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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에 가죽재킷 걸치면 여자도 멋있다”

『스티브&요니's 디자인 스튜디오』 스티브 J & 요니 P 지난달 20일, 서울 홍대 부근의 한 카페, 패션의 한 노동을 담당한 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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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현한 트렌드 세터이자 듀오 디자이너, 스티브와 요니. 자신들의 생생한 디자인 스토리를 담은 『스티브&요니's 디자인 스튜디오』를 내고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브런치. 과거, 우리는 ‘아점’이라 불렀다. 그런데, 브런치와 아점. 호명에 따라, 그 어감이 확연하게 달라지지 않나? 이른바 구별 짓기. 아점을 먹는 사람과 브런치를 먹는 사람 사이의 간극. 우리는 브런치, 하면 뉴욕라이프스타일이 떠오른다. 반면, 아점은? 늦게 부스스 일어나 대충 먹거리를 챙겨드는 모습이 연상된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브런치는 하나의 계급적 상징이자 남과 구별 짓기 위한 기호로 활용된다.

허나, 뉴욕라이프스타일처럼 인식되는 브런치는 뉴욕의 보편적 문화가 아니다. 전문직업인, 예술가, 대학생 등 충분한 여가시간과 경제적 능력을 가진 계층이 선호할 뿐, 브런치가 곧 뉴욕은 아니다. 브런치를 먹는다고 뉴욕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브런치를 만들고 내놓는 사람들, 노동자. 그 사실을 많은 우리는 잊거나 외면한다. 우아하고 맛있는 브런치를 내놓기 위해 누군가는 일해야 한다. 『너 자신의 뉴욕을 소유하라』의 저자 탁선호는 말한다.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은 다른 사람의 노동을 통해서만 추구되고 충족될 수 있다. 식료품점에서 물건을 정리하거나 레스토랑에서 물을 따라주고 가는 히스패닉계 노동자들, 네일숍에서 손발을 다듬고 매니큐어를 칠해주는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없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뉴요커의 삶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뉴욕에서 브런치 가격, 비싸지 않다. 임대료 비싼 뉴욕의 레스토랑인데, 안 비싸? 이유가 있다. 저임금 이주노동자. 이들은 뉴욕의 화려한 때깔과 매끄럽게 다듬어진 풍경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라치면, 브런치 혹은 뉴욕라이프스타일은 없어진다. 모순과도 같은 현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존재감을 없앤다. 브런치 뒤에 가려진 슬픔. 커피노동자인 내게도 그건 슬픔이다. 커피농부들도 그럴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어? 묻는다면, 나는 단순하다. 커피가 맛있다면, “커피가 맛있다”는 말 한마디. 나는 그것으로 커피 노동의 보람과 행복을 찾지만, 물론 만병통치, 아니다. 그것이 이 팍팍하고 신산한 세계를 바꾸진 못한다.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아는 것, 나는 그것을 강조한다. 먹는 것을 대할 때의 애티튜드. 브런치로 뉴욕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는 ‘허세’ 따윈, <뿌리 깊은 나무> 이도의 말을 빌자면, “지랄하고 자빠졌네.”

입는 것이라고 다를까. 패션에도 분명, ‘윤리’가 있다. 옷을 입고 치장하거나 가꾸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친 허세로 기울거나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 것은 불편하다. 패션에도 의당 노동이 결부된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대량생산체제에서, 그 노동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편함을 동반할 수 있다.

가령, 근래 패션계를 주도한 ‘패스트 패션’. 왜 저렴할까, 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많이 찍어내야 하다 보니, 패션 자본은 제3세계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했다. 저렴한 합성섬유를 써서 통풍을 막고 피부를 자극해 피부병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가격표에 열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패션에도 노동은 피할 수 없다. 노동 없이 패션은 완성되지 않는다. 이 패션은 어디서 어떻게 왔는가. 누가 만들었고, 제조 과정과 상황, 사용된 화학물질을 안다면 더 현명하게 옷을 입을 수 있지 않겠는가.

