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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그리던 그림, 고현정 덕분에 자신감 생겨” - 『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화가 화정우의 느낌 있는 그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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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을 들고 있는 그는 쑥스러워하면서도, 한편 그간의 시간을 정리한 결과물을 두고 흐뭇해 보였다. 하정우의 그림 다섯 점이 걸려 있는 카페에서 그는,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림 작업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느낌 있는 남자, 하정우가 에세이를 펴냈다. 『하정우, 느낌 있다』 얼핏, 하정우가 스스로에게 ‘느낌있다’고 감탄하는 책 제목 같지만, 하정우는 “사이에 찍은 반점을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 책은 배우이자 화가 하정우가 일상에서 ‘느낌 있게’ 건진 단상, 사람들, 그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하정우가 웬 그림이냐고? ‘그냥’ 그리고 싶어서 그림 작업을 시작한 게 2003년. 이미 개인전을 세 번이나 치러 낸 화가다.

지난 5월 12일 신사동 가로수 길 한 카페에서 『하정우, 느낌 있다』 출간기념회가 열렸다. 이날에는 저자 하정우로 참여한 셈. 첫 책을 들고 있는 그는 쑥스러워하면서도, 한편 그간의 시간을 정리한 결과물을 두고 흐뭇해 보였다. 하정우의 그림 다섯 점이 걸려 있는 카페에서 그는,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림 작업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느낌있다”는 하정우가 평소에 어떤 상황이나 사물, 사람에게서 전해지는 좋은 느낌을 표현할 때 쓰는 감탄사. 실제로 하루에 스무 번도 ‘느낌 있다!’를 외친다는 그는 그야말로 ‘느낌 있는’ 남자였다. 그는 전시나 책에 관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행여 연예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전시도, 출판도 남들보다 쉽게 기회를 얻은 건 아닐까 염려했다. 하지만, 스스로 재미있게 했던 그림 작업에 대해서는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했다.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나를 궁금해하는 팬들을 위해, 이후에 자신의 영화를 보게 될 관객에게 이 책이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보고나니, 그의 말대로 그가 더욱 궁금해진다. 촬영을 할 때를 제외한 개인 김성훈(하정우의 본명)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책. 화가 하정우의 영감과 아이디어를 메모해놓은 책은, 마치 그의 연습장을 들춰본 듯한 느낌을 준다. 꽤 매력적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돌진할 때 “느낌있다!”


“영화 <추격자>(2008)를 찍을 때였다. 하루 종일 연쇄살인범 지영민을 연기하고 호텔로 돌아오면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때 나는 억지로 잠을 청하는 대신 그림을 그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왼손 낙서를 할 때만큼은 낯선 느낌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나는 지영민도 하정우도 아닐 수 있었다. 그 낯선 느낌이 내게 자유를 준 것이다.”

갤러리에서 진행한 미술전시도 성황리에 마쳤다고 들었다. 연기와 그림, 책까지 냈다. 놀랍다. 출간 소감이 어떤가?

“배우로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하고, 이렇게 기자간담회까지 하게 되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크다. 2009년 겨울에, 처음 책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부끄럽고 민망했다. 이제 시작하는 나이인데 무슨 이야기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해서 거절했었다.

이후에도 출판사와 만남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소통’이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20대 시절 사회에 나오기까지 어떤 고민과 준비를 했는지가 담겨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가 관객이나 팬 분들이 배우 하정우를 접하게 될 때 더 가깝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림은 언제 그리고, 책은 언제 썼나!

“책은 2009년 겨울부터 조금씩 준비했다. 촬영 중간에 시간 내서, 정해진 어떤 것을 끄적 끄적 쓰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할까 고민도 하면서 준비했다. 영화 촬영이 일년 내내 시간을 할애하는 일이 아니라서, 시간을 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읽고 난 소감이 정말 “느낌있더”라! 책 제목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쉼표 잘못 읽으면, ‘하정우 느낌있다’다. 얼마나 오그라들겠나.(웃음) 쉼표를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느낌있다!’는 말은 내가 자주 쓰는 말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물, 사람. 좋다고 할 때 ‘느낌있다’는 말을 자주 쓴다. ‘느낌있다’는 것은 어떤 것을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돌진하고 해 나가는 그런 모습들이 아닐까 싶다. 평소에도 느낌 있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웃음)”

