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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공연 게스트로 활동할 때가 전성기였죠”

정차식 인터뷰 <황망한 사내> 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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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문제작’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정차식의 앨범을 뽑겠다. 눈 오는 어느 저녁, 황망한 사내는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삶과 음악에 대한 고집을 토해냈다.

올해의 ‘문제작’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정차식의 앨범을 뽑겠다. 눈 오는 어느 저녁, 황망한 사내는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삶과 음악에 대한 고집을 토해냈다. 거침없이 활보하던 그의 생각을 모두 글로 복원할 수는 없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적 인터뷰임은 틀림없다.


앨범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주변 사람들은 저의 앨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찌질한 앨범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앨범을 내고 공연(EBS 스페이스 공감)을 딱 1번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혼자 앨범을 내는 것은 좋은데 제가 라이브까지 이고 지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세션들과 함께 공연을 했는데 나는 남는 것도 없고 마지막까지 황망하더라고요. 공연을 하는데 세션들과 함께 하니까 합주를 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합주도 2시간씩 3번밖에 안하니까 뭔가 문제가 생겨도 해결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즐거웠어요. 그 앨범을 한 번이라고 라이브할 수 있었다는 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앨범 타이틀이 왜 < 황망한 사내 > 인가요?

황망했으니까요. 사실 앨범 작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타이틀이 나와 있었습니다. 앨범을 만들 당시 제가 드라마 OST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제가 원하지 않는 음악 작업을 하게 되었죠. 사실 제가 일반적인 또래 사람들과 다르게 살잖아요. 어느 겨울에 쉬려고 앉았는데 그 때 드는 생각이 참 황망하더라고요. 참 부질없게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나라는 사람이 뭔가 실체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이니썬 활동을 하다가 솔로 앨범을 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는 레이니썬의 누구일 뿐이지 실존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미 레이니썬은 활동을 안하는데 나는 실존하는 사람이 아닌 거예요. 분명 과거의 레이니썬은 독특했죠. 하지만 그룹의 누구로 존재하는 것이 개인적인 삶으로 봤을 때는 나라는 사람이 없어서 슬펐어요. 나라는 사람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과거의 누군가로 그렇게 사는 것은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는 현존하는 사람이다’, ‘나는 실존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괴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괴물이 된다고요?

내가 나로 사는 방법은 ‘괴물이 되는 방법 밖에 없구나’ 그러니까 ‘독보적인 사람이 될 거야. 나를 보고 경악하거나 우러러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죠. ‘어떻게든 살면서 버티자 이렇게 괴물이 되어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건 없건 스스로 괴물이 되자.’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다음 앨범 준비가 빠른 것도 괴물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괴물 같은 근성을 가지자. 이런 느낌으로.

혼자서 작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앨범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것은 별로 없었어요. 왜냐하면 밴드를 하면 나머지 멤버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고 설득을 해야 하고, 오히려 그런 관계들이 더 피곤하게 만들어요. 솔로앨범은 스스로 라인을 다 만들다 보니까 내키는 대로 만들면 되죠. 공연 때문에 세션들과 연주를 맞추니까, 여기서 이런 전개가 나오면 안 되는데 하고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보니까 공연 편곡 때도 말이 많았죠. 그리고 솔로앨범은 저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편하죠. 막말로 내도 되고 안내도 되는 거니까요.

앨범에서는 어떤 곡을 제일 좋아합니까?

「오해요」 나 「촛불」, 그리고 「그 사내」를 좋아해요. 작업할 때가 좋았고 마음이 움직였어요. 「그 사내」는 10분 안에 썼던 곡인데도 좋더라고요.

앨범의 가사가 참 독특합니다. 이런 가사는 어떻게 하면 나오는 겁니까?

