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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부터 점령하자!”라이브클럽에서 음악인생을 시작하다

포크 뮤지션 하이 미스터 메모리(Hi Mr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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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미스터 메모리의 1집이 나왔던 때가 기억난다. 2007년 겨울, ‘숙취’로 실연당한 이들의 속을 헤집어놓으며 애증어린 사랑을 받았더랬다.


하이미스터 메모리의 1집이 나왔던 때가 기억난다. 2007년 겨울, ‘숙취’로 실연당한 이들의 속을 헤집어놓으며 애증어린 사랑을 받았더랬다. 포크의 명맥을 이어가는 몇 안 되는 이 중 하나라며 슬그머니 짐을 올려놓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 후로 3년 하고도 8개월, 간격이라고 하기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2집 < 내가 여기 있어요 >를 만났다. 긴장이 느껴지는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목소리 뒤로 저릿한 통기타 음이 뒤섞여 흐르는 것 같았다.


1집을 내고 2집을 낸지 3년 8개월 정도 걸린 앨범이다.

저는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더라도 잘 내고 싶었어요. 1집을 발매한 회사 사장님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 회사가 오래가지 못했어요. 박경훈 형이라고. 지금은 호주로 이민을 가셨고요.

2집은 한마디로 어떤 앨범이라고 생각하나.

연장선상이기도 하고 작별이기도 하죠.

연장선상이라는 것은 본인의 정서가 기본적으로 같다는 말이고, 작별은 음악적 사운드의 변화를 의미하는 듯하다.

네. 1집 때는 제가 생애 처음으로 부스에서 녹음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프로듀싱까지 해야 했어요. 엉망진창이었죠. 첫 앨범 내고 부끄러워서 숨어 있다가 어렵게 활동을 시작한 면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 2집은 사운드만큼은 꼭 살려야 한다는 각오가 분명히 있었어요.

고로 2집에서 상당히 다양한 사운드를 융합했다. 의도대로 적절히 섞어졌다고 보는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의도한 대로 나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운드보다는 정서를 먼저 생각해요. 1집은 10년 동안 만들었던 음악을 일기장처럼 모아 만들었고, 2집은 그 일기장을 쓰던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예를 들면, 「꽃순이 이야기」는 위안부 할머님들에게 바치는 노래에요. 당신이 위안부로 고초를 당하셨다고 처음으로 밝히셨던 정서운 할머니가 돌아가신 일을 추모하기 위해 5개 도시를 돌며 공연을 했었죠.

그분들을 위해 곡을 쓰고는 싶은데 잘 안되더라고요. 구상을 해도 너무 뻔한 가야금, 대금 같은 것만 생각나고. 나중에 공연 현장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는데 거의 연예인 피가 흐르는 분이었어요. 오히려 제가 불행한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그 때 ‘이 노래는 무조건 즐겁게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이 딱 들었죠. 완성된 곡을 2007년 8월 15일, 일본 대사관 앞에 많은 분들이 모였을 때 처음 들려드렸어요. 할머님들께서 덩실덩실 춤을 추시더라고요.

앞에서 말한 ‘사운드보다 정서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도, 「꽃순이 이야기」에서 가야금을 넣은 이유가 할머님들이 가야금 소리를 좋아하시기 때문이었다는 사실과 통하는 거죠.



「Fades away」는 첼로를 의도적으로 안 쓴 느낌이다.

제가 첼로를 워낙 좋아해서 주위 사람들이 말리는 분위기에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Fades away」는 약간 도회적인 정서, 밤길을 홀로 걸어가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심상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 트럼펫이 들어갔고요.

정서적으로 허무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나.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복합적인 정서를 한 곡에 모두 담으려는 욕심이 있어요. 20대였을 때에는 우울한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초월해서 허허하고 웃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스스로 조금 더 따뜻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웃음)

2집 앨범의 마스터링을 다 하고 손에 들어왔을 때 만족도는 어땠나.

