. 기자라는 이름을 단 타이피스트나 로비스트, 직장인만 나댄다. 수구기득권에 의해 조작된 세계관을 받아들인 탓에 이 세계가 점점 더 슬프고 암울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지금의 언론 상황을 전하고, 정치검찰의 작태를 몸소 경험한 원로 언론인의 ‘증언’이 나왔다. 정연주. 보수언론의 상징인, ‘조?중?동’이라는 말을 만든 장본인이자, KBS 전 사장. 혹은 언론계의 여전한 산증인이자 우리 사회의 진실을 위해 뛰고 기록하며 증언하고 있으니 ‘기자’라고 칭해야 할 그가 『정연주의 증언』을 내놨다. 부제는, ‘나는 왜 KBS에서 해임되었나’.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고 공작을 펼쳤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회의실. 『정연주의 증언』 출간기념으로, 독자들과 정연주 기자가 만났다.


언론의 두 가지 기능

언론은 두 가지 기능을 가진다. 하나는 사실보도. 또 하나는 (권력)감시와 비판. 두 가지 다 갖춰야 언론이다. 하나만 갖추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정 기자는 언론 기능이 거세된 곳 중의 하나로 일본 NHK를 들었다. NHK는 일본 국회(정치)로부터 예산 승인을 받기 때문. 즉,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감시와 비판 기능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KBS사장을 할 때, NHK사장을 만났는데, 자랑하듯 매일 국회의원을 만난다고 말하더라. NHK는 비판?감시 기능을 못한다. 대신 교양 프로그램은 잘한다. 교양?예능과 저널리즘 기능이 함께 가야 한다. 영국 BBC가 왜 모범적인 공영방송이냐 하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한다. 이라크 침공 당시, BBC는 당시 총리인 토니 블레어를 비판하는 프로를 방영했다.”

“이 두 가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 언론은 사회의 소통을 위한 건강한 ‘공론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장’으로서 ‘공론장’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그러한 공론장이 되기 위해서는 언론이 사실 보도와 권력의 감시?비판 기능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다해야 한다.”(p.367)

정 기자는 지금의 KBS의 한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해 찬성해주지 않는다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유로 민주통합당의 경선 중계를 하지 않았다. ‘쫌팽이’라고 했다. 아무리 미워도 언론이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의 언론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덧붙여진다. “일본 NHK는 저널리즘 기능이 거세됐고, 민간상업방송은 오락기능에만 치우친다. 그래서 메이저 언론 기능을 하는 것이 신문인데, 90% 이상이 보수다. 과거 자민당 54년 장기집권의 조건과 토양을 언론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다. 우리나라 수구기득권 세력이 지난 10년(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실은 ‘잃어버린 탐욕의 10년’이다. 요즘은 급하게 많이 먹어서 체해서 난리지. (웃음) 경제지도 지독하다. 조중동과 다를 바가 없다.”

그는 지금의 우리나라 언론토양에 대해서도, 90%가 수구기득권 편에 있다고 주장했다. 41년 전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다. 41년을 언론인으로서 살아온 그가 지금의 언론 상황에 대한 토로한다. 지금처럼 언론이 한 쪽에 쏠린 적이 없다. 지금처럼 언론인이 부끄러워하지 않은 적이 없다. 원론 언론인의 부끄러운 자기 고백이다.

“검찰에는 (정치검찰이) 부끄럽다며 사표를 내는 검사들이 있다. 그러나 조중동 기자 중에, 수구기득권을 편드는 90% 중에 부끄럽다고 사표 내는 기자 봤나? 오히려 당당하다. 그런 마당에 국민들 반대하는데 무리해서 수구기득권언론에 종편날개까지 달아준 건, 일본 자민당 54년처럼 터를 닦아준 것이다. 수구기득권정권이 적어도 30년은 가리라 봤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비관적인 상황으로만 점철된 것일까. 정 기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독약’과 ‘역사의 축복’이라는 말을 꺼냈다. 수구기득권세력의 무분별한 세력 확장과 탐욕이 독약으로 작용하면서, 역사의 축복을 맞이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종편(시청률)을 보면 무척 즐겁다. 매일이 즐겁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도 매일 짧아지지, 법원 판결로 매일 이자도 붙지. 요즘 내 얼굴이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 아우라가 있다. (웃음) 종편 출범과 관련해서는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특혜 패키지다. 공정한 시장경쟁을 해치고 약탈하는 행위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옮기고 언론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기득권, 오! 당신들의 나라

그렇다면 수구기득권 세력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질까? 정 기자는 강고한 수구기득권 세력의 무시무시한 위상(?)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는 투표율과 여론조사 등을 통해 그것을 설명했다. 우선, 87년 대통령선거. 87년6월 항쟁으로 민주화 열망이 최고조로 높아졌을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 후보의 득표율은 36.6%. 정 기자는 이것부터 주목했다.


