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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인간의 가장 진화된 상태는 여성”- 『상화시편』 고은,『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사랑할 때밖에는 삶이 아니”라고 했다. 아이가 단순히 커서 할 일이 아니고, 사랑할 때에만 삶이 삶일 수 있는 것. 시인에게 ‘사랑’은 삶 그 자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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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밖에는 삶이 아니”라고 했다. 아이가 단순히 커서 할 일이 아니고, 사랑할 때에만 삶이 삶일 수 있는 것. 시인에게 ‘사랑’은 삶 그 자체였나 보다. 사랑을 토해낼 때, 시인의 음성은 급격하면서 격정적이고 단호했다. 도무지 쿨 할 수 없는 것, 핫 할 수밖에 없는 무엇. 생각했다. 원래 삶은 사랑하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녔을까.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냥 살아지는 것일 뿐.

사랑이 뭐냐고
문기초등학교 아이가 물었다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궁한 나머지
지나가는 새 바라보며 얼버무렸다
네가 커서 할일이란다

돌아서서 후회막급

사랑할 때밖에는 삶이 아니란다라고
왜 대답하지 못했던가
그 아이의 어른은 내일이 이미 오늘인 것을
왜 몰랐던가

저녁 한천가
한 사내의 낚시줄에 거려버린
참붕어의 절망이 내 절망인 것을
왜 몰랐던가
사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

-「사랑」, 고은 -



“사랑할 때 밖에는 삶이 아니”라고 했다.
아이가 단순히 커서 할 일이 아니고, 사랑할 때에만 삶이 삶일 수 있는 것. 시인에게 ‘사랑’은 삶 그 자체였나 보다. 사랑을 토해낼 때, 시인의 음성은 급격하면서 격정적이고 단호했다. 도무지 쿨 할 수 없는 것, 핫 할 수밖에 없는 무엇. 생각했다. 원래 삶은 사랑하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녔을까.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냥 살아지는 것일 뿐.

사랑이 거의 멸종된 시대. 괴멸 직전의 사랑을 다시 불러낸 시인(들)을 만났다. 특히 삶이 삶이기 위한 사랑을 토해낸 시인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고은 시인이다. ‘먼 옛날 세습 방랑시인으로 출생. 한때 디오니소스의 친구’(前生年譜)였던 그는, 금생연보(今生年譜)로 최근 생일(8월1일)을 지나 팔십을 바라보고 있다. 작품 활동 53년, 처음으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상화 시편: 행성의 사랑』을 내놨다. 시집에는 일상성 위에 세워진 사랑의 흔적이 빼곡하다. 사랑해서, 시를 쓸 수 있었구나, 삶일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증명.

상화의 사랑 없이는, 상화와의 삶이 없이는 나는 두 가지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둘은 시집 『조국의 별』이후 내 문학의 많은 결실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1983년 이후의 문학 말이다. 사실인즉 아내와의 삶은 문학역정의 전사와 후사의 어떤 분수령인지 모른다.(pp.9~10)

시집의 제목에 있는 ‘상화’는 고은 시인의 부인이다. 그러니까, 시는 곧 부인을 향한 연서이자, 바치는 노래다. 사랑이 모든 것이 시작과 끝임을 알리는 팔십 청년의 사랑 고백이다. 시인의 연서와 노래, 고백을 음악과 함께 듣는 밤이었다. 지난 17일, 서울 홍대부근 상상마당에서 펼쳐진 창비 8월 북콘서트. 5년 만에 10번째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를 들고 찾아온 도종환 시인도 함께였다. 시인들과 함께 한 한여름 밤.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다가온 시간 속에서, 나는 ‘진짜’ 삶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해금, 사랑을 예열하다

‘꽃별’의 우선 등장이었다. 꽃별은 해금 연주자이자 가수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을 오가며 해금을 알리고 있는 뮤지션. 올 봄, 5번째 앨범 <숲의 시간>을 발매했다. 재밌는 것은 그녀는 일본에서 데뷔하고 앨범 활동을 하다가 한국으로 앨범이 역수입 됐다.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소리꾼 김용우 밴드에서 연주를 했다. 당시에는 기운을 주체하지 못해 락커처럼 연주하고 그랬다. (웃음) 일본에 초청돼서 갔는데 음악프로듀서가 전통음악을 한다는 소녀가 미친 듯 연주를 한다고, 일본에서 음반 및 활동을 제의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시작하게 됐다.”