제 안에서 맺혀있던 게 많아선지 놀랍게도 거의 한 방에 다 나왔습니다. 제가 작업하는 방식이 멜로디를 먼저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코드를 깔아놓고 멜로디를 맞추고 가사를 붙이는 편인데요.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 다 가사가 되었고 거의 수정도 없었습니다.
이 나이대가 참 사람을 황망하게 만드는 나이가 아닌가 싶어요. 40대를 바라보는 사람은 특히 그리고 변두리에 있는 사람은 말이죠. 쌓였던 것을 툭 건드리니까 가사가 되어 나오는 거죠. 「머리춤」 가사를 금방 만들었는데 받아 적고 보니까 가사가 좋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기도 하고요. 레이니썬때는 영어 허밍으로 만들고 그걸 한글로 만들다 보니 가사가 잘 안 맞물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번에는 한글로 허밍하면서 쓰니까 더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데모로 노래를 하고, 데모 그대로 실었습니다. 모니터용이라 원테이크로 녹음했고요. 나중에 그것을 후반작업을 하면서 다시 불러 보려고 했는데 처음의 그 맛과 감정들이 되살아나지지 않고 노래를 더 잘 부르려고 하니 안 되더군요.


「용서」 는 “용서받고 싶은 것에 대해 사죄를 구한다” 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앨범에서 제일 포인트가 될 만한 가사가 “진리야 떠나라”라는 구절입니다. 사람은 틀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진리는 상대적인 것인데, 나의 진리를 남에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실수들을 용서를 구하고 싶었고요. 그리고 살면서 상처주고 나쁜 짓도 많이 했더라고요.

「마중」은 이중섭에 관한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이 노래는 이중섭의 일대기를 알아야 이해가 되는데요. 이중섭은 마지막까지 가족이 보고 싶어 그들을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돌아가셨어요. 그 사연을 듣고 ‘그리네’ 하는 부분을 ‘그림을 그리는 것’과 ‘사람을 그리워하는’ 두 가지 마음을 다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보통 앨범을 작업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레이니썬 같은 경우는 오래 걸렸는데 솔로는 금방 끝내요. < 황망한 사내 >는 3개월 안에 다 끝났어요. 곡을 현실화 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고요. 믹싱처럼 귀를 혹사시키는 작업을 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상상력으로 음악을 만드는 편인데 이게 표현할 방법이 없으면 짜증이 나죠. 그걸 하기 위해서 온갖 것을 다해봐요. 그래서 후반작업에 시간이 많이 들어요.

레이니썬은 10여 년 동안 4집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까?

레이니썬은 인정도 많이 받았고 평가도 많이 받아서 쉽게 낼 수가 없죠. 그리고 레이니썬에서 파란만장한 일을 겪다보니 지치게 되었고요. 그런 부수적인 문제들 때문에 음반이 늦어졌죠.

레이니썬부터 귀곡메탈이라고 할 정도로 독특한 보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보컬은 가사처럼 독특한 감성에서 기인한 것인가요?

보컬은 감성이 동반되어야 나오는 것은 아니고요. 록 음악은 기타가 지배하는 음악입니다. 기타 리프가 잘 나와야 음악이 살아요. 그런데 기타 비중이 크면 보컬이 발현되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뭔가 튀어 보려고 하다보니까 나만의 개성 있는 목소리를 찾게 되고요. 잘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면 제가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죠. 어떻게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레이니썬에는 주로 가성만 쓰셨는데 솔로앨범은 가성과 저음이 잘 조화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음폭은 다양해요. 제가 낼 수 있는 부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저를 잘 표현 하는 것이죠. 그래서 내가 가진 기교를 잘 이용하고 싶었고 이것을 통해 화자를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목소리를 통해 남자와 여자가 대립하는 느낌도 내고 싶었고요. 사실 저음으로 노래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저음은 라이브에서 잘 들리지 않으니까 더 세고 높게 두성을 쓰게 된 거죠. 다음 앨범은 더 걸걸한 가성을 씁니다.

「음란한 계집」에서는 스페니시 기타가 나오기도 하고요. 레이니썬 「Palobina」에서는 러시아어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제3세계 음악에 관심이 높은 것 같은데요.

