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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암흑물질

정체를 밝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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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도 지구가 천천히 팽창한다는 사실을 처음엔 믿지 않았다. 아니 그 사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무한하고 변함없을 것이라는 뉴턴의 생각을 확고하게 믿었다. 우주 전체가 팽창이라든지 수축이 전혀 없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물리 법칙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며칠 전 연구실 학생들과 가을모임을 했다. 매년 봄가을로 여는 모임이다. 이 모임은 학회 성격이지만 그냥 소소한 모임에 가깝다. 집 마당에 모여 토요일 12시부터 다양한 음식을 먹고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한다. 시작하는 시간은 있으나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오기도 하고, 지친 사람들은 중간에 방에 들어가 쓰러져 자기도 한다. 약속이 있는 사람은 중간에 외출했다가 오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물리학을 하는 연구실 회식이기 때문에 물리 이야기가 당연히 중심이다. 설령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물리 이야기로 되돌아온다. 때마침 수상자가 발표된 올해 노벨상 이야기가 나왔다.

“전 아직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우주론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야! 물리 하는 놈이 그런 위험한 생각을?!”
“그래도 전 아직 확인하고 보지 못해서요…”
“흠. 그럴 수 있지…”




눈으로 봐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아인슈타인도 지구가 천천히 팽창한다는 사실을 처음엔 믿지 않았다. 아니 그 사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무한하고 변함없을 것이라는 뉴턴의 생각을 확고하게 믿었다. 우주 전체가 팽창이라든지 수축이 전혀 없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물리 법칙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간과 공간이 질량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국부적인 변화는 있을 수 있어도 현재 펼쳐진 우주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그 유명한 우주방정식에 “우주상수”를 추가했다. 이것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을 상쇄하는 알 수 없는 반발력으로서 이것 때문에 우주 전체가 역동적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학문의 매력은 오래된 생각이 무참히 깨지고 항상 새로운 학설이 지배해서다.

가톨릭교회 신부이자 벨기에에서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가 조르주 르메트르라는 신부가 있었다. 그는 미식가로 요리와 술을 좋아했고 교황청의 과학학회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우주방정식에서 난데없는 “우주상수”에 대해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신이 최초의 우주를 “시원의 원자”로 창조했음을 확고히 믿었다. 비유하자면 한 알의 도토리가 떡갈나무로 변화하는 것과 같이 우주는 성정하고 팽창을 계속해야 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 신부가 생각하는 “시원의 입자”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한 발 더 나가 “시원의 입자”에서 창조된 우주의 순간을 찾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어느 누구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틀렸다고 반박할 만큼 무모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리학은 실험결과를 통해서 통념이 깨지고 발전한다.

르메트르 신부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마치 오래된 서랍 속에서 도토리 알을 찾은 느낌이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점을 발견한 허블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허블은 당시 천문대에서 은하의 빛들이 적색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런 효과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르메트르 신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고 아인슈타인을 허블이 우주팽창을 관측한 윌슨 천문대로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 그 강연회에는 허블이 있었다. 우주가 정지해 있다고 믿던 아인슈타인은 허블의 관측을 인정한다.

“내가 들은 것 중에 가장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해석”

아인슈타인은 기어코 “우주상수”를 만들어낸 것이 일생 최대의 실수였다고 인정한다. 르메트르 신부가 이야기한 “어제가 존재하지 않는 날 우주는 창조되었다”는 주장은 당대 가장 위대한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 어제가 존재하지 않은 순간이 137억 년 전으로 밝혀진 것이다.


아이러니는 “우수상수”가 유령처럼 살아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 물리학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는 1987년 인류원리로 우주상수 문제를 설명하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우주상수는 우주 공간 자체가 가지는 진공에너지로서 우주의 팽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편다. 우주상수가 양수로 아주 크게 되면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고, 반대로 이 상수가 음수로 아주 크면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중력수축을 시작한다. 이 값은 매우 작지만 0이 아닌 양수로 알려져 있다. 이 값은 양자역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값보다 무려 10,120배(1다음에 0이 120개나 붙어 있다) 정도 작다고 알려져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10,120배 정도의 정밀도로 미세 조정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우주상수가 과연 암흑 에너지와 연관이 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사울 펄무터, 브라이언 슈미트, 애덤 리스 교수는 우주 암흑에너지 존재를 증명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우주 암흑에너지 존재를 증명하고 우주가 더 빠른 속도로 가속 팽창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까운 우주부터 먼 우주에 있는 초신성들이 멀어지는 속도를 관측한 결과다.”

이전에는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일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연히 초신성이 멀어지는 속도도 일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관찰 결과 초신성이 멀어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이 가속시키는 힘의 원인이 암흑에너지인 것이다. 이 암흑에너지는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들은 우주의 가속팽창이론으로 우주를 새롭게 보는 전기를 마련했다. 우주팽창을 가속시키는 ‘어떤’ 에너지가 존재할 것이라는 확신을 남겼다.




도대체 암흑물질은 무엇인가?

물리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물질이나 에너지에 “암흑”이라는 말을 붙인다. 그래서 이 정체를 모른다는 뜻에서 이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로 부르고 있다.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고 알고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4% 정도다. 물질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그 정체를 모르는 물질이 약 22%다. 이물질을 우리는 “암흑물질”이라고 한다. 나머지 74%는 무엇인가? 물질과 전혀 다른 정체를 알 수 없는 에너지로 존재한다. 정체를 알 수 없으므로 당연히 “암흑에너지”로 존재한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앞으로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존재를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물질과 에너지를 어떻게 관측하고 밝혀낸단 말인가? 지금 지구를 관통하고 우리 몸을 관통하고 있을지 모를 우주를 채우고 있는 암흑물질과 에너지. 물리학자들은 이런 보이지 않는 도전에 항상 열광해왔다.


◎ 에필로그

칠흑 같은 어둠의 세계엔 감각만이 살아 있다. 달이 없는 그믐. 불빛이 사라진 곳엔 별빛만이 있다. 태양을 의지해 살아가는 인간들. 태양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암흑과 별빛에 의지하고 살아야 할 것이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물질과 에너지. 이런 존재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별을 보며 살아온 3명의 물리학자가 이 가을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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