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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만화 10년, 멈추지 않는 상상력의 힘은?”- 『당신의 모든 순간』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드는 작가, 강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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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만화 속 인물들은 하나 같이 천사표다. 부족할지언정, 존재만으로 따뜻함을 전해주는 이타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이 겪는 결코 녹록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강풀은 그린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12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까?




당신의 마음을 펄펄 끓이는 만화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가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드는 작가가 있다. 강풀 만화는 후자에 속한다. 바보 이야기,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 심지어 수없이 반복되어온 광주 이야기나 귀신 이야기까지. 강풀이 풀어내면 재미있다.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는데, 강풀은 이미 충분히 들은 이야기도 따뜻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빚어낸다. 36.5도를 웃도는 그 특유의 상상력은 어떤 소재로도 독자들의 마음을 펄펄 끓인다.

그의 만화가 예쁘지 않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다. 점점 좋아지는 그림체, 한 컷 한 컷 심리적으로 계산된 듯 빠져들게 하는 연출력, 한번도 느슨해진 적 없는 기발한 상상력까지. 만약 당신이 강풀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직 그의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사랑, 어디까지 해봤니?

강풀 만화 속 인물들은 하나 같이 천사표다. 부족할지언정, 존재만으로 따뜻함을 전해주는 이타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이 겪는 결코 녹록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강풀은 그린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12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까?(『순정만화』) 어느 동네에나 있는 바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습니까? (『바보』) 할아버지, 할머니도 사랑 앞에서 두근거린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그대를 사랑합니다』) 세상에 단 둘만 남는다면, 당신은 그녀를 사랑하겠습니까? 만약 그녀가 좀비라고 해도.(『당신의 모든 순간』)

독자들의 가슴에 사랑을 충전시키는 ‘순정만화’시리즈 말고도 ‘미스터리심리썰렁물’ 시리즈 『아파트』 『타이밍』 『이웃사람』 『어게인』,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26년』 모두 네티즌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강풀 만화의 댓글에는 이런 악플(?)이 넘쳐난다. “아, 싫어요.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는 마약 같은 만화.” “시험기간인데 멈출 수가 없어요.” 이런 마력 때문일까. 강풀의 만화는 모두 영화화 되었다.

 


오랫동안 사랑 받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그 자체로 평가 받지 못하고 원작과 비교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화제 속에 연재되었던 강풀 만화는 영화화되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추창민 감독 연출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달랐다. 놀라울 정도로 원작과 비슷한 풍경, 미묘한 설렘을 잘 살려낸 연출, 이순재, 송재호 등 최고의 배우들의 싱크로율 120%의 열연으로 원작의 재미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오래, 많은 관객이 찾았다.

지난 5월 28일, 광화문 미로 스페이스. <그대를 사랑합니다> 상영관은 이미 훌쩍임으로 가득 찼다. 스크롤이 올라가고 불이 켜지니 코끝이 빨개진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마지막까지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을 만나러 강풀 작가가 객석 앞으로 나섰다. 강풀 작가는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자신에게도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마지막까지 영화관을 찾아준 이날의 관객들과 차후 <당신의 모든 순간> 첫 시사회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진 싸인회를 마치고 강풀 작가와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속 군봉의 아내 순이는 군봉이 업어줄 때마다 이렇게 묻는다. “오늘은 뭐 했어?” 강풀 작가에게 그렇게 물었다.


호러, 미스터리 작업이 가장 즐거워


첫 질문은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뭐했어. 얘기해줘.”

“어제 새벽 늦게까지 작업하느라, 늦잠 잤고요. 일어나서 인터넷 서핑하다가…… 음. 별로 오늘 한 게 없네요.(웃음)”

다음 작품은 시작하셨나요?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글부터 쓰고 있어요. 목표는 8월인데요. 더 늦춰질지도 모르겠어요. 무조건 호러를 할 생각입니다. 무서운 얘기가 하고 싶어서요. 『당신의 모든 순간』을 저는 명백히 순정만화로 생각하는데 호러로 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매번 순정만화-호러를 번갈아 하시잖아요. 호러의 어떤 점에 그렇게 끌리시나요?

