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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들, 생긴 건 마초맨인데 의외로 섬세하네! -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 Riot!

요즘 빌보드 차트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핏불의 새 음반이 나왔습니다. 언제부턴가 ‘Mr. Worldwide’로 불리는 그의 세계적인 음악을 한 번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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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빌보드 차트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핏불의 새 음반이 나왔습니다. 언제부턴가 ‘Mr. Worldwide’로 불리는 그의 세계적인 음악을 한 번 만나보시죠. 또 얼마 전 요절한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대모로 모시고 있던 열 다섯 살 소녀 디온 블롬필드의 신보도 나왔습니다. 사춘기 소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은 어른스러운 소울 음악을 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디계의 슈퍼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의 2집 음반을 소개합니다.


핏불(Pitbull) - < Planet Pit >(2011)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핏불은 거물이 되었다. 그의 음악이 마이애미 동네의 라티노 형제자매들 사이에서만 소비될 줄 알았다면 계산착오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클럽 디제이들이 쿠바산 종견의 그루브를 선택한다. 그가 자처하듯 언제부턴가 ‘Mr. Worldwide’가 되었다.

세계적인 호응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의 의미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흥을 충분히 돋우면서 입에 쉽게 따라붙는 멜로디를 기본으로 탑재한 결과다. 섹시한 스페인어식 발음으로 흥얼거리는 후렴구는 핏불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며, 음계 역시 라틴 춤곡에서 나올 법한 분위기를 기저에 머금고 있다. 이민자 2세로서 가정에서 듣고 자랐으며, 마이애미 지역 특유의 영향을 받은 음악적인 자양분을 스타일에 반영한 결과다.

다만 최근 들어 달라진 점은 잘 팔리는 상품이 되도록 포장을 한 공격적인 전략이다. 전작들의 경우, 릴 존(Lil Jon)이나 잉 양 트윈스(Ying Yang Twins) 등 남부지역 연고로 맺어진 끈을 바탕으로 출연진을 메웠다. 문제는 참신한 얼굴에 대한 기대는 둘째치더라도, 동료들의 주특기인 크렁크 요소가 다분하고 지루하게 이어져 지지세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이번 앨범에서 소집된 제작진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빌보드 싱글 차트를 쥐락펴락하는 이들로만 구성되었다. 현재 미국의 히트곡 제작기술이 한 앨범에 총망라되어있다 봐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기본적인 비트 구성은 하우스, 유로 댄스 등 세련된 유럽풍의 클럽 튠의 뼈대를 가져가면서 멜로디 구성은 라틴 지역의 향신료로 토핑하는 셈이다. 한마디로 타코 벨(Taco Bell)스러운 퓨전이다.

카리브 해의 칵테일파티를 연상토록 만드는 이국적인 가락은 두 가지 요리법으로 재현된다. 마크 앤소니(Marc Anthony), 엔리케 이글레시아스(Enrique Iglesias) 등 태양의 아들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분위기를 살리거나, 에알토 모레이라 (Airto Moreira)의 「Tombo in 7/4」,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의 「Jump in the line」 등의 삼바, 칼립소 명곡을 샘플링하며 어렵지 않게 카니발 열기를 지핀다. 이에 더해서 오토튠, 칩튠 효과를 가미하여 단조로운 진행에 양념을 치면 완성이다.

시대에 길이 남을 명반을 목표로 두고 심혈을 기울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의 말대로 세상사에서 온갖 맞닥트리는 스트레스를 언어를 뛰어넘는 신나는 음악으로 해소하기만 한다면 만족인 것이다. 핏불 행성(Planet Pit)으로 유쾌한 현실도피를 떠나는 지구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디온 브롬필드(Dionne Bromfield) < Good For The Soul >(2011)

열다섯 살 소녀 디온 브롬필드(Dionne Bromfield)는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은 채 20분 동안 묵묵히 자신의 공연에 임했다고 공연 관계자는 전했다. 이 아이의 대모였던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가 사망했다는 공식 발표가 나온 지 두 시간이 지나서였다. 도무지 10대라고 믿어지지 않는 원숙한 목소리만큼이나 그날 보여 준 행동도 의젓했다. 슬픔이 크든 적든 간에 이제는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이의 담담함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스러움은 음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앨범을 채운 주된 재료부터 또래와 확연히 다르다. 이 나이 가수들이라면 으레 달콤함이 물씬 풍기는 말랑말랑한 음악을 선보이겠지만 디온은 1960, 70년대를 상기시키는 레트로 소울을 자신의 표현 수단으로 채택했다. 본인이 작곡에도 참여하고 있으니 단순히 소속된 레이블의 방향이나 프로듀서의 의견만을 따라서 이런 스타일을 표출하는 것이 아님을 파악하게 된다.

진한 음성과 성숙한 보컬 또한 음악이 밴 어른스러움을 보충한다. 어떻게든 발랄해 보이려고 애써 밝은 척하거나 소녀의 가녀린 면모를 강조하려고 앵앵거리지도 않는다. 노래에서 치장에 욕심내지 않는 진솔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실력 없음을 무마하고자 흥미를 빙자해 오토튠을 과하게 덧칠하는 꼼수도 없다. 구수하고 울림이 큰 보컬을 듣고 있으면 여느 10대 아이들의 노래와는 전혀 다른 성인다운 모습이 읽힌다.

