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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안철수’, 백지연의 인터뷰 비결은? - 『크리티컬 매스』 백지연

내가 진심으로 행복하면, 주변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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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일까. 최근 한 출판사와 취업포털사이트가 20~30대 직장인 702명을 대상으로 물었다. 멘토로서 가장 이상적인 사람은 누구인가.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17.4%(112명)가 그를 꼽았다.

그는 누구일까. 최근 한 출판사와 취업포털사이트가 20~30대 직장인 702명을 대상으로 물었다. 멘토로서 가장 이상적인 사람은 누구인가.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17.4%(112명)가 그를 꼽았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회 현상에 대한 확실한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가장 존경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는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다. 그런 그가 싱글벙글 웃었다. 원래 늘 웃는 얼굴이라지만, 그를 불러낸 자리 덕도 있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한 명인 안철수 교수가 지난 4일 저녁, 서울 신촌의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 나타났다. tvn의 토크쇼 프로그램 <피플 인사이드> 100회 기념 방송의 초대 손님.

이 날의 주인공은 진행자 백지연이었다. 그가 진행하는 <피플 인사이드>의 100회 기념이자, 슈퍼 멘토들을 만나 펴낸 『크리티컬 매스』 출간 기념으로 이날 행사가 열렸다. 인터뷰어(interviewer)로서의 그의 면모는 이날 초대 손님과 나눈 대화에서도 드러났다. 인터뷰하고 소통하기 위해 그는 귀를 기울였고, 알고, 사랑하는 만큼 예리한 질문을 내놨다.

백지연은 말했다. “많이 알고, 그러면 사랑하게 되고, 감정이입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그 사람의 생각에 들어가서 끌어내고, 그 사람을 이해하면 내 것이 된다. <피플 인사이드>에는 그동안 100분이 참여했고, 평균연령이 40살이다. 4000년. 그래서 나는 이것을 ‘4000년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 사람들의 핵심진리를 쓰자, 마음을 먹고 썼다.”

인터뷰어란 직업으로 일해 온 시간이 이십수 년이 쌓이고 만난 사람들의 숫자도 수천 명쯤에 이르게 되니, 나는 내 직업이 축복이라는 생각을 넘어 자못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정신을 아카이빙(archiving, 파일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p.7)

그래서일까. 인터뷰이(interviewee)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오래 사랑받는 프로그램엔 이유가 있다. 여기 출연해선 나도 모르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친구와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있었다.”

백지연의 목적은 단 하나, 간단했다. 삶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전류처럼 흘러들어갈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찾는 것. 그는 전류처럼 뜨겁게 흘러드는 한 줄을 발견했을 때 삶을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인터뷰어로서 내 개인적 목표는 삶의 진정한 목표를 찾는 끝없이 배고픈 사람들, 자신을 일으킬 무언가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전류처럼 흘러들 ‘한마디 말’을 찾는 것이다.(p.23)

이날 콘서트와 토크쇼가 함께 펼쳐진 현장을 중계한다. 우선, ‘청춘 & 꿈’ 콘서트에 초대된 가수 멘토들의 이야기.

인순이, 열정을 온 몸으로 보여주다


디바, 인순이의 등장. 백댄서, 래퍼와 함께 하는 열정적인 춤사위가 펼쳐진다. 인순이, 그 이름이 주는 카리스마와 특별한 의미. 한국사회에서 특이하고 특별한 어떤 경우. 인순이는 여전히 편견과 싸우는 전사이자, 노래하는 사람이었다. 나를 찾는 작업에서 자신의 열정이 나온다고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한텐 디바도, 전설도 필요 없고, 가수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떤 수식어보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보는 분들 가슴에 앉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음을 높이는 것보다 소통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목소리가 안 올라가는 날에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통할 수 있는. 최근에는 더 어려워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끝까지 지켜주지 않는 분들도 계셔서. 멋진 후배들이 나오니 옮겨 다니시고. (웃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를 놓치시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드는데, 좋아하는 가수가 성장하고 뭔가를 토해내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순간을 지켜주고 같이 느껴줬음 좋겠다.”

