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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는 좋은데, 단식은 안 하면 안될까?

1960년 8월부터 12월까지의 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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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스크랩북 제2권은 1960년 8월부터 12월까지의 신문기사들을 담았다. 첫 장은 낭만적으로 시작한다. 시의 제목은 ‘사랑의 메아리’다.

흔들리는 호수가에 연꽃처럼 청조한 얼굴
반짝이는 눈 속에선 꿈에 본 용궁처럼 풍악을 틀고
수줍은 입술 속엔 속타는 깊은 정이 노래 부르며
사랑에 시를 쓰는 메아리러라

웃는 손길 그림자를 만질 적마다
‘이러시면 안돼요’ 토라진 콧날
사뿐이 비켜서는 냉가슴 속엔
야릇한 추억들이 밤을 새우네

잊을래야 못 잊어서 꿈길마다 가는 곳
단 둘이서 만나서는 말 못하고 헤어지고
헤어져선 멀리 보며 동화 속에 잠잘 때
행복한 화초밭을 밤낮으로 가꾸네


아버지의 스크랩북 제2권은 1960년 8월부터 12월까지의 신문기사들을 담았다. 첫 장은 낭만적으로 시작한다. 시의 제목은 ‘사랑의 메아리’다.


스크랩북 제1권의 정서는 ‘허무’였는데, 제2권은 출발부터 행복하고 희망적이다. 4?19 직후 새 질서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반영한 것일까? 아버지는 스물다섯 살 청춘이었다.

1960년 8월은 아버지의 물오른 청춘처럼, 새로운 대한민국의 맥박이 약동하던 시절이었다. 대통령 직선제가 아닌 내각책임제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이 통과하고(6월15일), 참의원?민의원으로 나뉘어 실시한 국회의원 선거(7월29일)가 자유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뒤다. 8월12일엔 민?참의원 합동회의에서 윤보선을 제4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윤보선 대통령은 8월18일 장면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여 인준에 성공했다. 장면 총리는 8월23일 장관들을 확정하는 조각(組閣)을 마쳤다. 제2공화국 탄생의 순간이었다.(내각책임제이므로 장면 총리가 윤보선 대통령보다 정국 운영의 실권자라 할 수 있었으나, 서로 내각책임제 매뉴얼을 잘 익히지 못해 역할분담에 혼선이 많았다고 한다)

스크랩북 제2권은 ‘사랑의 메아리’라는 시로 시작했지만, 온통 ‘데모의 메아리’로 뒤덮였다. 민주당 신구파의 갈등, 3.15 부정선거 원흉 엄벌처단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민의원 의장석 점거, 교원노조 불인정을 둘러싼 진통, 그리고 각종 민생 대책을 요구하는 데모 일색이다.


영업권 부여와 세금인하를 주장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자가용 찦(지프)차 차주들이, 침구 및 안마사 면허를 달라며 보사부 유리창을 깬 맹인들이, 법당을 부수면 비가 온다고 믿고 절간을 습격한 농부들이 스크랩을 수놓았다. 학교 옆 판자촌 철거를 둘러싸고 서울 동명여고생들과 주민들이 투석전을 벌였다는 뉴스도 보인다.

<경향신문> 10월31일자 기사는 “데모 천오백구회”라는 제목을 달았다. 치안국이 4.19혁명 이후 10월까지 집계했단다. “그중 학교 관계가 539회, 노조관계가 485회, 기타가 486회”라는 설명도 나온다. 그 옆에 붙은 칼럼기사는 손가락 절반의 크기도 안 되지만 내용이 의미심장하여 눈길을 끈다. 자로 재어보니 가로와 세로 모두 2.5cm에 불과하다. 동아일보의 ‘공기총’이라는 초미니 칼럼인데, 제2공화국의 어떤 운명을 예고한다.


“중대퀴즈
제1공화국은 ‘테로’로 시작- ‘테로’로 망했고
제2공화국은 ‘데모’로 시작- ‘데모’로 □한다.
- 흥
- 망.”


이번엔 풍자만화들을 감상해본다. 먼저 <동아일보> 사회만평. ‘현대학생들의 책가방 해부도’라는 제목이다. 큼지막한 책가방 속에 책은 두 권 뿐. 그 옆엔 도시락, 나머지 절반 이상은 돌멩이다. 데모하러 학교 다닌다는 뜻이다. ‘옥도정기’도 있다. 상처에 바르는 ‘요오드 팅크’(iodine tincture)라는 붉은색 소독약을 일컫는 일본식 용어다(나도 어릴 때 이 말을 썼다). 데모 상비약인 셈이다. 같은 신문의 4컷 만화 ‘고바우영감’은 도둑을 등장시켰다. “두목! 억울합니다.…모두들 데모로 해결을 하는데 유독 우리만 못하다니.” “하자!…통금시간이다. 전원 데모 준비-” 그리하여 도둑들도 플래카드를 치켜들었다. “시민이여 일찍 잠을 자자.”