마스터 받은 날 많이 울었어요. 고생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마스터링 공정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제작을 했으니까요. 경험이 없으니까 하면 안 되는 이야기를 뭣도 모르고 전훈 기사님에게 계속 했더니, 기사님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 쪽 포크 음악 시디를 한 무더기 들고 와서 주시더니 들어보라고 하셨어요. 그러고 나서 2집 작업할 때 몇 년 만에 가서 만나 뵈었는데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 과정 자체가 정말 좋았고요, 녹음하는 동안 고민하는 기간이 많았기 때문에 “아, 이제 끝이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죠. 이 음반이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서 제 자신의 만족도는 높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모를 수도 있지만 이장혁의 느낌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장혁이 형이랑 조인트 공연도 많이 하고 친해요. 어느 날 공연을 하러 갔는데 누군지도 모른 상태에서 장혁이 형의 노래를 듣게 되었어요. 듣다 보니 제 노래 가사와 정서가 완전히 똑같은 거예요. 제 노래 중에 「그냥 그런 날야」가 장혁이 형 2집의 「오늘밤은」이라는 곡과 가사를 풀어내는 방식이 비슷해요. 공연 끝나고 서로 “도대체 넌 누구냐?”고 놀라며 술 한 잔하고 친해지게 되었죠. 하지만 각자 좋아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요.

포크 음악 자체가 갖는 매력은 어쿠스틱인데 록으로 푸는 부분도 잇다. 매력이 뭔가.

잡식으로 음악을 들은 요인이 큰 것 같고요. 저는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야기 위주로 풀어나가는 식이라 각 트랙마다 포크 외적인 요소의 개입 정도에 편차가 있어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 The Dark Side Of The Moon >< The Wall > 같은 콘셉트 앨범을 봐도 여러 가지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잖아요.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여러 가지 장르를 혼합시킬 수 있는 깜냥이 제겐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록은 주로 어떤 쪽으로 들었나.

메탈 쪽은 아니었고요. 창법도 그렇듯 블루지한 음악에 많이 영향을 받았죠. 데이비드 커버데일 (David Coverdale)이나,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같은.

1집의 오리지널 「숙취」와 2집의 「숙취 2010」은 어떤 점이 다른가.

1집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리듬이었어요. 그걸 볼 수 있는 눈이 없었던 탓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일렉트로니카 음악하는 올드피쉬(Oldfish)라는 친구에게 그 부분을 부탁했어요. 우리 두 사람이 만나면 약간 오래된 느낌이면서 신선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죠. 「숙취 2010」에는 전자음의 터치를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내 인생의 결정적인 아티스트를 뽑을 수 있겠나.

시작은 ‘시인과 촌장’이었던 것 같아요. 때문에 핑크 플로이드를 알게 되었고요.

시인과 촌장이 핑크 플로이드와 연관점이 있나.

제가 중학교 때 만화방에서 「얼음 무지개」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기본은 어쿠스틱한 사운드인데 풀어내는 방법이 대단했죠. 어휴, 한 앨범에 뽕짝도 들어 있고, 동요도 있고… 듣고 있자니 혼란이 오는 거예요. 이후로 인터뷰도 다 찾아보고 다녔을 정도로 좋아했죠. 저는 이런 연결이 정말 많아요. ‘어떤 날’을 좋아해서 나중에 팻 매스니(Pat Metheny)의 존재를 알게 되는 식으로.


뽕끼있는 멜로디를 의도적으로 배격하는 듯 보인다.

어렸을 때는 그게 굉장한 숙제였어요. 지긋지긋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그 형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상당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버한 부분도 있었고. 의도적으로 배격은 하지만 제가 쓰려고 하는 곡과 정서가 맞는다면 활용할 수도 있겠죠? 「꽃순이 이야기」 같은 사례를 보더라도.

「꽃순이 이야기」에는 뽕 멜로디를 넣어도 상관이 없었을 거다.

뽕 멜로디 저도 좋아해요.(웃음) 1집 맨 마지막 트랙이 최병걸 씨의 노래(「정말 난 몰랐었네」)를 리메이크한 「난 정말 몰랐었네」인걸요.(웃음)

그 곡이 KBS에는 외색풍이 짙다고 하여 금지되었다.