유럽 등지에서는 그리하여, 친환경, 공정무역 브랜드가 호응을 얻기도 한다. <해리포터>시리즈의 히로인, 엠마 왓슨이 모델인 ‘피플 트리’는 2006년 SPA브랜드 톱숍의 매장을 통해 유통되기 시작, 2010년 WGSN 어워즈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꼽히기도 했다.

셀러브리티의 참여도 활발하다. 배우 시에나 밀러는 탄소중립의류브랜드 ‘트웬티8트웰브’, U2의 보노는 아프리카에 공정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로 ‘이든’을 운영한다. 폴 매카트니 딸이자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는 “중세적이고 야만적인, 낡은 패션”이란 이유로, 동물가죽과 털을 쓰지 않는다. 에코시크(Eco Chic), 에코칙(Eco Chick)이라는 조어도 나왔다.

브런치와 마찬가지로, 패션의 사회적 관계를 성찰하는 하는 것, 사회적 인간의 의무다. <개그콘서트>의 <패션넘버5>가 일부 패션 피플의 ‘허세’를 풍자하듯, 패션은, 다시 이도의 말을 빌리면, “우라질”이어선 안 된다. 패스트 패션 아닌, ‘지속가능한 패션’도 있다.

다시 한 번. 아름다운 패션을 내놓기 위해 누군가는 일해야 한다. 노동자의 인권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가격을 비교하고, 명품을 따지기 전, 그 정성으로 디자인을 생각하고 노동을 생각한다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보다 분명해지지 않을까. 획일적인 유행보다 자신의 가치와 애티튜드에서도 스타일이 나오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패션 피플을 보고 싶은 이유.

『오! 당신들의 나라』를 펴면, 저자는 이 말부터 꺼낸다. 책을 쓰는 애티튜드.
“편집 보조, 교정 담당자, 교열 담당자, 홍보 담당자, 인쇄업 종사자, 트럭 기사, 서점 직원…. 책을 만들어 독자의 손에 전하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브런치에도, 패션에도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노동이 있고, 사람이 있다.

20세기 여성해방에 기여한 샤넬을 떠올려도 좋겠다. 여성들에게, 코르셋을 벗을 수 있게 만들고, 핸드백에 끈을 달아, 한 손을 풀어준 사람. 1월10일, 41주기를 맞은 코코 샤넬이다. 그녀의 패션에 대한 애티튜드. “패션은 복장에만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패션은 하늘에도 거리에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이자 늘 새롭게 일어나는 그 무엇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홍대 부근의 한 카페, 패션의 한 노동을 담당한 이들을 만났다.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현한 트렌드 세터이자 듀오 디자이너, 스티브와 요니. 자신들의 생생한 디자인 스토리를 담은 『스티브&요니's 디자인 스튜디오』를 내고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날 디자이너 요니는 말했다. 옷을 입고 소화하는 사람의 애티튜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자, 당신은 어떤 애티튜드로 옷을 입을 것인가.


두 사람 모두 스타일이 독특한데.

(S) 어렸을 때부터 모자를 좋아했다. 결정적으로, 유학 가서 첫 수업 때 친구들을 보고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세울 것도 없고. 자신을 가꿔야겠다고 생각해서 모자도 그렇고, 수염을 길렀다.

(Y) 무수히 변화를 시도했었다. 이런저런 걸 하면서 내게 어울리는 걸 테스트한 기간이었다. 그러다 내 스타일이 됐고, 평상시 모습에서도 나온다.

디자이너로서 독특한 캐릭터 갖고 있다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나?

(Y) 영국에서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한국인 디자이너가 없었다. 그저 그런 동양인으로 인식되는 것이 싫었다. 어필하기 위해서라도 꾸몄다. 나중에는 콧수염하면 스티브, 블론드헤어하면 요니, 이런 모습이 우리 모습이자 브랜드가 됐다. 디자이너에겐 색깔이 있는 게 좋다.

(S) 고객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요니의 옷장을 채우려고 디자인한다. (웃음) 옷장을 채우기 위해 디자인한다는 생각으로 해서 우리 느낌이 디자인을 통해 나오는 것 같다.

어떻게 책 만들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나?

