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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폴린(Trampauline) 인터뷰

인디씬은 최근 광풍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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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씬은 최근 광풍주의보다. 록의 저기류와 일렉트로니카의 고기류가 만나면서 돌연변이형 허리케인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인디씬은 최근 광풍주의보다. 록의 저기류와 일렉트로니카의 고기류가 만나면서 돌연변이형 허리케인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그 거대한 출렁임 속에서 우직한 에고(ego)와 초현실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여성 듀오를 발견했다.
전자음악을 따르면서도 촌스럽게 유행을 쫓지 않는다. 범상치 않은 타이틀과 메시지는 자신의 개성을 발산하면서도 난해함은 교묘하게 피해간다. 어딘가 무심하고 시크한 음악의 심상을 꼭 닮은, 그녀들과의 어느 오후의 기록이다.

트램폴린(Trampauline)은 차효선의 1인 밴드로 출발했다. 최근 기타리스트 김나은이 합류해 2집 <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 을 내놓았다.



먼저, 트램폴린은 무슨 뜻인가요? 텀블링 기구 트램폴린(Trampoline)과는 스펠링이 다르네요.

차효선: 일부러 뜻을 안 두려고 철자를 바꿨는데요. 텀블링하는 기구가 생각나기도 하고, ‘폴린’이 여자 이름 같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이 얘기 저 얘기 할 수 있으니 재밌다고 생각해요.

나은씨는 ‘트램폴린’이라는 그룹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요? 다른 밴드와는 조금 다른 형태라 뭔가 각오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김나은: 전에는 쭉 밴드에 있었어요. 기타는 기타치고, 베이스는 베이스 치고, 줄곧 이런 팀들하고만 작업했는데요. 트램폴린 음악을 들었는데 완성도가 무척 높은 거예요. 그래서 같이 하고 싶어졌죠.

그룹에 기타리스트가 들어왔는데 음악적인 변화는 당연하겠죠. 스스로는 어떤 변화를 느끼나요?

차효선: 전작에서도 기타 부분이 있기는 했어요. 그런데 거의 어쿠스틱이었고 1곡 빼고는 다 제가 연주했죠. 그 때의 기타는 일종의 반주나 코드의 역할이라서 솔로 프레이징이 전혀 없었어요. 나은이를 만나 완전히 록킹한 것은 아니지만 음악의 방향, 포지션 자체를 록쪽으로 열어둘 수 있게 되었어요.

일렉기타 파트가 들어오면 전과는 작곡방식이 달라지잖아요. 기타 라인은 어떻게 작업하나요?

김나은: 효선 언니가 기타 자리를 비워 놓고 곡을 만들어요. 그럼 제가 그 자리에 먼저 녹음을 하고 언니와 만나서 수정을 하고 계속 피드백을 하면서 고쳐요.

2008년 1집 발매 후, 3년 만에 나온 앨범이네요. 전체적인 구상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차효선: 이번 <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의 전체적인 테마는요.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서 노래하고 싶었어요. 그 관계는 거의 ‘러브’인데요. 그렇다고 완벽한 러브송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사랑에도 여러 가지 상황이 있잖아요. 사랑에 완전히 빠져있는 경우도 있고요. 사랑이 끝났을 수도, 직전일 수도 있고, 끌리는 상태일 수도 있지요. 이런 여러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앨범 발매 기념으로 400장 초도 한정 리믹스 앨범도 나왔네요. 특이하게 동료 밴드와 뮤지션들이 트램폴린의 곡을 리믹스했어요. 이건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차효선: 소속사인 파스텔 뮤직 레이블 쪽에서 “앨범이 나오기 전 전야제처럼 축제를 해보자”며 제안을 하더라고요. 사실 발매 전부터 가까운 동료들에게는 이미 알려진 곡들도 있었거든요. 제가 가서 부탁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모르는 분들이 커버해주시도 하고요. 뮤지션들이 제 안에 갇혀 있던 곡들을 다양하게 풀어내니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앨범 뒷면에 보면 말이죠! 곡 옆에 뭔가 미스터리한 숫자들이 적혀있어요. 무슨 의미인가요?

차효선: 이건 ‘시크릿 코드’라서 비밀이에요. 그 의미도 다 달라요. (생각해보더니) 역시 비밀이네요. 곡「D.B.R」도 어떤 약자이긴 한데 말이죠. 비밀입니다.

이번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은 뭔가요?

차효선: 「Anthropology」에요. 엄청 빨리 만들어졌거든요. 이 곡이 구성이 이상해요. 노래 파트와, 리듬 부분도 그렇고요. 엔딩도 이상하게 끝나버려요. 그래서 곡을 볼 때 마다 “너 참 신기한 아이다” 이런 생각이 들죠.

그동안 많이 받은 질문이겠지만, 가사를 영어로만 쓰는 이유는 뭔가요? 아무래도 영어가사는 직접적으로 바로 들어오지는 않잖아요.

