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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독수리가 만나면 ‘고독’으로 진화?

사람의 생각이 모이면 물리적으로 핵융합보다 완벽한 컨버전스(융합)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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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 산자락에 위치한 아르메니아공화국에 혹독한 겨울 추위가 몰려오면 아침식사를 하면서 꼬냑을 한잔 마시곤 했다. 어떤 날은 시베리아를 녹인다는 보드카를 한잔 마신다.


지난 주 공동연구를 위해 아르메니아 공화국에 다녀왔다. 우리 연구실과 아르메니아 대학과 공동연구를 하기 위한 협약을 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서울에서 이틀이 걸리는 수도 예례반Yerevan은 온통 나무들이 가을단풍 속에 있었다. 짧은 일정이어서 예례반 대학 건물 내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와중에서도, 창문 밖 사이로 보이는 가을풍경은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가을이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저녁 20년 지기 아르메니아 동료와 술 한 잔을 했다. 처음 가볍게 시작한 저녁식사가 보드카 한 잔에서 두 잔으로 이어지면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와 영감을 서로 주고받았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짧은 시간 동안 거대한 에너지로 테이블에서 오고 갔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났고, 불필요해 보이는 일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버려졌다.
“아르메니아에서는 보드카가 통섭과 융합, 컨버전스를 위한 가장 훌륭한 연장이 아닐까.”

다음날 아침. 이러저런 생각을 하며 서울로 오는 짐을 바쁘게 샀다.




컨버전스는 수학I의 정석에 나오는 수렴convergence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우리가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 배우는 수학의 한 단원에 “수렴”이 있다. 수렴이라는 단어를 “컨버전스convergence”라고 한다. 수학적인 정의는 1, 2, 3, 4,……와 같이 어떤 수의 배열 이 끝없이 주어졌을 때, 수많은 수의 값들이 무한대로 한없이 커져 어떤 “일정한 값”에 가까워지면, 이때를 한 값으로 수렴한다고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일정한 값”을 우리는 “극한값”이라고 한다.

수학을 빼고 다른 예를 들자면, 서로 관계가 전혀 없고 생김새도 전혀 다른 동물들이 함께 오랫동안 살아간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고래와 하늘을 나는 독수리. 이들은 전혀 다른 형태의 동물이다. 하지만 극한의 시간이 지나면, 서로 비슷비슷해져 새로운 형태인 “하늘을 나는 고래”인, 말하자면 “고독(고래와 독수리)”이라는 새로운 동물로 진화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를 수렴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간에 따른 이러한 진화의 과정을 수렴진화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컨버전스된다고 보는 것이다. 역으로 같은 조상의 뿌리에서 생겨난 동물들이나 종이 시간이 무한대로 흐르면서 전혀 다른 계통의 종이나 동물로 변화하고 갈라지는 것을 분기 진화라고 한다.


컨버전스의 개념이 수학에서 뛰쳐나와 융합의 의미로 사용된 것은 1980년도부터다

먼저 기술적 의미로 사용된 것은 1979년 MIT의 니그로폰테 교수가 방송, 컴퓨터, 출판 등의 융합을 ‘미디어 컨버전스’라고 언급한 이후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기술, 학문, 문화에 적용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예로 핸드폰으로 하는 통신과 라디오 티브이 등의 방송을 융합한 컨버전스의 결과물이 IPTV나 DMB폰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이외에도 유선과 무선의 융합, 음성과 데이터의 융합, 금융과 통신의 융합에 의해 생겨난 모바일 뱅킹 등등이 두 가지 산업의 컵버전스에 의한 융합으로 이루어진 예다.


융합과 컨버전스를 예측하는 사람이 미래를 가진다

앞으로는 융합과 컨버전스 물결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융합과 컨버전스의 핵심이다. 학문 간의 통섭 융합은 이미 시작되었다. 단지 우리가 통섭이라고 구분하지 못해서 그렇지 현재의 학문체계는 통섭이 만든 형태다. 경영 및 경제학 분야의 수업의 대부분은 자연과학의 수학이라는 학문적 지식 없이는 지금과 같은 도약이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물리학과 생물학의 통섭이 1950년대에 이루어져 꽃을 ?웠다. DNA를 구조를 발견한 왓슨과 크릭의 생명과학과 물리학이 만든 최고의 콜라보레이션의 한 예다. 그들은 물리학의 X-선 관측 방법을 사용해 생명의 본질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를 찾아냈다. 당시 이런 통섭과 융합의 아이디어가 탄생될 수 있었던 것은 X-선에 대한 물리학 연구의 성지였던 캐벤디쉬 연구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연구소의 소장은 25세 나이로 노벨상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수상자로 기록 된 로렌스 브래그 박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X-선을 이용해 고체 물질의 결정구조를 연구해 노벨상을 받은 인물이었다.

이 연구소에 23세의 젊은 나이로 왓슨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유학을 왔다. 이 연구소에서 생물학단백질 구조의 3차원 구조를 X-선을 이용해 연구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1952년 물리학자 출신인 크릭과 함께 20세기 최대의 발견 중 하나인 유전자 DNA의 이중 나선구조를 발견한다. 이런 성공의 바탕엔 이 연구소 소장인 브래그 박사의 40년 전의 통섭과 융합의 정신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융합인 핵융합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핵들이 필요하고, 그 다음은 서로 고속으로 충돌을 해야 한다. 보통 핵들은 서로 같은 성질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전기적으로 반발하는 기본 성질이 있다. 자석의 N극과 N극, 마이너스 성질을 갖는 전자와 전자는 기본적으로 서로 반발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반발력을 뛰어넘지 못하면 융합이 이루어질 수 없다.

융합을 위한 속도를 얻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태양이나 별에서 일어나는 핵융합반응을 열핵반응이라고 하는데, 이 뜻은 원자핵들이 서로 매우 높은 온도에서 융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는 융합이라든지 컨버전스라든지 통섭이 물리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컨버전스, 통섭 융합의 핵심은 자체 에너지에 있는지 모른다. 통섭은 건강한 상식을 가진 그리고 충만된 에너지 상태에서 차원 높은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소통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밀어붙이기나 자기 편만을 챙기는 편협한 편 가르기 속엔 절대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 에필로그

코카서스 산자락에 위치한 아르메니아공화국에 혹독한 겨울 추위가 몰려오면 아침식사를 하면서 꼬냑을 한잔 마시곤 했다. 어떤 날은 시베리아를 녹인다는 보드카를 한잔 마신다. 40-50%인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가 담긴 보드카가 하루를 시작하는 엔진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흐름이 통섭, 융합 그리고 커버전스로 진화해가고 있다. 이 흐름이 마치 지금 새롭게 시작되고 있는 사조나 기운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150억년이라는 긴 우주의 시간 이런 진화는 일상처럼 하루하루 연속적으로 지속되어왔다.
보드카 한잔으로 시작하는 하루, 통섭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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