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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사과 방식이 다른 이유 - 『쿨하게 사과하라』 김호, 정재승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과, 이렇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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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떠올려 보자. 남자와 여자가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남자는 언제나 처럼 늦는다. 여자는 화가 났다. 남자가 뛰어오자마자 사과한다.

“미안해”가 사과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상황을 떠올려 보자. 남자와 여자가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남자는 언제나 처럼 늦는다. 여자는 화가 났다. 남자가 뛰어오자마자 사과한다.

남: 아, 미안해! 차가 왜 이렇게 막혀.
여: 지금이 몇 시야? 그럼 좀 일찍 나왔어야지.
남: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화 풀어.
여: 진짜 미안하긴 한 거야?
남: 미안하다고 하잖아. 사과 했으면 화 좀 풀어라.
여: 맨날 늦고, 맨날 사과하잖아. 또 늦을 거잖아.
남: 이제 진짜 안 늦을게. 딱 한번만 봐줘.

여자는 화가 안풀린다. 남자의 “다시는 늦지 않겠다”는 말에 조금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분명히 사과를 했는데도 여전히 뾰로퉁한 여자를 보고 남자도 조금씩 화가 난다. 남자는 사과를 했고, 여자는 사과를 받았는데 왜 관계는 회복되지 않을까?

북살롱 현장, 독자들이 김호 저자에게 사과하는 법을 코칭 받고 있다

『쿨하게 사과하라』의 저자 김호, 정재승이 이 상황을 본다면, “남자는 사과가 갖추어야 할 충분 조건을 갖추지 못했고, 여자는 충분한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할 테다. “미안해”라고 말한다고 사과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어떻게 사과하느냐에 따라 관계는 회복되기도 하고, 악화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사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과의 비밀을 풀기 위해 YES24 독자들이 홍대 상상마당 6층 카페로 모였다. 4월의 ‘향긋한 북살롱’은 『쿨하게 사과하라』의 저자 김호, 정재승과 함께 했다.

“사과를 어떻게 해야 진심으로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이제껏 과학적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정재승과 김호.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과를 받는 순간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되기로 자처했다. 그리고 3년간 연구하면서 알게 된 사과의 비밀을 나누고자 독자들과 만났다.

독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사람들이 사과를 하기보다 부정, 부인, 거짓말을 쉽게 꺼내는 까닭은 그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책임이 뒤따른다. 자신을 낮춰야 하므로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자신의 잘못을 상대가 눈치채지 못했을 경우, 미리 사과를 해서 상대를 실망시키기보다는, 들키지 않는 것이 최선처럼 느껴진다.

정재승 박사는 사람의 뇌가 구조적으로도 사과를 하기 힘들어 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거나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누군가 알게 되지나 않을까’ 또는 ‘이로 인해 어떤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는다.

스트레스는 우리 뇌에서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활동을 방해하고,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우리 뇌를 더욱 강하게 지배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협에 촉각을 세우고, 방어적인 논리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p.109)


“숨기면 작은 것도 커지고 밝히면 큰 것도 작아진다.”


“하지만 모든 것이 투명한 사회에 살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잘못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스마트폰 시대, 언제든지 카메라와 녹음이 가능한 지금의 시대는 “실수나 잘못이 오래 은폐되지 않는다.” 정재승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사과를 바로 하는 게 훨씬 나은 게임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양한 비지니스 사례를 통해서도, 잘못을 감추고 은폐하기 보다는, 즉시 시인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훨씬 신뢰 회복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1982년 독극물이 들어 있는 타이레놀을 먹고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존슨앤존슨은 이를 감추거나 쉬쉬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렸다. 엄청난 손실을 감추거나 쉬쉬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렸다. (…)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오히려 상승했으며 35퍼센트로 떨어졌던 타이레놀의 시장 점유율은 1년이 채 걸리지 않아 평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사과하면 손해본다고? 천만의 말씀! 사과는 조직의 손실 비용을 줄여주며, 사과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는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연봉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한다. (p.138)


진심을 담은 사과, 이렇게 하자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이 한마디 만으로 모든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다는 것은, 뉴스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끝끝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다가 마지못해 고개 숙이며 하는 사과, 청문회에서 마치 인사를 건네듯 쉽게 건네는 사과는 상대방에게 조금의 진심도 전해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과할 것인가?

올바른 사과는 아래의 네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1. 유감의 표현
2. 책임의 표현
3. 재발 방지의 약속
4. 개선책 제시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사과할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네 가지 요건을 갖추어 다음과 같이 사과할 수 있다. “지난 번에 너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유감의 표현)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어.(책임의 표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게(재발 방지의 표현) 조금이라도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알려줘.(개선책 제시)” 같은 사과를 받더라도, 상대방이 사과를 받아들이는 정도는 매우 다르다. 특히 개선책을 제시하면 상대방의 부정적인 인식은 한결 낮아진다.

