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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 리얼리티의 극단, 악마의 편집을 말하다

악마의 편집, 그 결말은 비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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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는 분명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지망생들의 꿈을 팔아 산다. 하지만 그 꿈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결국 <슈스케>는 반드시 무너지고 만다. 참여자의 열정으로 유지되는 <슈스케>에서 카메라의 시선에 참가자들을 향한 기본적인 애정이 없다면, 수명이 오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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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능가하는 상상은 없다’라고 했던가. TV 예능의 트렌드가 어느덧 현실로 내려오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알콩달콩 진행되던 예능이 스튜디오의 문을 박차고 나와 ‘리얼 버라이어티’의 옷을 입고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왕국을 건설한 것도 잠시, 지금 TV는 꾸며진 상황극이 강조된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버라이어티’의 꼬리를 떼고 ‘리얼'로 그 방향을 틀었다. 케이블과 공중파를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는 이 ‘리얼’은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되고 끝난다. 그리고 광풍이라 불러도 좋을 오디션 프로그램의 중심에는 단연 <슈퍼스타 K>(이하 <슈스케>)가 자리 잡고 있다.


슈퍼스타K 3, 잠재력이 있는 누군가는 반드시 독이 든 성배를 마셔야만 한다

ⓒ엠넷


그리고 <슈스케> 시즌 3에 이른 지금. 언제나 방송을 둘러싼 노이즈를 즐기며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이들은 또 다시 ‘악마의 편집’이라는 혐의를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Top 10에 올랐던 예리밴드가 우연히 자신들의 방송을 접하게 되면서 숙소를 이탈한 것이다. 모든 외부 요소와 차단되어 있던 그들은 우연히 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슈스케> 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슈스케> 제작진은 편집이 가해지지 않은 원본 영상을 공개(온전한 원본이라 보기는 힘들지만)하며 맞섰고, 결국 예리밴드는 Top10에서 빠진 채 새로운 Top 10이 구성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사실 이러한 논란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최대한 현실을 자극적으로 포장해야 할 의무를 진 제작진은 참여자 개인의 캐릭터를 면밀히 관찰한 뒤 항상 극단적인 편집으로 그 캐릭터를 그려냈다. 실제로 시즌2의 경우 김그림이 가수가 되려는 절박함을 욕심으로 포장당했고, 그 욕심은 곧 이기심으로 다시 한 번 재포장되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이유없는 미움을 받아야 했다. 일정 이상이 되면 실력과 상관없이 품성으로 평가하는 대중의 재판 방식에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희생당하는 이들이 생길수록 <슈스케>는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또한 악역을 맡은 자의 이름도 가장 많이 회자된다. 이슈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슈스케>는 이 노이즈를 해명하는 듯하면서도 결국 즐길 수밖에 없는 입장에 선다. 그것이 이들이 살아 남아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즌마다 ‘악마의 편집’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슈스케>의 화제성과 인기는 그 논란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공중파의 시청률을 본방(물론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가장 경쟁력이 없는 시간대지만)에서 가뿐히 넘어섰고, 매주 금요일 밤이면 <슈스케>를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건 결국 그들이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몰아가 편집하는 ‘악마의 편집’이 비난을 받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매 시즌 제작진이 더 독하게 편집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얼리티는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을 능가한다. 그 리얼리티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건 <슈스케>의 숙명이다

ⓒ엠넷


<슈스케>는 시즌 1부터 극단적인 편집을 추구했다. 이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스킬에는 케이블 채널의 태생적 한계가 작용한다.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의 한계는 명확하다. 시청자들에게 인지도가 낮고, 케이블 채널은 ‘채널 돌리다 걸리면 보는’ 방송이지 ‘본방 사수’의 개념이 없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케이블은 ‘지나가는 채널권’을 붙들기 위해서 최대한 자극적이고 시선을 붙잡는 편집을 해왔다. 공중파 채널의 커트보다 단연 호흡도 빠르고, 자막도 빠르게 흘러가며, 단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편집의 기술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단연 빛을 발한다. 참여자들의 (거의) 24시간을 찍고 거기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소스들을 더 자극적인 편집으로 극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단연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많은 소스며, 꾸며낸 상황극보다 제작진이 예상하지 못한 범주의 더 자극적인 사건과 심리 갈등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상대가 떨어지지 않으면 내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서바이벌’이 아닌가.

