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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 - 콘(Korn) (1994)

인천 드림파트에서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하드코어의 제왕’ 콘이 확정됐습니다. 미리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헤드뱅잉을 준비하는 것도 근사한 방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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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페스티벌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올해에도 유명 해외 아티스트들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 것 같습니다. 인천 드림파트에서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하드코어의 제왕’ 콘이 확정됐습니다. 미리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헤드뱅잉을 준비하는 것도 근사한 방법이겠죠? 콘의 1994년 명반 <Korn> 을 소개합니다.

콘(Korn) <Korn> (1994)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은 때로 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 정치성으로 인해 관심을 갖는 그룹이었던 데 반해,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5인조 그룹 콘(Korn)은 어디까지나 록, 헤비 록의 마니아들이 좋아했다는 점에서 차별되었다.

그 마니아들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과 결부된 정치 지향성이 아닌, 그저 청각유린을 겨냥한 노이즈 지향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들은 몇몇 로커나 록 밴드의 ‘잘난’ 사회 비평적(social commentary) 경향 그리하여 상대적으로 정치적인 것에 민감한 매체의 시선을 더 받는 풍토가 못마땅하다.

그들이 가슴에 품는 대상은 U2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처럼 현실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젠체하는 사회적 존재가 아니라, 정돈되어 있으면서 볼륨을 높인 사운드를 구사하고 즉각 공감할 수 있는 자기 얘기를 하는 ‘음악적 존재’다.

콘의 음악에 맞춘 광란의 헤드뱅잉 파티는 어디까지나 정치를 거세한 상태에서 한층 묵직하고 어두운 기타 사운드 덩치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록 콘서트란 본디 의식의 섭취가 아닌 ‘사운드의 수혈’ 쪽으로 쏠리게 되어 있다.

콘의 특징은 빙빙 돌리는 듯 머리를 어지럽히는 독특하고도 난폭한 기타 사운드에 있다. 작렬하는 사운드에 매를 맞는 정도를 넘어 머리와 몸이 비틀리고 꼬이고 만다. 태엽이 감기는 기분, 머리카락으로 말하면 직(直)모가 아닌 곡(曲)모이며, 투수 공으로 치면 그저 묵직한 볼 아닌 빙글빙글 회전해 들어오면서도 무거운 볼이다. 그러면 ‘언터처블(Untouchable)’이다.

기타리스트 제임스 쉐퍼(James “Munky” Shaffer)는 음이 낮은 7현 기타를 더욱 낮게 조율하면서 아주 둔중하면서 습한 색을 들려준다. 하드코어 특유의 공격성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서늘한 분위기를 조율해낸 것이다. 무섭다.

그래서 이전 록 세대와 비교했을 때 유난히도 차갑고 축축하고 큰 소리를 좋아했던 90년대의 젊음이 아니면 콘의 음악은 잘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콘은 실로 90년대의 음악 리더였으며, 팬들도 충실히 리더 말을 잘 따랐다(Follow The Leader!!).

필디(Fieldy)라는 이름의 베이스주자는 때로는 안정적으로 때로는 현란하게 베이스 현을 울리면서 이미 충분한 중량에 더 무게를 높여준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 많은 록 팬들은 베이스 라인에 주목하면서 2000년 광풍을 일으킨 서태지의 하드코어가 아마도 콘의 사운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그만큼 콘의 사운드는 선언적이고 계시적이라고 할 만큼 당대 그룹들에게 큰 충격파를 던졌다.

그룹의 간판인 보컬 조나단 데이비스(Jonathan Davis)도 카리스마 그 자체이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처럼 직선적인 아닌, 요동치면서 그림을 그리듯 변화무쌍한 그의 보컬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그가 ‘준비 됐어(Are you ready?)’라는 선동적인 외침과 함께 시작하는 앨범의 첫 곡 「Blind」부터 팬들의 귀는 린치를 당하듯 파괴된다.

그렇다고 콘이 오로지 일그러진 사운드에만 호소하는 하드코어라고 할 순 없다. 그들은 사회정치적인 테마에 집중하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과 달리 가사를 쓰는 보컬 조나단 데이비스의 어릴 적 일그러진 개인적 체험을 비롯한 신변과 주변을 노래한다. 예를 들어 「Faget(동성애자)」는 그가 학창시절 경험한 동성애자들에 대한 노래이며 「Clown(광대)」는 클럽에서 겪었던 폭력을 내용으로 한다.

마지막 곡인 「Daddy(아버지)」역시 어머니가 앗아간 유년기의 순수성에 대한 조나단 데이비스의 절절한 고백이다. 이 곡을 부를 때 그는 거의 눈물범벅이다. 앨범 표지에서 그네를 타는 소녀 앞에 보이는 남자의 큰 그림자는 아동학대를 상징한다고 한다. 정치적인 것보다는 주변에서 언제든 경험 가능한 상황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이 상대적으로 더 하드코어 팬들의 동의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콘은 이후 더 잘 팔린 앨범들로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은 잭 드 라 로차가 탈퇴하면서 인기가 급속도로 하강했지만 이들의 팬 베이스는 뉴 밀레니엄이란 말마저 시들해졌을 만치 2000년대에 익숙해져버린 지금도 견고하다. 시대를 잘 만난 것도 있지만 그들이 시대를 만들어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나중 역사가 1990년대의 음악침공 가운데 하나로 하드코어를 기록할 때, 대표로 콘 아닌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을 고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역사의 선택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역사의 ‘거시’ 선택이 지닌 약점을 막는 것은 마니아의 ‘미시’ 선택이다. 이것은 콘이 가질 몫이다.

콘의 팬들은 수작으로 이후 딴 앨범을 꼽을 수 있겠지만 독자적 사운드 패턴을 확립하면서 90년대 중반 트렌드를 형성한 하드코어의 기폭제가 된 문제작은 바로 1994년에 발표된 이 데뷔앨범이다. 여기에 음습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용솟음치는 당대 젊음의 몸부림과 아우성, 그 하드코어의 진성(眞聲)이 있다.

-글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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