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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산행이라는 모험을 통해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김별아

‘마흔, 인생의 산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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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마흔을 넘어 입산했고, 산행을 통해 과거로부터 곪아온 상처를 대면?치유하면서, 삶을 성찰하고 긍정하는 과정에 있다. 마흔 무렵. 어디선가 보았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업>. 78세의 고집불통 칼 프레드릭슨의 모험에 대해, 피트 닥터 감독은 이리 말한다. “칼은 인생에서 진정한 모험이란 우리가 가족, 친구들과 더불어 누리는 작은 일들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중요한 건 여행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까칠하고 심술궂은데다 외골수인 칼은 실은, 모험소년이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내와의 추억이 묻은 집에서 강제로 떠나야 할 처지, 칼은 결심한다. 남은 인생,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겠어! 그리고, 수천 개 풍선으로 집을 띄워 남아메리카로 향하는 말도 안 되는 탐험(여행)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진짜 삶이 시작되고, 칼은 세상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한다.

대간꾼이 된 김별아 작가의 이야기를 듣자니, 느닷없이 <업>이 두둥실~ 떠올랐다. 삶이 본디 모험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고? 아니. 소중한 것은 원래 옆에 있다고 설파하려고? 아니. 그런 식상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듣자면, 우리의 가을이 슬프지 않겠나.

다시 모험꾼이 된 칼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자칭 ‘평지형 인간’에서 ‘얼치기 초보산꾼’이 된 별아 작가의 것엔 삶의 끈적끈적한 진액이 묻어난다. 결국엔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살고,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며, 내려올 것을 알면서도 산을 오르는, 삶의 진경.

모르긴 모르되, 삶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알 수 없는 무엇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부터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까지 많은 이가 좌우명으로 삼”은 그것. 환호에 들뜬 교만을 이기도록 하고, 절망하며 쓰러지지 않는 용기와 희망을 북돋울 수 있는 그것.


김별아, 마흔 무렵 백두대간을 만나다



순전히 그 경구 때문이었다. 송두리째 마음을 뒤흔든 태풍의 후유증을 감내하고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씹고 있던 하루하루. 빨간색 표지에 따박따박 쓰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어찌 반갑지 아니할쏜가. 지난달 29일, 제7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서울 홍대부근 카페에서 열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작가 김별아와의 만남에 올라탔다.


이날 만남의 부제는, ‘마흔, 인생의 산을 넘다’. 작가는 마흔을 넘어 입산했고, 산행을 통해 과거로부터 곪아온 상처를 대면?치유하면서, 삶을 성찰하고 긍정하는 과정에 있다. 마흔 무렵. 어디선가 보았다. 인생을 재부팅하기에 아주 이르진 않지만 완전히 늦지도 않은 무렵이라는 그때. 그렇다고 삶이 뭐냐고 물어도 아무러한 말도 못한다. 작가의 말마따나, 행동을 통해 대답해야 한다. 38.74세의 남자에게도 절실하고 필요한 문제.

마흔이 넘어서야 산을 타기 시작한, 40년 동안 꺼리며 피해 도망 다녔던 일을 지금에 와서 기어이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사례로 삼아 반박해보자면, 움직이는 희망을 따라 좇는 데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늙은 것과 낡은 것을 혼동하지만, 나이를 먹어 늙는다고 모두가 너절한 구닥다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p.290)

내후년이면 작가생활 20년, 별아 작가도 산 이야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백두대간 종주라니. 참고로, 일본이 맥을 끊어 놨으나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돼 지리산(두류산)까지 하나의 대간으로 연결된 전통 지리관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잊혔던 백두대간이라는 개념이 다시 등장한 시기는 1980년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따라 우리 땅을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인식한 전통 지리관이 오랜 망각의 역사를 뚫고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p.29)

별아 작가는 지금 대간종주꾼이다. 중3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와 아이들로 구성된 종주팀 일원으로, 지난해 3월부터 발을 디뎌 10월22일, 총40차 진부령에서 완주를 앞두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녀는 동네 뒷산도 가지 않을 만큼 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산은 무섭고 힘든 곳이었다. 그런데 처음 산이라고 들어선 게, 맙소사, 백두대간이라니.

마흔 무렵이라는 것도 한몫 했다. 인생의 반을 정리하는 한편, 아이에게 추억을 물려주고 싶었다. “마흔이 넘으면 어느 정도 인생도, 하는 일에도 익숙해진다. 쭉 살면 그냥 살 것 같은데,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혐오했던 꼰대가 될 것 같은, 가진 것만 지키려고 할 것 같았다. 꺼려하는 것을 해보자. 제일 싫어하는 일을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산을 탔다.”