<한국일보> 4컷 만화 ‘두꺼비’에선 이승만과 김일성이 합동 출연한다. 두 사람은 사당처럼 보이는 곳에서 엎드려 빈다. “데모가 더욱더욱 일어나서…다시 다 뒤집어엎게 해 주시오. 비나이다.” 둘이 한 목소리다. 갑자기 오른쪽에 앉은 살집이 통통한 이가 고개를 들고 말한다. “웬 놈의 영감이 나하고 똑같은 기도를 하는 거야.” 놀라는 두 사람. “앗! 일성이다!” “승만이구나!” 데모가 길어지면 하와이로 도망간 독재자 이승만이 돌아오거나, 이북에 있는 김일성이 쳐들어온다는 경고다. 유치하지만, 코믹하다.


앞의 ‘중대퀴즈’가 바라는 답처럼, 제2공화국은 ‘데모 때문에’ 망했을까? ‘데모’를 무질서한 괴물이었다고만 평가해야 옳을까?(이때의 신문들은 ‘시위’라는 용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 99%가 ‘데모’라고 했다) 민주당 정권 10개월간 가두데모가 총 2천 건이었고, 연인원 100만 명이 참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사회는 어수선했다. 학생들이 주동력이었던 1987년 6월항쟁이 마무리되자마자 7,8월 전국으로 번진 노동자대투쟁에 빗댈 만하다. 꼴사나운 집단이기주의와 방종이 없지는 않았으리라. 다만 눈을 높이고 넓혀서 멀리 보면 그 본질은 민주주의에 가까웠다. 한국전쟁과 자유당 집권 시기에 억눌려 있던 이들이 마음 놓고 거리에 나가 ‘떠들 자유와 권리’를 만끽한 살풀이판이자 난장이었다.

민주당이 멋지게 정치를 하지는 못했다. 경제개혁에 실패해 물가는 38%나 오르고 실업률은 24%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배층 내분도 있었다. 장면과 윤보선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신파와 구파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신파 안에서도 노장파와 소장파가 싸웠다. 장면 총리는 우유부단했다. 죽도 밥도 아니라는 뜻에서 별명이 ‘짜장면’이었다고 한다. 5?16이 터졌을 때는 모든 연락을 두절하고 수녀원에 55시간이나 숨어있었던 어른이었다. 윤보선 대통령이라고 낫지는 않았다. 오래전부터 정권을 노렸던 박정희와 정치군인들은 ‘일시적 혼란’을 5?16 쿠데타의 사후 핑계로 삼았다. 민주주의 실험을 1년도 그냥 묵과하지 않았다. 서민들에겐 찍소리도 못하는 시대가 왔다. 다음과 같? 데모 기사도 볼 수 없게 됐다.

갑작스레 신경질을 일으킨 한난계(寒暖計)의 수은주가 고개를 푹 숙이기 시작한 23일 아침 ‘부랑아는 왜 생겼나 사람팔자 알 수 없다!’는 색다른 ‘푸라카드’를 든 이백여명의 부랑아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대구시내 계성학교 앞 빈터에 모인 이들 ‘영양 잃은 얼굴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털어달라는 애달픈 하소연을 힘없이 내뿜었다. 이제 겨우 조그마한 철이 들기 시작한 여섯살 짜리부터 열살을 오르내리는 불쌍한 군상들은 연약한 팔목에 깡통?구두닦이통이랑을 걸치고 앞장선 ‘푸라카드’ 뒤를 맥없이 따라갔다.

이날 새벽녘 동해방면에서 심하게 덤벼든 폭풍의 영향을 받은 초속 십이삼 ‘미터’의 강풍으로 회오리바람이 일고 금시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무거운 비기운이 사정없이 감돌고 있는 차디찬 공기를 뚫고 ‘동정’의 시선과 ‘구경거리’로 받아들이는 수많은 눈알들이 바라보는 눈총 속을 ‘집없는 천사’들은 도청으로 향했다. ①부랑아라도 한국의 아들딸이다. ②우리를 굶주림과 추위에서 구해달라는 등의 애절한 구호를 부르짖은 불쌍한 대열은 도청에서 물러나 그들이 말하는 ‘지붕없는 가정’ 수성 다리 밑을 찾아 흩어졌다.