지금은 성공한 디바로 바라보지만, 그런 어려움에 대해 할 얘기도 많을 것 같다. 이전에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해 노래를 했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런 물음을 많이 받는데, 열정적인 선배들을 보면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나는 먹고살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 했다. 알다시피 나는 소수의 약자에 속한 사람인데, 이제는 그걸 떨쳐버릴 때도 됐는데, 절대 떨쳐버려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가 어려웠을 때의 내 모습이다. 그래야 지금 내가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사람인지 안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나는 싫어한다. 인플레가 심한 단어 같고, 주관적이지, 객관적인 게 아닌 거 같다. 인순이가 정의하는 성공은?

“내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 다른 사람과는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아직 짐을 지고 있냐면 하면 할 말은 없는데, 성공을 거기에서 본다. 노래하면서 최고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경험했을 수도 있고, 다시 올 수도 있지만, 여러분과 내가 찡한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다.”

성공은 우리 시대에 언어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한 단어 중 하나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이 우리 모두가 목숨 걸고 지향해야 할 유일한 답도 아니고, 성공의 객관적 정의가 쉽지 않음에도 그 잣대는 획일적으로 그어진다. (pp.67~68)

나이 들수록 멋있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인순이도 거기에 포함될 것이다. 예전에 그는 “팔구십에 뾰족구두를 신고 무대에서 노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모습 참 멋질 것 같다. 다만, 뾰족구두(하이힐)를 신는 것 이면에 구두노동자가 있으며,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 옳은 방식으로 신고 노래하길 바란다. 인순이는 지금 청춘을 누리길 바라며 건투를 비는 의미로, “난, 난 꿈이 있어요~♪”로 시작하는 「거위의 꿈」을 불렀다.

의리파 장혁


최근 종영한 드라마 <마이더스> 촬영 당시, 백지연의 섭외에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출연하겠노라는 약속을 지킨 의리의 사나이, 장혁. 드라마 촬영이 끝난 틈을 타 나타났다.

<마이더스> 김도현, <추노> 대길, 연기가 쉽지 않다. 그런 도전은 원해서? 아님 오는 건가?

“내용이 재밌고, 역할에 연민이 가면, 하고 싶어진다. 군대를 기점으로 맡은 캐릭터가 일상에서 벗어났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역할이었다. <마이더스>의 도현은 어렸을 때부터 막무가내로 부자가 되고 싶었다. 저곳에 가면 뭐가 있을까, 해서 갔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이었던 거지. 그런 모습에 연민에 많이 갔다.”

지금은 연기 인정을 받고 있는데, 오디션에 무척 많이 떨어졌다. 몇 번인지?

“오디션만 본 게 100번 정도다. 거의 다 떨어졌다. (어떻게 버텼나?) 언젠가는 이 얼굴을 알아주겠지. (웃음) 처음에 10~11번 떨어지니까, (연기와) 안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중에는 습관적인 오디션을 봤다. 자꾸 떨어지니까 내 길이 아닌가 하다가, 나중엔 이것저것 해보자로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이 전환되다보니까,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생각되는 때는 언제인가?

“매순간이 그랬다. 작품을 들어갈 때마다. 이전 작품을 하는 동안 조금씩 익숙해져 있다가, 다음 작품에 들어가면 다시 처음으로 되니까, 긴장되고 리딩 때도 헷갈리고…(웃음)”

이런 도전, 해보고 싶다는 것. 할리우드도 가야되지 않나?

