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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빛나는> 결말이 기다려지는 이유

“이유리 씨, 행복하지 않은 건 김현주 때문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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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화난다. 고생 끝에 낙이 온 게 아니라, 안 해도 될 뻔한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분하고 억울하기 그지 없다. 저 여자의 화려함, 아름다움은 원래 내 것이었다. 돈이야 당장 부모에게 받을 수 있지만, 29년이라는 세월이 만든 한정원의 천진하고 당당한 성품, 인연은 (내 것인데도!) 내가 돌려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

빼앗긴 밤에는 잠도 오지 않는다

출처_ MBC


MBC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의 황금란(이유리 분)은 오늘도 이렇게 외친다. “돌려줘! 내놔!” 이 얼마나 잠 못 이루는 심정일까. 빼앗긴 것만큼 분한 게 있단 말인가. 심지어 돌려받고자 하는 것이 ‘내 인생’이라면 말이다.

생년월일이 같은 한정원(김현주 분)과 황금란은 병원에서 부모가 바뀌었다. 29년이나 흐른 뒤에야 금란은 우여곡절 끝에 정원의 부모가 자신의 친부모임을 밝혀낸다. 삶이 뒤바뀐 두 여자는 너무나 대조적인 삶을 살아왔다. 신림동 고시식당 집에서 억척스러운 삶의 무게 때문에 눈물 마를 날 없던 황금란은, 억대 재산을 가진 평창동 부잣집에서 당차고 씩씩하게 자란 한정원이 자신과 바뀌었다는 것을 안 순간, 어긋났던 삶을 원래대로 복원시키고자 한다.

부잣집 부모만 나타나 하룻밤 새 인생역전, 신분상승을 이뤘다면 금란은 아마 평생 감사하며 살았을 텐데, 그 동안 내 자리에서 내 몫을 누리고 있던 한정원이 함께 나타났다. 그녀의 존재 때문에 금란은 평창동으로 집을 옮겨도 행복하지가 않다.

생각할수록 화난다. 고생 끝에 낙이 온 게 아니라, 안 해도 될 뻔한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분하고 억울하기 그지 없다. 저 여자의 화려함, 아름다움은 원래 내 것이었다. 돈이야 당장 부모에게 받을 수 있지만, 29년이라는 세월이 만든 한정원의 천진하고 당당한 성품, 인연은 (내 것인데도!) 내가 돌려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

성에 안차는 초라한 내 모습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확인 받고 싶다. 한정원도 신림동에서 자신처럼 자랐다면, 이런 독기와 열등감을 피할 수 없었을 거다. 그녀의 불행으로 위안받고 보상받고 싶다. 그래서 금란은 부득불, 청담동으로 집을 옮겨왔음에도 한정원을 신림동으로 내 쫓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다.

“너 때문에 불행하고, 너 때문에 비참해”

신림동에서처럼 평창동에서도 금란에 눈에는 분통의 눈물이 마를 날 없다.

출처_ MBC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어 두 사람의 인생이 꼬이고, 빈부격차 극명한 환경이 뒤바뀌며 갈등을 일으킨다는 설정은 얼핏 진부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러한 극적인 설정에 승부수를 둔 작품이 아니다. 이런 극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과연 두 사람의 삶은, 주변 사람들은, 사랑은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과연 행복도 환경에 따라 역전되는 것일까? 환경이 바뀐 두 사람의 삶은, 사랑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드라마는 질문한다.

행복이 힘의 논리에 따라, 인과응보에 따라 뺏기고 뺏을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드라마를, 삶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에서 주어진 대부분의 것들은 인연의 작용을 따른다. 논리도 없고 이유도 없이 주어지고 사라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 이런 우연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고작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아파할 수 있을 따름이다. 재미있는 드라마는 이 지점을 주목한다.

으레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추락하는 자가 가여워지는 법이거늘, 이 드라마 속에서는 금란이 훨씬 불행해 보인다. 금란은 자기가 될 수 있었던 모습(정원)과 현재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큰 괴리감이 있어 견딜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모습과 현실이 가진 괴리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렇게 되지 못했는지, 될 수 없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으므로, 스스로를 탓하다 지치고 만다. 하지만 금란에게는 이유가 명백하다. “걔 때문에 그렇다!”

탓할 수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이를 갈며 정원을 미워한다. 금란은 그녀의 불행을 지켜봐야 행복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런 금란에게, 현재에 만족해라. 욕심 부리자 말라는 조언이 들릴 리 없다. 그녀는 지금 지옥에 있기 때문이다.