황망한 사내 전에는 ‘텐고’라는 앨범도 만들었어요. 제 레이블을 만들고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탱고’였어요. 제 나름대로 탱고음악을 9곡인가 10곡인가를 실었죠. 러시아는 막상 여행을 갔다가 너무 고생을 해서 별로에요. 그래서 러시아 왈츠를 좋아하다가 지금은 탱고를 좋아해요. 스페인 영화도 좋아해요. 화려함이 있으면서도 격정적이고요. 여러 가지가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음탕한 계집」은 탭댄스 소리도 사용되었고, 스페인의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음탕한 계집」은 스페인의 플라밍고(flamenco) 춤곡을 재현하고 싶었고, 짐 자무시 (Jim Jarmusch) 감독의 < 리미츠 오브 컨트롤(The Limits Of Control) >에서 보면 어두운 장면에서 플라밍고 춤을 추거든요. 그런 것을 재현해보고 싶었어요. 낮은 저음인데 음악은 노는 그런 분위기를 생각해봤습니다.

다른 곡들도 중간에 ‘지하철 안내방송’이나 ‘파도’, ‘고양이’ 소리가 나는데요. 이 소리는 어떻게 채집하셨나요?

고양이 키우는 소리는 들어간 과정이 재밌는데요. 원곡을 만들어 놓고 작업실 구석에서 원곡을 다시 녹음했어요. 자연스럽게 울리는 소리를 얻고 싶어서요. 그런데 마이크 앞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계속 우는 거예요. 한마디로 우연의 일치였죠. 나쁘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앨범에 넣은 거죠.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상상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회화적인 터치를 살리고 싶어요. 어느 날은 제가 집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밝은 햇살이 비추고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햇살이 좋은 날, 슬픈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촛불」을 만들었죠.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하나비(花火)>에서 햇살이 가득한 정오의 바다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사내」는 그런 이미지를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평단과 대중과의 반응사이에서 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 저에 대해 인터넷에서 뭐라고 하는 지 잘 몰라요. 그래서 주변 반응을 보게 되는데 저희 가족은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큰 형님이 인쇄 쪽 일을 하셔서 부클릿 인쇄는 거기서 했는데 회사 담당자도 싫어하더라고요. 레이니썬때부터 저의 음악을 일반 사람들이 싫어하고 낯설어 하는 것을 잘 압니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다 보면 저 같은 목소리와 저 같은 노래를 하는 사람도 대중화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저와 안 맞고요. 솔직히 말해 음악하면 돈 못 벌어요. 몇 십만 원 더 벌기 위해 자기 자신과 맞지 않는 걸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돈도 못 벌거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거죠.

백현진과 비교가 많이 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도 비슷하다는 평이 많기에 백현진씨 노래를 들어봤는데 별로 닮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솔로 남자 가수 중 진지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레이니썬과 어어부 프로젝트가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하기도 했고요.

“예전에 아름다웠던 록의 열기나 다양한 장르의 모습들은 온 데 없고 온갖 게이 같은 음악 스타일만이 판을 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멜로디언이나 캐스터네츠로 연주되는 음악을 싫어해요. 물론 그들이 절대적으로 나쁘다 그런 게 아닌데요. 이게 한 두 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홍대 인디씬의 경향이 되는 게 싫어요. 그런 음악을 마치 홍대 인디씬을 대표하는 음악인양 하는 게 싫은 거죠.

음악을 듣고 진지하게만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해보니 굉장히 유머러스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음악을 할 때만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평상시에는 진짜 가벼운 사람이에요. 음담패설 좋아하고, 심각한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사람들이 착각을 많이 하죠. 특히 레이니썬 무대에서 말도 느리고 그러니까요. 제 이미지가 계속 무겁게 자리 잡히니까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까칠하고 무서울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 데 말이죠. 그런 게 불편해서 제가 계속 깨려고요.


레이니썬이 알려지게 된 계기 중에 하나가 서태지 콘서트에서 게스트로 선 것이었는데요. 그 때 상황을 좀 얘기해주세요.

먼저 서태지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한국에 처음 들어오는데 록음악을 할 것이다.” 그래서 하게 되었죠. 한 세 번 정도 무대에 섰는데 그 뒤로 잘나갔었죠. 그 때가 제일 전성기였어요. 지금에야 밝히지만 서태지씨가 만든 괴수대백과사전 레이블에서 섭외도 들어왔죠. 그랬는데 당시 매니저와의 마찰 때문에 잘 안됐죠. 저는 열 받아서 러시아로 가고 그 때부터 팀이 와해되기 시작하면서 베이스와 드럼이 잘리고요. 그런데도 우리는 계약이 걸려 있어서 무조건 앨범을 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해서 레이니썬 3집이 나왔어요. 드럼과 베이스가 없는데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대안이 트립합 밖에 없었어요. 그런 사건들이 있다 보니 레이니썬에 대한 애정이 애증이 되고 최근에는 소원해지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나의 유일한 팀이라는 생각은 들죠.

