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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만 어려운 옷 청바지, 제대로 입는 법

The Blue J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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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인이 입는 옷! - 청바지는 전 지구인이 입는 옷이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건 사람들은 청바지를 입는다. 기이하고 놀라운 일이다.


청바지는 전 지구인이 입는 옷이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건 사람들은 청바지를 입는다. 기이하고 놀라운 일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패션 기자 로랑스 베나임의 책 『이브 생 로랑』을 보면 이브 생 로랑이 이런 말을 한다.
“내가 후회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청바지를 창안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남녀와 계급 구분이 없고, 어떤 계절이건, 밤이건 낮이건, 어디에 살건, 나이가 몇 살이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청바지는 완벽에 도달한 옷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디자이너 피에르 카르댕은 창의력을 파괴시킨다는 이유로 청바지를 파괴자, 독재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지독히 영구적이어서 반기를 들었던 것일까.

실제로 청바지의 권력은 엄청나다. 1970년대 말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이 청바지에 손을 대기 시작한 이래 청바지는 ‘패션’이라는 날개를 달고 ‘핫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마리테 프랑수아 저버, 장 폴 고티에 등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개성을 묻힌 독창적인 데님 컬렉션을 내놓으면서 청바지는 프리미엄 꼬리표를 붙이며 신분이 상승됐다.


내가 처음 입어본 이른바 ‘감성 청바지’는 빅 스타Big Star, 1972년 창립된 진 브랜드로 세련된 디테일과 남다른 핏을 선보이며 스위스를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크나큰 반향을 일으켰다의 것으로 바지통이 좁아 입으면 다리가 날씬하게 부각됐다. 그 당시 멋을 부릴 줄 아는 ?이들이 다리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그런 청바지를 어디서 구한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어찌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빅 스타는 사춘기 소녀의 청바지 갈증을 해소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예전에는 내게 맞는 청바지를 찾으려 애썼는데, 요즘은 좀 다르다. 청바지에 내가 적응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쇼윈도에 진열된 청바지들은 하나같이 날렵하다. 펑퍼짐함과는 거리가 멀다. 2003년부터 스타일 붐을 탄 세련된 청바지들이 예사롭지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결국 일을 내고 만 것이다. 너도나도 늘씬하게 뻗지 않으면 안 된다고 외치는 ‘신thin 청바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2006-7년경 몇몇 브랜드가 스키니 진을 선보였지만, 그때는 눈에 쏙 들어오지 않았다. ‘내 것’이 되기엔 너무 매혹적인 일자가 두려움부터 안겨준 탓이다. 시간은 참으로 많은 걸 변화시킨다. 이제 곧게 뻗은 일자형 슬림 핏, 이보다 더 밀착된 선을 그려내는 스키니 핏이 도처에서 넘쳐난다. 유행은 무섭다. 무심함을 관심으로 바꾸고, 변화를 시도하도록 은근히 압력을 가한다. 물론 싫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새로운 매력에 끌리는 마음 역시 누를 길이 없다. 제이 브랜드, 페이지 진, 허드슨 진, 락 앤 리퍼블릭, 럭키 브랜드, 블루 컬트, 해비튜얼, 칩 앤 페퍼, 조스 진, 트루릴리전, 앤티크 진, 세븐 포 올 맨카인드, 타버니티 소 진, 시티즌 오브 휴머니티 진……. 감성적인 청바지를 사고 싶다면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다.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무대에서 청바지를 비롯해 데님이 등장하는 것 역시 이제 사건이 아닌 일상이다. ‘늘 푸른’ 데님이 손을 내밀면 디자이너의 제안이 한결 편하게 다가온다. 파격적인 옷들의 행진 사이사이 데님이 등장하면, 마치 공항에 날 마중 나온 가족을 만난 것 같다.