(S) 예전에 영국에 있을 때, 제안을 많이 받았다. 그땐 너무 빠르지 않나 싶어서 나이가 들면 하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한국에 와서 지내다가 정리를 안 하면 잊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내겠다고 결정했다.

(Y) 치열하게 살았던 어려웠던 시절, 도서관에 파묻혀 리서치 했던 기억을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만들면서 우리 나름대로 정리해 나가니까 좋았다.

책과 옷, 만드는 것이 다를 것 같다. 무엇이 더 어렵던가?

(S) 책이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웃음) 책도 쓰기 전에 갈등이 많았다. 그동안 해왔던 것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했다. 쓰고 나니 보람을 엄청 느끼고,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Y) 책을 쓰면서 잊힌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고, 옛날 마음가짐도 생각나더라. 책에 컬렉션 사진이 많은데, 어떤 그림을 실을까 하면서 옛날 포트폴리오를 보니까 창피하기도 하고. 지나온 히스토리니까 보면서 많이 웃고 그랬다.

책 낸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Y) 그 부분이 제일 놀라웠다. 가장 가까운 직원들조차 읽고 나서, 우리가 동물원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며 로맨틱하다고 놀라고, 업계에선 그렇게 고생했냐며 놀라더라. 이렇게 드러내놓으니 이해를 많이 해줘서 좋았다.


책에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얘기도 많은 것 같더라. 서로의 매력을 말한다면?

(S) 잘 말해야 하는데. (웃음) 요니는 개성이 넘치고 아이디어가 많은 친구다. 끼랑 영감을 많이 주는 파트너다. 이런 파트너 만난 것에 대해 남들이 다 부러워한다.

(Y) 학생 때부터 봤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에 파고드는 집중력이 좋다. 그런 모습이 멋있다.

부부면서 사업파트너다. 많이 싸우지 않나? 장단점이 있다면?

(Y) 단점이 없을 수 없다. 둘이니까 설득도 해야 하고, 서로에게 타협하는 부분도 생긴다. 그래도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서 단점은 문제되는 것 같지 않다. 혼자였으면 이만큼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영국에서 브랜드를 내고 힘든 점이 많았는데, 둘이 아니었음 주저앉았을 것 같다. 혼자였다면 스스로에 대한 질책이나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둘이라서 서로 북돋아줬고, 둘이라서 여기까지 온 결정적인 힘이 됐다.

(S) 혼자 있으면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힘들 수 있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질 수도 있고.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우리 스타일이 하하호호 재밌게 컬렉션을 만든다. 디자인 철학이랄까.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라서, 혼자였으면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런던에서 패션디자인 유학을 했는데, 한국과 런던에서 공부할 때 어떤 차이가 있었나?

(Y) 한국은 체계화돼서 잘 가르친다. 실제로 실력이 좋다. 반면 상상력이 굳어 있다. 해외에선 좋은 재료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가령, 우리나라는 그림을 그리라면 재료를 먼저 고민하는데, 외국에선 종이나 휴지에도 그림을 그린다. 그게 더 아티스트 적이고 멋있어 보인다. 아이디어 자체를 중요시하고, 창의력을 키우고 풀어나간다. 영감을 많이 받았다.

(S) 런던은 결과중심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시되는 학습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 처음에 꼴찌에서 시작해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가 있었지만, 한국에서 배웠듯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 있다가 과정을 풀어내는 방식을 몰라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다. 한국에선 테크닉을 잘 배운 덕에 런던에서 인정받은 점도 있다.

유학생활, 뭐가 힘들었나?

(Y)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유학 온 친구들을 보면, 이렇게 부자가 많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가가 비싸고, 돈이 많이 들었다. 공부비용은 어머니가 대 주셨지만, 생활비를 벌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높았다. 수중에 돈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취직하면서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시련이 있었을 때가 힘들었다.

(S) 힘들었을 때, 통장잔고가 없을 때, 요니가 했던 것이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이었다. (웃음) 덕분에 취직을 했던 좋은 기억도 있다. 사실 나는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유학을 가서, 욕심 없이 요양한다는 생각으로 갔다. 제일 힘들었던 건, 언어였다. 학교에 갔을 때는 한국과 공부 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고민을 많이 했다.

