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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동안 팬티도 안 갈아입고 작곡합니다”

포미닛, 비스트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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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몇 초안에 귀를 사로잡아야하는 속도가 빠른 아이돌 음악은 ‘감동’보다는 ‘감각’을 요구한다.

단 몇 초안에 귀를 사로잡아야하는 속도가 빠른 아이돌 음악은 ‘감동’보다는 ‘감각’을 요구한다. 기계적인 효과음과 선율에 딱 맞게 떨어지는 부르기 쉬운 가사들, 인트로부터 끄집어낸 반복적인 후크 멜로디 라인은 앨범 중심의 시장을 싱글 위주로 이동시키면서 생명력을 다소 짧게 했지만 동시에 빠르게 음악을 소비하는 이 시대 젊은 음악소비자들의 요구이기도 했다.

2005년 이후, 편곡자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해 2009년에 걸 그룹 ‘포미닛’과 ‘티아라’에 곡을 써주면서 물꼬를 튼 신사동 호랭이(본명 이호양)는 이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대표적인 작곡자일 것이다. 마이티 마우스의 「에너지」, 쥬얼리의 「모두다 쉿」, 포미닛의 「Hot issue」와 「Musik」, 티아라의 「Bo peep bo peep」의 엄청난 히트는 2000년 이후의 가요 흐름을 정확히 짚어낸 그의 예리한 감각 덕분이었다.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스타일의 편곡, 튠을 사용한 날씬한 보컬 라인의 측면에서 최강은 누가 뭐래도 신사동 호랭이다. 서울 홍대 앞 작은 레스토랑에서 가진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그는 수차례 자신을 ‘아이돌 작곡가’라고 규정했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가수는 누구인가. 너무 바쁜 것 같다.

“포미닛(4Minute)이랑, 다른 신인 가수들, 그리고 일본 작업들도 몇 개 있어요. 저 혼자 작업하는 건 아니고. 여러 명이 콜라보레이션해서 하고 있어요. 저는 메인으로 포미닛을 하고 있고… 제가 신인들을 데려다가 또 다른 신인들이랑 연결시켜서하는 작업이 4,5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유난히 콜라보가 많다.

“예. 일단은 제가 자기 복제나, 소스 고갈이나, 이런 걸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공동 작업자와 교류를 통해 새로운 걸 찾겠다는 생각이 커요. (콜라보는 많은데 편곡을 혼자한다고 하자) 저는 제일 싫어하는 게 VSTI(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가상악기)에요. 그게 어느 순간부터 작곡가 사이에서는 보편화됐어요. 모든 사람들이 그걸 이용해서 작업해요. 저는 절대 안 써요. 소리가 너무 똑같아 지거든요.

노래를 듣다보면 이 신시사이저는 뭐네 하면서 바로 나올 정도에요. 제가 참여하는 음반에 그걸 갖고 오면 정식으로 요청해서 “내가 바꾸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해요. 저는 신시사이저로 소리 만지고 합성하고 이런 거에만 며칠씩 걸리고요. 베이스 라인 하나만 만드는데 1주일 걸렸어요. 제가 편곡을 다 하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에요.”


VSTI를 안 쓴다고 했는데, 시크릿(Secret)의 「Magic」은 펑키(funky)한 기타 사운드가 신선했다. 그 소스가 무엇이었는가.

“제가 딱 하나 VSTI 하나만으로 만든 곡이 있는데 그게 「Magic」 이에요. 그걸 왜 썼냐면. 리얼로 녹음했는데 그 느낌이 너무 건전 가요 느낌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VSTi를 사용했고, 소스들을 작업해서 다시 외장으로 넣어서 하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그건 다 찍은 거예요. 직접 연주한건 리듬 기타 정도구요. 브라스나 베이스는 다 찍었어요.”

포미닛과 티아라로 작곡가의 입지가 굳어졌다.

“네 맞습니다. 우선 받는 돈에서는 달라지진 않았는데. 전화가 오는 게 많이 달라요. 그전에는 무조건 편곡이었어요. 편곡 부탁이나 하다못해 리듬 찍어 달라, 뭐 그런 부탁만 받았는데, 그 이후로는 정식으로 곡 달라는 부탁이 많았죠. 제일 달라진 건 그거였어요.”


왜 신사동 호랭이의 음악이 어필한다고 생각하는가.

