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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맞장’ 뜨는 대한민국 검찰 -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오창익

대한민국 검찰, 대통령도 건들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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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거악’을 해소하는 주체는 시민! - 모월모일, 어느 모처. 보스 한 명을 정점으로 이른바 ‘쫄따구’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하나 같이 검은 양복을 입고, 부리부리한 눈빛을 내리깔고...

# 모월모일, 어느 모처. 보스 한 명을 정점으로 이른바 ‘쫄따구’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하나 같이 검은 양복을 입고, 부리부리한 눈빛을 내리깔고, 보스의 엄명을 기다립니다. 일사불란합니다. 누구 하나 튀는 사람도 없습니다. 수를 세어보니, 45명이 모였군요. 뭔가 논의를 하나 봅니다. 그래봐야, 보스 입에서 떨어지는 말에 절대 복종하는 모양새겠죠. 워크숍이라는 명분을 띠고 있지만, 보스가 ‘집합’시킨 것 같네요.

아,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 봉투가 돌아다닙니다. 뭘까요. 자료와 함께 나눠지는 봉투라. 깡패나 건달패거리에서 보스가 일을 치른 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던져주고서, 부하들에게 격려금을 나눠주는 풍경. 오호, 봉투엔 거금이 꼬박꼬박 들어가 있습니다! 좋겠습니다. 부하들은 ‘의리’ 지키는 보스를 뒀군요. 그게 입막음, 마음막음하려는 노예수당인지도 모르고. 일사불란하게 외칩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충성하겠습니다, 형님” 형님이 화답합니다. “그래, 니들이 수고가 많다.”

이날 뿌린 액수는 1억 원가량. 통 큰 보스를 둔 부하들, ‘특수활동비’를 받았습니다. 이 정도의 ‘떡’고물을 받았으니, ‘스폰서’ 필요 없이 ‘섹’을 향할 수 있는 비용은 되겠네요. 집합을 마치고선,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봉투의 힘 앞에서 괜히 뿌듯해진다. 형님이 고맙기도 하고. 참, 그날의 떡은 어떻게 됐을까요.


지금 필요한 건 뭐? 검찰 바로 세우기!


뭐, 재미없지만, 혼자 상상한 풍경입니다. 비슷한 장면들이 많아서 좀 식상하긴 하네요. 그런데, 뭐라고요?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요? ‘전국 검사장 워크숍’? 김준규 검찰총장께서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200~300만 원이 든 봉투를 나눠 줬답니다. 명분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

봉투 뒷면엔 ‘업무활동비, 검찰총장 김준규’라고 적혀 있었고, 이 돈.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의 일부랍니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예산 항목으로, 올해 189억 원이 책정돼 있다는. 와, 189억 원가운데 1억 원 가량을 돌린 거니까, 통 큰 것도 아니네요, 뭐. 그런데, 좀 웃기죠? 일선 검사들의 범죄정보 수집과 수사 활동을 하는데, 사용하라고 하사하신다는 돈을, 검사장들에게 나눠준다니요. 차관급으로 대우받는 그들에게 고작 200~300만 원 쥐어주면서 말이에요.

더 억울한 건, 그 돈의 출처죠. 분명 제가 낸 세금도 그 안에 들어가 있을 텐데, 용처를 알 수 없는 검사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다니요. 껌 종류가 참 많던데 말입니다. 떡껌, 섹껌, 그랜저껌, 스폰서껌, 풍선껌? 거느리고 다스리는 총장님의 ‘통치자금’갖고, 왈가왈부하자니, 조금 무섭습니다. 유언비어 유포죄로 기소 당하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감히 검사조직을 상대로 나불거렸다고 잡혀가면 어쩌죠?

맞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검찰입니다. 최근 국회 사법개혁 특위가 대검 중수부 폐지, 경찰의 수사권 명문화 등의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엄청 반발하고 있지요. 4월30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킬 예정이라는데, 저렇게 특수활동비까지 돌려가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검찰 앞에, 더구나 언제 꼬투리 잡힐지 모를 의원나리들께서 개혁안의 패를 제대로 돌릴 수 있을까요?