아버지가 술 드실 때 많이 부르신 곡이라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주점에서 들리면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편곡을 했는데 금지된 줄은 몰랐네요.

하이 미스터 메모리는 싱어송라이터다. 작곡에 있어서 리듬, 멜로디, 코드워크 3개 요소 중에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참, 쓰는 곡의 의도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는데요. 착상 자체가 저에게 박혀 있는 것 같아요. 노래의 이야기나 분위기가 만약 “나 엄청 화났어”라면 메탈 식으로 감정에 따라 풀어나가는 편이에요. 공간도 중요시해요. 음악이 들릴 때 울리는 공간 역시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근래 들어서 듣고 있는 음악은?

뮤(Mew)라는 덴마크 밴드요. 내가 음악을 그만 둘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듬을 잘 만들더라고요. 클래식적인 면이 있으면서 모던한 느낌도 많이 있고 리듬은 엄청 쪼개고… 그런데 팝 적인 요소까지 있어요. 이야기 들어보니까 덴마크에서는 윤도현 밴드 급의 국민가수라고 하던데…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는 어떻던가.

저는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고 추앙을 하니까 “그렇게 좋아?” 하고 들었는데 그만큼은 아니었어요.


공연은 자주하나.

적게는 2주일에 한번일 때도 있고, 많게는 1주일에 3~4번 할 때도 있고요.

이번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이 정말 많은데, 자비로 음악을 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러 혼자서 해보려고 그랬어요. 물론 회사랑 계약해서 재정적 지원을 받아서 제작할 수도 있지만, 1집 때의 경험도 있었고 인디 신에서 그동안 다져놓은 것이 있으니까 여러 이야기를 들어본 상태에서 모든 과정을 혼자 하면 어떨까라는 의도가 더 강했던 것이죠.

쉽게 마련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때그때 충당을 해서 만들었죠. 여자 친구가 도와준 부분도 있고요. 사실 1집 만들 때에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앨범은 마스터 시디를 받던 날 특히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여자 친구를 소개해 본다면.

사귄지는 6년 되었고, 1, 2집 앨범 디자인을 여자 친구가 해줬습니다. 원래는 책 디자인을 하는데 앨범 디자인은 저 때문에 처음 경험했을 거예요. 가장 가까우면서도 제 음악을 잘 아는 친구죠.

앨범의 속지를 보면 제작에 도움을 준 사람을 전부 사진으로 실었다. ‘Thanks to’의 진화한 방식인데.(웃음)

앨범 콘셉트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이번 앨범에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동네 사람들 다 불러왔죠. 요즘 트위터 보면 여러 글이 올라오잖아요. ‘나 지금 화장실에 있음’부터 해서 정부 비판하는 글까지. 쭉 보면 마치 “여기 내가 있어요.”하고 외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이번 앨범의 의미와도 맞는 것 같아서 도와준 사람들을 트위터처럼 배열해봤어요. 감사함을 표현하고자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고(故)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꽃순이 이야기」에도 참여했는데, 이전에도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나.

그런 느낌은 전혀 안 들었죠. 형이 저보다 두 살인가 세 살인가 나이가 많아요. 동네에서 전화하면 술 한 잔 같이 먹고, 또 공연도 하고, 형의 「축배」라는 곡에도 제가 피쳐링을 해줬거든요.

소식 들었을 때에는 어땠나.

뭐라고 말로 표현을 못 할 정도로 당혹스러웠어요. 아침까지 술을 먹고 콩나물로 혼자 해장을 하다가 그렇게 되었으니까. 집에서 그랬잖아요. 그런데 아무도 없었던 거죠. 저는 그 날부터는 콩나물 안 먹어요. 많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그 형이 자기 음악에 대해서 가지는 자신감이 전 정말 좋았거든요.

지금 이 자리에서 녹음실로 달려가 3집을 만든다면 어떤 스타일로 풀어내고 싶나.

크게 앨범 세 장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는 한 앨범에서 온전히 하나의 스타일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음악장르에 집중적으로 쑤욱 들어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도 같은 데 가서 진짜 포크 느낌이 나는 앨범도 만들고 싶고요.


