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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요? 혼자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우리의 행복을 고민하는 사회자, 김제동 - 이번에는 그가 인터뷰어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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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로 만난 김제동은 연예인이나 사회자라기보다 한 명의 수행자처럼 느껴졌다. 건네는 질문마다 솔직하고 진지한 대답을 서슴없이 꺼내는 모습에서 그랬고,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고 갈고 닦는 모습에서 그렇게 느꼈다.

김제동, 인터뷰어가 되다

이번에는 그가 인터뷰어로 활약했다. <경향신문>에 ‘김제동의 똑똑똑’이라는 코너를 맡아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스물 다섯 명의 명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소설가 이외수, 배우 설경구, 가수 김C부터 정연주 전 KBS사장, 이정희 민노당 대표, 남경필 한나라당 위원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함께 행복 하는 법”에 대해 묻고 듣고 고민했다.

그때 나눈 “혼자 듣기 아까운 이야기들”『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김제동의 인터뷰는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형제나 남매처럼 함께 웃고 공감하는 이야기 속에 인터뷰이의 이야기가, 김제동의 솔직한 이야기가 묻어 나온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사회자

인터뷰어로 만난 김제동은 연예인이나 사회자라기보다 한 명의 수행자처럼 느껴졌다. 건네는 질문마다 솔직하고 진지한 대답을 서슴없이 꺼내는 모습에서 그랬고,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고 갈고 닦는 모습에서 그렇게 느꼈다. 충분히 다른 것을 취하고 누리고 즐길 수도 있을 법한데, 그는 끊임없이 카메라가 비추는 자신의 모습, 타인이 보게 되는 자신의 모습이 오염되지 않았나 연신 들여다보고 닦는 듯 했다. 그의 대화는 늘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 듯 했다.

무심한 말 한마디에 행여 상처받는 사람은 없나 주변부터 살피는 사람이었고, 말 잘하는 사회자, 연예인이라는 직업인으로서보다 겸손하고 노력하는 개인의 매력이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었다. 본인은 신경 쓸 게 많아 피곤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렇게 주변에 마음 써주는 사람을 만나고 나니 마음이 따뜻하고 든든해진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인터뷰어 김제동 역시 이런 기분으로 이야기를 듣고 나누지 않았을까.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뭘까?’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책 사주시는 분들도 뿌듯하게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억울하지만, (웃음) 저는 인세 안받습니다.(인세 전액이 아름다운 재단, 대안학교에 기부된다.) 억울한 것보다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이 큽니다. 책 값이 조금 비싼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책을 산 분들도 기쁜 마음을 함께 나눠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제동 씨만큼 여러 사람 만나고, 많은 대화를 나눈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토크 콘서트처럼 단체로 여러 사람을 만날 때와 한 사람과 만난 인터뷰 경험은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인터뷰 경험은 어땠나요?

“많이 다르죠. 토크콘서트는 소극장에서부터 2,000석 규모의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말 그대로 제가 말을 하고 뛰어노는 무대에요. 그곳에서는 사회자라는 임무에 충실해 입을 많이 열었다면, 인터뷰 때는 귀를 많이 열었죠. 입을 열어야 할 타이밍도 정확히 알아야 했고요. 인터뷰이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 사우나, 목욕하고 난 후의 친밀감이 있었어요.”

인터뷰어로서 가진 목표는 무엇이었습니까? 혹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이 인터뷰에서는 웃기는 이야기 나오면 자연스럽게 웃고, 진지한 이야기 나오면 진지하게 나눕니다. 워낙 웃기는 사회 현상이 많아 다루기 편했습니다. 정치적 이야기를 일부러 배제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이 사실 모두가 정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문제에 정치제도나 규범이 엮이지 않은 것이 없거든요.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의견이 수렴되어 고도의 행위로 연결되는 게 정치일 겁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정치얘기는 안 한 게 아니라 못했습니다. 제가 모르니까요. 만약, 밥이 필요한 곳에 밥이 있어야 하고,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이, 관심이 있어야 하는 곳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이 책 역시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하자’ 여기서부터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인터뷰어로서 본인의 장단점을 알려주세요.

