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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치 하나면 내 스타일이 달라진다!

핸드백에서 스카프, 구두까지 다양한 브로치(The Brooch)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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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옷에 브로치로 셔링을 잡아보세요! - 브로치가 올드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지만, 김선영은 브로치야말로 남다른 장식미를 가진 아이템이라고 확신한다.


목걸이나 귀고리, 팔찌, 반지와는 스스럼없이 지내는데 브로치와는 어쩌다 가끔씩 만나게 된다. 상대적으로 브로치에 관심이 덜 갔던 까닭은 검은색 재킷과 진주 브로치 세트로 대변되던 선생님 내지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어린 눈에는 그다지 멋져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글동글한 파마머리,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재킷, 정숙한 진주 브로치가 대변하는 조용한 여성스러움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브로치에 대한 편견을 한숨에 깨준 사진을 보게 됐다. 15년 전 쯤의 얘기다. 미국판 『엘르』에 나온 모델 크리스티 털링턴의 사진 한 장이 나의 ‘브로치관’을 단번에 바꾸어놓았다.

화보에서 소맷자락을 접어 올린 부분에 샤넬의 다이아몬드 코메트 브로치를 단 기지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소매가 내려오지 않도록 브로치를 활용한 아이디어와 값비싼 보석을 셔츠에 매치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실용성과 멋을 둘 다 잡고 싶은 내게 그것은 중요한 배움이었다. 돌돌 말아 올린 소맷자락을 브로치로 고정시킨다는 생각을 왜 나는 못했을까? 브로치는 확실히 옛날 사람들이 좀 더 운치 있게 잘 소화했던 것 같다. 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복식사 책이나 명품 브랜드들의 역사책을 뒤적이는데, 의외로 활용할 거리들이 쏠쏠하다.

1900-39년 사이에 만들어진 까르띠에의 작품 수록집을 보다가 여자의 왼쪽 어깨에 매달린 긴 브로치에 눈길이 오래도록 머무른 적이 있다. 광택이 부드럽게 흐르는 미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아리따운 부인의 우아함은 풍성한 진주 목걸이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니었다.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 세팅이 돋보이는 커다란 브로치가 가슴이 아닌 어깨에 안착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었다. 몇 겹의 진주 목걸이와 부딪히지 않는 것이 ?기했다. 처음에는 과용인 듯했지만, 볼수록 놀라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제 브로치와 나와의 관계는 밥을 먹는 친밀한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커피 한 잔 정도는 나눌 만한 사이로 바뀌었다. 브이 네크라인의 깊게 파인 스웨터나 단추를 생략한 카디건의 여밈을 아름답게 책임질 만한 브로치를 발견하면 기꺼이 살 준비가 돼 있다. 브로치는 기능성을 존중받을 때 제 맛이 난다. 로마인들은 휘장처럼 늘어진 토가의 주름 자락을 고정시키기 위해 브로치(당시에는 안전핀이 브로치 역할을 했으며 ‘피불라’라고 불렸다)를 착용했고, 스코틀랜드인들은 랩 스커트의 트임을 여미고자 핀 브로치를 이용했다.


재킷의 가슴에 얌전히 있을 때보다,
스카프나 모자, 핸드백과 함께할 때 제 몫을 해낸다.


브로치는 요즘 것보다 옛날 냄새가 흠뻑 나는 것이 독창적이고 품위가 있다. 구글에서 ‘brooch’를 치면 ‘빈티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수많은 사이트 중 빈티지 주얼리의 진미를 감상할 수 있는 ‘하우스 오브 라방드(www.houseoflavande.com)’의 브로치 컬렉션을 보면 브로치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눈이 아름다움에 목말라 할 때 들어가서 훑고 나오면 머리가 기분 좋게 무거워진다. 1930-50년대 보석에는 흉내 낼 수 없는 고상함이 있다. 오래된 브로치의형태, 소재, 색상의 매치를 흠뻑 흡수하며 감각이 충전된다.


꽤 오래 전 어머니가 헝가리에서 구한 자개 소재의 동백꽃 브로치를 차고 나가면,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모두 특이하고 멋지다는 찬사를 연발한다. 샤넬의 동백꽃(카멜리아) 코르사주와 약간 비슷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이 브로치는 남자 코트처럼 투박한 모직 코트를 미소 짓게 하고, 감색 울 재킷과 함께하면 감색의 보수성을 눌러주고, 회색 스웨터의 목선 여밈 끝에서는 트임을 감쪽같이 가려주고, 옅은 하늘빛 캐시미어 코트 위에서는 파스텔 톤을 고조시키는 등 활용도가 높다.

어떤 브로치를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다는가도 주시할 사안이다. 브로치는 스카프나 목도리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으며, 모자와 핸드백도 호젓한 터가 될 수 있다. 또한 머리 장신구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를테면, 머리를 리본으로 묶은 다음 돌려 묶은 리본 위에 브로치를 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머니들이 애지중지하는 카메오 브로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름답지만 지극히 ‘전통적’이라 오랜 시간 보석함에 묵혀 두었던 나의 카메오는 지금 고동색 니트 백 위에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책 『내 브로치를 읽어봐』의 화두는 브로치다. 코끼리 브로치, 뱀 브로치, 화살 브로치, 자전거 브로치, 햇빛 브로치, 벌 브로치, 성조기 브로치 등을 각 상황에 맞는 상징으로 활용하며 그녀는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쳤다. 정치와 보석, 브로치 안에 담긴 심리라니 매력적이다.

이제부터는 심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특별한 모티프를 찾아 브로치를 수집해볼 생각이다. 얼마나 구하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은 브로치와 함께라면 ‘옷 입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질 거란 점이다. 어떤 날은 장미, 또 어떤 날은 구름, 또 다른 날은 여행가방 등 날마다 다른 기분을 찾아 나서는 사냥꾼이 된다는 것,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Who What Wear

“브로치는 사람 몸에 직접 닿는 것이 아니라서
다른 주얼리와 차별되는 매력이 있다.”


-미네타니 디자인 실장 김선영



브로치가 올드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지만, 김선영은 브로치야말로 남다른 장식미를 가진 아이템이라고 확신한다.

“브로치는 옷감이나 옷의 색상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게 매력이다. 어머니와 나는 브로치를 옷에 셔링을 잡는 데 주로 활용한다. 구두 장식을 브로치처럼 활용해 겨울에 스카프나 모피 목도리에 달기도 하고, 테일러드 재킷에 여러 가지 브로치들을 달고 청바지와 함께 입기도 한다.”


“브로치는 옷 위에 얹는 조각이자
패셔너블한 장난감이다.”


-메뉴얼세븐 크리에티브 디렉터 정희경




정희경은 브로치 같지 않은 브로치들을 많이 갖고 있다. 그녀의 말처럼 옷 위에서 작은 조각품 역할을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드레스덴에서 구입한 도자기 회사 마이센이 만든 주전자 모양의 브로치는 고풍스러운 문양이 포인트다. 우아한 꽃을 잘 표현한 프랑스 브랜드 로즈 헤이랜드 브로치는 위트가 넘치면서 동시에 시크해서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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