포크 장르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최근에 세시봉 열풍을 어떻게 보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죠. 일단 참 좋아요. 존경해오던 분들의 음악이 미사리나 다른 곳이 아닌 TV에서 조명 받게 된 점이 좋다고 봐요.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죠. 포크라는 음악이 오랜 세월동안 쭉 우리나라에서 사랑받아온 장르였는데 지금 보면 굉장히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들어서요. 젊은 뮤지션들이 그분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모든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날이 올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고.

지금의 포크 뮤지션이 국내의 선배 포크 뮤지션과 분절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뉴 포크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예전의 포크 음악이 주는 매력이 지금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리듬 쪽에 강조를 하는 느낌이 많이 있죠.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잭 존슨(Jack Johnson),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같은 이들의 음악이 예전 포크를 즐기던 분들에게는 잘 안 들어오는 것이죠. 그 역도 성립하고요.

브리티시 포크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나.

저는 그 쪽 음악은 정말 정말 좋아해요. 통기타 보컬 녹음을 할 때 저희가 늘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도대체 왜 이런 사운드가 안 나올까?”였어요. 장비 문제인지 따져 봐도 절대 아닌 것 같고. 마이크와의 거리? 정서? 아니면 얼굴 크기? 아무리 비슷한 멜로디를 내도 나중에 들어보면 그 느낌이 나오지가 않더라고요.

포크가 표현할 수 있는 메시지의 층위가 다양한데, 근래 들어서는 사소설 류의 우울하고 일상적인 주제로 수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곧 공감의 결여로 연결되지 않는가.

1집 때는 그랬어요. 의도적으로 무조건 솔직해야 한다, 내 일기처럼. 그런데 2집은 시선 자체가 바뀌었어요. 창밖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죠. 소년, 엄마, 할머니의 이야기, 혹은 그런 낙서들. 시선은 세상을 향하고 있지만 가볍게 일상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적이지만 시선을 더 넓혀보자는 콘셉트였죠.

요즘 본 아티스트 중에서 누가 제일 귀에 들어오던가.

요즘에는 그런 기준이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얘가 최고야”라고 말했다면 이제는 “전부다 멋있어!” 하고 인정해요. 비둘기 우유,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정민아 같이 앨범에 참여한 친구들이 다 뒤풀이할 때 어울리는 친구들인데요. 가면 갈수록 발전해가는 모습이나 방향성 같은 것들이 좋아요. 친구들을 보면서 뭘 해야 할지 고민도 하고 질투심도 생기고… 그래서 더 좋은 곡을 만들고 싶고 그래요.

다음 앨범을 발표할 때는 간격을 좀 더 좁혔으면 좋겠다.

네, 그러려고요. EP나 미니앨범 안내고 2집을 내려고 했던 마음이 있어서 기간이 좀 늘어진 것 같아요.

쉬는 날에는 거의 술로 푸나.

그렇지는 않고요. 쉴 땐 남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하자센터에서 아이들 보컬 가르친 지 오래 되었는데 그 일이 없을 때는 곡을 쓰거나 산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요즘에 본 영화가 있나.

< 블랙 스완 >(Black Swan)이요. 뮤지션이나 글 쓰는 작가들이 보면 영화 속의 공포가 직접적으로 다가 와요. 제가 공포영화를 잘 안 보는데 그 영화는 정말 무섭고 놀라웠어요. 무대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했더라고요. 한 무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는 개인의 압박감이죠. 음악도 정말 멋있잖아요. 제가 발레는 잘 모르지만 보는 내내 탄성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영화처럼 과대망상에 시달릴 만큼 무대가 무서웠던 적이 있던가.

음악을 하기 전에 연극을 했었어요. 극단 산울림에서 제가 22기였거든요. 그 땐 어떤 생각을 했냐면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은 두 시간동안 온몸의 에너지를 다 쏟아낸 뒤 머리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커튼콜을 받는 것이다.”였어요. 음악을 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죠. 겨울에 한강 얼잖아요. 거기에다 무대를 만들어놓고 관객들이랑 난리를 치는 거예요. 그러다 가장 황홀한 순간에 얼음 속으로 모두 빠지는.(웃음) 완전히 무대에 몰입하고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어 해요.