“귀신 얘기에 관심이 많아요. 만화가 어차피 뻥 치는 거잖아요. 가장 뻥 치기 좋은 소재인 것 같아요. 관건은 ‘얼마나 그럴듯하게 뻥을 치느냐’거든요. 귀신얘기나 호러물은 확인된 게 없기 때문에 가장 즐겁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순정만화도 좋아하지만, 호러물이나 미스터리 작업이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예전에는 더러운 것을 소재로 만화를 많이 그리셨어요. ‘순정만화’가 알려지고 나서부터 멜로와 호러물만 그리고 계신데요. 본연의 정체성을 숨기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큰 그림에 의해 계획된 수순인가요?

“더러운 것 되게 좋아해요.(웃음) 저는 인터넷 만화를 시작할 때 어떻게 해서든 알려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인터넷 덕분에 만화가가 되기는 쉬워졌어요. 그런데 살아남기는 너무 어려우니까 사람들에게 각인을 시키고 싶었어요. 처음에 똥 만화를 그렸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어떻게 엽기 만화가로라도 알려져야겠다 싶어서 꾸준히 더러운 만화를 그렸죠.

내가 원래 하고 싶은 것은 이야기가 있는 만화였기 때문에 『순정만화』로 시작했고, 『순정만화』 시작하고 나서는 단편 옴니버스는 그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장편 하는 재미를 알아버렸기 때문에요. 더러운 걸로 장편만화를 하면, 진짜 더럽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되고.(웃음) 앞으로도 멜로와 호러를 반복할 것 같아요.”


만화가가 되고 나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작가님도 이 영화가 특별하다고 하셨는데, 영화를 여러 번 보셨죠? 그럴 때마다 같이 우시나요? 관객들 반응을 보시나요?

“처음에 영화 두 번 볼 때까지는 빠져서 봤는데요. 서너 번 볼 때는 스크린보다 사람들을 보게 되더라고요. 감독이나 원작자의 의도가 있잖아요. ‘이 장면에서 울어줬음 좋겠다.’ ‘이 장면에서는 웃어줬음 좋겠다.’ 의도가 있어요. 그게 잘 맞아 들더라고요. 영화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관객 보는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혼자 남는 일이 두려운 일이구나’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당신의 모든 순간』에도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이런 만화를 그리면서 ‘두려운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특별히 두려워하는 게 없어요. 만약 내가 만화를 그렸는데 독자들이 재미없다고 봐주지 않으면 그건 두려울 것 같아요. 그때 되면 만화 그만 하려고요. 최대한 그 때를 늦추려고 합니다. 그 외에는 무서운 것이 없어요.”

그만큼 앞으로 할 이야기도 많다는 거죠?(웃음)

“시놉시스는 많이 써놨어요. 다만 제가 손이 느려서 그런지, 이제는 체력 싸움이더라고요. 더 나이 들기 전에 더 그리고 싶은 욕심만 있고요. 체력만 잘 받쳐주면 계속 그리고 싶어요. 원래 처음 시작할 때 열 편의 장편만화가 제 목표였어요. 『당신의 모든 순간』이 아홉 편째 장편만화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지난 10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작업을 해왔어요. 1년에 한 편씩 한다는 게, 돌아봤을 때 잘한 일 같아요(웃음)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앞으로 열 편의 목표를 수정해서, 최대한 많은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10년 동안 쉬지 않고 만화를 그리게끔 채찍질 했던 건 무엇이었나요?

“만화를 다 그리고 나서 쉬면, 바로 또 다음 게 하고 싶더라고요. 약간, 일 중독이 아닐까 싶어요. 1년에 5개월쯤 연재를 하는데, 끝날 때 쯤엔 만화를 쳐다보기도 싫어요. 정말 지쳐있거든요. 그런데 한 2달쯤 지나고 나면 또 하고 싶어져요. 저는 만화가란 직업이 참 좋은 게, 머리로 공상이나 거짓말을 짓잖아요. 그걸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원하는 대로 그려가는 작업이 정말 재미있어요. 제 직업이기도 하지만, 재미있어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만화가가 되고 나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정말 행복해요.”