16차 산행까지 기록한 이 책에는, 실신은 기본이요, 부상은 덤이요, 죽음까지 떠올린 고생담이 생생하다. 무박 산행, 10시간을 넘나드는 종주가 평지형 인간을 그냥 둘 리 없잖은가. 그 과정에서 깨우침과 뉘우침이 있었다. “산과 삶이 받침 하나 차이인데, 유사한 점도 많다. 스스로 치유되는 부분도 많았다. 책에 아팠던, 마음을 앓았던 이야기를 썼다.”


김별아, 마음의 병을 앓는 풍경을 보다



“나는 소아우울증이었다.” 별아 작가의 고백. 불안정하고 마음을 앓은 소녀는 청소년, 성인을 관통하며 우울증을 이어갔다. 소녀는 강박적인 완벽주의자였다. 스스로 실수하는 것을 못 견뎌 자학과 자해는 일상다반사였다. 지금은 많이 완화됐는데도, 단 한 번도 마감을 어긴 적이 없다. 스스로 약속을 못 지키는 걸 못 견딘다. 당연, 인생은 힘이 든다.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평가를 받아도, 내가 힘드니, 주변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이처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사이에선, 더 그렇다. 아이를 대안학교로 보낸 것도, 날 떠나라는 의미였다. 나를 스스로 알고 다스리자, 그런 의미였다.”

지금-여기는 마음을 앓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가장 많다. 6년 연속 1위, 하루에 42.2명이 그리 한단다. 34분마다 1명 꼴. 스산한 마음의 풍경과 을씨년스런 야만이 혼재된 우리네 사람살이다.

별아 작가는 최근 이른바 ‘명문’ 중학교에 특강을 갔다가 만난 교실 붕괴의 풍경을 들려줬다. 좋아하는 게 없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완벽하게 무기력한 아이들과 아이들을 포기한 교사. 뭣보다 안드로메다와 지구 사이 같은 애들끼리의 관계. 화조차 나지 않았다. 단지 왜 그런지가 궁금했다. <사육장 앞에서(보러가기)>라는 칼럼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나도 문학을 하면서 이전의 틀을 확 깼다. 밖에선 범생, 집에선 폭군이었다. 밥상 걷어차고, 엄마 밀치고, 극악한 짓을 많이 했다. 고2때 문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버리고 놨다. 어른들 하지 말라는, 술 마시고 담배 피면서. (웃음) 가출도 몇 번 했다.”

작가의 중3 아들이 다니는 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의 친구들은, 뒷담화보다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걱정하더란다. 가령, 친구가 담배 피다가 걸리면, 아이들은 ‘저 애가 무슨 고민이 있어서 방황을 할까?’ 그렇게 먼저 접근한다.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그렇다.

“아이가 좋은 대학을 못 갈지 몰라도 이 학교에 상당히 만족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은 약하고 어리석은 동물인데, 배움과 부와는 상관없이, 인정과 관심을 갈구한다. 100%가 그렇다. 요즘 아이들, 우리 때보다 더 압박을 받고, 관계 맺는 법은 물론 갈등과 타협을 조정하는 법도 못 배운다. 마음의 병을 앓을 준비가 돼 있는 거다.”

‘교육(이라고 쓰고, 사육이라고 읽는다)열’이 만든 ?경이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릴줄 아는 경주마를 만들어놓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하고선, “다 널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부모들의 거짓 욕망이다. 표백된 아이들은 불순함을 견디지 못한다. ‘가족 판타지’의 부작용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상처는 부모에게서 온다. 모성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엄마가 1차적인 요인으로 상처의 80% 이상이 엄마에게서 온다. 그만큼 엄마의 영향이 지대하다. 아이는 충분히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5세까지면 끝난다고 얘기하더라.”

김두식 교수가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언급했던, ‘지랄총량의 법칙’. 삶에는 일정량의 지랄 같은 방황이 있다는 가정이다. 별아 작가도 이 말을 꺼내며, 사춘기 아이들이 할 수 있을 때 많이 방황하는 게 좋다고 건넨다. 빙고!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사춘기 때 많이 하면 철이 좀 들고, 그게 아니면 언젠가는 하게 돼 있다. 내 또래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남과 어떻게 관계해야하는지 몰라서, 마음을 앓는 사람이 많다. 칠십 먹어서 그런 사람도 있다. 그 나이에 방황하면, 온 집안이 뒤집힌다. (웃음) 아이가 세상에 맞서기 위해선 예행연습이 필요한데, 사춘기 때 반항과 방황은 자신을 받아줄만한 상대에게 하는 거다. 내가 이리 해도 날 지켜주겠지, 하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너무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그게 꺾였을 때, 내부에 분노를 둔 채로 곪는 수가 있다.”