공연 뒤 뒤풀이를 사랑하는 뮤지션으로 소문이 났다.

평소에 술 마실 때는 맛이 별로 없는데 공연이 끝나면 무조건 눈이 술로 가요. 공연 끝나고 참았다가 피는 담배가 가장 맛있고요. 저희끼리 하는 애기로는 뒤풀이하러 공연한다고(웃음) 또 주위에 ‘뒤풀이스트’들이 있어요. 앙코르쯤에 와서 같이 술 마시러 가자 그러는.(웃음)

자살하거나 자신의 몸을 혹사시켜 단명한 해외 아티스트에겐 따지고 보면 뒤풀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웃음)

(박수를 치며) 우와. 맞네요. 이 이야기를 널리 전파하겠습니다.(웃음)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음악 이야기가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는 자리이니까 그런 것이 좋아요.

하이 미스터 메모리라는 이름 이외에 구상하는 협동 작업은 없나.

지금도 콜라보 작업을 같이 하고 있어요. 랩 하는 친구도 있고, 일렉트로니카 쪽에 다른 친구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이 사람 때문에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말한다면.

처음에는 제가 얼굴이 기니까 이문세 모창으로 학교를 주름잡으면서 음악을… (웃음) 어머님이 노래를 정말 잘 하셨어요. 공연장에서 솔로도 하셨을 정도니까요. 곡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타랑 피아노로 써왔지만 그 당시에 음악은 제가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내가 가진 목소리나 사운드는 영웅들에게는 한 없이 못 미친다.”라는 생각으로 취미로만 해야 한다고 믿었죠.그러다 결정적인 계기는 어릴 때 알고 지내던 형한테 받았어요.

같이 곡을 만들 때 하모니카를 연주하던 형이 있었는데 제대 후 연극을 다시 하려던 차에 형이 갑자기 “밴드를 하게 되었으니 기타를 잡아라. 일단 신촌부터 점령하자.”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에 마음이 움직여서 기타를 메고 라이브 클럽에 들어갔어요.(웃음) 전 글도 쓰고 연극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이고 여기가 마지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로 음악을 하게 되었죠. 저를 인도하신 형은 지금은 음악을 접고 디자인 쪽 일 하시면서 아이 둘 낳고 잘 살고 있어요. (웃음)


지진이 난 상황에서 음반 다섯 장만 가지고 가야한다면 무엇을 집겠는가.

안 챙기고 갈 것 같아요.(웃음) 그런 질문을 자주 듣는데 전부 제 노래 같고 아픈 손가락들 같아요. 좋아하는 음악들이 너무 많아서. 특히 유재하, 김광석, 장필순, 어떤날 그 분들이랑 양희은 씨가 이병우 씨와 같이 작업한 < 양희은 1991 >앨범을 좋아해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수록된 앨범인데 그 곡이 저는 사실 가장 안 좋았거든요.(웃음)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 앨범도 들 수 있겠고. 프로그레시브한 카멜(Camel)의 < Rajaz > 앨범도 좋고요. < Harbour Of Tears >도 괜찮고… 너무 많네요.

포크적이면서 약간 아트록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네, 그런 욕심이 있어요.

‘이번 앨범은 이렇게 들어줬으면 좋겠다’라는 당부의 말이 있다면.

오랜만에 만난 연인에게서 받는 느낌 있잖아요. 반가우면서도 어색하고, 빨리 나가고 싶으면서도 있고 싶고. 따뜻한 느낌이 들면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섞여있는 앨범이에요. 가장 옆에 있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엄마를 부탁해’를 듣고 엄마에게 전화해서 “밥은 먹었어?” 라고 할 수 있는. 주점 같은데 가면 ‘누구♡누구’ 이렇게 낙서가 되어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잊어버리는데 오랜만에 그 주점에 가서 그 낙서를 보는 느낌도 들었으면 좋겠고요.


인터뷰 : 임진모, 조아름, 옥은실, 홍혁의
정리 : 조아름

글 / 조아름 (curtzz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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