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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했지만, 여전히 활동중인 매력적인 록 밴드 - 화이트 스트라입스, 글렌체크, 트램폴린

잭 화이트와 멕 화이트로 이뤄진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올해 초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해체를 아쉬워하는 대신 그들이 들고나올 새로운 뭔가를 또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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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화이트와 멕 화이트로 이뤄진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올해 초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해체를 아쉬워하는 대신 그들이 들고나올 새로운 뭔가를 또 기대하고 있습니다. 항상 새로움을 안겨줬던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또 다른 길이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라이브 앨범을 소개합니다. 그리도 국내의 인디 밴드 글렌체크와 트램폴린의 음반도 나왔습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 (White Stripes)
< Under Great White Northern Lights >(2010)


창백할 정도로 새 하얀 피부에 제멋대로 흩날리는 흑발의 잭 화이트(Jack White)와 무심해 보일정도로 냉소적인 표정의 멕 화이트(Meg White). 이들의 원초적 야성이 느껴지는 공연 영상을 볼 때면 그 ‘포스’에 압도당하고 만다. 빨간색과 흰색, 혹은 고풍스러운 검정색 의상만 고집하는 이들은 흡사 ‘흡혈귀’를 연상케 하기까지 한다.

2007년 캐나다 투어의 실황을 담은 동명타이틀의 다큐멘터리 < Under Great White Northern Lights >의 하이라이트 16곡을 담아냈다. 1999년 이래로 발매한 6장의 정규 작품의 곡들을 골고루 분배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라이브 앨범임과 동시에 베스트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2007년 작품 < Icky Thump >의 모티브 중 하나인 백파이프 인트로로 시작하는 데뷔 싱글 「Let's shake hands」는 관객의 격한 환호성과 숨 가쁘게 몰아쉬는 잭의 격한 호흡이 공연장의 불을 지피기에 제격이다. 만돌린의 강한 텐션이 느껴지는「Little ghost」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춤 ‘릴(Reel)’을 연상케 한다. 공포영화에 어울릴법한 오르간 연주와 절망적 절규의 「The union forever」는 본 작의 압권. 이어지는 잭 화이트식의 잡종 블루스 「Ball and biscuit」와「Icky thump」는 아레나 열기를 폭발하게 하는 다이너마이트 넘버이다.

에너지의 분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객과의 호흡이 이어지는 「I'm slowly turning into you」와 「300 M.P.H. torrential outpour blues」의 ‘가라앉음’은 앨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히트곡 「Seven nation army」로 마무리 되는 음반은 이들의 꾸밈없는 태도와 명성을 대변할만한 격정적인 사운드와 라이브의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현재 록 진영에서 잭 화이트의 영역은 넓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 확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라콘터즈(Raconteurs, The), 데드 웨더(Dead Weather, The)라는 자매 밴드를 결성해 변함없는 정력가형 뮤지션임을 입증한다. 2007년 < Rolling Stone >지에서는 ‘새로운 기타의 신들(The new guitar gods)’ 중 한명으로 잭 화이트를 선정해 기타리스트로서의 위치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데이비스 구겐하임(Davis Guggenheim)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 It Might Get Loud >에 출연했다. 지미 페이지, 엣지(The Edge)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들의 ‘외길 기타 인생’을 함께 이야기했다.

The White Stripes, 2006
Icky Thump, 2007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기타-드럼’이라는 밴드 포맷의 초 미니멀리즘을 구현해왔다. 새천년 ‘네오 개러지 록’ 광풍의 중심에 서 있음과 동시에 더 큰, 더 넓은, 더 다양한 소리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의 블루스, 밥 딜런의 포크, 이기 팝(Iggy Pop)의 펑크 등에서 필요한 것만을 흡수해 자신들만의 ‘개러지 록 공식’에 수혈했다.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창조해내는 것이 이들의 ‘비법’이다.

2011년 2월 공식 해체를 알렸지만 이 소식이 충격적이거나 놀랍지만은 않다. 태생부터 불완전했기에 음악적인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록 마니아들이 몸집만 부풀리려는 음악 시장에 현기증을 느끼고 있던 시점에서 이들의 다채로운 ‘변종’ 사운드는 록 음악 본연의 순수성을 다시금 되찾아주었다. 활동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발매되는 본 작품은 10여 년 동안 ‘순수의 탐구’를 함께 해준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이자, 두 뮤지션 커리어의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글렌체크(Glen Check) < Disco Elevator > (2011)

“앨범에 수록된 6곡(어쿠스틱을 빼면 불과 4곡이다)은 청각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감흥을 높이기 위해 한 줄을 더 추가해보자.
“미래적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과거를 탐닉하면서도 현재진행형으로 달려 나간다.”