겉으론 정치적 독립을 주창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포기한 채 정치적 행보에 나선 검찰의 행태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정권, 몰염치한 검찰은 껌 씹듯 시민들을 잘근잘근 씹어댔었죠. 촛불시위 때 그랬고, 대한 기소가 그랬고, 미네르바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정권의 눈치를 본다기보다, 알아서 기거나 협력하는 길을 택한 검찰의 모습.

참 못났습니다. 검찰의 심벌마크를 통해 드러낸 정의, 진실, 인권, 공정, 청렴의 원칙. 어느 하나도 검찰을 통해 제대로 볼 수 있는 건지. “정권은 유한해도 검찰은 영원하다”는 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자기보호본능은 끊임없이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건 아닌지.

지난달 29일, 『검찰공화국, 대한민국』(김희수,서보학,오창익,하태훈 공저|삼인 펴냄)의 저자 중 한 명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을 만났습니다. 책은 왜 시민들이 나서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그것을 성취해야 하는지를 쉬운 용어와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더 이상, 검찰의 패악을 용납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그의 말을 통해,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될 겁니다. 결국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어떤 사회,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가.


시민들에게 필요한 상식, 검찰 문제 알기


저자들이 형법학자, 검사 출신 변호사, 인권활동가 등 다양한 조합입니다. 학계, 실무자, 시민사회 운동가가 함께 책을 펴냈다는 것, 소회와 함께 어떤 의미를 두시나요?

“우리는 함께 쓴 멤버를 최적의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학계에서 검찰 문제에 대한 토론이 많았고 자료 축적이 많이 됐습니다. 문제는 그들만의 논의, 이야기, 토론이었다는 거죠. 검찰권 행사의 주인이어야 할 시민은 검찰 문제에서 소외됐고, 검찰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용어가 어렵죠. 그래서 시민들이 검찰 문제를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읽기 쉽게 썼습니다. 그 일을 맡아줄 사람들이, 저자인 네 명이었고요.”

제목이 강렬하고 내용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나온 건가요?

“20~30개 후보군이 있었는데, 가장 반대가 적은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건, 삼성과 검찰 뿐이다. 대학교에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300만 명 정도인데도, 대학공화국이라고 얘기 안 하잖아요. 그만큼 힘이 없기 때문인데, 삼성과 검찰은 힘이 세고, 관행적으로 쓰고 있어요. 그런 것도 감안하고, 출판사가 판단해서 이 제목을 썼어요.”

서거한 전직 두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생각도 책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검찰과 관련, 두 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계세요?

“50년 만의 정권교체로 김대중-노무현 민주파가 집권에 성공했고, 여러 개혁성과도 있었지만 검찰 개혁에선 실패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가장 후회한 일로 검찰개혁을 못한 일을 꼽았죠. 그걸 못한 결과, 검찰의 희생양이 됐고,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고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강경한 어조로 (검찰이) 최대의 암적 존재라고 했는데, 사실 원망도 됩니다. 집권 때 (검찰개혁을) 잘 했어야 했는데, 왜 임기 끝나고 후회할까.

그만큼 검찰이 센 조직인 걸 보여주는 거죠. 검찰은 지금 대통령과 맞장을 뜨는 상황입니다. (대통령과) 대등한 협력파트너, 갈등파트너로 올라온 것 같아요. 검찰개혁을 대통령에게 맡겨선 안 됩니다.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검찰개혁을 요구할 때 검찰이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쓰면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절규에 가까운 말을 내내 기억했다.… 우리는 김대중의 말처럼 무언가라도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p.19)

책을 쓴 계기로 ‘검찰의 권력욕’을 들었습니다. 또 검찰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 제기로 책을 썼다고 했고요. 검찰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보시나요.

“우리나라 검찰은 막강한,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검찰권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이죠. 대통령 관련 사건이나 살아있는 권력과 관련한 사건에서 많이 보는데, 죄가 없는데도 죄를 물을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죄가 없다고 판결이 나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죄를 주는 것 이상으로 괴롭힐 수 있는 거죠.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고요.

문제는 이게 누구도 통제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셉니다. 검찰은 국회나 법원보다 세고, 대통령과 맞장 뜨는 것 같아요. 문제는 대통령은 5년인데, 검찰은 임기가 없습니다. 임기의 제한 없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릅니다.”



제2의 민주화운동은 검찰 알기에서


검찰에 대한 연구나 이해가 부족했던 이유가 뭘까요?