어떤 형용사, 수식어 필요 없이 “재미있다!” 그거면 됩니다


국문과 나오셨잖아요. 그때도 만화가를 꿈꾸셨나요?

“저는 제가 만화가 될 줄 몰랐어요. 단지 국어를 잘해서 국문과에 갔거든요. 대학교 들어가서 총학생회 활동 했거든요. 그때 대자보를 만화로 그리다가 그때 만화에 맛을 들였어요. 만화를 정말 늦게 만난 셈인데, 졸업할 때는 ‘만화를 그리지 않고는 못살겠다’ 싶을 정도로 만화가 좋아진 거예요. 그때 정말, 정말 많이 그렸어요. 학내에 아예 제 전용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였거든요. 식당 가는 길, 제일 보기 좋은 곳에 제 만화를 늘 걸어놨어요. 쉬지 않고 작업했어요. 되게 즐거웠어요.”

최근에 ‘한겨레’에서 특강 하셨잖아요. ‘좌절’이라는 키워드로 강연을 하셨는데요. 만화를 그릴 데도 없고, 찾아주는 사람도 없던 어려운 시절에 대해 얘기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때에도 만화를 계속 그릴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한겨레 특강 때 ‘좌절’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긴 했는데, 저는 가끔 제가 좌절을 했나 싶을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한동안 연재처를 구하지 못해서, 만화를 그려서는 못살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때 좌절을 이겨낸 동력이라면, 하고 싶은 욕망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하고 싶더라고요. 웹 만화를 시작했던 것은, 오프라인 매체에서 제 만화를 받아주지 않아서였어요. 내 만화를 보여줄 공간이 필요했는데, 복사를 해서 뿌릴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홈페이지를 선택한 거죠. 하고 싶은 욕망이 크면 어떻게든 방법은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외에는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날도 그렇게 말씀해주셨나요?

“저는 20대나 30대들이 고민을 얘기하면 사실 해줄 말이 없어요. 제가 항상, 모든 고민의 대답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보통 그 해결 방법이 너무 어려우니까 모르는 척 하잖아요. 저에게 무슨 고민을 얘기하면 ‘힘내’라고 밖에 못하거든요. 그날 모든 대답이 똑같았어요. ‘힘내’란 얘기밖에 못했어요. 저도 20대 말, 30대 초에는 힘내는 방법 밖에 없더라고요.”

계속 힘낼 수 있는 것은, 작가님이 성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취재나 연재하시는 걸 보면 엄청난 성실함이 느껴지거든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저 성실해요.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해내는 편이에요.”

『당신의 모든 순간』이 책으로 출간되었는데요. 혹시 가장 인상적인 반응이 있었나요?

“저는 제가 만화를 그려놓고 원하는 반응은 딱 하나예요. ‘재미있었다’거든요. 만화가 의미를 갖는 것도 좋고 필요하지만, 저는 재미있는 만화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의미를 전달하려고 재미가 없는 만화라면 독자들이 봐주지 않잖아요. 『당신의 모든 순간』은 얼핏 암울한 얘기고, 좀비가 나오고 주인공들이 예쁘지도 않고, 심지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독자들이 재미있다고 말해주면 정말 기뻐요. 어떤 형용사나 수식어 필요 없이 재미있다는 말이 제일 좋았습니다.”

이 책으로, 혹은 인터뷰로 『당신의 모든 순간』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항상 만화가 책으로 나와도, 만화는 인터넷에 걸려있어요.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이미 봤지만, 그래도 소장하고 싶은 만화를 그리는 게 제 목표거든요. 책을 사주신 분들께 감사드리죠. 앞으로도 실망하는 만화, 더 소장하고 싶은 만화를 그리겠습니다.”

앞으로 계획도 들려주세요.

“무조건 다음 작품만 잘 됐으면 좋겠고요.(웃음) 장래에 커다란 계획은 없어요. 『당신의 모든 순간』이 책으로 나왔으니까 여름시즌에 맞춰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 중인데 잘 안 나오고 있습니다.(웃음) 글이 완전히 나와서, 제가 만족하기 전까진 연재를 시작하지 않거든요. 8월을 예정하고 있지만, 그러려면 제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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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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