아직도 촉(觸)이 오지 않는다면 한 줄을 더 첨가하면 어떨까?
“그들은 이제 갓 스물을 넘었으며, 이 앨범(EP)은 그들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어렴풋하게 다가오던 전자비트가 점점 커지며 속도감 있게 전진한다. 데면데면한 존재를 피해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발걸음은 기타 솔로가 연주되자 기어이 발목을 잡히고 만다. 이어지는 부드러운 미성은 단숨에 「Addicted」에 젖어들게 한다. 「Disco Elevator」, 「Metro」 등이 진행되자 세 가지 시간대가 소집된다. ‘과거’에서 소환된 전자음과 ‘미래적’인 곡 분위기는 ‘현재’ 트렌드와 어우러져 감각적인 멜로디 속에서 넘실거린다. 여기에 팝적인 ‘대중성’과 ‘변종’의 교차, 여러 성분의 만남은 새로운 무늬를 그으며 글렌체크(Glen Check)를 탄생시킨다.

밴드는 음악 자체기도 하다. 말하자면 밴드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은 음악의 직접적인 단서가 된다. (그래서 몇 줄 안 되는 밴드 소개 글의 위력은 여전히 세다.) 지금은 드럼 류전열을 영입해 세 명이지만 초기 두 멤버 김준원(보컬, 기타), 강혁준(신시사이저, 일렉트로닉스)은 모두 영국과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결성을 도모한 것도 영국의 어느 여행길이었다고 한다. 한국어만큼 영어가 편한 이들은 공연멘트도 대부분 영어를 구사하며, 물론 가사도 100% 영어다. 부연하자면, 이는 가사의 의미보다는 리듬이나 어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Au Revoir, 2011
데뷔하자마자 초스피디하게 내로라 하는 페스티벌 (예를 들면, 지산밸리록페스티벌, 글로벌게더링 등)의 무대에 올랐다. 이런 폭발적인 반향과 이국적 매력은 ‘검정치마’를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빛나는 센스와 트렌디함은 ‘칵스(The Koxx)’를, 전체적인 음악스타일은 ‘MGMT’와도 연결된다. 이런 ‘유사한 성향 찾기’는 신인밴드를 비교하거나 폄하하기 보다는 ‘비견’과 ‘예견’을 위함이다. 이들 모두 데뷔 앨범 한 장으로, 단숨에 우리를 사로잡지 않았던가?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트램폴린 (Trampauline) <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 (2011)

긍정적인 시각에서는 담백하고 쿨하지만 비관적인 시각에서는 다소 밋밋하다. 걸리는 후크도 별로 없고 흐름도 격렬함보다는 일정하다. 게다가 영어가사는 뇌를 한 번 거치므로 2차적인 호소력을 가진다. 반면에 꽉 짜여 입체적인 사운드와 오밀조밀한 이펙트들은 이런 느슨함이 상당히 의도적임을 드러낸다. 몰라서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 다른 길로 새는 것이다.

이들의 신스팝은 실제로 트램폴린 기구를 타듯 일정한 바운스가 있지만 댄스감은 적다. 음악을 타고 몸을 흔들기에는 어딘가 모호한 음악인 것이다. 신스팝의 주류를 타면서도 촌스럽게 유행을 따르지는 않는다. 범상치 않은 타이틀과 메시지는 자신만의 개성을 발산하면서도 난해함은 교묘하게 피한다.

원래 트램폴린은 보컬 차유선의 원맨밴드였다. 신작은 기타리스트 김나은과의 협업으로 1집과는 다른 방향으로 뛰어오른다. 어쿠스틱 기타가 반주로 사용되었던데 반면 2집은 일렉기타가 분명하게 이빨을 드러낸다. 특히 「History Of Love」의 신비한 전주를 들어보자. 이는 자신이 단순한 신스팝이기를, 한 장르에 갇히기를 철저하게 거부한다.

Trampauline, 2011
정갈하게 맑은 음색을 유지하지만 중독적인 결의 부재는 전 앨범이 한 곡처럼 느껴지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처음에 이 앨범이 잘 들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낯선 풍경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을 파괴하려는 두 여자의 초현실주의 터치는 때로는 우리를 불편하고 지루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시도야말로 딱딱한 틀을 더 벌리는데 일조할 수 있다.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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