- 1960년11월25일자 <민국일보> -


내가 배운 기사 문법과는 다르다. 스트레이트 뉴스인데도, 감성적이다.(요즘 같으면 데스크로부터 사실관계만 적으라는 멘트와 함께 ‘빠꾸’당할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의 스크랩북 제2권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데모기사다. “사람 팔자 알 수 없다!”는 부랑아들의 구호가 심금을 울린다. “당장 ~을 하라”는 촉구는 없다.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는 식의 각박한 다짐도 없다. ‘데모’라기보다는 세상사 진리를 일깨워주는 처연한 외침 같아서 자꾸만 입속에 넣고 굴려보게 된다. 사.람.팔.자...알.수.없.다....

그 밑에는 ‘심산의 수도승들 서울가두서 데모’라는 제목의 <한국일보> 기사가 놓였다. “심산에 묻힌 사원에서 수도에 겨를 없을 비구승려들이 (11월)19일 아침 서울의 중심가에서 이채로운 ‘데모’를 벌여놨다.” 비구승 6백여명이 승풍진작 및 사찰경지확보를 외치며 대처승을 배척하는 평화적 시위를 가졌다는 내용이다. 아버지는 부랑아들과 비구승들의 데모기사 사이에 짤막한 시를 적었다.

데모의 원리

대열이 숨을 삼키며 초상화를 그린다
심산의 도승은 백화점에서 흥정을 하고
움막 처처골목길에 부랑아들은
미친 듯 떠들어댄다.
민족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짖어대는 똥개와
싱겁게 웃는 황소처럼 가엾은 대열
여기 뱃창자에 바람을 불어넣은
범선이 아니라 ???가 있다
아무튼 불쌍하구나 민주의 사생아들아
우리는 이제 고만 잠자코 쉬자
바로 그놈이 밉다 글쎄 그놈이 밉다


아버지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경멸의 숨을 삼키며 추상화를 그리셨군요.
심산의 도승은 백화점에서 흥정을 하면 안되고
움막 부랑아들은 좀 떠들면 안됩니까?
부랑아들을 꼭 ‘짖어대는 똥개’로 모욕해야 하나요?
누군 부랑아가 되고 싶어서 됐겠어요?
한국전쟁 때 상호교전과 민간인 학살, 미군 폭격으로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재수 없으면 고아, 부랑아, 장애인이 됐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비구승들을 그렇게 비하하는 이유는 또 뭔가요?
혹시 당신과 종교가 다르다 하여 대놓고 빈정거리신 건 아닌가요?
그들의 데모를 꼭 ‘뱃창자에 바람을 불어넣은’ 결과라고 해야 하나요?
‘???’는 무슨 말씀인지요. 해독 불가능합니다.
고만 잠자코 쉬라고요? 할 말은 해야 하지 않나요?
바로 그놈이 밉다고, 글쎄 그놈이 밉다고 했는데
그 놈은 누구인가요? 권력자인가요?
위에서 굽어보며 고상한 척 하고 동정을 던지는 듯한
바로 그 시선이 미워요 글쎄 그 시선이 미워요.


아버지는 젊었지만 완고했다. 데모대를 향한 적의가 훅 끼쳐온다. 스크랩한 신문기사의 비중을 봐도 그렇다. 곳곳에 데모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칼럼과 사설이 붙어있다. 그 영향을 받으셨는지도 모르겠다. 칼럼들마다 “한편에서는 적색침략주의가 노리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독재의 잔재가 꿈틀거리고 있지 않은가”라며 데모 자제를 촉구하니 말이다. 읽어보면 그렇고 그런 훈계조 내용이다. 한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칼럼이 하나 있다. <서울신문>의 ‘삼각주’(三角州)다.

▲신이 더 좀 현명하였더라면 한국사람 만큼은 손가락을 더 많이 붙여주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처럼 혈서 쓰기를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기 때문이다. 혈서가 이렇게 유행하다가는 손가락 열 개로는 모자랄 것 같다. 지지하는 데에도 혈서요, 반대하는 데에도 혈서다. ▲그런데 이 혈서의 생리는 저 잔인한 왜놈들의 풍습이 아닌가 싶다. ‘셋부구’(배자르기)를 예사로 하던 그 유풍이 남아서 ‘피의 표현’으로 바뀌었는지 모를일이다. 물론“피는 물보다 짙다”는 시구처럼 언뜻 생각해보면 꽤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러나“피는 물처럼 흔한것이 아니다”라고 논법을 바꿔볼 때 혈서의 생리는 다분히 자학적이고 잔인한 야만성이 있다. ▲야만인일수록 생명을 존중할 줄 모르고 또 피를 예사로 생각하는 법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생사람 하나 잡는 것쯤은 다반사다. 자기 손가락을 잘라서 혈서를 쓴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원시인의 생명경시의 잔인성과 오십보백보라 할수 있다. ▲또한 혈서는 의사표시의 빈곤에서 생겨나는 것이기도 하다. 걸핏하면 “결사반대”“죽음으로써…운운” 하는 성명서와 매한가지다. 이 살벌한 극단언표야 말로 가장 미개한 표현 방법이 아닐수 없다.

