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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불 꺼 주세요. 밤의 분위기에 젖어 보자고요”

CEO 버뮤티 & 치과의사 스텔라 박 ‘러블리 윈터’ 콘서트 팝페라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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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의 정의를 내려 보라면 갸우뚱할 사람들도, “키메라 기억나죠? 사라 브라이트만, 안드레아 보첼리요. 그리고 임형주!”하면 대략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pop opera=freedom?


팝페라는 자유다? ‘팝페라’의 정의를 내려 보라면 갸우뚱할 사람들도, “키메라 기억나죠? 사라 브라이트만, 안드레아 보첼리요. 그리고 임형주!”하면 대략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대중 음악을 지칭하는 팝(pop)과 고전 음악의 대표적인 형식인 오페라(opera)의 합성어인 팝페라. 팝페라는 재즈와 팝, 록밴드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이전에는 서로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장르들이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 2000년대의 퓨전 음악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유럽의 음악사가들은 “19세기 이탈리아에서 성악가들은 대중의 구미에 맞춰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 주었다. 거기서 유래한 것이 바로 현대의 팝페라다.”고 전하며 “당시 3분여의 오페라 아리아는 휘파람으로 불고 다닐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덧붙인다.

현대의 팝페라 가수들은 오페라와 뮤지컬, 팝 무대를 넘나드는 자유로움을 구가하며 활약한다. 또한 피아노, 바이올린 등은 물론 전자기타, 콘트라 베이스 등 어쿠스틱 악기와 전자 악기를 넘나드는 협연의 지원을 받는다.
행인들의 휘파람으로, 팝과 뮤지컬 등 클래식 외 장르로, 그리고 여러 악기를 넘나들며 어울리는 팝페라. 많은 사람들이 이 장르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유연성과 파격, 자유로움 등이 큰 조각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연습? 일부러 안 했어요.” 클래식컬팝 아티스트 ‘비뮤티’


예술의 전당 푸치니 바, 편안한 캐주얼 차림의 비뮤티가 소탈한 웃음과 함께 무대를 열었다. 푸치니 바에 미리 와 봤는데, 이곳의 캐주얼한 분위기상 가사를 틀리면 틀리는대로, 기분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게 더 좋겠다는 심산이 들었다는 것이다.
‘연습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실상 대단한 자신감이다. 공연에 흠집 잡을 것이 없다는 말을 달리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클래식컬(Classical pop) 팝 아티스트 비뮤티(홍범석)는 클래식과 팝의 명곡들을 ‘클래식컬 팝’이라는 장르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노래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피아노, 오르간, 어쿠스틱과 일렉 기타 연주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펼치고 있다.


클래식과 팝의 명곡들이 원래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새롭게 태어나 격조와 친근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와인 마실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반이다.
- 그의 1집 <레스트>를 듣고 유럽 10대 지휘자인 디안 쇼바노프가 남긴 찬사


“쇼팽의 곡에 영어 가사를 붙인 <REST>로 시작할게요. 밤과 나와의 대화가 가사 내용이예요. 밤이 날 위로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쇼팽과 푸치니의 명곡에 영어 가사를 붙인 노래부터 보니 타일러, 아바와 같이 익숙한 70년대 팝 명곡들까지 담긴 데뷔 앨범 <레스트(Rest)>. 그 앨범의 동명 타이틀 ‘레스트’로 공연은 시작됐다.


je te veux 나는 당신을 좋아해, be my bride 그러니 나의 신부가 되어 줘

“저기, 불 꺼 주세요. 밤의 분위기에 젖어 보자고요. 다음은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의 ‘나는 당신을 좋아해(je te veux)’라는 피아노곡에 세계 최초로 영어가사를 붙여 편곡한 ‘be my bride’ 들려 드릴게요.”

경쾌한 리듬의 청혼가인 ‘be my bride’는 어느날, 일산을 향해 운전하던 차 안에서 흥얼거린 가사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절절히 묻어났다나. 노래 사이 사이에 식빵위 달콤한 과일잼처럼 스며든 토크들이 재미있는지 어느새 관객들 표정이 화사해졌다.
멜로디가 시작됨과 동시에 ‘be my bride’ 뮤직비디오도 플레이됐다.

“이것 만들 때, 제가 손을 이렇게 그려라 발은 이렇게 바꿔라 하도 잔소리를 해서 영상작가분이 다시는 나와 작업 안 한다고 단단히 토라졌었어요. 그런데 베를린 영화제, 서울 국제 애니메이션 등 해외와 국내 유수의 애니 상을 휩쓸다 보니 어느새 웃으시더군요.”


<10번 보면 사랑이 온다>는 부제가 달린 뮤비는 열 번 봐도 지겹지 않을 만큼 단순함의 미학을 가졌다. 흰 바탕에 검은 선으로만 이뤄진 밋밋한 그림이 볼수록 잔잔한 미소를 자아낸다. 관객들이 영상에 푹 빠져 모두 몸을 외로 꼬고 있으니 무대 위 가수가 서운한 듯 멜로디 삼아 한마디 한다.

“저도 좀 봐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전 생애를 걸고 그를 잡고야 말겠어”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한국에서 공연된다고 하죠? 다음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넘버인 자베르의 노래 입니다. 오늘 입은 이 옷이 마치 자베르 같지 않나요? 장발장, 너를 꼭 잡고야 말겠어 내용의 노래, 잘 들어주세요.”