열네 편 수록곡들은 모두 모타운(Motown Records)을 출생지로 뒀다. 4, 50년 전쯤 그곳에서 태어났던 리듬 앤 블루스곡들이 환생한 듯 다들 예스러운 외양을 갖추고 늘어서 있다. 몇 번만 들어도 귓가에 붙고 자연스럽게 흥얼거려지는 쉬운 멜로디, 관악기와 현악기가 화합해 내는 경쾌하고도 서정미 진한 반주, 노래를 살며시 받쳐 주는 스캣 코러스 등 그 시절 모타운 음악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Yeah right」의 랩 파트만 제외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시간 여행’이다.

과거의 소리를 연찬하고 해석하는 여정을 이제는 멘토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동반, 도움 없이 홀로 해야 한다.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겠지만 디온 브롬필드는 거뜬히 해낼 것이라 믿는다. 이 앨범에서 풍부한 성량과 준수한 노래 실력, 작곡가로서의 재능 모두 한층 성장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 Good For The Soul >은 에이미가 마련한 보금자리 안에서 이 아티스트가 앞으로 더 멋진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는 걸작이다.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 - < Riot! >(2011)

각자의 행보를 밟던 인디 1세대 뮤지션 세 명이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옐로우 몬스터즈의 등장은 ‘괴물 출현’이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될 것 같다. 과거의 명함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지금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여지없는 ‘괴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경이로운 수준의 활동량이다. 1년 만에 200번을 넘겼다는 공연 회수와 함께 연이어 내놓은 2집 < Riot! >이라는 결과물까지, 이 슈퍼밴드는 머리보다는 ‘몸으로’ 달리는 것을 택한 것 같다. 거기에 지금은 자신들의 레이블 ‘올드 레코드’까지 설립한 상태이니, 멤버들의 출신 성분 때문에 ‘프로젝트성 그룹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져왔다면 이제 그 의심 풀 때도 되었다.

신보의 사운드는 데뷔 앨범의 확장판이다. 휴식을 주는 발라드 성향의 넘버(「Time」, 「끝인사」, 「차가운 비」)를 제한 모든 트랙에서, 다운 피킹으로 만드는 육중한 메탈 리프와 네오펑크의 멜로디컬한 요소, 코어의 극단성이 한 자리에 공존한다. 비범한 점은 이런 요소요소가 각 곡에서 하나하나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곡마다 고루 섞여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질감 없이 조화롭다는 것이 이들이 가진 천연색이다.) 막 달리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저기 신경을 쓰며 만든 음악이랄까. 이 남자들, 이미지는 마초맨이면서 의외로 섬세한 구석이 있다.

그 중에서도 「4월 16일」과「The end」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멤버 셋이 처음 만난 월일을 제목으로 쓴 전자는 앨범보다도 공연에서 터지기 좋은 노래로, 시작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발라드 스타일로 나가다가 마지막 소절을 완전한 펑크로 편곡을 해 에너지를 다 소진시킨다. 후자 역시 그런지 문법으로 처음을 엮어나가다가 후렴에 와서는 화끈한 펑크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반전(反轉)곡. 덕분에 정규앨범을 들으면서도 라이브 앨범을 듣는 듯한 생동감을 만끽할 수가 있다.

가사에서 겨냥한 대상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야 해석의 여지로 남기더라도, 이게 비단 게으른 록 밴드에게만 던지는 말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여기에는 게으르지 않은 사람이 다수의 성실치 못한 사람들을 나무라는 뉘앙스도 분명 포함되어 있다. 어쨌든 옐로우 몬스터즈가 이런 날선 얘기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밴드임은 분명하니, 문제제기형 노랫말은 화살이 되어 나태한 이들의 마음을 콕콕 쑤실 만하다.

결국은 ‘설득’이다. ‘우리 음악을 좋다고 느끼게 만들어야지’식의 1차적인 음악적 설득이 아니라, 그 이상 감상자의 행동을 촉구하는 진짜 ‘설득’을 담은 작품인 것이다. (나와 여길 바꿔보자!) 1집의 수록곡 「Destruction」에서와 같은 필살리프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 Riot! >는 청자들로 하여금 이들의 혁명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의 멋진 ‘힘’을 가지고 있는 앨범이다.

소설가 이외수 씨의 어록을 시작으로 ‘오래 버티는 사람이 승리한다’라는 말이 한창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문장을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생략되어 있는 한 가지의 미덕을 표면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옐로우 몬스터즈를 통해 느낀 바, 생략된 문장은 (당연하게도) ‘열과 성을 다해서’ 라는 짧은 문장임을 다시금 통감한다.

이들이 어떤 가치를 승리와 연관 지을지는 모르지만, 이미 옐로우 몬스터즈는 ‘오랫동안 버티며’ ‘열정을 다해 달려온’ 사람들이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진실로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 노란색 괴물들은 승리자가 아닐는지. 올해도 믿어보겠다.

▶ 옐로우몬스터즈 지난 인터뷰 보기(클릭)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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