금란이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방식

아버지가 진 도박 빚 때문에 산속에 묻히고, 직장에서 고초를 겪고.
이제껏 금란의 삶은 금란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출처_ MBC


자신의 삶에 아무런 가능성을 찾지 못했을 때, 금란은 고시를 패스한 남자친구에게 인생을 건다. “제발 나를 꺼내 줘.” 금란의 생각으로는, 그와의 결혼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금란은 결혼을 앞두고 이별을 당한다. 물심양면 뒷바라지한 정성은 뻔뻔스럽게 모른척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그에게 금란은 처절하게 매달린다.

그때 ‘다른 여자’로 등장했던 정원은 금란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그쪽 인생은 그쪽이 책임져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지 말구요.” 이 말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외부로부터 보호받으면서 자신의 삶에 집중해 온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 삶이 불가능했던 금란에게 이런 말은, 정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분노를 느끼게 했을 수 있다.

금란은 길러준 부모를 버리고, 친부모가 있는 평창동으로 당장 집을 옮긴다. 드디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을 때, 금란은 자신 것을 되찾는 데에 엄청난 집착을 보인다. 이것이 인생을 ‘책임’지는 그녀의 방식이다. 정원이 갖고 있는 것을 탐내고, 훔치고, 억지로 빼앗는다. 가끔 금란의 도를 넘어선 못된 짓은, 주말드라마를 보러 모여 앉은 식구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그녀의 불안, 두려움, 억울한 심경을 충분히 담아내기에 그녀를 무작정 탓하기 망설여진다. 그녀는 사악하기보다 어리석은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부잣집 딸로 예쁘고 똑똑하고 명랑하고 착하기까지 한 정원은 그야말로 드라마 속에나 볼 법한 캐릭터다. 정원을 보면서 웃지만, 그 옆에 금란을 볼 때마다 측은하다. 정원의 것마다 뺏으려고 하고, 갖지 못해서 분통에 찬 눈물을 흘리는 금란의 모습이 사실 낯설지가 않다. 정원이 만나는 남자가, 정원의 조건이 그녀의 모든 가치를 완성한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모습에도 동정이 간다. 금란이 갖지 못한 것은, 끝내 갖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안타깝다. 금란은 결국 평창동에 서도 여전히 신림동에 살 때와 같은 방식으로, 가능성 없는 곳을 향해 몸부림치며 살고 있는 셈이다. 신림동에서 평창동으로 집을 옮긴 일이 그녀의 ‘다른 삶’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원래 ‘내 것’이었던 것은 하나도 없다

한정원(김현주)을 닮아가는 금란(이유리). 이제 그 둘은 대등해진 걸까?

출처_ MBC


가끔 우리도 ‘내 것이었으면’ 바라고 집착하다 보면, 그것이 ‘원래 내 것’인 양 착각하게 된다. 그럴 때 갖지 못하면 분하고 화난다. 우리는 때로 이루지 못한 일을 빼앗겼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말하고, 나의 승리를, 1등을 빼앗겼다고 말한다.

이루지 못한 그와의 사랑도, 내가 갖고 싶었던 그녀의 학벌도, 그저 내가 원했던 것뿐이지 원래 내 것이었던 건 하나도 없다. 사람들은 뒤늦게 ‘그것이 내 것이 아니었구나’, ‘내 길이 아니었구나’ 깨닫는다. 금란에게도 이날에야 참 평화 있으리. 심지어 이 드라마는 부모님 조차도 ‘원래 내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하는 거다. 태어나자마자 친부모 품에서 ‘온니 유’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면, 이 얼마나 굉장한 인연이고 선물인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저 감사한 일이 있을 뿐이다.

드라마는 결국 금란이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면서, 해피엔딩을 맞게 될 것이다. 결말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는 이제 금란이 욕심을 내려놓길 기다린다. 부디 금란이 욕심을 끝까지 밀어붙여 파국을 일으키고, 마지막 회에서 극적으로 반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란 씨, 지난 주에 아버지 말씀 들었죠?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다 보면 나 역시 그 벼랑 끝에 서 있게 되는 거야. 안 떨어지게 조심해!”)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분별하는 일, 욕심이 지나치다 싶을 때 마음을 붙들 수 있는 일이, 어느 누구에게 쉽겠는가. 그래서 이번 주도 다음주도 지켜볼 예정이다. 금란의 기나긴 성장통이 헛되지 않도록, 질투의 지옥에서 그녀가 지혜롭고 용감하게 걸어 나오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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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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