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우, 시력장애 인정까지 고통속에 보낸 5년
<오픈유어아이즈> 이동우
“‘망막색소변성증’은 40세를 전후로 시력을 아예 잃는다고 나오는데, 저도 지난해 법적으로 실명 선고를 받았어요. 라디오 진행도 원고는 파트너가 소화하고 저는 100% 애드리브죠.”
|
|
|
같은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느낄 때면 전율하게 된다. 이제는 그야말로 피부로 느끼는 감흥인 것이다.
“관객들의 호응을 느끼는 정도는 예전보다 훨씬 더, 정말 몇 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좋은 작품 봤다, 감동 많이 받고 간다’ 칭찬들 해주시는데, 사실은 제가 더 전율하거든요. ‘너 지금 행복하지 않니?’ 스스로 되묻게 되죠.”
그는 장애뿐만 아니라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오픈 유어 아이즈>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도 사랑과 희망이다.
“욕망이 아니라 희망이에요. 사람들은 욕망과 희망을 헷갈려 해요. 스스로 욕망으로 살아왔고 아직도 욕망이 가득한데 입으로는 희망이라고 말하죠. 그러니까 금방 좌절하는 거예요. 희망이 있는 사람들은 좌절하지 않거든요. 저도 예전에는 바라는 것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저에게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아요. 빨간색 스포츠카 줘봐야 저 못 몰아요(웃음). 이제는 욕망을 담을 그릇 자체가 없어진 거죠. 물론 사람인지라 시시때때로 욕심은 부리지만, 궁극적으로 의미가 없음을 바로 깨달아요. 중요한 건 희망, 실망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슴에 담고 난 뒤에는 작은 것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게 됐어요. 스트레스가 많이 없어진 거죠.”
웅크린 만큼 많은 것을 깨달았고, 오랜만에 세상과 소통하는 만큼 계획하는 일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이제 일을 쫒지 않는다고 했다. 일보다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예전에는 사람을 보지 않고 일을 봤어요. 일을 봤다는 건 돈을 봤다는 얘기죠. 그래서 늘 쫓겼고 궁극적으로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본질적으로 가치관과 인생관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일을 둘러싼 사람들이 중요해요. 그래서 좋은 기운이 도는 일에 뜻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있다면 제 마음의 문도 열어두고 싶어요.”
|
우려했던 것과 달리 편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끝낸 뒤 기자는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지금 제가...”
“전혀 안 보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얘기한다는 게... “그래도 저 보이시죠?”
“그럼요, 무척 아름다우십니다.”
“맞아요!”
멀찌감치 앉아 있던 매니저까지 껄껄 웃었다.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유쾌했다. 그는 ‘제대로 바닥을 쳤더니 편안해졌고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우리에게 웃음으로 기쁨을 줬던 이동우 씨는 이제 희망의 메시지로 새로운 기쁨을 전달하고 있다. 한편, 담도암 3차 수술을 앞둔 프로레슬링의 전설 이왕표가 유서를 공개하면서 수술이 잘못되면 이동우에게 눈 기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느리게, 보다 느리게 걷는 섬 증도
-구럼비처럼 낮게 앉았을 때 보이는 강정 마을의 풍경들
-아바이라는 큰 이름 - 강원도 속초 아바이 마을 포구
-섬으로 가는 길, 당신에게 닿는 길
-대변으로부터 날아라, 멸치 - 부산시 기장군 대변포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관련태그: 이동우, 시력장애, 연극, 오픈유어아이즈, 하지원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