“단점이라면, 가끔 이야기를 하러 나오신 분들이 오히려 저한테 더 궁금한 게 많을 수 있습니다. 제가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그리고 술 냄새나 담배 냄새가 많이 난다는 것도 단점이겠죠.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인터뷰이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워낙 말을 많이 하고 산 사람이지만, 사석에서는 말이 많이 없어요. 술자리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는 제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고치라고 할 정돕니다. 인터뷰어로서 저의 가장 큰 장점은 말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하고 끝까지 들어요. 듣는 척이라도 합니다. 그래서 인터뷰 하러 나오면 편해요. 늘 말을 하다가 들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오래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인터뷰 기사로 내보이게 되면, 어떤 이야기는 드러내고 어떤 이야기는 지웁니다. 김제동 씨는 이 인터뷰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우선,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여쭤봤어요. 그래야 제가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와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만약 지금 20대라면 이분에게 뭘 묻고 싶을까? 40대, 50대가 이분에게 듣고 싶은 말은 뭘까?’ 고민했습니다. 형이 해주는 이야기처럼 들었고, 동생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인터뷰 속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책 앞에도 나오지만,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법,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그것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말이죠. 이것에 관해 늘 여쭤봤습니다. 그게 핵심인 것 같아요. 이런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이런 환경에서 살았다면 어땠을까? 나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았구나. 틀리지 않았구나. 다만 다를 뿐이구나.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제동씨 결혼에 대한 얘기가 인터뷰 곳곳에 나오는데요. 홍보효과를 노린 건가요?(웃음)

“여기에는 많이 안 나와있지만, 나오시는 분들이 (결혼에 대해) 다 한마디씩 하셨어요. 그분들이 저에게 언제 할거냐, 어떻게 되고 있냐 물론 하신 얘기를 다 적을 수 없으니까 제가 미리 정리해 적은 부분도 있고요.

결혼에 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이제는 별로. 결혼이 주는 스트레스나 강박에서 벗어났습니다. 혼자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고, 그러다 둘이 살아도 좋겠다 싶을 때 함께 살면 되고요. 누구에게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결혼은 전적으로 여자분의 판단과 선택에 맡겨놓는다고 생각하니까 편합니다.”



“사회자는 기쁜 것만 대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데 3초능력 수준이라고 했어요. 책에서처럼 경상도 남자이기 때문인가요?

“그보다는 자라온 가정 환경 탓이 크겠죠. 저는 다섯 명의 누나들 사이에서 자라면서, 언제 이 누나를 조심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여자들이 예민해지는 시기가 있잖습니까. 여자만 여섯 있는 집에서 혼자 남자로 성장했습니다. 가족이기 전에 성별의 문제로 보자면, 저는 늘 외로웠고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늘 어디 가면, 아빠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항상 있어서, 그게 또 눈치를 보는 일로 투영됐을 수도 있습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해서, 못생긴 놈이 설친다는 얘기를 정말 듣기 싫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뒤에 서 있는 사람이었죠. 그런 강박이 ‘항상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졌고요. 그러다 보니 제 있는 그대로의 결이 가끔은 가식으로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이런 맥락 속에서 획득된 것 같습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비난 받거나 평가 받는 다는 사실에 화가 나지는 않았나요?

“‘왜 제 의도대로 제 행동이 보여지지 않을까. 그렇게 한 말이 아닌데, 왜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제 보니까, 그런 생각마저도 제 감정의 독재였다는 걸 느낍니다. 그것 역시 그분들 감정의 자유죠. 그걸 놓치고 있어서 괴로웠구나 싶어요. 그래서 요즘은 좀 자유롭습니다.

