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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와인하우스, 켈리 롤랜드, 바비빌

27살에 요절한 천재 여가수의 미공개 작품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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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27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영국 소울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미공개 작품집 < Lioness: Hidden Treasures >이 발매됐습니다. '숨은 보석‘이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보석같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보컬을 감상할 수 있는 노래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지난 7월 23일 27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영국 소울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미공개 작품집 < Lioness: Hidden Treasures >이 발매됐습니다. '숨은 보석‘이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보석같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보컬을 감상할 수 있는 노래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와 함께 흑인 음악을 하는 켈리 롤랜드와 컨트리 음악을 들려주는 우리 인디 밴드 바바빌의 2집 음반도 소개합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 Lioness: Hidden Treasures > (2011)

죽기 전 새 앨범 작업을 했다고 하지만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어서 이 신보는 3집이 아닌 제목(hidden)대로 미공개 작품집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실제로 < Frank > 앨범 이전에 녹음한 곡들과 < Back To Black >의 오리지널 데모 등이 콘텐츠의 주를 이룬다. 신곡은 레게리듬의 「Our day will come」과 「Between the cheats」 등 두곡이다.


하지만 음반 타이틀로 내건 비보(秘寶)나 보배를 뜻하는 어휘 ‘treasures’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숨은 보석’이란 표현은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라 에이미 와인하우스 음악의 정체성, 그것도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의 진정한 정체성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하다. 「Our day will come」과 「Between the cheats」부터가 신곡에 대한 학수고대와 갈증을 풀어줄 만큼 반갑다. 여기서 에이미는 빈티지 유행을 몰고 온 소울에다 재즈를 가미한 자신의 사운드브랜드를 재확인해주는 동시에 그녀의 절대 특장인 콘트랄토 보컬의 매혹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묵직하면서도 비감(悲感)이 서려있는 그 ‘통 큰’ 보컬은 캐럴 킹의 고전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에서 절정의 미학을 선사한다. < Back To Black >의 흥행대박을 터뜨린 마크 론슨(Mark Ronson)이 프로듀스한 이 곡은 마크 론슨이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무엇을 믿고 ‘빈티지’ 드라이브를 걸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편곡도 발군이지만 인상적인 것은 에이미의 시원스런, 그러나 과거 분위기가 물씬한 보컬이다.

앨범의 조타수는 그러나 마크 론슨이 아니라 지난 2집에서 에이미와 더 많이 보조를 맞춘 살렘 레미(Salaam Remi)로 그는 에이미의 ‘재즈 소울’에 따른 복고풍 즉 빈티지 음악을 창조하되 보다 스타일 측면에서 밀착한 인물이다. 곡 전반에 청량감을 불어넣으며 대중적으로 승부수를 띄운 마크 론슨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레미는 재즈성향이 더 강하고 느린 템포를 선호한다. 오리지널 레코딩인 「Tears dry」(< Back To Black >을 만들면서 제목에 ‘on their own’이 더 붙었다)과 「Wake up alone」이 생생히 증명한다.

「Tears dry」와「Tears dry on their own」가운데 어느 쪽을 좋아하든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지향은 느리고도 더 소울풀한 「Tears dry」 쪽에 위치한 것은 분명하다. 「Wake up alone」도 마찬가지다. 비록 오리지널 데모이거나 미공개 트랙이라 할지라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진짜 음악세계를 굴착하는데 전혀 미흡함이 없는 앨범이라는 것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보사노바 클래식 「The girl from Ipanema」에서 에이미의 곡 해석력은 실로 놀랍다. 에이미의 아버지 미치 와인하우스가 “남은 가족들이 모여 이 앨범을 듣기 전까지 나는 그 아이가 갖고 있던 재즈에서부터 힙합까지의 폭넓은 재능에 충분히 감사하지 못했다”라고 감상을 밝혔다는 보도대로 장르를 불문한 ‘폭넓은’ 재능을 실증해주는 곡이다. 할아버지 토니 베넷과 함께 한 본격 재즈인 「Body and soul」이나 나스(Nas)와 호흡을 고른 「Like smoke」 등등 그녀를 머뭇거리게 하는 장르는 없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곡은 2006년 밴드 주톤스(Zutons)가 발표한 파워팝 「Valerie」의 (‘68 버전) 리메이크다. < Back To Black >의 보너스 CD에 수록된 것은 느린 것이지만 여기선 정말 1968년 모타운 작품처럼 생동감과 청량감이 덧붙여 처리되었다. 이 버전이 < Back To Black >에 들어갔다면 앨범과 더 어울림이 빚어졌을 것이다. 그만큼 에이미 와인하우스 상표 빈티지의 진수라 할 만한다.