“민주정권 열망이 그렇게 강했음에도 그렇게 나왔다. 무서운 숫자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일 뒤 한겨레에서 여론 조사를 했다. 정치검찰의 혹독한 수사에 대한 이명박의 사과 여부를 물었다. 55.9%가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 였는데, 37.5%가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2008년 촛불 시위 1년 뒤인 2009년 5월 여론조사를 했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이 56.1%였는데, 아무 문제없다고 답한 사람이 38.5%였다. 한명숙 총리 기소 사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문제여부를 물었더니 51%는 문제가 있다고 했으나, 37.7%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런 것에서 보듯, 37~38%는 시멘트보다 강고한 숫자다.”

그는 KBS사장 시절에 한 여론조사에서도 ‘정연주가 좌편향’이라고 답한 사람이 37%였다고 언급했다. 곧, ‘37~38%’는 어떤 상황에서도 강고한 수구기득권 세력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곧, 이 숫자는 ‘닥치고 수구기득권’이라는 것이다. 그는 뭣보다 진짜 의미의 ‘보수주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 체제가 굴러갈 수 있을 정도로 있는 것을 지키고 개인과 개인의 자유가 생명인 것이 보수주의다. 그런데, 사건 때, PD의 이메일을 들췄는데, 어느 보수가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고 항의한 적 없잖나. 진짜 우파도 없다. 자기 나라와 민족이 최고라는 관점인데, 우리나라 우파들은 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든다. 자세히 보면, 과거에 친일파, 군부독재와 결탁해 이익을 취득한 자들, 이게 수구기득권 세력이다.”

한국엔 수구기득권이 여전히 ‘대세’다. 정 기자의 말을 더 들어보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그렇게 헛발질하고 다음 선거는 보나마나 인데, 한나라당 후보가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43.4%의 득표율을 보였다. 우리나라 최근 선거를 보면 아슬아슬하다. 37~38%의 수구기득권에 조금만 더 붙으면 50%로 간다. 1년 전만해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어떻게 이명박 지지율이 44~45%나 나올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도 낮다고 봤다. 언론 90%가 이명박 편인데, 언론 조건으로 보면 60%는 나와야 했다. (웃음)”


정연주, 아니 우리의 희망 찾기

대한민국의 수구기득권 세력은 그만큼 강고하고 무섭다. 이른바 민주진보개혁세력은 흩어지면 무조건 깨지는 구도다.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정 기자는 그래도 있단다. 이날 강연에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20~30대에 그는 희망을 걸었다.

“재작년 봄에는 부산?경남에 강연을 많이 다녔는데, 솔직히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당선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됐다. 바닥이 꿈틀꿈틀하는 게 느껴진다. 특히 젊은 층에서. 20~30대는 50~60대와 완전 다르다. 세대 간 양극화, 실은 불행한 것이나, 20~30대는 조중동을 안 본다. 진짜 매일 조중동을 보면 생각이 바뀐다. (웃음) 수구언론 영향력이 37~38%를 넘지 못한다. 왜? 안 보니까! 20~30대 조중동을 안 보는 세대가 희망이고, 나이가 많은 세대도 조중동을 안 보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


“특히 20, 30대 젊은 세대에게는 수구언론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구신문과 방송의 뉴스를 잘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중?동에 중독된 부모 세대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p.378)

그는 우선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했다. 20대가 선거마다 10%만 더 참여하면 세상이 바뀔 거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자신을 위해 참여하면, 역사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고 세상이 바뀐단다. 지난 4년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무브온’이라는 시민단체 이야기도 덧붙인다.

“무브온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50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냈다.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중심인데, 미디어 관련해서는, 왜곡보도를 하면 항의하고 블로그를 만들라는 얘기한다. 나도 젊은이들에게 젊은 감각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50가지 방법 혹은 선거나 역사에 참여할 수 있는 50가지 방법을 만들어보라고 얘기한다. 요즘 젊은이들 재기발랄하나 개인주의다. 개인주의의 장점은 억압을 용납 못한다는 것인데, 공동체적인 생각을 얹으면 참 좋겠다.”

정 기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6?15공동선언 9주년 행사 준비위원들과 했던 오찬에서 말씀했던 발언을 꺼낸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 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정 기자는 이어,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詩를 읊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물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독자들과 나눈 Q&A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정치란 무엇일까?

다음에 민주정권이 들어선다면 조건이 좋다. 단, 지난 10년의 복기가 필요하다. 어떤 한계와 과욕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복기와 반성 위에서 거대담론 아닌 디테일한 정책이 필요하다.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가령, 지방대 할당이나 블라인드 면접 등이다. 교육도 공정함을 위한 대안을 내고, 주거?의료?일자리?노후?약자 등에 대한 종합 패키지는 물론 예산확보, 세제개혁 등에도 답을 내야 한다. 필요하면 정치적으로 손해를 봐도 세금을 올리자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잘한다고 국민이 판단하면 오래갈 수 있다.