남녀가 없다. 청바지는 남자든 여자든, 어떤 계절이 되었든,
어디에 사는 사람이든, 나이가 몇 살이든, 사회 계급이 어떻든,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다.
_로랑스 베나임, 『이브 생 로랑』에서

청바지를 입을 때마다 이런 자문을 하곤 한다.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1853년 천막용 천을 이용하여 미국 캘리포니아 금광 광부들을 대상으로 작업용 바지를 최초로 만든 인물. 데님 소재로 고안한 그의 작업복 바지는 ‘리바이스’라는 이름 아래 전 세계인의 유니폼이 됐다가 오늘날의 청바지들을 보면 어떤 코멘트를 할지. 튼실함이 무기였던 그 작업복은 150여 년의 세월을 타고 비위 맞추기 까다로운 ‘뜨거운 감자’로 변했으니 말이다.

그만큼 청바지 하나를 살 때도 고려할 사항들이 부쩍 많아졌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지, 밑위길이가 적당한지, 색이 잘 빠졌는지, 주머니 위치가 적절한지, 빈티지 스타일인지, 고급스러운 스타일인지, 섹시한 느낌을 자아내는지, 그리고 얼마나 착용감이 좋은지 취사선택할 것들이 많다. ‘현대적’인 청바지 구매에 따라붙는 조건은 갈수록 세세해져 청바지를 만드는 이들도 꽤나 골치 아플 것이다.

나는 일주일 중 나흘은 청바지를 입는다. 나머지 사흘은 면 반바지와 치마, 레깅스, 가끔이긴 하지만 원피스로 채워진다. 차려 입고 나갈 직장이 없으니 잊고 지냈던 청바지를 새삼 부르게 됐다. 다시 만난 청바지에 나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어느 일요일, 아무 생각 없이 입어본 청바지는 깐깐하게 변해 있었다. 바지통이 비좁게 재단돼 다리 굵기가 걱정되고 밑위가 짧아 불안했다. 반면 다리를 압축시키는 효과는 확실해졌다. 청바지 맵시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무관심하던 운동에 눈뜨고 말았다. 청바지는 내게 ‘현대적’으로 보이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시류를 탈 수 있게 하고, 아들과 대화를 트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로 라이즈low rise, 미드 라이즈mid rise, 스트레이트 레그straight leg, 로 라이즈 크롭트 팬슬 레그low rise cropped pencil leg 등 세분화된 청바지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떠는 가운데 아들은 아들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각자의 취향을 찾아가는 시간을 공유한다. 오랜 세월 우리 곁에 살아남아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청바지는 시대를 건너뛰는 타임머신이라 할 만하다.

who what wear


“청바지를 입을 땐 신발을 잘 신지 않으면 멋이 달아난다.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옷이 청바지다.”

홍보 에이전시 에이피알 대표 박효진

“20대 때는 청바지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옷이었다. 30대 후반인 지금은 좀 더 젊어 보이고 싶을 때 청바지를 입는다.”
청바지를 고를 때 그녀가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변치 않는 피팅감을 유지해주는 신축성 있는 소재다. 상의는 낙낙한 티셔츠나 흰색 셔츠를 입는다. 기본 스타일이 청바지 룩에 고급스러운 태를 부여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청바지는 흔하지만, 없으면 살 수 없는 김치 같다.”
프랑스 브랜드 아시아 리전 커뮤니케이션즈 매니저 이혜원

청바지는 발랄하고 경쾌하기보다는 섹시한 옷이라고 여기는 이혜원. 청바지에 여성스러움을 더하고 싶을 때 그녀는 낡은 티셔츠와 재단이 잘 된 허벅지 길이의 정장 재킷을 활용한다. 여기에 하얀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이브 생 로랑의 리브 고시 백을 길게 늘어뜨리면 완성.

사진처럼 원피스와 레이스 블라우스를 덧입고 벨트로 실루엣을 잡아주기도 한다. 청바지를 입을 때 얌전한 펌프스는 절대 신지 않는다. 킬힐 또는 컨버스를 사수한다.

“시간의 흔적이 묻은 청바지는 오래 간직한 빛바랜 사진 같다.”
그래픽 디자이너 알린 마티

알린은 멋 부리지 않아도 멋스러운 프랑스 여자의 전형이다. 그녀는 유행 좇기에는 관심이 없지만, 저녁 약속 등엔 과감하게 파인 검은색 톱을 즐겨 입는 등 여성성을 드러내는것을 잊지 않는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불편해진다. 스타일은 내게 맞게 반죽해야 하지만, 타인의 시선도 스타일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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