미공개 트랙들의 모음이기 때문에 질서와 통일성을 구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아는 데는, 그의 새로운 곡을 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데는 조금의 손색이 없다. 완벽한 신보가 아님에도 숨길 수 없는 천재성이 전편을 수놓는다. 빈티지 무드 그리고 그의 별명이자 레이블 타이틀인 ‘암사자(Lioness)’와 같은 보컬 하나만으로 만족지수는 충분하다. 다 들으니 아쉬움이 더 깊어진다. 아쉬움과 그리움의 한숨이 한곡 한곡을 질펀하게 휘감는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 < Here I Am > (2011)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의 3집 < Here I Am >은 R&B가 매혹적인 습기와 중독성 있는 끈기를 벗고 팝과 댄스음악의 성분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국면의 충실한 예시다. 앨범의 면적 대부분을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곡이 차지하고 있으며, 전자음악과 접합한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다이내믹한 비트 구성의 클럽 친화적인 곡이 여럿 구비돼 있다.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노래들이 지배하는 가운데 중간마다 컨템퍼러리 리듬 앤 블루스가 자리해 완급을 조절한다.

 

 

강렬하고 빠른 댄스곡이 대거 갖춘 것은 지난 두 앨범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덥스텝(dubstep)풍의 반주와 귀에 빠르게 익는 코러스가 중독성 있게 느껴지는 「I'm dat chick」을 비롯해 프랑스 하우스 디제이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의 도움으로 완성한 아레나 형(型) 댄스음악 「Commander」, 화려하고 날카로운 신스 프로그래밍으로 열?를 더하는 「Down for whatever」, 2009년 데이비드 게타의 네 번째 음반에 수록돼 이미 큰 인기를 얻은 「When love takes over」는 청취자로 하여금 일렉트로니카 파티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할 만하다.

원기 충만한 노래들은 더 구비돼 있다. 몽롱한 전자음을 연방 내보임에도 피아노 연주로 감미로움을 겸비한 「Work it man」, 명료한 훅으로 단시간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Lay it on me」와 적당한 무게감을 드리우면서도 유연한 전개가 돋보이는 「Feelin me right now」가 대표적. 기존 흑인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을 노래들이다.

하지만 켈리 롤랜드는 차분하고 섬세한 표현을 중시하는 리듬 앤 블루스도 간과하지 않는다. 빌보드 싱글 차트 17위를 기록한 「Motivation」은 다소 침잠된 사운드 안에서 가성과 진성을 바꿔 써 가며 감수성 진한 보컬을 선보이며, 「Keep it between us」에서는 호소력 있는 울림을 연출한다. 이와 같은 노래들은 그녀가 부족한 능력을 감추고자 댄서블한 트랙들을 다수 구비한 것이 아님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미국 주류 대중음악계를 질주하는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을 무척 능동적으로 흡수하고 있지만 오로지 거기에만 함몰되지 않는 것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묘미가 될 것이다. 켈리 롤랜드는 댄스음악을 모으면서 힙합 비트를 근간에 둔 경쾌한 R&B와 보컬리스트로서의 탤런트를 확실히 보여 주는 곡도 두루 차려 냈다. 다시 말해 무엇보다 ‘형식의 균등한 분배’가 잘 이뤄진 셈이다. 물량 확보만이 아니라 수록곡들은 저마다 야무지고 훌륭한 맵시를 과시해 가치를 드높인다.

