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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맞춤보다 더 최악인 패션 스타일? - 패션리더들의 스타일 토크 현장『옷이야기』김은정

“옷이라는 개인적인 성향, 취향, 과거가 합쳐져서 스타일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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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사람을 먹으면 안 되는 거 같아요. 사람과 그 옷이 거리가 먼데, 유행을 소화하기 위해 억지로 입어서 옷이 사람을 먹는 경우가 간혹 보이죠.

지난 5월 26일 저녁, 신사동 모델라인 패션갤러리에 패션 멘토를 자처한 3인이 모였다. 전 샤넬 홍보부장 김은정의 『옷 이야기』출간을 기념한 이 자리에 주제는 ‘옷을 사랑하고, 옷에 공감하라!’였다. 저자를 비롯해서 유명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패션모델 이유가 참석한 이날 ‘스타일 토크’ 현장의 대화를 속기했다.

김성일(이하 ‘일’) : “한국에 들어와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만나 뵙던 분이 김은정 씨였어요. 김은정 씨가『엘르』에서 일할 때였죠. 스타일리스트로서 입지가 전무하던 시절이었으니, 어떤 부탁을 해도 저는 들어주어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웃음). 두 번째 책은 옷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개인적으로도 궁금했습니다. 저도 세 장면이나 나오더라고요.”

김은정(이하 ‘김) : “(옆에 앉은 이유를 보며) 이유 씨와는 일할 기회가 많지 않았으나 잡지에 실리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분이 아니라 일본분인 줄 알았을 만큼, 이국적인 매력도 있으시잖아요. 이 책을 쓰는 와중에 지인에게 소개 시켜달라고 해서 만나 뵙게 되었고 이 자리에까지 모시게 되었어요.”



일 : “우연찮게도 김은정 씨와 이유 씨 모두 블랙원피스의 브라운 계열의 구두나 샌들을 신으셨네요.”

김 : “브라운 계열의 구두는 다리가 길어 보이는 장점이 있죠(웃음). (사이) 제가 질문을 드릴 차례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보다는 어떤 옷을 싫어하는지를 물어보는 편이에요. 주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성일 씨에게 이 자리를 통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어떤 옷을 싫어하나요?”

일 : “싫어하는 아이템 하나를 선뜻 꼽기가 어렵네요. 다만 밸런스가 안 맞아 보일 때가 가장 미워요. 카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는데, 밸런스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미워하곤 해요(웃음).”

김 : “예를 든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일 : “고가의 아이템을 자랑하듯 차고 다니는 분들. 그것도 세트로 달고 다니시는 분들이 있어요. 밉습니다. 그런 분들은 만날 세트를 구입하실 거 같아요. 그러면 본인도 다양한 아이템을 착용하지 못할 수밖에 없죠.”

김 : “그분들의 잘못도 있지만 판매사원도 세트 구입을 종용하기도 하죠.”

일 : “세트로 팔아야 많이 남기 때문이죠.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웃음).”

이유(이하 ‘이’) : “당장 빨아야 할 만큼 때가 탄 셔츠를 입은 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사실 멋스러운 옷을 걸치지 않아도 자기 자신이 온전히 들어나는 옷을 입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지 않으시는 분들을 보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덜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김 : “저는, 너무 색깔을 맞추시는 분들이…”

일 : “일명 ‘깔맞춤’ 이죠(청중 웃음).”

김 : “맞아요. 그건 좀 아니죠.”

일 : “또 생각났어요. 특히 남자 분들이 교복처럼 입으시는 슈트. 어떤 슈트가 자신의 몸에 맞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슈트가 손등을 덮는 것은 물론이고 통자에 블랙슈트 뒤에 트임이 없는 경우도 있고요. 밉습니다(청중 웃음).”

김 : “‘too much’가 가장 부담스럽죠. 아울러서 이야기 하자면, 옷이 사람을 먹으면 안 되는 거 같아요. 사람과 그 옷이 거리가 먼데, 유행을 소화하기 위해 억지로 입어서 옷이 사람을 먹는 경우가 간혹 보이죠. 그런 분들을 보면 제 눈을 찌르는 거 같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요. 나에게 너무 예뻐 보이는 옷이 타인에게는 별로 일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 있죠. 따지고 보면 그런 분들로 인해서 이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옷은 신체의 장점을 어필해주고 단점을 커버해준다



김 : “제가 오랫동안 체류했던 곳이 중국 남부인 광저우 주변이에요. 그곳은 홍콩 근처여서 홍콩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죠. 중국 여성의 패션에는 그래도 중국적인 것이 베여있어요. 인형이 길을 걸어 다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모든 옷에 레이스와 반짝이죠. 또, ‘착시현상 옷’을 유달리 좋아해요. 티셔츠인데 조끼가 붙어 있거나, 자켓이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티셔츠인데 넥타이가 붙어있는 옷(청중 웃음). 잘 입으면 귀여울 수도 있겠으나, 난해할 때가 많죠.”

