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시지의 복원을 의미하는 얼터너티브 록의 청사진 - 알이엠(R.E.M.)

알이엠(R.E.M.) < Green >(1988)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얼터너티브 록의 원조격인 알이엠이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보컬리스트 마이클 스타이프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함께 대단한 것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떠나려 한다”며 해체 의사를 밝혔습니다.


얼터너티브 록의 원조격인 알이엠이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보컬리스트 마이클 스타이프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함께 대단한 것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떠나려 한다”며 해체 의사를 밝혔습니다. 더불어 그는 “알이엠의 31년이 있게끔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그것은 정말 대단했다”고 덧붙였는데요. 비록 알이엠은 해산했지만, 그들이 남긴 음악은 영원할 것입니다. 1988년에 발표한 명반 < Green >(1988)을 소개합니다.


알이엠(R.E.M.) < Green >(1988)

80년대에 걸쳐 미국 록계에 가장 영향력을 떨친 그룹의 ‘지위 굳히기’를 실현해 준 앨범. 심리학 책『급격한 눈 운동』(Rapid Eye Movement) 에서 그룹명을 딴 알 이 엠은 80년대 초반 등장할 때부터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83년 < 말더듬 >(Murmur)앨범은 비평가들의 이례적 찬사를 받는 등 지명도와 관계없이 록계의 대형 언더그라운드 그룹으로서의 위치를 구축했다.

그들이 인정받게 된 것은 음악의 분위기와 스타일에 있어서 ‘느낌은 과거, 외형은 진보’라는 독특함 때문이었다. 보수적인 미국 남부의 조지아주 애턴스 출신인 이들은 동시대 록의 규범을 따르지 않고 60년대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버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룹의 음악은 따라서 복고적인 색채를 띠었다. 알 이 엠은 포크와 컨추리의 요소를 팝으로 용해시켜 한편으로는 밝고 한편으로는 어두운 획기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전통 속에서 진보를 찾아낸’ 그들의 음악은 다름 아닌 요즘 상용되고 있는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이었던 것이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대중화에 성공한 얼터너티브의 청사진을 제시한 그룹이 이 앨범의 주인공 알 이 엠이었다. 그들이 록 역사에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이유가 ‘얼터너티브의 선구자’라는 바로 이 점에 있다.

8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많은 록 밴드들은 알 이 엠이 구축해 놓은 스타일(작곡 및 연주)로부터 얼터너티브 유형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후대의 그룹들은 또한 알 이 엠으로부터 얼터너티브의 본질을 이루는 또 하나의 요소인 메시지를 배웠다. 알 이 엠의 메시지는 현대의 인간소외와 억압적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한 반발이 특징인데, 알 이 엠 및 얼터너티브 록이 ‘60년대 정신’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기서 도출된다.


< 그린 >앨범에서도 사회 고발적인 내용이 도처에 산재한다. 환경보전을 위한 앨범타이틀부터 시작하여, 「오렌지 공격」(Orange crush)은 월남전에 사용된 제초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노래했고 「난 캘리포니아를 기억합니다」(I remember California)는 어두운 현실에 의한 인간의 파멸을 연대적으로 다루었다. 전작들에서 보인 냉소적 주장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난 가상의 세계지도자. 이제 내 인생이요 그리고 나의 시대이다. 난 알맞다고 여긴 것만 행하는 자유를 누려왔다. 이제 내가 구축해놓은 벽을 깨부숴야 할 시간이 왔다. ‘가상 세계지도자’(「World leader pretend」)

레이건, 부시로 이어진 공화당 보수정부가 그들의 마음에 들 리 없었다. 그룹의 리더 마이클 스타이프(Michael Stipe)는 88년 11월 대통령 선거전 때, 그리고 후일 캘리포니아주 대학신문에 민주당 후보지지 광고(‘부시의 선전에 현혹되지 말라. 모두 투표에 참가하자. 깨끗한 한 표를 던지자. 듀카키스! 그에게로’)를 게재했고 < 그린 >앨범을 투표당일에 발매했다. 이와 같은 솔직한 의견개진과 고발정신 때문에 마이클 스타이프와 알 이 엠은 유독 미국 대학가에서 절대적 인기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의 곡은 전작 보다 훨씬 더 대중지향적이어서 「89년 팝송」(Pop song '89) 「일어서」(Stand) 「너는 전부」(You are the everything) 「가상의 세계지도자」 등 다수의 수록곡이 듣기에 수월하다. 이것이 앨범이 차트에 등장한지 한 달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였다. 싱글로 발표된 「일어서」는 빌보드 싱글차트 6위까지 오르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낯선 그룹’의 ‘낯익은 음악’을 통한 성과였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