해금은 명주실 수천가닥을 꼬아서 2줄로 엮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해금을 들어본 사람은 안다. 해금의 매력이 어떤지. “독특한 소리가 나고, 어떤 소리든 낼 수 있다. 어느 나라 어떤 악기를 만나도 맞춰주고 금방 친구가 되는 착한 악기기도 하다. 해금은 공중에 떠 있는 현을 눌러서 소리를 낸다. 감각으로 되는 게 아니고 소리를 끊임없이 듣고 확인해야 한다.”

꽃별의 해금이 사랑을 예열했다. 세상 모든 사랑을 북돋울법한 해금 연주, 꽃별의 것이었다.


고은 시인, 사랑을 토해내다


이번에 시집 2권을 내셨어요. 어떻게 한꺼번에?

그냥 냈어요. (웃음) 사회자 질문에 편승하지 않고 인사부터 할게요. 참 좋네요. 도종환 시인 따라서 오늘 왔어요. 꽃별의 노래, 와 미치겠대요. 본래 이런 악기와 시라는 것이 나오는 게 똑같았어. 세월이 흐르다가 악기로 나오고, 우리는 입으로 나온 거예요. 우즈베키스탄 옛날 말로 시인을 일컫기를, ‘가슴으로 말하는 자’예요. 그걸 흉내 내서, 나는 ‘누구의 가슴으로 들어가는 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러분의 가슴에 들어가고 싶어서 왔어요.

2권, 이유도 없고 원인도 없고, 도저히 쓸 수 없어서 썼는지도 모르겠고, 설명할 수가 없어요. 중요한 건 내 시는 멈추지 않고, 나는 두 발로 걸어왔고, 두 발이 없으면 네 발로 걷고, 지느러미가 나서 나는 걸어요. 나는 가는 자에요. 가는 자는 흥이 있고, 운율이 있고, 시도 있어요. (좌중 박수)


이번에는 연애시입니다.

시는 딱 두 가지예요. 사랑을 노래하는 것. 죽음을 고통스러워하는 것. 엘레지와 연가. 그 중의 하나를 한 거지. 고백하건대, 오랫동안 참을 수 없었어요. 몇 번을 쓰고 싶었는데, 아내가 쓰지 말라고 했어요. 그때 썼으면 지금보다 더 잘 썼을 텐데. (웃음)

나는 상화를 노래하기를 남몰래 꿈꾸었다. 그런 나머지 꽃 피고 꽃 지고 하는 어제오늘에야 나는 머뭇할 겨를 없이 노래하기 시작했다.(p.6)

로맨티스트 같아요.

로맨티스트, 그것 좋네!

시인을 남편으로 둔다는 것, 어떤 것일까요?

목수가 좋은 남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어떤 직능에 의해 최선과 최악을 규정하는 건 상투적이에요. 사랑은 전례가 없고 후례가 없어요.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 건, 복제가 아니라 최초의 사건입니다. 나의 사랑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이 아니고, 300년 후의 내 후손이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유일한 거예요.


흔히 사랑을 노래할 때의 과거화는 나에게는 원칙이 아니다. 오늘조차도 몇십년 전의 미래인 것과 몇십년 후의 애도나 추억인 것에 집착하지 않는 시간의 자유 속에서 태어나는 현재의 끊임없는 진행이기를 꿈꾼다. 사랑은 지금이다. 사랑은 ‘하였다’도 ‘하리라’도 아니다. 언제나 사랑은 ‘한다’이다.(p.12)

시집에는 부부의 삶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싶어요.

영화를 보면, 만났다 헤어지는 드라마나 사건이 사랑의 절정으로 각인돼 있어요. 사랑은 절정도 좋은데, 일상, 생활 자체에서 진행되는 사랑이 참 좋은 거예요. 아내와 사는 동안 나는 나날이 깊어져요. 나만 그런가 싶어서 살짝 물어봤지. 그대도 그래? 그러는 거예요. 아마, 그대보다 더 할 걸? 일상을 사랑의 무덤으로 삼지 말고, 사랑이 탄생하는 곳으로 살아야 돼! 우리는 오래 살지 않아요. 사랑할수록 젊어져야 해요. 결혼은 연애는 무덤이라고 톨스토이는 말했지만, 그럼에도 그걸 전복시켜야 해요. 부부가 살아갈 바에는 사랑하면서 살아!