별아 작가는 서로 아껴주고 따뜻해야 한다는, ‘가족 판타지’를 깰 것을 거듭 권한다. 우리나라는 가족 관계가 너무 밀착돼 상처를 받기 쉬운 구조라, 존속살인이 가장 많고, 고통, 상처의 원인 중 가장 큰 것도 가족이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성숙한 관계가 되기 위해선, 부모를 약하며 어리석은 인간으로 보는 게 가장 먼저요. 그 뒤 자신을 진정으로 회복할 수 있다.

가족은 사랑의 법으로 다스려지는 지상의 마지막 소도(蘇塗)임과 동시에 치명적이고 내밀한 상처의 진원지이기도 하다.(p.84)


김별아, 자존감과 성공을 말하다



“이 책에서 고민한 것은, 그때(5세)까지 형성되는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스스로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자존심과 다르다. 자존감은 높아도 자존심 낮은 사람이 있고,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두려움을 감추는 사람도 있다. 특정 분야에서 자존심이 강한 것은 그 사람이 약하다는 증거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평온하다. 별로 흔들리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스스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물론 가족에게 상처 받는다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하중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좌절해도. 회복탄력성 때문이리라. “회복탄력성은 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이다.”(김주환 지음, 『회복탄력성』 중에서)

누구나 꿋꿋하게 이겨내고 싶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안다. 그런데,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별아 작가는 상처를 대면하는 방법으로, 예술을 통한, 즉 음악, 미술, 문학 등을 창작하는 활동을 하거나 향유하는 것을 권한다. 이어, 자기만의 속도와 페이스.

“요즘 산에 엄청난 인파가 모이고 장비를 자랑하는 사람이 많은데, 궁금했다. 산을 잘 타는 게 뭘까? 긴 거리를 빨리 가는 게 잘 타는 걸까? 그건 어떤 삶이 잘 사는 삶인가로 들린다. 원하는 걸 빨리 이루는 게 과연 잘 사는 건가. 남들 보기에 멋지게 사는 게 잘 사는 건가.”

대간꾼 별아 작가 가라사대. “자기 페이스대로 못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컨디션이 언제나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어떤 산이 제일 힘들었어요? 힘든 구간도 있지만, 자신의 상태가 안 좋았잹 때가 제일 힘들었단다. 그러니, 나의 속도와 페이스, 그리고 컨디션을 아는 것은 산에 오를 때뿐 아니라 살아가면서도 꼭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성공은 뭘까. 별아 작가는 스스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알려진 작가가 돼서? 아니다. 그녀에게 성공의 기준은, 하기 싫은 것을 안 할 수 있느냐다.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픈 성공이란 바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이자 힘이다.”(p.223)

“작가라는 직업은 외롭고, 가난한 직업인데, 나는 작가라는 직업을 굉장히 좋아한다. 첫째 출퇴근할 필요가 없고, 둘째 싫은 사람을 안 만나도 된다. 셋째, 정신줄 놓기 전까지 할 수 있다. 그게 작가라는 직업의 장점인데, 그 안에서 자기 틈을 만드는 것, 그게 중요하다.”

내 사랑하는 <카모메식당>의 사치에가 떠올랐다. 핀란드에서 카모메식당을 하는 그녀에게, 누군가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신다니 참 부럽네요.”
그녀, 답한다. “아뇨,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이에요.”
나는 그 행간에서 어떤 안간힘과 내공을 느꼈다. 덤덤한 것 같아도, 그 안에는 ‘하기 싫은 일’과 절연하기 위한, 압도적인 사투 같은 게 있다.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법을 아는 그녀에게 혹한 이유 중의 하나였고, 커피를 하고 싶은 마음을 더욱 부추겼던 그 말이었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분투했을 별아 작가의 안간힘도 설핏 보였다.


김별아, 산에서 배우다



별아 작가는 산을 오르면서, 사람들이 산을 점점 더 많이 찾는 이유를 알았다. 치유의 기능 덕분이다. 산을 타면서, 괴로운 순간은 1시간~1시간30분에 온다. 이른바, 사점((死點, 데드 포인트)이다. 이때 보폭을 줄여 천천히 가다 보면, 다시 편안한 상태를 회복하는 ‘세컨드 윈드(second wind)’가 온다. 두 번째 바람, 그때부터는 가벼워진다.

“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 팀의 구호가 ‘까불지 말자’다. 시작하기 전에 그 구호를 외치고 산에 올라간다. 자연이 우리를 너그럽고 품어주는 것 같아도, 실은 굉장히 무서운 곳이다. 까딱하면 사고가 난다. 겸손해야 한다.”