“글쎄요. 이건 형들한테 고마운 점 중 하나인데요. 저는 갑자기 나온 사람이 아니에요. 전부터 편곡을 비롯한 음악작업을 형님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겉핥기식이라도 많이 배웠기 때문에 그런 점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든 멜로디가 올드한 면이 있어요. 그렇게 세련되지 않아요… 그런데 편곡을 좀 더 세련되게 하는 편이라서 그런 것 같고요. 저 스스로도 ‘일렉트로닉 댄스가 잘 됐다, 그럼 이번에는 펑키한 곡 해야지.’ 이러면 작업이 막힘없이 더 재밌게 나오는 것 같아요. (조)영수형, (박)근태형. 이런 형들이랑 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신사동 호랭이의 음악이 이렇게 어필하고 있는데도 한 라디오에서 “나에겐 음악적 재능이 거의 없다”라고 했는데…

“전 천재에요. 잠 안자는데 천재고, 노력을 미친 듯이 하는데 천재에요. 전 재능이 거기 있어요. 천부적 재능이 아니구요. 전 1주일동안 팬티도 안 갈아입고 작업실에서 자요. 그런 식으로, 제 입으로 얘기할 정도로 진짜 열심히 해요. 감각을 익히는데도 노력하고요. 저는 패션으로 유명한 숍은 모조리 VIP 회원이에요. 제가 원하는 의상 얘기할 때 코디한테 무시 안당하려면 내가 더 노력 해야겠다 하는 것.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죠. 근데 그게 저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 생각해서 앞으로 더 심하게 할 거에요.”


신사동 호랭이 곡 가운데 가장 인식 된 곡은 「Muzik」이 아니겠는가 하는데.

“맞아요. 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 곡은 원래 포미닛 생각하고 쓴 곡이 아니에요. 어떤 사이트에서 유럽의 일렉트로닉 차트에 입상하면 레이디 가가(Lady Gaga) 리믹스 앨범에 참여해주겠다는 공고가 떴어요. 그래서 노래를 만들어서 제가 직접 불렀던 게 「Muzik」이었고, 보내려고 하는 와중에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이 왔어요. 소니 광고음악을 찾고 있는데, 센세이셔널한 일렉트로닉이었으면 좋겠다라고요. 그래서 그 곡을 들려드렸더니 마음에 들어하셔서 그렇게 만들어지게 된 거예요. 맨 앞에 나오는 목소리가 다 제 목소리예요.”

「Muzik」가사가 뭐냐, 종잡을 수 없다.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너무 아쉬운 게, 원래는 그 곡이 소니 MP3 광고 음악을 하기 위한 음악이었어요. MP3만 놓고 봤을 때는 괜찮은 가사에요. 제품 홍보음악이었는데, 완성하고 보니까 노래가 생각 외로 잘 나온 거예요. 무대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일 것 같고… 그래서 급하게 회사에서 제게 가사에서 제품 홍보가 빠지게만 수정해 달라. 그래서 홍보성 몇 구절을 지워내고, 하나 둘씩 걷어내고서 다른 말로 대체하다보니까 정말 말도 안 되는 가사가 나온 거예요. 심의를 받기 위해서 회사에선 빨리 달라고 하고… 아쉽다고 하기보단 초반에는 창피했어요. 왜냐면 버스(Verse)랑 또 다른 부분 하나가 너무 손발 오그라드는 가사고 그래서 초반에는 굉장히 싫어했는데, 대중들이 듣는 건 후크만 듣고 기억하는 것에 “너무 창피하진 않구나.” 생각했어요. (웃음)”

본인이 보기에 현재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은 뭐라고 생각 하는가.

“비스트(Beast)의 「Lightless」라는 노래가 있어요. 음반에서 애초 제가 타이틀로 밀었던 곡이죠. 제가 원래 곡을 줄 때는 콘셉트를 짜거든요. 뮤직비디오부터 전부 다요. 그게 그런 곡이에요. 하지만 회사에서는 더 강한 걸 원했고 그래서 ‘숨’을 다시 만든 거죠.”

2005년부터 작곡가 커리어가 시작됐다고 하면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환점은 무엇이었나.