그림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04년도에 대학 졸업하고 나서 배우가 되기 위해 수많은 오디션을 치르면서, 지치기도 하고 용기를 잃기도 했다. 그때 나 자신을 잡아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것은 운동도 아니고, 술자리도 아니었다. 우연히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그때 이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무엇보다 시간이 정말 잘 가더라.(웃음) 그림을 그리면서 기분 좋은 두통을 느끼는 걸 즐기게 됐다. 신인배우니까, 백수였다.(웃음) 일정한 스케줄이 없으니, 나름의 커리큘럼을 짜서 생활해야 했는데, 점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특별히 그림을 전공하거나 배우지도 않았는데, 이런 결과물을 내다니 놀랍다. 그림을 시작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면?

“한 콘티 작가분이 내 휴대폰 배경화면에 있던 그림을 보고, 전시회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 전에 드라마 <히트>를 촬영할 때 고현정 선배가 우연히 내 그림을 보게 됐는데, 자신감을 주더라. 그림은 꼭꼭 숨겨둔 일기장 같은 것이었는데, 누나가 ‘전문적으로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줘서, 정말 그런가? 생각하면서 계속 그려왔다.”

연기로 해소되지 않는 열망, 그 에너지로 그림 그렸다


“내게 연기란 넘치는 감정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하는 일이다. 연기란 감정의 몰입이 아니라 감정의 배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그러다 문득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내게 무언가를 풀어내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 그림으로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붓을 잡은 것은 아니다. ‘그냥’ 그리고 싶었다. 잘 그리지도 못하고 배운 적도 없는 그림이지만 그리고 싶었다. (p.34)

그림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나?

“재미다. 연기할 때도 그렇다. 제가 찍은 영화나 그 안에 캐릭터가 그것이 관객 분에게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거 하나면 만족한다. 어렵고 복잡한 심리상태나 이런 걸 남들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화폭에 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제 그림 보고 웃었으면 좋겠고 관객들이 ‘피식’하는 정도로도 만족한다.”

예전에 연기와 그림 그리는 일을 밥하고 술로 비유한 적이 있던데 좀더 설명해 준다면?

“부끄럽다.(웃음) 내가 받은 달란트가 쌀이라면, 밥을 짓는 일은 배우로 사는 삶일 것이다. 항상 100퍼센트는 없는 것 같다. 내 생각에 배우는 촬영현장에서 스텝과 호흡을 맞추고, 감독의 디렉션에 맞게 메시지를 수행해나가는 존재다. 그러다 보면, 때론 뭔가 더 하고 싶고, 더 쏟아 붓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것과 부딪칠 때가 많다. 그럴 땐 작업을 하고 돌아오면, 뭔가 해소되지 않는 게 있는데 그 에너지로 그림을 그리는 거다.

배우는 즉흥적으로 연기하기보다, 철저하게 계산하고 준비해서 관객에게 재미를 줘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림은 정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재미를 줘야 한다는 측면은 같지만, 그것은 오로지 100퍼센트 나만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거다. 그때 촬영장에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걸 빗댄 말이었다.”


배우, 화가, 작가, 수식어가 많은데 하정우 본인이 가장 맘에 드는 타이틀은 뭔가?

“나를 지금 화가, 작가라고 말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계속해서 열심히 그림을 그려나간다면 화가라는 말이 어울리게 될 거 같고, 계속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작가가 어울리겠지. 지금은 당연히 배우가 맞고 편안한 호칭인 것 같다.”

최근에 피에로 시리즈를 그렸다.

“피에로 시리즈는 전부 <황해> 촬영 중에 만들어졌다. 이 책 준비도 그 무렵에 시작했다. <황해>라는 작품은 11개월간 촬영을 하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나만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2005년 9월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부터 정말 쉼 없이 달려왔는데 영화 <황해>가 쉼표가 된 셈이다. 그간 보낸 시간과 계획들이 자연스럽게 피에로라는 형상으로 옮겨지게 됐고, 그것과 맞물려서 책 준비하고픈 마음도 생겨났다.”

책 출판되고 가장 먼저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은 누군가?

“주변 사람들에게 다 사라고 얘기해서 마땅히 선물한 사람은 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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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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