레이니썬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직까지 다음 앨범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멤버들이 나이가 있다 보니까 먹고 사는 게 힘들죠. 그리고 레이니썬은 스스로의 고갈을 맛봤던 밴드에요. 콘셉트와 곡의 성격이 분명한 밴드에서 나오는 음악들이 무궁무진할 수 없잖아요. 계속 우려내면서 해야 되는데, 제가 똑같은 걸 우려내는 걸 너무 싫어하니까 지금은 쉬고 있는 거지요. 하지만 제가 했던 유일한 밴드니까 언젠가는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습니까?

< 황망한 사내 >가 끝나고 삶이 더 황망해졌어요. 매년 일이 조금은 있었는데 올해는 드라마가 취소되면서 일정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다음 앨범을 빨리 준비하게 된 거에요. 노니 염불한다고 놀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너무 괴롭고 비참하잖아요.

벌써 다음 앨범 계획이 있다고요?

사실 올해 안에는 후속 앨범을 낼 생각이었는데 내년 초쯤으로 미뤄야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 부클릿도 만화가 강도하 형님이 작업을 했습니다. 오늘도 그 것을 보고 오는 길입니다.

2집을 빨리 내는 이유가 있는가요?

제가 < 황망한 사내 >로 남을까봐 2집을 빨리 내는 겁니다. 뭔가 생각이 있고 포장되어 있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정체되는 것이 싫고 그래서 그 이미지를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보통 다음 앨범이 몇 년 씩 걸리는데 그걸 깨부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 같은 가수는 앨범을 내지 않으면 집중 받을 일이 없어요. 최근 EBS 공감 공연을 필두로 공연을 할까 했는데 섭외가 안 들어와요. 저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음반밖에 없더라고요. 저는 돈이 없어서 뮤직비디오도 못 찍고요. 그렇다고 누가 제작비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집에서 곡을 만드는 것 밖에 없죠. 불쌍하죠.

다음 앨범을 조금 소개해주세요.

살짝 이야기하자면 음반의 키워드는 ‘욕망’이고요. ‘황망한 사내’의 전 단계를 노래했습니다. 사내가 왜 황망해졌는지가 차차 나올 거예요. 지금 까지 30대를 살면서 느낀 감정은 황망함이에요. 사는 거 자체가 황망했어요. 제 인생을 ‘잘 살았고 못살았고’가 아니라 어느 순간 돌이켜 보면 황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건데 돈을 벌든 안 벌든 예쁜 여자와 결혼을 하든 아니든 뭔가 열심히 하고 난 후 황망한 기분은 누구나 들 수 있어요. 황망함의 배경에는 욕망이 지속되는 거고 이게 서로 평행선을 긋고 가는 거죠.
황망한 사내를 만들면서부터 다음 앨범은 댄서블하게 낸다고 생각을 했었죠. 전곡 다 비트감을 주려고요. 하는 사람이 재밌어야지 비슷한 코드에 비슷한 감성을 노래하면 결국 할 게 없게 됩니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고 일정한 포맷을 가진 고체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거죠. 내가 냈던 그 앨범을 부정하고 또 부정하는 거죠.

18년 동안 음악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음악을 하면서 외로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 황망한 사내 >를 낸 거죠. 궁핍한 생활을 하다 보니 나를 위한 투자가 없더라고요. 음악을 하면서 나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늘 궁색한 삶에 궁색한 태도로 임하는 것 같은 거예요. 삶과 근접해 있는 부분들이 가장 쓸쓸하게 만들어요.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 사람도 안 만나게 되고, 그래서 스스로 고립된 느낌이 강해요. 하지만 제가 이때까지 살면서 “시간은 좀 먹는 게 아니다” 라는 명제를 항상 두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멍하니 TV를 보고 있더라도 쓸데없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뭔가 찾기 위해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황망한 사내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었고요.


인터뷰 : 김반야, 여인협
사진 : 여인협
정리 :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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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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