유학생활 중 손에 꼽는 부분이나 변곡점이 된 지점이 있다면?

(S) 학생 때, 브랜드를 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페어가 열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브랜드를 내고 페어에 참가했는데, 그때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Y) 처음 스튜디오였던 마구간을 가졌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디자이너로서 스튜디오 가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 집을 보는 순간, 뭔가 좋은 일이 있고, 디자이너로서 전환점을 맞을 것 같았다.

책을 보면, 이중, 삼중생활이 나온다. 어떻게 했나?

(Y) 돌이켜보면 그런 초인적인 힘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웃음) 학교는 다녀야했고, 그걸 하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 헤드디자이너로 취직해서 회사에 다녀야 했고, 우리 브랜드도 준비해야 했다.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닥쳐온 모든 상황을 열심히 했고, 기억에 남는다. 그런 기억 덕분에 지금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고, 큰 경험이었다. 그땐 하루에 3시간 정도 밖에 못 잤다. 그게 스트레스였다면 불가능했을 텐데, 재미있었다.

(S) 한국팀과 같이 작업을 했는데, 새벽이면 한국에 연락을 해야 해서 잠을 못 잤다. 당장 일을 해결해 줘야 하니까. 밤새는 게 힘든 게 아니라 답을 해주거나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힘들었다. 뭘 하든 리스크를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탑샵에 입점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S) 그게 고생길이었다. (웃음) 학생이어서 시스템도 안 돼 있고. 대기업과 학생이 사업파트너가 된 건데, “할 수 있겠어?”라고 물었을 때, 뭐든 할 수 있다고 살짝 뻥을 쳤다. 그만큼 간절했다. 지금이라면 쉽게 할 수 있지만 당시엔 모든 게 새롭고 힘들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지금의 좋은 결과가 오지 않았나 싶다.

(Y) 탑샵에서 매뉴얼이 일주일에 한 번씩 날아온다. 재킷, 티셔츠 접는 법을 비롯해서 지퍼는 어디서 발주를 하고, 어떤 글씨가 있어야 하고, 박스는 어디서 주문한 어떤 크기여야 하고, 레이블은 어디서 오더를 받아야 하는 등의 매뉴얼이다. 비디오를 통해 박스싸는 방법까지 설명해준다. 되게 고생했다. (웃음)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 울기도 했다. 중간에서 못하겠다고 자빠지면 안 되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매뉴얼 북이 큰 도움이 됐다.


매장에 브랜드가 입점 돼 있는 걸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Y) 학생 때, 런던 탑샵의 플래그스토어에 입점 됐다. 매장이 집 근처여서 출퇴근길에 볼 수 있었는데, 되게 신기했다. 사람들이 사나 안사나 지켜보기도 하고.

서울로 브랜드를 이전했다. 영국 패션계와 한국 패션계, 어떤 차이가 있나?

(Y) 한국은 지금 상황이 다르지만,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기반이 다져지지 않으면 애매한 상황이 있었다. 디자인컬렉션 하려면 숍도 있어야 하고 신인이 도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반면 영국은 가난해도 혼자 옷도 만들고 쇼도 할 수 있어서 신인 디자이너들이 하기 좋은 분위기가 있다. 지금 한국에 와보니 상황이 많이 달라졌더라.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나오고, 요즘은 루트가 많아져서 좋아진 것 같다.

(S) 시스템적으로 한국도 잘 돼 있는 것 같다. 영감 받는 게 부럽긴 한데, 외국 디자이너도 열악한 점이 많다. 해외 바이어들도 K-디자이너(한국 디자이너)를 바라보는 눈빛이 좋다.

지난 컬렉션 중에 인상으로 꼽는 기억에 남는 컬렉션이 있다면?

(Y) 아프리카 팜을 주제로 했던 컬렉션인데, 한 벌 한 벌 꼼꼼하게 만들었었다.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고급맞춤복)처럼. 판매 신경도 안 썼던 그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S) 처음 컬렉션은 처음이라 생각나고, 베를린에 갔을 때 영감을 받아서 한 인형컬렉션이 있었다. 수작업으로 인형마다 개성을 담아 전시공간처럼 꾸며 컬렉션을 한 것이 기억난다.