“정확하게 어떤 도전이 있는 것은 아니고, 배우는 하나의 라이선스 같다. 배우라는 라이선스로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 언젠가는 할리우드도 가보고 싶고. 영어가 잘 안 돼서… (웃음)”

꿈 공장장, 이승환


퀸시 존스, 윌 아이엠의 공통점. 가난한 흑인들이 주로 사는 지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슈퍼스타가 됐다. 그리고 꿈. 꿈을 꿨고, 꿈을 꾸고, 꿈을 꿀 것이다. 꿈을 이야기하며 꿈 공장장, 드림팩토리의 이승환의 등장과 함께 한「덩크슛」. “너무나 원했던 것은 그 누구도 모를 거야~♪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얼마나 멋질까. 하늘을 날듯이. 주문을 외워보자~♬”

그 노래와 함께 떠오른 추억. 1990년대 초반 부산, 이승환의 콘서트. 열광의 기운이 치솟을 무렵, 「덩크슛」이 흘러나왔다. 무대 바로 밑에서 미친 듯 소리 지르던 나와 내 친구. 하도 오두방정을 떨어서인지 「덩크슛」의 후렴구, 급기야 무대로 올라서기까지. 사실 다시 그때처럼, 오르고 싶었다.

2010년 6월에 <피플 인사이드>에 나왔다. 연애는 언제쯤 할 건가?

“연애세포가 많이 죽은 것 같다. 연애에 대한 열망이 줄었다. 집밖에 나와야 그런 게 올 것 같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처럼 집에만 있다 보니까. (웃음) (오늘은 어떻게?) 노래하는 자리가 생기면 가고 싶더라. 최근에 노래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없잖나. 콘서트 밖에 안 한다. (다음 달 콘서트가 있다며?) 6월부터 9월까지 전국투어를 한다. 좀 더 자유롭고 어쿠스틱하고, 밴드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소극장공연인데, 그때 오셔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22년을 했다. 존경한다. 난 23년 했는데. (웃음) 동안 비결은 꿈을 꿔서? 철이 안 들어서?

“마음이 늙으면 몸이 늙는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늙는 것을 은연중에 제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남자들은 어린아이를 갖고 있다고 그러지 않나. (웃음) (여자도 마음속에 소녀가 있다.) 맞다. 다들 그렇게 갖고 있는데, 사회적인 위치나 나이가 되면 억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밖으로 못 내는 것 같다. 가장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권위다.”

음악을 처음 꿈꾼 건 언제였나.

“중2, 아버지가 전축을 사오셨을 때. 처음 음악을 들었는데, 벅차올랐다. 그런데 음악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반대를 하셔서. 대학 들어간 뒤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대를 심하게 하셔서 한때 우울증에 걸린 적도 있었다. 음반기획사 17군데에 데모테이프를 보냈는데, 다 떨어졌고, 18번째 됐다. (웃음)

그렇게 녹음을 하는 와중에 중간에 계약을 했는데, 노예계약 같은 거였다. 집에서 홍보비를 갖고 와야 하고, 인세도 없고. 아버지께 그 말씀을 드렸더니 파기하고 나랑 딜을 하셨다. 녹음비 800만원을 물어주고 유산이라고 500만원을 주셨다. 이 돈으로 1집을 내되 잘되면 계속 하고 안 되면 학교로 돌아가자. 그래서 앨범 냈는데, 1년 만에 잘 됐다. 아버지가 1년 정도 기다려주셨고, 지금은 열렬한 후원자가 되셨다.”


1년 동안 반응이 없어서 속이 타지 않았나?

“성공을 하기 위해 음악을 한 게 아니라, 내 음악을 하기 위해 음악을 한 거라, 그렇게 조급하지 않았다. 1년 후 앨범 차트 1위를 하고 깜짝 놀랐다. 득의만만, 우쭐거림, 득의양양했는데, 지금은 피해망상? (웃음) 그때 순수했던 시절에 점점 잘 되면서 뿌듯한 마음이 컸다.”

요즘 20대에게 어떤 얘기를 해 주고 싶나?

“나는 20대 때 평범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그런 타입으로 활동을 했다. 자유로움이 없었고, 사고가 막혀 있었고. 지금의 청춘에겐, 객기도 부리고 부딪혀서 깨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청춘에겐 실패, 성공의 기회가 있으니 많은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훗날 원하는 길을 가지 않아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나는 신인가수로서 자신의 앨범을 제작한 1호였다. 어렸을 때 어른들의 세계를 보는 걸 힘들어했다. 어른들의 세계는 부정적이고 부조리하다는 얘긴데, 그것으로부터 많이 상처를 받거나 피했고, 고립됐고, 그러면서 느낀 게 많았다. 이제는 그것으로부터 자유캷워졌고, 스스로 치유됐다고 생각한다.”

