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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재즈계의 위대한 혁명가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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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재즈의 계절입니다. 조금 이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재즈 명반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혁신적인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명곡 1956년 앨범 < Round about Midnight >입니다.

가을은 재즈의 계절입니다. 조금 이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재즈 명반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혁신적인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명곡 1956년 앨범 < Round About Midnight >입니다. 이 작품은 5중주 연주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재즈에 도입한 최초의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그 유명한 「Round midnight」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재즈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보시죠.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 Round about Midnight >(1956)

폐부를 찌르는듯한 트럼펫의 울림,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연주는 환골 탈퇴하듯 자신만의 스타일을 꾸준히 개척해갔다. 뮤트(트럼펫 앞부분을 개폐하면서 톤을 조절하는 도구)트럼펫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서 주목을 받기도 한 그의 1956년 작 < Round About Midnight >는 마일스의 음악세계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 바로 ‘마일스 데이스 5중주(Quintet)’ 의 비상과 일명 ‘마일스 사단’ 의 출범이다.

본 앨범을 두고 사람들은 그에게 ‘최초’ 라는 명예를 수여했다. 굴지의 메이저 레이블 콜럼비아(Columbia)에서 발표하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최초였지만 당시까진 일반적이지 않았던 5중주(퀸텟) 연주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재즈 연주에 도입 시켰다는 점에서도 본 앨범이 갖는 '최초'의 의미는 남다르다.

드럼에 필리 조 존스(Philly Joe Jones), 피아노에 레드 갈런드(Red Garland), 베이스에 폴 체임버스(Paul Chambers), 그리고 드러머 필리 조 존스의 소개로 들어온, 그에 필적하는 쌍수 테너 색스폰 주자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이 그들이었다. 마일스 사단의 첫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이미 1955년 뉴 포트 재즈 페스티벌(New Port Jazz Festival)을 통해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 으로 모였다.

당시 공연을 지켜보던 콜럼비아 레코드사 전속 프로듀서였던 조지 아바키안(George Avakian)은 본인의 귀를 의심 했다. 오중주 연주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마일스에게 러브 콜을 보내며 앨범 계약 즉시 뉴 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연주했던 「Round midnight」을 타이틀로 한 앨범을 제작하기로 한다. 당시 마일스는 프레스티지와의 전속이 아직 1년 남은 상황이어서 녹음은 1955년에 완료가 됐지만 발매는 프레스티지와의 전속이 끝난 이듬해 가을쯤 이뤄진다.


비밥 피아니스트 델로니우스 몽크의 곡「Round midnight」로 시작을 알리는 순간 뮤트 트럼펫의 애수 어린 울림엔 그윽한 혼이 느껴진다. 몽환적이기까지 트럼펫의 처절한 울부짖음은 이윽고 우렁차게 차고 나가는 존 콜트레인의 색스폰 연주로 이어진다. 마일스의 도입부 연주가 응축된 긴장감이라면 존 콜트레인의 재현부는 활화산처럼 주제를 구구절절이 풀어내는 역할을 해준다.

솔로를 구사하는 악기가 2개 이상(트럼펫, 색스폰) 있는 퀸텟의 구성이 자칫 소리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연주를 위한 연주’ 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을 마일스는 무난히 극복한다. 서로의 연주를 뒤쫓아가지 않고 서로의 빈 공간을 매워 주는 연주를 통해 억지로, 많이 연주하는 것만이 솔로의 전부가 아님을 들려준다.

마일스와 존이 창조한 이 극적인 대비감, 바로 연주에서 정중동(靜中動)이란 무엇인가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대목이다.(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을 한국 록 그룹 들국화에 비교하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들국화의 전인권과 최성원의 역할을 비교해 보면 짐작할 수 있듯 1집 수록곡 「사랑일 뿐야」(1985)가 바로 이런 극적인 대비감을 들려준다.)

마치 관조하듯 침착한 분위기로 일관한다는, 그가 제시한 ‘쿨’ 재즈의 흔적은 다름아닌 다른 연주자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의 배려로 나타난다. 이런 ‘공간’ 의 개념은 이후 마일스 데이비스 연주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열쇠가 되 준다. 즉흥 솔로로 대변되는 재즈 연주는 루이 암스트롱에 의해 창조됐지만 연주자 간의 조화로 보다 세련되고 계산한듯한 치밀함이 느껴지는 솔로를 마일스는 창조했다.

타이틀 곡 「Round midnight」는 악기간의 경쟁이 아닌 조화와 상생에 재즈 연주에 맛을 부여한다는 중요한 진리를 터득케 한다. 지금까지 「Round midnight」가 수많은 재즈 연주로 발표됐지만 마일스의 본 앨범에서만큼 ‘원곡을 능가하는 완벽한 재창조’ 라 평가될 수 있는 연주는 드물다.

몽크의 「Round midnight」에 이어 마일스는 앨범에서 자신의 음악세계가 선배인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가 제시한 '비밥' 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천명한다. 1955년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한 찰리 파커의 곡 「Ah-leu-Cha」, 마일스에게 비밥 연주의 편곡 작법을 가르친 스승 타드 존스(Tadd Jones)의 곡 「Tadd's Delight」를 통해 줄기차게 비밥의 스승들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첫 메이저 레이블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앨범은 이전 그가 발표한 어떤 앨범보다도 다가가기 쉬운 연주 레퍼토리가 눈에 띈다. 틴 팬 엘리 작곡가 콜 포터의 발라드 「All of you」, 스웨덴의 민요를 재즈로 연주한 「Dear old stockholm」, 「Round midnight」에 이은 또 하나의 발라드 걸작 「Bye bye blackbird」는 수려한 트럼펫 멜로디가 감지되는 탐스러운 재즈 연주다. 마일스의 연주가 좀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의 음악성 역시 다양한 대중 음악 장르와 교류를 펼쳐 보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해주는 연주다. 마일스가 1985년까지 펼칠 콜럼비아 레이블에서의 음악성은 바로 본 앨범을 통해 집약된다. ‘연주자의 영역에서만 머무르던 매니아적 성향의 음악’ 으로 재즈를 한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그의 야심은 발라드라는 친숙한 성향의 연주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연주를 알리고 있었다.

앨범 < Round About Midnight >의 주인공 마일스 데이비스의 퀸텟의 멋진 출발은 얼마 후 알토 색스폰 주자 캐논볼 애덜리를 ‘제 6의 멤버’로 받아들이며 섹스텟(sextet)으로 팀은 정비되고 마일스는 어느덧 재즈 역사 중 가장 찬란한 창조의 순간을 달성한 ‘모드(mod)’ 작법의 세계를 향해가고 있었다.


글 / 정우식(cws26@yahoo.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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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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