▲이렇게 피를 흔하게 여기고 죽음을 예사로 아는 사람일수록 생명의 존엄성에 둔감하다. 그래서 반인간적은 짓을 능히 할수있는 용맹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기 손을 자를 수 있는 악독한 마음을 가진 자가 무슨 짓인들 못할것인가 ▲그래서 이상이라는 시인은 ‘단지처녀’(斷指處女)의 효행을 혹독하게 비평한 일이 있었다. 자기 손을 깨물 수 있을 만큼 잔인한 소녀가 무섭다는 게다. 이런 소녀가 커서 경우가 바꿔지면 자기 남편을 독살할수도 있을 거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아버지의 스크랩북 제2권에서 ‘혈서 데모’를 전하는 신문기사는 찾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1960년도 신문을 뒤져봤다. ‘민주당 구파 독점’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한 청년이 “윤 대통령은 민의를 존중하라”고 적은 혈서를 치켜들었다는 <동아일보> 기사가 나온다. 그해 3.15 선거 직전 이기붕 부통령 출마 환영대회에서 군중들이 썼다는 혈서 사진도 찾았다. 아버지의 스크랩북에선 혈서 대신 ‘할복’에 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앞에 나오는 그 비구승들이 평화 시위 5일 뒤인 11월24일 단도를 품고 법원서 유혈난동을 부렸다는 기사다. 판결에 불만을 품고 칼을 배에 꽂은 채 경찰과 옥신각신했다니 살벌하다.


아니 아버지는 그 비구승들이 폭력적으로 변신할 며칠 뒤를 예견했단 말인가?^^

혈서 하면 생각나는 이가 박정희다. 교사직을 그만둔 뒤 만주군관학교에 가기 위해 “진충보국 멸사봉공(盡忠報國 滅私奉公)”이라는 혈서를 써서 보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광재 전 의원(전 강원도 지사)은 그보다 더 심하다. 대학생 시절 오른쪽 검지를 잘랐다. 2005년 이 때문에 ‘병역기피 의혹’을 받자 이렇게 밝혔다. “암울한 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배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손가락을 잘라 ‘절대 변절하지 않는다’는 혈서를 썼다.” 두 사람 다 무섭다. 요즘에도 혈서는 계속된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며 일본을 규탄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동남권 신공항 유치에 앞?놼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손가락을 찔러 ‘피글씨’를 쓴다. 그 신념이, 거룩하기보다 잔인해 보인다.

좀 더 평화적인 자해 수단으로는 ‘단식’이 있다. 단말마적 아픔은 아니지만, 오히려 긴 시간동안 서서히 차오르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 이 대목에선 재야 지도자 시절 자택에서 23일간의 기록을 세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1983년이었는데, 그의 까칠한 수염과 지친 얼굴에서 진정성을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2011년 8월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그보다 더 오래 단식을 했다. 30일간이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 희생정신에 존경을 표한다. 다만 단식도 혈서와 오십보백보는 아닌지 의심을 해본다.

‘혈서 데모 세태’를 꼬집은 51년 전의 신문칼럼 메시지를 “혈서건 단식이건 이제는 제발 자기를 파괴하며 데모하지 말자”는 뜻으로 폭넓게 읽어본다. 얼마 전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단식은 구시대 운동방식이고, 더 이상 공감을 주기 힘들다는 결론을 다함께 내렸다. 그것은 숭고하지만, 진보적이지도 창의적이지도 않다. 제살을 깎는 투쟁은, 응원하는 이들의 마음까지 황폐하게 할 소지가 있다. 결정적으로, 스스로의 건강을 해친다. 다 살자고 하는 일인데 말이다. 배를 곯으며 비장하게 하지 말고, 배를 채우며 즐겁게 할 수는 없을까. 데모의 지향이 어떠하든 말이다. 1960년 데모기사 스크랩을 뒤지다 ‘단식’까지 와 버렸다.

참고한 책


『한국현대사 산책-1960년대편1』(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04)
『끝나지 않은 역사 앞에서-인물로 읽는 한국사10』(이이화 지음, 김영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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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경태

「한겨레」 토요판 에디터. 「한겨레21」「씨네21」편집장과 한겨레 esc 팀장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 『글쓰기 홈스쿨』(2011)과 『유혹하는 에디터』(2009), 『직설』(공저, 2011)이 있다. 가족을 사골국물처럼 글감으로 우려먹는다는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아버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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