“터닝 포인트는 장우혁이었어요. 그전까지는 하고 싶어 했던 음악, 정확히 말하면 회사에서 요구해서 한 게 어쿠스틱 음악이었거든요. 왁스(Wax), 김건모 등 편곡도 맨날 그렇게 했었고요. 그런데 저의 주(主) 종목은 댄스였고, 힙합 퍼포먼스 음악에 목마른 상태였는데 그걸 딱 건드려준 사람이 장우혁이었어요.”

그다음은.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th)였죠. 우혁형 하고 나서도 편곡 요청이 끝이 없었어요. 당시에 리메이크 한다, 연말 시상식이다 해서 제가 연말 시상식에서 15팀 중 10팀을 한 적도 있어요. 연말 시상식 음악만요. 그래서 리메이크, 리믹스 이런 것만 계속 했거든요. 그러면서 다양하게 편곡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마이티 마우스 사장님이 저한테 편곡 하나 맡기시면서 농담 삼아 “야 노래하나 있으면 가져와봐” 했는데, 그 때 「에너지」란 제목을 써가지고 다 만들어가지고 갔거든요. 슈퍼맨, 배트맨 이런 영화에다가 삽입해서 영상을 만들어서 줬는데 사장님이 너무 좋아한 거예요. “너 같은 애 처음 봤다. 이런 콘셉트로 밀고 나가라.” 그 때부터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좌절했을 때도 있었겠다.

“포미닛의 「Huh」요. 좌절이라기보다는 제일 위축됐던 때라고 할까요. 그게 작년 6월쯤이었는데 그때 당시 앨범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딱 그 시점에 인터넷 리플이나 반응 그런 거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진 상관도 안했거든요. 음원 순위나 그런 것에 대해 눈길이 간 것도 그때구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때는 그랬어요, 위축됐었어요.”

‘신사동 호랭이’가 다른 작곡가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단순히 단발성 히트곡만을 작곡하는 게 아닌 앨범 전체를 보고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즉 음악의 컨셉은 물론 의상에서부터 춤, 심지어 뮤직 비디오까지도 본인이 짠 아이디어를 회사와 상의한다는 것. 트렌드라는 미명하에 단순히 같은 음악을 기계처럼 찍어내는 다른 작곡가들과는 분리선을 치는 대목이다.

사실 갑작스레 늘어난 일본에서의 활동도 앨범 전체의 ‘콘셉트’를 주는 작곡가로 입소문을 타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돌 가수의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온 가수 지망생으로, 지금은 아이돌 음악을 작곡하는 ‘히트 작곡가’로서 아이돌이라는 언어는 이제 그의 이름 옆에 상징적 수식이 되어있다.


옛날엔 아이돌이 꿈이었지만, 지금은 아이돌 조력자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목표에 대한 갈증이 해소됐나.

“요새도 방송이나 공연을 무지 많이 봐요. 제가 쓴 곡. 심지어 제 곡이 아닌데도 보러가요. 왜냐면 무대에 있는 그런 모습이 좋고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그래서 제가 신고 온 신발도 (가수에게) 벗어준 적이 있어요. 코디를 불러서 이번에 이거 입혀라 그러면서 옷 다 내주고.”

일본 활동은 어떻게 된 것인가.

“저는 준비한 적이 없어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다보니까 일본 사람들이랑 만나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만든 한국 노래가 궁금하다고 해서 한 번 들려줬더니 일본에서도 이런 프로듀서가 필요한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작업의뢰가 들어왔고 입소문을 타면서 ‘저 한국 애랑 작업하면 희한한 게 전체 콘셉트까지 준다’라는 소문이 났어요. (웃음) 요새는 일본에서 요청하는 것도 거의다가 케이팝처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지요.”

신사동 호랭이의 곡 쓰기를 굳이 설명한다면.

“제가 어렸을 때부터 했잖아요. 그때부터 선배님들한테 늘 들어온 얘기가 “멜로디는 빨리 써야 한다!”였어요. 멜로디가 잘못되건, 잘되던 간에 트레이닝을 그렇게 받았어요. 멜로디 30분, 1시간 걸리면 “야! 다시 써.” 그런 식으로 계속 형들한테 조언 아닌 조언을 듣다 보니까 멜로디에 신경을 많이 할애하는 거보다 편곡에 많이 할애하는 편이에요. 멜로디는 동물적으로 감각에 의존해서 쓰는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후크 멜로디가 가장 빨리 떠오른 곡은.