왜 ‘드림 팩토리’인가?

“지금도 장난감(피겨)을 많이 사지만, 어릴 때 장난감공장의 공장장이 되는 게 꿈이었다. (웃음) 어렸을 때 소년이 지금도 장난감을 사게 만든다. 앞으로의 꿈도 영원히 소년으로 사는 것이다. 믹 재거가 거의 칠십인데, 최근 그래미상 시상식에 나와서 여전히 스키니를 입고 운동화 신고 뛰어다니더라. 저렇게 음악 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팬들과도 약속 아닌 약속을 한다. 디너쇼에서도 초달리자고. (웃음)”

심장을 뛰게 하는 남자, 이승환의 두 번째 곡, 「물어본다」가 나왔고, 무대 세팅을 하는 동안, 「세월이 가면」을 살짝 들려줬다. 이어서 마지막 곡, 슈퍼맨부터 스파이더맨, 배트맨, 원더우먼, 인크레더블 등이 무대를 장식하며 노래한 「슈퍼 히어로」. 아무렴. 우리는 여전히 슈퍼 히어로를 꿈꿔도 좋다. 이어서 2부, 토크쇼로 펼쳐진 시간.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나왔다.

청춘을 말하다, 안철수 & 박웅현


늘 즐거운 것 같다. 웃고 있어서. 즐거운 비결이 뭐냐.

(안철수, 이하 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다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작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사업하면서부터 그랬다. 사업을 하면서 보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결과에 미칠 수 있는 건 절반 정도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이 나를 돕거나 사회가 여건을 허락해서 그렇다는 걸 알았다. 학생 때는 본인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회에 와 나이 들수록 중요한 게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날 돕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주위에 진심으로 대하고, 잘못한 건 솔직하게 시인하면, 주변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준다.”

요즘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너무 몰두하는 것 같다. 힘겨울 것 같은데.

(박웅현, 이하 박) “절대 공감한다. 스펙은 포장이다. 단순하게 짧은 순간에 내가 뭘 했는지 포장하는 건데, 중요한 건 본질이다. 살다보면 대부분의 대답은 온몸으로 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하면 안 된다. 취직은 순간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체력이 필요하다. 스펙보다 본질이 중요하다.”

뭐가 본질이고 본질은 어떻게 찾으면 되나.

(안) “스펙이 중요하게 된 건,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창업하면 선진국처럼 성공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대기업 위주다. 그러니 학생들도 대기업에 가기를 선호하고. 대기업은 창의적 인재보다 시키는 일을 빈틈없이 하는 사람을 원한다. 그러니 스펙 중심으로 뽑을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에 문제점이 있다고 대학교육만 바꾼다고 될 것이 아니다.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 스펙만 쌓고 대기업 취업해도 자기 적성에 안 맞으면 본인이 불행해진다. 카이스트에 요즘 불행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고등학생 때는 부모님을 기쁘게 하려고 단순하고 순수한 동기에서 주변의 기대대로 사는데, 본인이 불행해지면 주변도 불행해진다. 주변을 행복해지게 하고 싶으면 자기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주변 사람이 당장 실망하고 마음 상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하면 주변도 행복해진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질문도 한다. 내가 뭘 하면 행복해지지? 이것도 잊어버린 것 같다. 어떻게 보나.

(박) “우리교육은 스스로 존중하는 것을 안 가르친다. 자존이 있으면 어떤 일을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자기를 존중했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라고 해서 사이코패스가 되라는 건 아니고. (웃음)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하고 싶은 것을 가운데 두고 다른 사람이 웃는 모습보다 내가 웃는 모습을 먼저 보는 게 중요하다.”