이와 반대로 쓰지 말아야 할 사과의 표현은 무엇일까?

“미안해, 하지만 나도 바쁜 일이 있었어.” 마치 양해를 구하는 듯한 이 표현은 잘못된 사과에 속한다. 저자는 사과의 말에 어떠한 변명도 붙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만약 네가 속상했다면, 사과할게.” 이러한 조건부 사과도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 말은 ‘네가 기분 나빠할 정도의 실수나 잘못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빴다니 사과해주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말로, 상대방을 옹졸한 사람 취급하는 말이다. ‘실수가 있었습니다.’라는 말도 주의하자. “이러한 수동태 사과에는 사과의 주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책임 인정’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태도가 내포돼 있다.(p.98)”

사과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잘못을 한 직후 바로 사과를 건네는 게 좋을까? 아니면, 충분히 상대방이 분노를 해소할 시간을 기다린 후에 사과를 건네는 게 좋을까? 이것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사건이 덜 심각한 경우, 우연히 발생한 사건에 관해서는 즉시 사과를 하는 것이 좋고, 실수를 저지르고 깨달은 시점 사이가 길 경우, 상대방의 감정을 듣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뒤 사과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

상대방에게 단단히 화가 났는데, 얼마나 어째서 화가 났는지 헤아리지도 않고, 대뜸 ‘미안해’라는 말을 던지?, 오히려 갈등은 커진다. 마치 상대가 이 문제를 중요시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살면서 무심코 수없이 해왔던 사과 속에는 이러한 많은 맥락이 담겨 있었다. 『쿨하게 사과하라』 속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상대에게 사과로 진심을 전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과 받아내기, 사실과 감정을 분리하라


그렇다면, 다시 위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데이트에 매번 늦는 남자친구. 어떻게 하면 좋을까? 김호 쿨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함께 현장에서 싸이코 드라마로 상황을 재연해보았다.

김호 쿨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전 세계 26명만 보유한 『설득의 심리학』 트레이너 자격(CMCT)을 갖춘 한국 유일의 코치다.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쿨 커뮤티케이션, 사과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입학해 정재승 교수의 지도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위 상황을 어떻게 개선하면, 날선 관계를 완화시킬 수 있을까? 우선 김호 저자는 “나쁜 상황이 닥쳤을 때 무조건 참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예스 뿐 아니라 정확히 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과를 받아내고자 할 때에는, 이제껏 참다가 갑자기 폭발해 따지는 건 좋지 않다. 남자는 ‘얘가 오늘 안좋은 일 있었나’ 생각하거나 당황할 수 있다. 최근에 상대방이 몇 번이나 만남에 늦었다는 것에 동의를 구하고, 그로 인한 내 피해가 어땠는지 설명해야 한다.”
즉, 사실과 감정을 분리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상대방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부터 늦지 말라고 일러두는 것보다 ‘그래서 이 다음부터는 어떻게 할거야?’ 하고 묻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 이에 관련해 흥미로운 일화도 더불어 소개했다. 한 레스토랑에서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고객이 많았다. 레스토랑 측은 고민을 하다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냈다.

이제껏 “못 오실 경우 전화 주십시오.”라고 하던 안내 멘트를 “못 오게 되면 전화 주실 거죠?” 라고 되물어, 스스로 전화를 걸겠다는 대답을 받아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입으로 내뱉으면 그걸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그렇게 멘트를 바꾼 이후에는,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줄었다고 한다.


사실과 감정을 분리해서 말하는 일은 쉽지 않다. 김호 저자는 개인적인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내가 코치에게 코칭을 받을 때, 리더로서 거절을 잘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가 나에게 이런 숙제를 냈다. 태도가 좋지 않은 직원이 있으면, 그에게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정리해 코치에게 브리핑하는 일이었다.”

사실과 느낌을 분리해서 적은 후, 코치를 상대로 시뮬레이션 하는 훈련이었다. 이 일을 반복하면서 그러한 단점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거절의 의사를 표할 때는, 상대가 동의할 수 있는 태도로 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책 한 권 분량 만큼 많은 자료를 준비해온 두 저자의 강연으로 이달의 북살롱은 알차게 채워졌다. 사과의 중요성과 좋은 사과의 방법에 대해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재승 교수는 “책을 쓰고 나니, 이제 내가 사과를 잘 못하면 저자로서 자격이 없으니까 정말 잘 해야겠다 느꼈다.”며 웃었다.

칭찬이나 감사 등 긍정의 말 만이 신뢰를 쌓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심을 담은 사과의 말은 상황을 전환시키고 오히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사과할 일을 미리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사람인 이상 우리는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때 이날의 강연이, 『쿨하게 사과하라』가 벽에 부딪친 것 같은 막막한 상황에서 하나의 좋은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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