“현아의 「Change」요. 원래는 ‘Choice’였어요. 컨셉트가 자판기 보다가 물건 딱 집고 “Choice! Choice!” 장난치는 건데, 그게 너무 괜찮아서 폰에 녹음했다가 현아 얘기 나와서 그걸 쓰게 됐어요. 그런데 약간 술집 느낌 난다고 해서 그걸 「Change」로 바꾼 거예요.(웃음)”

송라이팅에 있어서 멜로디가 시작인 건 맞나.

“그렇죠. 무조건 멜로디가 먼저에요. 핸드폰에도 엄청 녹음 되어 있어요. 베이스 라인까지도요. 억지로 만드는 거 싫어서요. 멜로디는 보통 건반을 치면서 나오기도 하고요. 제 경우 가장 좋은 점은 사물을 보고 상황을 보고 그런 거에 잘 빠지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저랑 같이 작업하는 동생이 여자 친구와 심하게 다퉜다, 헤어지고 싶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 와서 “미안해”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하길래 “이거 가사로 쓰면 재밌겠는데” 해서 아양 떠는 느낌으로 티아라의 「Bo peep bo peep」 만들고 그런 식으로 하는 편이에요.”

그럼 멜로디 만드는 측면에서 신사동 호랭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작곡가는.

“(박)근태 형이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근태 형한테 멜로디 만드는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형 곡을 편곡할 때 형은 그냥 피아노로 띵띵띵치면서 저한테 불러주세요. 피아노로 들으면 좀 없어 보이는, 뭔가 비어있는 멜로디인데 뭐가 좋아서 편곡해달라고 할까? 그런 생각하면서 편곡하면 나중 그 멜로디가 진짜 좋아요. ‘머릿속에 편곡을 다 담고 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러니까 군더더기 없고.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어쨌든 음악적으로, 편곡적으로 일렉트로닉적 요소들을 굉장히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작업이 가장 빨랐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오래전부터 DJ들이랑 엄청 친했었어요. DJ들은 가요에 접목 시키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거든요. 근데 제가 쥬얼리의 「One more time」 편곡을 똑같이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렉트로닉을 이해하고 만들어야 하니까 3개월 공부하고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쓰는 ‘사이드 체인’이라는 테크닉을 썼는데, 그때 당시 엔지니어들이 다 반대했었어요. 이런 이펙팅은 베이스에 거는 게 아니라 목소리에 거는 거라고. 하지만 저는 한번 해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쪽은 좀 빠르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면 같은 트렌드 음악을 하는 작곡가 중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나.

“테디요. 왜냐면 테디는 일렉트로닉이나 멜로디 만들 때는 흑인 스타일로 만들어요. 저랑 그게 너무 달라요. 소스 쓸 때 저는 리듬을 무겁고 때려 부시면서 가는데, 테디는 흑인 느낌, 그렇게 가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성향은 틀린 것 같아요. 충격 받았어요. 힙합 하는 사람이 딱 만들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일렉트로닉 부분에서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잘 하는 게 아니구나.” 했죠. 경쟁심보다는 굉장한 자극이었어요.”


일각에서 신사동 호랭이는 오토튠을 과도하게 많이 쓴다고 한다. 그게 일렉트로닉 느낌을 갖게 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오토튠은 정말로 가수를 망칠 수도 있고요 살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세련되어 보여서 그걸 썼었거든요. 오토튠을 걸게 되면 멜로디도 뭔가 신선해지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이돌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까 저의 문제도 있고, 시간적으로 빨리빨리 하다보니까 못 따라 오는 보컬 애들한테 먼저 썼었어요. “얘는 해도 안 되니까 이걸 겁시다.” 어느 순간 후크에다 오토튠 거는 게 트렌드가 돼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도 빼려고 노력하는데, 인식 자체가 그렇게 바뀌다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제작자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저의 책임도 있죠. 솔직히 문제는 곡을 쓸 때는 가이드를 뜨잖아요, 그걸 아예 제가 오토튠을 걸어서 줘요. 그럼 제작자는 들었을 때 느낌이 너무 좋으니까 그럼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하죠. 그럼 저는 수긍해서 만드는 편이고… 사실 최근에 와서는 거의 사용 안 해요. 그런데도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까.”


후크로 소비돼서 그 이미지로 갇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 있다. 미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안하는지.