(안) “자기 자신한테 기회를 줘야 한다. 나도 의대 교수할 때, 모든 사람이 내게 경영은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열심히 살다보니 경영을 해야 했다. 해서 보니 안 어울리는 건 아니었다. 도중에 남들만큼 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 선입견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기회를 안 줬으면 경영자로서 능력이 있다는 걸 못 깨닫고 생을 마감했을 것 같다. 20대 때는 실패는 없고 실수만 있다. 평생 살면서 실패 안 하는 사람은 절대 없다. 젊을 때 실패하면 나중에 실패할 확률이 적다.”

이른바 ‘스펙’이 무척 좋았다. (웃음) 아파봤나? 실패해 봤나?

(안) “회사를 처음 만들 때 전망이나 안정을 보고 만든 게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선택의 본질이 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했다. 첫 4년 정도는 어음깡하러 다녔고, 직원들이 다 퇴근하면 혼자 전자계산기로 10원 한 푼어치도 꼼꼼하게 검산하기도 했다. 어느 밤, 갑자기 내가 뭐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 동기들은 의사하고 교수하고 있는데, 허름한 골방 같은 사무실에서 이런 검산을 하다니. 굉장히 견디기 힘든 순간인데,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깨달았다.

힘든 게 비교를 해서 힘든 거더라. 그럴 땐 장치를 만드는 게 좋다. 원대하고 장기적인 목표, 다 좋은데, 그것만 보다가 지친다. 잘게 쪼개서 어떤 걸 이룩하면 축하하고 선물을 준다던가, 가끔 아래도 쳐다보면 나보다 형편이 나쁜 사람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걸어 왔나 찾아보면 길을 얻게 되더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과 얘기를 나눠보면 혼자 걷는 길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쓸쓸하지 않음을 느낀다.”


사회적으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무엇을 깨부숴야 하나.

(안) “사회구조적으로 정의롭지 않은 부분은 깨부숴야 하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인적으로도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특징이 ‘패스트 팔로우’다. 예전에 못 살고 가진 게 없으니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건 무모하고 가능성 있는데 전력투구했다.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누군가 넘어지면 밟고 지나갔다. 그래서 성공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밟고 가는 것이 ‘패스트 팔로우 사회’의 문화인데, 이가 바뀌려면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처음 시도하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다양한 시도 끝에 실패하는 것도 용인해줘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다가 창조적인 생각을 하라는데, 그건 잘 안 된다.”

실패를 용납 않는 사회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어떤 인재가 돼야 하나?

(박) “사회를 고쳐나가는 시스템도 있지만, 시스템을 고치는 건 개인인 것 같다. 우리도 사회 일원이고, 적극적으로 나서 고쳐나가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가령, 지금 교육이 잘못됐다, 그러면 다른 방식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 사람을 뽑을 땐, 생각의 기초체력이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어떤 과정을 살아왔고, 다른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잘하고,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구조적으로 생각하는지, 검증된 친구를 뽑고 나면 예외 없이 좋다. 기술은 익히면 된다. 스펙은 기술 같다.”

(안) “사장 시절엔 그 사람이 현재 뭘 잘하느냐 보다 앞으로 얼마나 발전가능성이 있는지 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주목했다. 내가 틀릴 수 있으므로 모자란 것을 보완하려고 하고, 그건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다는 뜻이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성은 뭔가?

(안) “창의성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란 생각도 잘못이다. 이미 일상에 존재하고, 조그만 것을 보태도 전혀 다른 물건이 된다. 99%의 창의성은 그 정도다. 1%도 안 되는 것이 존재하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다. 일상에서 관찰하고 궁금해 하면 그걸로 된다.”

(박) “어느 순간이 되면 깊이 관찰한다. 그때 보는 세상은 그전과 다르다. 내가 관심사가 생기면 그것만 보이고, 연인이 생기면 사람 많아도 눈에 딱 띄잖나. 평소에는 무심히 보던 것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으면 아이디어가 나온다. 내가 최근 꽂혀 있는 것이 들여다보기다. 모든 것을 들여다봤을 때 행복지수, 창의성도 올라가는 것 같다. 지금 소용없는 것 같아도 옳다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면 언젠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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