일 : “저도 얼마 전에 중국 상해를 찾은 적이 있어요. 런어웨이시 찬장을 줄이는 것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어요. 50찬장 미만으로 하는 게 보통이죠. 그런데 중국에서는 미니멈 120찬장을 해야 한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모던하고 심플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쪽에서는 혀를 차더군요. 원하는 스타일이 모두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들이었어요. (김은정을 보면서) 지금 은정 씨가 입은 옷의 경우는 바로 떨어지는 거죠. 은정 씨 중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본 적이 있는데, 요란하시더라고요(청중 웃음).”

김 : “옷은 신체의 장점을 어필해주고 단점을 커버해주죠. 우리는 그런 옷의 고마움을 잊고 하루하루 ‘그냥’ 입을 때가 많은데, 두 분은 어떨 때 옷에게 고마운가요?”

일 : “매 순간 고마워하죠. 옷이 없었으면 제 직업도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만약 옷이 없었다면 바디페인팅이라도 했겠지만(청중 웃음). 모두가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가 있다는 게 고맙습니다. 자신의 직업이나 캐릭터를 잘 표현해주죠. 저는 스타일리스트이기 때문에 이렇게 머플러를 두르고 다소 화려하게 입었지만, 은행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저처럼 입는 다면 안심하고 돈을 맡기기 힘들겠죠.”

이 : “어렸을 때부터 옷 입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다음날 입을 옷을 맞춰놓기 위해 전날 밤을 새서라도 찬장을 맞춰놓기도 했죠. 옷을 많이 입어봐야 자신의 체형을 알게 되고 어울리는 것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힘들어서 그렇게 하지는 못한지만, 옷을 입어서 내가 예뻐 보일 때, 그때가 가장 옷에 고마움을 느껴요.”

김 : “저는 간단합니다. 저의 나온 배를 감추어줘서 고마워요(웃음). 깜짝 소개해주고 싶은 분이 있어요. 옷을 위해 사는 분입니다. 저희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디자이너이자 배우이신 장광효 선생님.”

장광효(이하 ‘장’) :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은정 씨와는 알고 지낸지 거의 이십년이 된 거 같아요. 제가 신인에서 경험이 쌓아질 무렵에 은정 씨는 기자였죠. 기자로서 처음 만났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외모는 변함없죠. 그때도 저 분은 참 스타일이 있고 멜랑꼬리한 파리의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으니까요(청중 웃음). 지금은 패션계를 잠시 떠났지만, 열흘 전에 책을 받았는데, 받은 날 한 호흡에 다 읽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단어 중에 ‘종결자’라는 말이 있죠. ‘패션 종결자’라는 느낌을 받았죠. 패션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옷을 천직으로 저 같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옷을 만드는 입장이라 약간의 시각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본은 같은 거 같아요. 저는 옷은 입어서 멋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출근을 할 때, 옷장을 열고 옷을 주욱 살펴보지만, 사실 입던 옷을 계속 입게 되죠. 그럴 때면 옷에게 미안해서 안 입던 옷을 입기도 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어두운 색을 입는다던지, 모임이 있다면 화려한 옷을 고르기도 하죠. 때와 장소에 맞추어서 즐겁고 행복하게 입으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옷이 주인이 되면 안 된다’는 말에 강력하게 동의합니다. 정말 좋은 시대에 다양한 매체로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시대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을 읽고 능력을 한층 더 발휘하길 바랍니다.”


옷은 결국 우리의 삶



김 : “스타일은 자기가 노력하는 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유 씨는 자신의 스타일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 “이유 스타일? (웃음) 하도 다양한 옷을 입다보니, 어떤 특정한 스타일로 잡힌 거 같지는 않아요. 다른 스타일, 이를테면 섹시한 컨셉을 입을 때면 늘 불편하고 빨리 집에 돌아가게 되죠.”

일 : “이유 씨의 스타일은 여성성을 잃지 않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 이유 씨처럼 인형놀이 하듯 옷을 가지고 놀면, 방법이 생기고 뭔가 터득이 되죠. 여러분들도 그 방법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 : “성일 씨는 로맨틱한 스타일인데, 어디서 그런 스타일이 나오나요.”

일 : “오늘 달고 나온 리본은 직접 만든 것이에요(청중 탄성). 초등학교 다닐 때, 만화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어요. 그 중에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마리 앙투와네트와 루이 16세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 만화에 심취하게 되었죠. 인물들의 모습을 따라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종이인형 위에 앙투와네트를 그렸죠. 같이 인형놀이를 하던 여자 친구들에게 십 원을 받고 팔기도 했어요(청중 웃음). 그 때부터 클래식한 걸 좋아하게 된 거죠.”

김 : “옷이라는 개인적인 성향, 취향, 과거가 합쳐져서 스타일이 나오기도 한다.”

김 : “저의 스타일을 굳이 표현한다면, 심플 더하기 에스닉 같아요. 어린 시절 베트남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때였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게, 피아노 선생님이 입었던 가슴이 깊게 파인 옷과 아오자이와 꽃무늬 원피스 같은 것들이에요. 성인이 되어서 한복 색깔이 눈에 들어왔죠. 그리고 팔찌나 목걸이 같은 소품을 수집하면서 무채색 옷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을 보충해주었죠. 옷이라는 건, 결국 우리의 삶인 거 같아요. 우리가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무엇을 봤는지가 결국 스타일을 결정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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