ⓒ엠넷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정답은 없는가?

<슈스케>는 그 내부에도 늘 악역이 있지만, 그 프로그램 자체로도 ‘악역’일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다. 카메라의 시선은 언제나 참가자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노리고 있고, 사소한 말투와 행동 하나도 곧장 이슈 거리로 확대된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슈스케>가 지상파의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가장 큰 저력이기도 하다. 지루하고 능력 없는, 혹은 비슷비슷한 실력자들의 노래를 하염없이 듣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부라면 사람들은 차라리 <슈스케>가 아니라 가요제를 찾아가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그건,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기본 요건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서도 <슈스케>의 화제성과 감각만은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 자체가 화제를 몰고 다니는 판이니, 그 안의 능력자가 누구든 결국은 이 프로그램이 짜는 판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탈락자와 합격자는 결정되고 새로운 이슈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이번 시즌에 <슈스케>가 한층 더 독해졌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그리고 이들이 기꺼이 그 상황을 감수하면서도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에 있어서 우려스러운 부분은 있다.

ⓒ엠넷


마지막 슈퍼위크 미션 전 <슈스케> 제작진들은 패자부활전에서 이미 정해진 패자부활전의 승자를 놓고도 부러 무대 위에서 탈락자들에게 ‘거위의 꿈’을 부르게 했다. 이 노래가 결국 탈락하고 말 대다수의 참여자에게 얼마나 잔인한 의미가 될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 상황에서의 참가자들의 반응, 좌절, 모멸감을 보기 위해 그 방식을 택했다. 기꺼이 감수한 악역이라기엔, 참가자들의 꿈을 그저 화면을 위해 팔아먹은 느낌이 있음은 지울 수가 없다. 설령 이 프로그램이 그저 방송에 불과하고,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강인한 스타를 길러내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 하더라도 때로 이 카메라의 시선이 지나치게 잔인한 것은 분명 앞으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건 그 희망이라도 붙들어야 하는 참가자들의 희망을 처참하게 팔아버리는 독한 동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리밴드’의 악마의 편집이 아니라 ‘거위의 꿈’에 담긴 독기다

그러나 문제는 예리밴드가 아니다. 이들의 음악적 고집을 제대로 담지 않고, 이기심과 아집으로 포장한 것은 어떤 프로그램이든 적절한 때가 되면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운이 좋아 음악적 성과까지 이룰 수 있었던 ‘시즌2 ’만을 기약하고 있기에는, ‘시즌3 ’의 길은 새로운 만큼 변수도 많다. 결국 제작진에겐 선택의 길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예리밴드를 악역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리고 처음 참여를 허용한 밴드가 결국 음악적으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 그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어차피 국내 음악 시장에서 밴드 환경은 열악하다. 퍼포먼스에 능하거나, 메인 보컬의 방송 적응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YB나 자우림처럼 살아남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엠넷


지금 현재 시점에서 <슈스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친 독기다. 물론 <위대한 탄생>이 따라오고 있고 <Top 밴드>가 따라오고 있으며, 곧 시작될 SBS의 오디션 프로그램도 이들에게는 충분히 핑계거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를 찾겠다는 이들이 그토록 무대 위에서 모두가 보는 가운데에 이미 정해진 결과를 놓고 독해지는 것은 충분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건 단순히 그들의 꿈을 팔아먹어서만은 아니다. 적어도 이 프로그램이 시작했을 때 가졌어야 할 마음가짐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슈스케>는 분명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지망생들의 꿈을 팔아 산다. 하지만 그 꿈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결국 <슈스케>는 반드시 무너지고 만다. 참여자의 열정으로 유지되는 <슈스케>에서 카메라의 시선에 참가자들을 향한 기본적인 애정이 없다면, 수명이 오래갈 수 없다. 이번에 ‘거위의 꿈’을 부르는 참가자들을 보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나는 애정보다 독기를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는 <슈스케>를 무너지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악마의 편집은 예리밴드를 악역으로 몰아간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이미 결정난 결과를 붙들고 하염없이 울며 ‘거위의 꿈’을 부르던 참여자들이 눈물이었다. 그 눈물을 안지 못하고 버린다면, <슈스케>는 악마의 편집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악마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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