학생과 프로 디자이너, 컬렉션을 할 때 차이가 있다면?

(Y) 디자이너가 돼서 컬렉션을 발표할 때 우리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사람들 마음에 들 수도 안들 수도 있다. 6개월 동안 고뇌하면서 준비한다. 힘들고 지치지만 쇼가 끝나고 나올 때 박수로 보상을 받고, 다음 6개월을 버티는 힘을 얻는다.

(S) 학생 때는 자기만족이랄까. 사회에 나와서 하는 프로페셔널한 컬렉션은 스타일리스트, 뮤직, 디자인 식구 등 많은 사람들이 포함돼 있어서 책임감이 엄청 따른다.


컬렉션 동영상을 보니 모델들의 표정이 좋다. 어떤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나?

(Y) 위트 있고 우리 옷을 입었을 때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게 콘셉트다. 우리도 디자인을 오래하면서 찌들기보다는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디자이너 선배로서 후배 디자이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S) 열정에 빠져있는 게 중요하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라도 거기에 푹 빠져 미치는 시간이 있으면, 나중에 돌아서 생각하면 그것이 뜻 깊은 시간임을 알 것이다.

(Y) 도전하지 않으면 인생에 점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도전도 많이 하고 깨지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자기 꿈을 이뤄나갔으면 좋겠다.

두 사람 점프하게 만드는 동력이 있다면?

(S) 요니가 같이 있어서 많은 힘이 된다. 워낙 유쾌하고 즐겁게 해주는 친구다.

(Y) 결국에는 꿈이 있으니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도 계속 도전하면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고. 꿈이 있는 게 중요하다.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Y) 우린 꿈이 구체적이다. (웃음) 막연하게 꿈꾸면 이뤄지지 않더라고. 아시아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한국 디자이너로서 좀 더 영향력 있는 글로벌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다.

20대에게 조언을 해 달라.

(S) 어려운데. (웃음) 패션을 하는 분이 있다면 요즘, 한국 분위기 좋다. 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다. 각자 가진 꿈이나 직업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 나는 사람을 정말 잘 만났다. 주변 사람들과 뭔가 잘 보고 있으면 좋은 분이 나타난다. 가까이 있는 친구가 뭔가를 해 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걸 난 느낀다. 브랜드는 우리 둘이서만 만든 게 아니고 좋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Y) 조언하려니 민망한데, 지금까지 걸어온 걸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인지 먼저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잘 하는 것보다 우선 재밌어야지. 재미가 없으면 사람이 찌들고 결국 일도 못하게 된다.


독자들과 나눈 Q&A

두 사람이 최근 꽂혀 있는 색깔이나 스타일, 사람, 동네 같은 게 있다면?

(Y) 요즘 여러 가지에 꽂혀있는데, 특히 고양이에 꽂혀있다. 디자인실에서 고양이를 키운다. 일하고 있으면 내 곁에서 자고, 디자인 하다가 안 풀릴 때 걔들을 보면 행복해진다. 자기 계발하는 걸 좋아해서 스티브는 중국어를 배우고 있고, 나는 재즈댄스를 배우고 있다.

스타일 아이콘으로 점 찍어둔 사람이 있나?

(Y) 우리 옷엔 프린트가 많고 그래픽이 많아서 가수들이 좋아한다. 아이돌 그룹도 좋고, 분위기가 맞으면 누가 입어도 좋다.

‘믹스 앤 매치’를 잘 하는 것 같다. 실패확률도 높은데, 일반인을 위해 팁을 준다면?

(Y) 옷 입을 때 너무 러블리하게 입으면 낡아 보이고 매니쉬 하면 여성스런 매력을 잃을 수도 있다. 안에는 여성스럽고 샤방한 드레스를 입어도, 밖에 가죽 재킷을 입으면 여자가 멋있어 보인다. 여성스러운 요소와 남성스러운 요소가 묶였을 때 매력이 잘 드러난다. 결국은 입는 사람의 애티튜드다. 옷을 소화해내는 사람의 애티튜드가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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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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