내가 칭찬을 해주는 걸 늘 좋아하고 비난하는 건 늘 괴로워했구나 싶어요. 괴로워한다는 건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미거든요. 그건 제 감정의 독재죠. 늘 내 감정만 이야기하고, 나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고, 괴롭다고 했지만 심정적으로 그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있던 거죠.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만나서 나누었던 분들과의 이야기가 어떻게 느껴지든, 어떤 식으로 읽혀지든 전적으로 독자의 자유고 판단이고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누구나 자그마한 언론사니까요.”


그런 강박을 갖고 있던 소년에게는, 세상이 조금은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부정적 시각이 많았을 거고요. 지금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시각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고, 또 제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는 작업이 죽을 때까지 필요하잖아요. 상대방이 옳을 수 있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대 전제가 필요해요. 상대방 역시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되면, 그때부터 대화가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붙들고 있으면 상대방이 안 보이는 경험을 많이 했거든요. 특히 화를 낼 때, ‘아 저 사람은 왜 저 따위 말을 하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쟤가 왜 저 따위 말을 하지?’ 하게 되는 거죠. 이걸 깨닫기 까지 오래 걸렸고, 지금도 깨달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끄러움의 빈도와 강도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훈련을 하는 것. 그게 저에게 가장 큰 숙제나 마찬가집니다.”



그 숙제가 연예인이나 사회자라는 직업에 반하지 않나요? 나영석 피디가 김제동씨를 두고 슬픔의 아이콘이라는 표현을 했는데요.

“그분의 자유죠. ‘당신이 나를 슬프게 보지만 요즘 난 덜 슬퍼. 적당히 행복할 때도 있는데?’ 라고 전달해주는 걸로 끝이죠. 사실 제 연관 검색어를 보면 좀 슬픈 것들이 많습니다.(웃음) 김제동 오열, 김제동 큰절, 김제동 노제…… 사회자는 기쁜 것만 대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슬픔의 아이콘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죠. 그러나 제가 가지고 있는 사회자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사회자로서 연예, 오락 MC가 된 것이지, 연예 오락 MC가 사회자가 된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면 저는 사회자가 조금 더 제 본질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럼 저는 사회자로 살 수 있는 일을 해야죠. 인생에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제 개인적으로 저를 슬픔에 이입하는 능력이 기쁨에 이입하는 능력보다 조금 더 발달해 있습니다. 저는 누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하면 그다지 그 사람처럼 기뻐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런 것 같아요. 조금 더 깊이 공감되는 쪽이면 그럼 자기 결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연예오락 MC로 자질이 없다. 못한다는 건 그런 판단 내리는 분의 자유고, 안 하는 건 제 자유입니다.”


내 성향이나 결을 버리면서까지 흔히 말하는 재미에만 모든 것을 맞추기엔 너무 멀리 왔고 맞지 않아.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내 결을 유지하는 건 내 생사가 걸린 문제야. 변화가 싫다는 게 아니라. (p.283)

그렇다면 스스로를 어떤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콘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냥 저를 위해서 열심히 살고 슬프면 슬프다라고 말하고, 기쁘면 기쁘다고 말하고, 혼잣말 하지 말고 마이크 들고 얘기 해줄래, 하면 마이크 들고. 오로지 저를 위해서 살려고 해요. 이 책의 기부행위도 결국 제가 행복해지려고 하는 거고, 책의 인세를 기부하는 것도 억울하죠. 속상합니다. 이렇게 잘 팔릴 줄 몰랐거든요. 그렇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행복합니다. 그래서 하는 겁니다.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하는데, 그건 제가 답답해서 하는 거죠. 제가 행복한 일을 하되, 단 그게 다른 사람의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일은 안 합니다. 거창하게 ‘저는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불편합니다. 제가 밥 두 그릇 먹는 것 때문에 누군가 굶어야 한다면 한 그릇 먹는 게 배도 부르고 행복합니다.”


