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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선택만 잘해도 키 크고 섹시해요!

치마가 빚어내는 황홀한 풍경 The Ski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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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치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여성스러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치마 아래로 쭉 뻗은 두 다리와 하이힐은 싫건 좋건 여성임을 고백하는 증표다.


만약 치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여성스러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치마 아래로 쭉 뻗은 두 다리와 하이힐은 싫건 좋건 여성임을 고백하는 증표다. 걸을 때마다 다리를 감싸는 치맛자락을 선명하게 느끼고, 또각또각 낭랑하게 울리는 구두 굽 소리를 듣는 것. 여자로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나는 스커트보다 치마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치마가 여러 종류로 나눠지면서 ‘치마’라는 단어가 우리 입에 잘 붙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서양 의복이 도입되면서 치마는 슬그머니 ‘스커트’가 되어 플레어, 플리츠, 개더, 패널, 머메이드, 타이트, 미니 등 생김새에 따라 분류되기 시작했다. ‘주름치마’보다는 ‘플리츠스커트’를 일상적으로 쓰게 된 것이다. 하기야 밑단 쪽을 향하면서 자연스럽게 퍼지는 플레어스커트를 순우리말로 뭐냐고 물어오면 딱히 마땅한 답이 없다. ‘퍼지는 치마’라고 하기엔 입에 편하게 붙질 않는다.


내친김에 옛 시절에 쓰인 단어들을 찾아봤다. 겉치마, 속치마, 쓰개치마, 통치마, 스란치마, 도랑치마, 깡동치마, 행주치마 등을 보면 길이나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단어들이 활용되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나를 치마로 ‘꽃단장’시키며 키우셨다. 허리선에 주름을 넣어 봉긋하게 퍼지는 짤막한 개더스커트에 레이스가 달린 양말을 신기는 식이었다. 치마 아래로 드러난 맨 다리와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레이스 양말을 내려다보면 어쩐지 내가 예뻐진 것 같았다. 어린 여자아이는 그렇게 치마를 통해 여성스러움을 알게 된다.

치마를 특별하게 여기는 내 마음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여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바지들도 충분히 유혹적이지만,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는 데 있어 바지는 치마를 이길 수 없다. 이는 다리가 늘씬하건, 굵건 상관없다. 치마 아래로 드러난 다리는 여자를 섹시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치마를 입으면 동작이 섬세해진다. 앉을 곳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피게 되고, 자세 역시 조심스러워진다. 자동차에서 내리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바지를 입었을 때와 치마를 입었을 때 다리 동작은 결코 같지 않다. 다리를 내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바지는 거침없고 치마는 조심스럽다. 치마의 여성미는 그런 태도에서도 비롯한다.

치마는 또한 바지에 비하면 꾸며주기를 바라는 공주 같은 옷이라 할 수 있다. 패션 모델로 활동했던 독일인 친구 페트라에게 ‘치마’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고 하자, 그녀는 피곤한 기색으로 이런 말을 했다. “어휴, 치마! 나는 요즘 전혀 치마 모드가 아니야.” 한창 이삿짐 정리하느라 바쁜 그녀는 치마를 입는 게 너무 귀찮은 모양이었다. 청치마처럼 캐주얼한 경우를 제외하면, 치마를 입을 땐 상의와 스타킹, 신발 등 신경 쓸 것이 많다. 바지는 좀 더 만만하다. 이를테면 출장이나 여행을 떠나기 전 트렁크를 꾸릴 때 치마는 ‘챙겨’ 넣게 되고 바지는 별 고민 없이 청바지나 정장 바지 정도에서 그치게 된다.


때마다 다리를 감싸는 치맛자락을 선명하게 느끼고,
또각또각 낭랑하게 울리는 구두 굽 소리를 듣는 것.
여자로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내가 즐겨 입는 치마는 미니 라인, 무릎까지 오는 샤넬 라인, 발목만 보이는 맥시 라인 세 가지다. 무릎에서 발목 중간 즈음에서 그치는 라인은 어정쩡해서 싫어한다. 형태는 일자나 시원하게 퍼지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플레어스커트는 실크나 얇은 면 소재여야 한다. 공기와 기분 좋은 마찰을 빚으며 나팔꽃처럼 퍼지는 플레어스커트를 입으면 걷는 게 즐거워진다.

어울리는 신발은 흰색 운동화나 장식을 배제한 단화. 앞이 꽉 막힌 펌프스는 절대 사절이다. 막힌 앞코가 답답하고, 퍼지는 치맛자락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 치마는 직선으로 떨어지거나, 아래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것을 사수한다. 짧은 치마를 입을 때는 가뿐하고 경쾌한 단화나 통 슬리퍼를 신는다. 굽이 있는 경우엔 발가락이 보이는 샌들이 아니면 사절이다. 짧은 치마에 하이힐은 과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가마말쑥한 교복 치마부터, 한여름 미니의 열풍 속에서 자유로움을 발산하는 기다란 집시 풍 치마, 유행의 변덕에 굴하지 않는 끈질긴 청치마, 틈을 내보이지 않는 여경의 엄격한 유니폼 치마, 풍선을 쫓으며 뛰노는 여자아이의 프릴 치마, 아찔한 건강미가 튀어 오르는 테니스 치마, 백조의 호수를 떠올리게 하는 짧은 망사 치마 튀튀, 동물적 향내를 내뿜는 미끈한 가죽 치마까지 제각기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치마들을 보면 신기하다. 치마가 빚어내는 풍경에 정신을 빼앗기는 건 남자들만은 아닐 것이다.


Who What Wear

“치마는 다리를 편안히 안아주는 옷이다.”
-보컬리스트 조정란



탱고와 보사노바, 그리고 삼바를 노래하는 조정란은 긴 치마를 즐겨 입는다.

“긴 치마를 입을 땐 굳이 다른 것을 섞고 싶지 않다. 약간 허전해 보여도 치마에만 집중하고 싶다. 긴 치맛자락 안에서라면 개다리 춤도 다이아몬드 스텝도 들키지 않고 얼마든지 출 수 있다. 장난꾸러기가 될 수도 있고, 섹시하게 보일 수도 있다.”


“치마의 모양과 소재를 잘 고르면 체형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다.”
-『하퍼스 바자』 뷰티 디렉터 박혜수



박혜수가 입고 있는 긴 치마는 막스 마라의 제품으로 구김이 가지 않는 소재와 일자로 똑떨어지는 라인이 매력적이다. 허리부터 다리를 따라 내려가는 긴 치마는 바지를 입은 느낌을 준다. “일반적으로 키가 작으면 긴 치마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상의를 짧게 입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하체가 길어 보인다. 그래서 이 치마를 입을 때는 웨지힐 같은 구두를 신는다.”

미니멀한 치마를 좋아하는 그녀가 손꼽는 브랜드는 토크서비스, 자댕 드 슈에뜨, 마크 제이콥스, 랄프 로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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