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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사이코패스가 될 수밖에 없었나? - <향수>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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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경악에 빠트리는 잔혹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우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선안남 저 | 시공사
지친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화 속 메시지
상담심리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영화’를 매개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내면을 심리학적 기법으로 살펴본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 속 주인공의 현실을 보며 위축된 마음을 펴고, 조언을 얻으며 내 삶을 투영해주는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인간 본성에 대한 잔인한 진실

 

세상을 경악에 빠트리는 잔혹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우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와 관련해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정신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사이코패스는 1920년 독일의 쿠르트 슈나이더(Kurt Schneider) 박사가 최초로 사용한 진단명으로서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하나로 분류된다. 사이코패스로 분류되는 이들은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며 거짓말을 쉽게 하고 잘못을 한 후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감정적으로 미숙하거나 무디기에, 다른 사람이라면 동요하거나 괴로워할 순간에도 태연함을 유지한다. 모든 사이코패스가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쇄 살인범이나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이 가장 극단적인 사이코패스의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

잊을 만하면 각종 사건 사고의 주범으로 등장해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는 사이코패스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정신질환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인간의 조건과 인간이라는 존재의 경계선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을 무엇이며, 우리가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하고 몸서리치게 되는 폭력적인 행위는 어떤 기준으로 가늠할 수 있는 걸까?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인간의 폭력성에 점차 경각심을 잃어가는 현재, 영화 〈향수〉는 바로 이런 질문을 우리 안에 메아리치게 한다.

일러스트 : 박정은(//www.jung-park.com)

모든 것은 공감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영화 〈향수〉에 드러난 그루누이의 모습은 한 사람이 사이코패스가 되기까지 환경과 경험이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또한 ‘공감’이 한 개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드러난다. 영화 속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 자체가 어떠한 공감과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생선 장수였던 어머니는 생선을 팔다가 그를 낳았고, 생선을 자르던 칼로 아기의 탯줄을 잘라 생선의 내장과 비늘 더미에 그를 버렸다. 그대로 죽을 운명이었던 그루누이는 극적으로 구원되긴 하나 그 후 그의 삶 속에는 어떠한 인간다운 교류와 따뜻한 손길, 눈빛과 제스처가 오가지 않았다. 그의 존재는 오로지 그의 노동력을 중심으로 그저 팔리고, 사용되고, 도구적으로 착취될 뿐이다.

이런 그가 공감할 줄 모르는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에게서도 공감을 받은 적이 없으니 어느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공감을 받아본 적도 해본적도 없어 텅 빈 그의 마음은 향기를 얻기 위해 사람을 소멸시키는 그의 피나는 노력과 맹목적인 열정으로 채워진다. 그 열정이 처절할수록 한편으로는 서글프게 느껴진다.

‘공감’이란 말 그대로 감정과 감정이 공유되는 느낌을 말한다. “그래, 그랬겠지.”하는 아주 사소한 말과 눈빛과 제스처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전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공감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행위다. 그러나 공감의 부재가 가져온 결과는 무척이나 파괴적이다. 공감이 결여된 그루누이의 삶은 결과적으로 타인의 어떤 고통에도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성을 만들어내게 된다.

한 사람의 공감 부재(혹은 결핍)는 그저 한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공감이라는 심리적 아교가 없다면 사회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제레미 리프킨이 내놓은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강조되는 21세기형 인간 역시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 즉 공감하는 인간이다.

공감은 세상 모든 악의 해독제
과거에도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는 탄식을 자아내는 범죄는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강력한 미디어의 힘 덕분에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이코패스들의 행각을 실시간으로 전달받기에, 우리를 한층 더 큰 공포와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의문에 빠지기도 한다. 실제로 사이코패스가 증가한 것인지 하고 말이다.

최근 들어 이들의 폭력성이 크게 조명되는 이유는, 우리가 그만큼 타인의 고통에 무뎌졌고 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그루누이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우리는 ‘공감의 부재’가 그의 악마적 행위의 근본 원인이었을 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그를 치유할 수 있는 해독제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이코패스들이 저지른 가슴 서늘해지는 잔혹한 범죄 소식은 공감이 부족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야말로 공감의 중요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이라는 학자는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라는 책을 통해 이 세상의 어떤 지능보다도 ‘감성지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토록 중요한 인간의 정서적 측면이 무시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애석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은 우리 사회가 간과하고 있었던 정서적인 교류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인간성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사이코패스에 대한 집단적 불안이 커진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수학과 영어 공부가 아닌 ‘공감’에 대해 가르치고 나누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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