나의 가장 큰 가치와 행복은 웃음이다. 사람들이 웃을 때 가장 행복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더니 박(원순) 변호사께서는 “당장의 방송 공간은 좀 잃었을지 몰라도 국민의 마음은 훨씬 많이 얻었다”면서 “단순히 사람을 웃기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웃기는 사람이 됐다”고 과찬을 해주신다.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에는 무거움이 남아있다.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사는 일들이 어쩌면 이렇게 곡해되고 색깔이 덧씌워지는 세상이 됐을까. (p.66)


“좋은 의사이자 친구였던 책”


또 행복한 일을 준비하고 계시잖아요?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를 만들려고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여건만 제공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걸 잘 알아야겠네요. 아이들과는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저는 아이들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 5분, 10분 정도 좋아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좀 귀찮아요.(웃음) 그러나 그 아이들이 노는 걸 멀리서 지켜보는 건 좋아합니다. 최소한 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어른들의 판단으로 ‘니들 생각이 잘못된 거야.’ ‘니들은 이런 거 못해.’라고 말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떳떳하게 밥을 먹을 수 없는 일에,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은밀하게든 자기 스스로 고백해야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에, 저는 반대입니다. 본인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것 자체가 어른이 아이에게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반대쪽으로 열심히 일을 하면 되요. 저는 제 의견대로 열심히 일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초등학생 때 다리를 크게 다쳐서, 꼼짝없이 외숙모 집에서 요양할 때, 책을 많이 읽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당시 그 소년에게 책은 어떤 존재였나요?

“고통을 잊게 해주는 약물이었고요. 좋은 의사였고, 좋은 친구였어요. 제가 영천 아이인데, 큰 병원이 있는 대구 병원으로 가느라 외숙모 댁에 머물렀거든요. 낯선 아이가 다리에 희고 큰 깁스를 온통 두르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흰색 다리 병신 귀신이라고, 내 다리 내놓으라고 놀렸어요. 그런 따돌림을 받으면서 ‘나란 사람은 하찮고 보잘것없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인가’ 이런 생각을 하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다가와요. 묵직하게 가슴으로 다가와 짓누른 생각이었죠.

책이 그런 생각을 떨쳐낼 수 있는 힘이 됐어요. 누구도 내 인생을 간섭할 수 없고, 누구도 나를 괴롭힐 수 없고, 그 어떤 누구도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이런 생각의 기반을 어렴풋이 만들어준 초석이었습니다. 책에서 말 타고 다니는 사람들 보며 다리 아픈 걸 잊었고, 이순신 장군이 다리가 부러져서 부목을 대고 무과시험을 친 장면이 아직도 떠올라요.

그 장면에서 이순신 장군과의 동일시가 일어나면서, ‘그래, 나도 잘될 수… 있을 거야.’ 이순신처럼 성공해서 훌륭한 인물이 된다는 게 아니라. ‘아, 다리가 부러져도 언젠가 나을 수 있구나’ 이 정도 생각. 다리가 부러져 이렇게 있는 사람이 나 혼자밖에 없다는 생각에 힘들었거든요. 누군가도 나와 같은 아픔을 겪었구나. 이 사람도 이렇게 힘들었겠구나. 그럴 때 느껴지는 치유의 힘이 있었습니다.”


이 책으로 김제동씨를 만날, YES24 독자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YES24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책을 읽을 때 저도 지루할 때가 많습니다. 끝까지 읽은 책이 요 근래 별로 없고요.(웃음) 책은 여러 용도가 있습니다. 잠잘 때 덮을 수 있고요. 라면 받침대로도 아주 좋지요. 밑줄 칠 수도 있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늘 옆에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뿌듯함, 충만감을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늘 여러분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 만나면 돈도 많이 들고. 새벽 1시건 2시건 필요할 때 불러내서 펼치면 늘 걸어 나오는 친구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펼치면 생물이고 덮어놓으면 끝까지 무생물이죠. 여러분이 덮여 있는 책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책은? 나중에 읽으셔도 됩니다.(웃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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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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