실로 자연은 무서운 곳이다. 처절한 생존의 본능으로 치열한 쟁투를 벌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인간은 턱없이 나약하고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p.42)

그녀가 독자 평 중에서 가장 기뻤던 건, 산에 가고 싶다고 한 평이었다. 산을 조금 좋아하게 되면서, 요즘은 가끔, 진짜 행복하다는 생각도 한단다. 그리고 남들이 비결을 물으면 이리 답한다. 이제부터 행복해지기로 했거든요.

“일곱 살에 행복했던 사람이 스물일곱, 마흔에도 행복하다. 조건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과거에 사로잡혀 있거나 미래에 저당 잡혀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잡는 게 그렇다. 3년 만 죽은 듯 있으면 좋은 날 온다는데, 개뿔! 고통스러운 건 똑같다.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해 그렇다. 그러니, 동네 뒷산이라도 올라보시라. 산에서 느끼는 포만감과 내려왔을 때의 해방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삶을 재부팅하고 싶을 때, 중대한 결단에 앞서 영감을 받고 싶을 때, 어릴 적 진정 하고 싶던 것을 찾고 싶을 때, 진짜 나를 알고 싶을 때, <업>도 좋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도 좋으리라. 이들은 마음을 ‘업’하게 만들고, 사랑도 미움도, 지나가리란 것을 알게 한다. 별아 작가의 산행기가 특히 좋았던 건, 진정한 모험을 하기 때문이다.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닌, 가족, 친구들과 더불어 누리는 작은 일이 있고, 목적지 아닌 여행을 한다는 느낌.

내년 봄, 17차 산행부터 이어지는 산행기가 나온다는데, 그 전에 우리도 모험을 통해 우리 자신과 먼저 만나는 건 어떨까. 그래, 우리의 산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로지 우리의 속도와 페이스로, 부디, 간절하게 두려움 없이!


김별아에게 묻고, 김별아에게 듣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 >


대기업에 10여년을 있다가 뭔가 해보고자 나와 방황하고 있는 서른 중반이다. 하기 힘들어서 산을 택했다고 했는데, 내겐 그게 춤이다. 산을 인생과 결부시킨 이유가 있다면?

방황하기에 충분히 젊다. (웃음) 산이라는 계기는 우연히 왔고,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산과 삶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오르막에서도 오르내림이 있다. 무수한 상징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산에 간다지만, 산행을 하면, 운동할 때의 베타파가 아니라 명상할 때의 알파파가 나온다더라. 나도 처음엔 뭔가 얻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산에 들어서면, 무념무상이 되고, 갔다 오면 가벼워지더라. 산은 누가 대신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급장 떼고 모두가 평등해지는 공간이다.

춤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삶을 휘저어보는 게 필요하다. 젊은 사람을 만나면 꿈을 묻는데, 대부분 직업으로 생각해 변호사, 의사를 말한다. 그래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묻는다.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나도 씩씩하고 명랑해 보여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작가가 맞는 거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우선이다. 좋아하는 걸 다양하게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 아직 젊다. 건투를 빈다.

산에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제일 크게 내려놓은 게 있다면?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한 것이 가장 큰 것이다. 예전에 실수나 실패하면 나는 죽는 줄 알았다. 루저가 되기 싫어서 이기려고 발버둥치고 살았다. 완벽주의도 거기서 온 거고. 실패를 허용하는 순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 정서적 포기라고 할까. 완벽한 사람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실수를 인정하게 됐다. 그때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거웠으면 된다. 늦은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어떤 나이든, 상황이든.

30대 초반인데, 쉴 때 쉬지 못하고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강박이 있다. 위로를 해 준다면.

그걸, 공유증이라고 한다. 나도 여전히, 쉬면 죄책감을 느낀다. 나만 뒤처지는 느낌? ?즘 사람들은 그 불안이 더 심한 것 같다. 나는 문학을 통해 위로받았다. 인간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만은 아니다. 어리석은 짓을 끊임없이 한다. 고전을 읽으라는 건, 인간성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2때 읽은 책을 지금 다시 읽고 있는데,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 책은 당장 무엇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것 같다.

전상국 소설가가 한 말인데, 공부를 하고 스펙 쌓는 건 모두가 가는 큰 길이고, 문학과 예술을 즐기는 건 너만의 오솔길을 가는 거다. 오솔길을 찾아라. 큰 길에선 넘어질 수도 있고, 길이 끊기면 갈 데가 없다. 당장은 쓸모없어 보여도,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면 좋겠다. 또 하나는 나는 왜 이럴까, 스스로 되뇌는 사람이 많다. 우울한 상태가 왔을 때, 발버둥 치다가 땅굴을 판다. 바닥에 갔을 땐 가만히 있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힘들어하는 걸 인정하면 언젠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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