“일렉트로닉도 표현할 수 있는 한 장르에 불과한 거지, 제가 일렉트로닉만 하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제가 악기 살 때도 일렉트로닉 악기가 따로 있고, 시퀀서도 전부 다르게 써요. 시퀀서만 한 3~4개 쓰거든요. 나도 충분히 다른 스타일 다 할 수 있는데 왜 몰라줄까, 그걸 어필하기 위해서 지금도 피아노, 기타 배우고 있거든요. 아직 시간은 저에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박정민의 「Not alone」을 작업했는데, 그 곡엔 신스도 없고, 록에 그저 스트링만 넣었어요. 그런 곡들로 스스로 많이 깨려고 노력해요. 근데 후크송을 버리진 않을 거예요. 전 아이돌 작곡가입니다.”

용감한 형제의 「돌아돌아」란 곡에서 디스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작곡가간의 트러블은 미국에서도 흔하지 않다.

“저는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멋있다는 게, 그 마인드가 멋지다는 얘기예요. 그게 만약 상업적 노림수가 있다면 반대지만, 그게 아니라면 멋있는 거 같아요. 왜냐면, 용감한 형제가 앨범을 만들 때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힙합일 거라고. 힙합 마인드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너무 좋아했어요. 우리나라도 이런 게 나오는 구나. 작곡가끼리.”

표절시비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제 경우 표절 시비 걸렸던 게 대부분이 멜로디 부분보다 편곡적인 면이었어요. 근데 그게 제 스스로도 실수였죠. 다양한 장르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도 있었고 그 짧은 기간 내에 또 다른 스타일의 편곡을 완벽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저도 모르게 라인을 따라 간다던가 그런 일이 많이 발생해요. 저도 인정해요. 근데 그러면서도 그때 당시에 너무 그쪽에 빠져있으니깐…”

다시 해보고 싶은 음악, 그리고 다시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는.

“마이티 마우스의 「에너지」 같은 거 또 하고 싶어요. 그냥 밝은 거요. 멜로디도 명랑하고 그런 메이저 스타일이요. 왜냐면 제 성격이 그러니까. 막 사운드로 무게 잡는 것보다는 그런 걸 더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가수는 나윤권이요.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일단은 그 친구 노래 가이드를 제가 떴는데, 노래를 굉장히 많이 살려줬어요. 다시 한 번 그런 느낌을 듣고 싶어요. 나윤권은 제가 만든 음악을 100프로 완성시켜주는 가수예요.”

신사동 호랭이를 음악적으로 인도한 아티스트나 앨범이 있나.

“디제이 디오씨(DJ.DOC) 4집 < DJ. DOC 4th Album >이요. 그 앨범 들으면서 가요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요. 대중가요에 대한 크레딧, 어떻게 만들어질까 하는 호기심이 그 때 들었고 그러면서 알게 된 게 장용진 작곡가였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다 찾아듣게 되고. 작곡가들은 만드는 게 비슷한 게 있구나 하면서 공부도 하고, 어쨌든 그 시작이 디제이 디오씨 4집이였죠. 옛날에는 가요를 너무 좋아해서 코요테, 노이즈 그런 것들만 들었어요. 거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팝 음악은 시골에서 살았으니까 접할 기회도 없었고요. 블랙 스트리트(Black Street)는 최근에 다시 듣는데, 테디 라일리(Teddy Riley)의 진행, 사운드, 펑키함을 좋아합니다.”

장래에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가.

“나이 50세 넘어도 편곡 진짜 좋다는 말 들으면서, 작업을 제가 다 하는 사람으로 떳떳하게 알려지고 싶어요. 다른 것 없어요. 나이 좀 들게 되면, 감각을 잃었다고 하는 순간부터 어시스턴트 해서 전부 딴 사람에게 맡기는데 전 그런 게 너무 싫어서요. 쉰 살 넘어도 편곡을 직접 다 하는 작곡자가 되고 싶어요.”

올해엔 솔로 앨범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솔로 앨범을 내는데 거기에는 안 되는 노래들, 흔히 말해서 망할 노래들만 해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지금 곡과는 전혀 다른 곡들이요. 제가 고 김광석선배님 노래 들으면서, 그리고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들으면서, 이런 거 해야겠다는 생각하거든요. 뭐 그런 정말로 다른 스타일 해보고 싶어서요. 그게 또 다른 트렌드로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 조이슬, 이종민
사진 : 김민호
정리 : 조이슬

글 / 조이슬(esbo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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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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