이제 성장해버린 코제트와 늙어버린 장발장을 마주쳤지만 지나쳐버린 자베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전 생애를 걸고서라도 가석방 죄수 장발장을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담은 노래. 자베르 경감의 절절한 오기를 담은 눈빛연기까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타 치는 바리톤’의 이색적인 모습, 가난한 농부의 유쾌한 상상


“마지막 곡입니다. 기타 치는 바리톤의 모습, 보신 적 있나요? 기타 연주와 함께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 부를게요. 이 곡은 제 동생과 함께 멜로디를 많이 바꿔 거의 새롭게 편곡해서 댄스와 락 버전이 있어요. 댄스 버전은 CD를 사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웃음)”

바리톤의 보이스를 활용한 강렬하고 경쾌한 락 보컬에 관객들의 호응이 점점 높아진다.

“고실장님~”

난데없는 멘트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실장님, 저 한 곡 빼먹었네요. 시간 됩니까? 피아노 연주자분, 이 한 곡 하러 오셨는데 그냥 집에 가실 뻔 했네요. 죄송해요. 제가 잠을 못 자서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가난한 유태인 이주자 농부 테비에가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다가 ‘내가 부자라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부르는 뮤지컬 넘버예요. 내 아내는 사모님처럼 걷고, 마을 권력자들은 모두 내게 와 인사하겠지, 하며 꿈과 상상에 취하는 모습이 우습고 재밌죠.”

편안하고 부드러운 바리톤의 음색 속에 녹아든 자연스러움과 친근함. 그 특징이 가장 잘 살아난 엔딩이었다.


최초의 여의사 출신 팝페라 가수 ‘스텔라 박’

한 가지 재주가 특출나기도 어려운데 걸출한 재능이 두 가지다.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를 지낼 만큼 인정받는 의사인 교정전문의 박소연은 ‘스텔라 박’이라는 이름으로 얼마 전 정규 2집 <메모리(Memory)>를 발매했다. 스텔라 박은 데뷔앨범을 만들며 ‘옛사랑’ ‘광화문 연가’ ‘붉은 노을’ 등 주옥같은 명곡을 만든 故 이영훈 작곡가와 생전 마지막으로 작업해 주목받기도 했다.


“30대의 나이에 시작하려니 막막했어요. 그런데 10년 이상 의사를 하며 안정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늘 무언가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그 때, 내 안의 진짜 자아가 말했어요. 노래하고 싶어, 라고요.”

“아들도 있는데 스타가 되겠다거나 그런 욕심에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안 할 수가 없었어요”란 나직한 고백처럼, 그의 공연 시작도 조용히 문을 열었다. 오렌지 색 조명 아래 흑장미 색 원피스를 입은 히로인의 첫 곡은 <명성황후>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인 ‘나 가거든’.

쓸쓸한 달빛 아래 내 그림자 하나 생기거든
그땐 말해볼까요 이 마음 들어나 주라고
문득 새벽을 알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숨쉬듯 물어볼까요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다음 곡은 <매일 그대와>예요. 연인과 오신 분들은 서로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들어주세요.”

매일 그대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매일 그대와 눈을 뜨고파
매일 그대와 도란도란 둘이서
매일 그대와 얘기 하고파
새벽비 내리는 거리도
저녁놀 불타는 하늘도
우리를 둘러싼 모든걸
같이 나누고파


“제 인생의 길목을 바꿔 놓아준 일들은 언제나 우연히 일어났어요. 굳건한 의지나 야무진 계획은 아무 소용이 없었죠. 인생이 그래요. <서른 즈음에> 부르겠습니다.”


<행복의 나라로>, <You Raise Me Up>, <넬라 판타지아>으로 이어지는 선곡. 말할 때는 여리기만 한 목소리가 피아노와 기타, 콘트라 베이스의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거침없는 에너지를 쏟아냈다. 종일 의자에 앉아 허리 구부려가며 사람들의 입 속만 쳐다보면 지칠 대로 지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때가 많지만,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그러한 스트레스가 깨끗이 사라진다는 그녀,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노래를 멈출 수 없단다.


주체할 수 없는 열정으로 시작한 음악, 이제 새로운 꿈을 꾼다

맨해튼 음대에서 존스홉킨스 대로, 그리고 가업을 이어받아 CEO로서 사업을 이끌다가 ‘감히 쇼팽곡을 망쳐놨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쇼팽, 쌩상, 푸치니 등에 영어가사를 붙여 첫 앨범을 낸 버뮤티. 예중, 예고에서 피아노와 성악을 전공한 뒤 음대를 지망했지만 입시비리의 희생양으로 큰 충격을 받고, 운명과도 같았던 음악을 스스로 포기했다가 늦은 나이에 ‘행복의 나라’를 찾아 음반을 발매한 스텔라 박.


음악은 우리가 마시는 공기나 물처럼 꼭 필요합니다. 음악을 들으면 사람들의 삶이 바뀌죠. 음악이라는 불치의 바이러스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은 거죠.


지난 달 내한한 ‘영국이 낳은 21세기 거장’ 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의 말이다. 두 남녀의 삶을 바꾼 음악, 이제 리스너와 관객의 삶을 바꿀 차례다.

“또 다른 꿈을 품고 갈망하는 분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꿈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가길 바래요. 마음의 나침반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보일 거예요.” (스텔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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