꽃별은 「사랑」을 낭독했다. 낭독 전, 어느 시에 나왔듯, 그녀도 나무 심는 아내가 돼서 그런 모습을 사랑해주는 남편과 살고 싶다고 했다. 나무 심는 아내와 그것을 사랑하는 남편, 사랑을 형상화한다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나는 더 여자가 돼 간다고 하셨어요.

이런 말할 때, 상투적이어선 안 돼요. 사내가 장엄한 꿈을 갖고 살다가 줄어드는, 여성화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영국의 러스킨은 치마를 입고 자랐고, 릴케 부모는 릴케를 딸처럼 키웠는데, 릴케를 말할 때, 여성혼이라고 얘기해요. 괴테도 궁극적인 것을 여성적인 것이라고 말했고. 우리는 여성성이 있어요. 숙명의 조건이에요. 내가 여성이라는 것. 가부장제에서 살다가 돌아보면 한 마리 암컷이 있어요. 인간이 가장 진화된 상태가 여성성이라고 봐요.

나는 앞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박근혜는 안 돼! 사내새끼들 시켜보니 싸가지가 없어. 여성들이 사회표면에 나와서 놀아야 해요. 여자를 죽이고 남성을 살리는 행위는 남성을 더 죽이는 행위에요.


『상화 시편』,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내에게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이심전심은 있지만,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요. 아내가 쓴 시도 있는데, 몰래 실었어요. (웃음) 적막강산이야. 내가 시집을 썼는지, 안 썼는지 세상이 몰라. 홍대 나가봐. 아이들이 몰라. 그러니, 큰 사건처럼 얘기할 필요 없어요. 부끄러워서 아내 앞에서 낭송도 못했어. 화장실에선 부끄러워서 읽지도 못해.


또 다른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는 어떻게 내셨어요?

시집 이름은 한 번 정하면 그 시집 전체의 분위기가 정해져요. 그게 비애야. 변방이 아닌 ?도 많아요. 우주도 있고, 홍적세 시대부터 시가 있었고, 나는 최초이기도 하고 최후이기도 해요. 그 모든 게 들어있는데, 그 중 하나가 변방이에요. 요즘 동북아 허브공항이니 하면서 허브라는 얘기가 많은데, 지랄이야. 모든 존재가 사는 게 중심이에요. 중심의 허영에서 벗어납시다. 들뢰즈를 좋아하는데, 들뢰즈는 모든 것이 중심이라고 했어요.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되나요?

나는 기대가 되는 대상이 됐어. (웃음) 최고의 선물을 받았어요. 10~20대가 됐어요.


하와이로, 세시에서 다섯시까지

가을에 콘서트와 ‘꼭두’라는 음악극을 준비하고 있다는 꽃별의 해금 연주(「스몰 플라워즈」 「월하정인」)가 있었고, 프로젝트밴드 하와이가 뒤를 이었다. 뮤지션 이아립과 이호석이 뭉친 하와이는 어디서든 듣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프로젝트밴드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어서와」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어 도종환 시인의 등장이다.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를 들고 온 꽃의 시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어떤 시집인가요?

내 나이가 지금 몇 시쯤 와 있다 생각해보니, 3시를 지나 5시 언저리로 가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생을 여름으로 사는 사람은 8시까지 밝고, 겨울로 사는 사람은 6시면 어두워지겠지만 아직도 몇 시간 남았고, 해가 다 저물기 전에 노을이 찬란히 아름다운 것처럼 내게도 그런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면서 시를 썼습니다.

하와이는 이 시집을 어떻게 읽었어요?

(호석) 재밌게 읽었어요. 특히 「개」라는 시가 좋았고. “내 속에도 저런 짐승 한 마리가 있다”는 구절이 기억에 나고요. 「복도」라는 시도 좋았어요.

(아립) 음악을 듣는 느낌이 들었어요. 짬날 때마다 시와 함께 했는데, 위로도 받고 기대면서 음악 같은 시를 청취한 느낌? 「나무들」과 「바이올린 켜는 여자」가 참 좋았어요.

『접시꽃 당신』으로 알려졌고, 지금 25주년이 됐습니다. 부담이기도 했을 텐데요.