차효선: 가사 면에서는 리스너를 별로 고려하지 않았어요. 그저 음악을 만들 때 제가 좋아하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죠. 그렇다고 제가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일단 제가 생각하는 ‘트램폴린 프로젝트’는 가사를 영어로 쓴다는 것이 계획 중 하나기도 하고요. 지금 서울과 관련된 컴플리케이션(complication) 앨범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거기서는 한국어로 노래해요.

서울에 관련된 컴플리케이션 앨범요? 반가운 소식이네요.

차효선: 비트볼뮤직이 주축인데요. 얄개들, 바비빌 등 여러 밴드들이 참여하고 있고요. 이름처럼 서울에 관련된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효선씨는 본인의 보컬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차효선: 트램폴린 노래는 저 밖에 못 부르죠. 제가 잘 부른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드니까요. 사실 제가 뛰어난 보컬리스트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나인가 보다! 그게 나다!” 싶은 거죠.

한간에서는 후크의 구성이 약하다는 비판도 있던데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차효선: 우리는 기존의 곡들과 시작하는 방향도 다르고요. 코드 워크도 다르죠. 노래 구조도 송을 일부러 흐리게 만들기도 하고 사운드나 멜로디의 비중을 높이기도 하고요. 사실 후크가 어떻게 짜여야 하고 곡 구성이 어떻게 생겨야 하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음악이 아름답다, 좋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한 것 같아요.

트램폴린에게 ‘음악’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김나은: 제 의지가 있기 전부터 음악을 했거든요. 부모님이 시키기도 했고, 집안 자체도 그렇고요. 그래서 저에게 음악은 ‘생활’인데요. 좀 혹독한 생활이다… 가혹하죠.
차효선: 저 같은 경우에는 어른이 되어 일을 하다가 음악을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영어를 가르쳤는데요. 어느 날부터 “내가 진짜로 해보고 싶은 것이 뭘까” 생각하게 되었죠. 결국 7년 전 쯤부터 일은 프리랜서로 하면서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지만 바로 활동을 할 수는 없었고요. 혼자 아장아장 걷는 준비가 길었죠.

두 사람이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전혀 다르네요. 효선씨는 학창시절에 음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나요?

차효선: 제가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의 광팬이었어요. 오죽하면 중학교 1학년 때 공연을 보러 울산에서 서울로 혼자 올라온 적도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음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그때는 뉴 키즈 온 더 블록이나 건즈 앤 로지즈(Guns N' Roses)의 액슬 로즈(Axl Rose)와 결혼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뭘까요?

차효선: 8년 전 쯤부터 사람들에게 뭔가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게 생기더라고요. 그 전에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뭔가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어요.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나와서 말인데, 현재는 어떤 뮤지션과 앨범을 좋아하나요?

차효선: 저는 곡을 잘 쓰는 뮤지션보다 그 사람다운 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더 좋아해요. 예를 들면 밥 딜런(Bob Dylan),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도 좋고요.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씨도 좋아해요. 패티 스미스(Patti Smith)는 곡보다는 그 사람의 아우라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앨범은 시인과 촌장의 < 푸른 돛 >과 너바나(Nirvana)의 < Nevermind >를 좋아합니다.

김나은: 저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딥 퍼플(Deep Purple)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들도 좋아해요. 백설공주, 신데렐라 다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알라딘 OST를 제일 좋아해요. 알란 멘켄(Alan Menken)의 음악 정말 좋아하고요. 그리고 신중현도 좋아하고요. 밴드하면서 위저(Weezer) 정말 좋아하고, 요즘은 윌코(Wilco)도 좋아요.


두 분 다 의외로(?) 굉장히 올드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차효선: 좋아하는 음악은 역시 클래식이죠. 동시대 뮤지션들을 어떻게 존경할 수 있어요? (이거 나가면 돌 맞는 거 아니에요?) 농담입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음악과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이 스타일이나 장르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신스팝(Synthpop)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차효선: 뭔가 “나는 신스팝을 하겠어” 보다는 “어떻게든 내 손에서 해결되는 음악을 하고 싶어” 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우리 음악이 사람들이 말하는 신스팝은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정통 칠사운드(Chillwave)나 슈게이징(Shoegazing)도 아니고요. 여러 장르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외부의 평가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차효선: 독일에 살던 친구가 우리 음악을 듣고 ‘북유럽 사운드’가 들어있다고 얘기해줬어요. 그 때 참 신기했고요. 음반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러시안 레드(Russian Red)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줬대요. 그런데 ‘좋다’고 얘기해줘서 우리 앨범을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트램폴린의 음악은 팝이다”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대중을 겨냥한 음악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앨범을 사람들이 어떻게 들었으면 좋겠습니까?

차효선: 음악은 때때로 굉장히 기능적이잖아요. 예를 들면 남자와 여자들이 무드를 잡을 때 쓰이는 음악도 있죠. 음악에 대한 저의 의도나 과정은 굉장히 진지하거든요. 하지만 이미 음악이 만들어 진 후에는 사람들이 각자 알아서 기능에 맞게 들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 임진모, 김반야
사진 : 황선업
편집 : 김반야

2011/12 김반야(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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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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