앨범을 출시하기 전, 흑인음악 전문지 < 블루스 앤 소울(Blues & Soul) >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전작들과 이번 앨범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모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제가 하는 음악이 메인스트림 R&B이든, 힙합이든, 댄스음악이든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요. 저는 그저 제가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멋진 곡을 원했어요.” 수록곡들은 다양한 양식을 포괄하면서도 튼실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거두어들이고 대중 지향적인 접근을 취함으로써 켈리 롤랜드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음악 팔레트를 확장해 보였다.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심대한 성장과 발전이 앨범에 담겨 있다.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바비빌(Bobbyville) < Dr. Alcohol > (2011)

컨트리 음악이라 하면 서수남, 하청일의 「동물 농장」을 으레 떠올리는 불모지에서 정바비의 남다른 개척은 단연 돋보인다. 힙합 리듬에 신시사이저로 윤색한 댄스곡들이 음원차트를 석권하는 마당에 피들과 밴조, 페달 스틸이 다 뭔가. 프로젝트 밴드인지라 2005년에 재미삼아 1집만 발표하고 끝낼 줄 알았더니 기어코 6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내놓았다.

 

 

아무리 정바비라지만 컨트리 앨범에는 당혹감을 느낄 청자들을 위해서 바비빌은 천연덕스럽게 익살꾼을 자청한다. 이들은 익살꾼에다가 술고래들이다. 떡하니 ‘바비빌 호프집’을 차려놓고 맥주 한 잔과 과거의 궁색한 경험을 안주 삼아 술판을 벌인다. 찌질해보이지만 듣다보면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자칭 하드코어 컨트리를 표방했지만 여기서 ‘하드코어’는 옥상달빛의 「하드코어 인생아」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궁상과 자기연민이 해학과 뒤섞인 아이러니에 가깝다.

「스타벅스의 중심에서 오백 세 잔을 외치다」는 제목만으로도 아리조나 카우보이들이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어렸을 때부터 적어도 어느 한 분야에서는 박사가 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술박사가 되었다거나(「술박사」),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이별 통보를 하려고 했더니 오히려 너는 단지 ‘잡범’ 수준에 불과했다거나, 혹시나 기다렸던 전 애인의 전화 벨소리가 받아보니 상담원의 광고였다는 아련한 편린들이 이들의 자화상이다.

가사의 재치만이 아니라 컨트리 사운드 조성에 부족함이 없게 하도록 노력한 흔적도 가득하다. 결코 컨트리에서 빠질 수 없는 페달 스틸, 피들, 밴조, 만돌린과 도브로 기타 등의 악기를 총동원하고 있고, 모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현지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 녹음에 반영시켰다. 비록 노랫말은 가볍게 웃으며 들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음악 구성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느긋함 속에서 유쾌함이 묻어나는 페달 스틸 연주는 알딸딸한 취기를 상상하도록 만들고, 리차드 전이 연주하는 피들의 연주는 경쾌하면서도 우울한 기색을 동시에 발산한다.

딱 달라붙는 청바지와 긴 가죽 부츠, 멋들어진 카우보이모자는 서울 한복판에서 관심거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소의 대상이기도 하다. 컨트리는 곧 시골, 촌스러움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바비빌은 아직도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미국의 컨트리가 한국 남성의 우스운 마초이즘과 결합한 사례다. 이는 곧 꽉 막힌 마초가 웃음을 유발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는지.

반면에 앨범을 듣는 남성이라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대놓고 말할 수 없었던 고개 숙인 남자의 모습도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바비빌 호프집’은 맨 정신에 털어놓자니 쪽팔리니 술기운을 빌려서 조용히 내던지는 사담(私談)의 온상이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한 마디로 ‘웃픈(웃기다 슬프다)’ 앨범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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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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