늘 그랬어요. 삼심초반의 이른 나이에 큰 이름을 얻었다고나 할까요. 작가의 명성은 수 십 년을 쌓여서 형성돼야 했어요. 그래서 늘 경계해야 했고, 다음 시를 통해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넘지 못한 생각이 듭니다. 나에겐 숙제이지만, 독자들이 꾸준히 사랑해준 건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접시꽃 당신』은 개인적 아픔을 표현한 시집인데, 그리 알려져 아이러니했을 법도 한데…

시집 낼 것을 권유 받았을 때,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낼 수 없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어요. 그런데 슬픔에만 빠져있지 말고 정리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해서 냈어요. 개인적인 아픔이 다른 사람에게 위안이 되고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사랑과 죽음이 인간의 가장 큰 숙제이고 관심이고, 문학의 가장 큰 주제잖아요. 『접시꽃 당신』이 두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당시 시대와의 불화도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시대가 그랬어요. 암 병동의 환자들을 보고 희망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썼는데, 안기부에서 희망과 싸움에 빨간 줄을 긋고 무슨 뜻이냐고. (웃음) 얘기해주니까, 그제 서야 알았다고. 말도 안 되는 건데, 그런 시대가 있었어요.

이아립의 낭독, 「바이올린 켜는 여자」(p.92).

시를 들으니, 바이올린이 되고 싶다는 뜻이기도 한데…

시집이 나오고 한의원 하는 분을 만났는데, 그러세요. 침 놓은 여자는 왜 없냐고? (웃음) 방송국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갔는데, 반주하는 분 중에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가슴을 후벼 파는 거예요. 내 문학, 내 시 한 줄도 사람 가슴을 후벼 팔까, 흔들고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 영혼의 도움을 받아 내가 그런 시를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작품을 쓰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도종환 시인의 낭독,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p.10).


산벚나무, 고추잠자리, 굴참나무, 다람쥐… 참, 구체적이에요.

제 시골집에 다 있는 것들이고 그것들을 표현했어요. 사람마다 다 (살아가는) 시간이 다를 텐데,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겠지, 라고 생각하지 말고 순간순간을 살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자고 얘기한 거예요.

「발치」라는 시를 보면, “바람이 사소하게 불어도 흔들릴 풍치의 나날과 둘 다 연금도 퇴직금도 없이 견뎌야 할 불안한 노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라고 썼습니다. 현실적이에요.

어느 날 이가 아파서 만져보니 빠질 것 같은 거예요. 내가 이런 나이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치과를 가서 이를 뺐고, 당시 가을이었는데 길가의 이파리를 봤어요. 벌레가 먹었는데 예쁘게 피어있어요. 이를 뽑았다고 절망할 게 아니고 우리도 꽃피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썼습니다.

꽃의 시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꽃이 등장합니다. 「라일락꽃」이라는 시도 있는데…

시골에서 자랐고, 지금 살고 있는 충북 보은의 집에도 꽃이 많아요. 「라일락꽃」은 어느 비오는 날 길을 가는데 달콤한 향기가 번져서 보니 라일락이 피어 있는 거예요. 나에게 향기를 보낸 걸 보니 할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가봤어요. 향기는 꽃의 언어라고 생각하니까. 여린 빛이 비에 씻겨 내려갈 것 같았는데, 나는 세월 속에 내 빛깔과 향기를 잘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얘길하려고 라일락이 날 불렀구나 생각도 들고.


계획이 있다면?

한 편의 좋은 시를 쓰는 거예요. 윤동주 시인이나 만해 한용운 시인처럼 한 편의 좋은 시를 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그게 시인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사랑과 꽃을 만난 시간. 더불어 시를 깃들인 시간. 덕분에 위로 받았다. 사랑할 때밖에는 삶이 아니라는 말이 특히 그러했다. 이 말이 더욱 도드라졌다. 93세의 레지스탕스(스테판 에셀)가『분노하라』는 말과 함께 건넸던 시의 효용. 견디기 힘든 여름이라면, 당신에게도 시를 권한다. 나는 그렇게 여름을 나고 있다. 시의 도움으로 마음을 달래면서 말이다.

마음과 정신 양쪽을 다 개발하려면 평소에 시(詩)를 암송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시간을 꽤 많이 들여 시를 읽고 또 암송하곤 합니다. 암송하여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인 시 구절들의 아름다움, 이것도 나의 행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나의 내면 곳곳에 시가 깃들어 있고, 살아오면서 최악의 순간에도 시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도 셰익스피어, 괴테, 횔덜린의 시구에 담긴 운율의 힘을 빌려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분노하라』, pp.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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