지금 언론사 기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과거보다 언론환경이 좋아진 것도 있고, 나빠진 것도 있다. 과거에는 독재정권의 나팔수로, 언론인을 하면서 부끄러워했으나 지금은 언론 자체가 권력이 됐다. 권력화된 것이 문제다. 다만, 옛날에는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도 길이 좁았다. 지금은 디지털 혁명으로 길이 넓어졌다. 기술적으로 누구나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나는 꼼수다>가 수구언론을 압도한다. 희망적이다. 앞으로 기술이 어떤 신세계를 열지 예측을 못한다.


<나꼼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배경에 우선 주목한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이라면 안 생겼을 거다. 지난 1월1일 봉하마을에 다녀왔는데, 기차에서 윤광웅 전 국방부장관과 마주쳤다. 그 당시, (KBS에서 국방부를) 대단히 비판하고 긁었다고 하면서도, 좋았다고 했다. 지금 언론은 워낙 비판 기능을 못한다. 정통 언론이 제대로 했으면 <나꼼수>도 안 나왔을 거다.

둘, 이명박이 인지부조화의 극치를 보여서 <나꼼수>하기에 조건이 무척 좋다. 셋, 캐릭터 조합이 참 좋다. 김어준은 천재고, 정봉주는 깔때기 역할을 얼마나 잘 하나. 탁현민 연출자도 탁월하고. <나꼼수>는 정색하고 들을 게 아니고, 재미있고 편한 마음으로 들어야지.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나꼼수> 관련 책만 팔린다. (웃음)


21살이고 참언론인이 되고 싶다. 언론은 결정적일 때 정의롭지 못한 것 같다. 언론은 무엇으로 움직이는지 알고 싶다.

2000년 6월 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했다. 한겨레 논설주간이 된 후 언론재단에서 신입기자 교육을 했다. 첫 강의가 기자정신이었다. 원래 리영희 선생이 했는데, 2000년 말에 쓰러지셔서 그 바통을 내가 이어받았다. 그때도 이야기하고 KBS에 신입기자가 들어오면 늘 이야길 했다. 짧게 말하면 저널리스트는 가슴속에 중심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서 역사와 세상을 보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심 가치가 뭐냐. 자유, 인권, 평등, 평화, 생명 등이 보편적 가치고 그 방향으로 역사가 흘러야 한다. 그걸로 중심을 잡으면 다 보인다. 진보의 마음가짐과 출발은 열린 마음으로 이것만 옮고 진리라는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품고 사는 게 중요하다.


이틀 뒤 최종 판결을 받는데, 1, 2심을 거치면서 기분이 어땠나?

정말 황당한 사건이다. 도대체 검찰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고시까지 합격한 사람들이. 정치검찰의 올가미에 걸리면 벗어나질 못한다. 1심 판결을 보면 재판부가 검찰을 무지하게 꾸짖는다. 160여 쪽에 이르는 판결문이 나올 정도로 황당무계한 사건이다. 이틀 뒤 최종 판결인데, 걱정 안 한다. 얼굴이 환하잖나. (웃음)

그런 상황을 견디면서 든 생각이나 견디게 해 준 사람이 있다면? 선거에 뛰어들 생각 있나?

상식적으로 법을 적용해서 어기면 처벌하면 된다. 이 정권이 잘못한 것에 대한 답은 정권을 교체해서 제대로 된 정책을 펴도록 하면 된다. 나는 나이가 많고 권력의지가 없다. 또 글이나 강연이 중요하다고 봐서, 그걸 계속 하고 싶다. 내가 겪은 건, 김근태나 인혁당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이 겪은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그게 옳은 일이라서 선택한 일이고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라 자고 일어나면 잊는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내겐 문학작품이 도움이 많이 됐다. 굳이 추천하자면, 『토지』 『태백산맥』 『아리랑』을 비롯해서 도스토예프스키, 안병무, 함석헌의 저작, 리영희의 『대화』도 좋겠다. 책을 많이 읽으면 세상이 보인다. 그리고 투표는 꼭 해라.



“젊은 벗들, 화살이 되십시오. 선거 때마다 당신들의 표를 화살로 만드십시오, ‘깨어 있는 시민’으로, ‘행동하는 양심’으로, 투표함에 화살을 쏘면 되는 겁니다. 촛불집회 때의 그 생기발랄함으로 축제하듯 신명나게 투표장으로 달려가면 되는 겁니다.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벗들과 함께, 직장 동료들과 함께……. 그러면 역사는 바뀝니다. 오만한 권력을 심판할 수 있습니다. 바로 당신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말입니다.”(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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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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