“이 책은 검찰에 대한 최초의 단행본인데요. 민망한 자전적 에세이는 있지만, (웃음) 검찰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최초의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건 지적 풍토나 출판계 풍토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죠. 학계는 학계끼리만 놀고, 자기들끼리만 토론하는 등 자폐적이었고요.

그래서 두 분의 연구자들이 공동 참여한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책을 쓰면서 주의했던 부분은 쉽게 쓰고 읽힐만한 책을 써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용어가 어려워서 일일이 풀어야 했고. 용어부터해서 시민들이 검찰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제2의 민주화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국민에게 검찰이 어떤 조직인지 알려주어야 할 사람들의 직무 유기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었다. 우리는 이 현상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p.11)

검찰은 한국전쟁 직후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외면, 동료(박찬길) 검사의 죄 없는 죽음에 대한 외면 등 검찰은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사건 때 기소를 거부한 임수빈 검사 등과 같은 사람은 결국 사표를 쓰고 나와야 했고요. 책에는 그렇게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하고야 마는’ 검찰의 모습이 적나라합니다. 검찰이 유난히, 성찰이나 반성과 거리가 먼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폐쇄적인 엘리트주의로 뭉쳐있어서 그래요. 그들은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해요. 다수 검사들이 검찰만이 거악을 일소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고 여깁니다. 남들이 들으면 기가 막히죠. 시민들은 검찰을 조롱하고 있는데, 검찰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엽기적이죠. (웃음)

이게 왜 그러냐면, 사법고시에 합격한 자칭 엘리트들이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 길들여진 겁니다. 자기들이 뭔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기가 그런 거죠. 물론 현직 검사들이 잘못한 건 아닙니다. 30~40년 전 군사정권 때 잘못한 건데, 그걸 인정하는 걸 싫어합니다. 검찰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인정한 적이 없어요.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는 중세 교황청 같아요. 사람이든 조직이든, 실수나 잘못이 있을 수 있고, 우리 현대사에서도 곡절이나 아픔이 많았는데, 검찰이 어떻게 잘못이 전혀 없을 수 있어요? 하늘도 땅도 아는데, 검찰만 몰라요. (웃음)”


대한민국 주권이 그러하듯 검찰권도 궁극적으론 국민, 시민의 것인데, 많은 시민들은 검찰에 대해 무서워만 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검사들이 먹고 사는 방식 중의 하나인데, 시민에게 진입장벽을 줍니다. 그중 하나가 언어죠. 똑같은 한국어인데, 못 알아들어요. 누구도 안 쓰고, 교과서에도 안 나오는데, 검찰만 쓰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건 시민의 접근을 폐쇄하는 효과가 있어요. 중세 라틴어를 성직자가 쓰면서 자기 권력을 유지했듯, 검찰은 자기들만의 성벽을 쌓고 기득권 지킵니다.

또 검찰은 밖으로 드러나질 않아요. 말인즉슨,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드러나질 않습니다. 경찰은 13만이나 돼서 일상에서 잘 드러나나 검찰은 2천 명이 안 돼서 베일에 싸여있다고 할까요. 거기다 막강한 권한까지 있으니 시민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어요.”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이 검찰이 가진 힘의 기원이라고 하셨습니다. 일제강점기나 이승만 정부 시절, 비대한 경찰 권력의 폐해와 같은 이유 등도 있는데, 왜 검찰에게 이런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것일까.

“해방이 됐어요.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검찰이 하는데, 경찰에게 수사를 온전히 맡기려니 겁나는 거예요. 경찰의 85%가 일본 때 경찰인데, 식민지 시절에 얼마나 괴롭혔어요. 그 경찰이 청산되지도 않았고, 85%나 차지하다보니 청산을 어떻게 할지 견적조차 안 나온 거예요. 그래서 검찰을 통해 경찰을 지휘하도록 하자. 그때 제도를 만든 사람들의 생각이었죠.

당시 대법원장을 하신 김병로 선생도, 국회에 나가 검찰에 막강한 권한을 준건 잠정적이고 한시적인 거라고 못을 박았는데, 그게 어떡하다보니 60년이나 지속된 겁니다. 초기 검찰은 의기도 있고, 독립운동을 하거나 민족진영을 지원한 분도 있어요. 경찰에 비해 도덕수준이 높았고, 전문성도 높았어요. 당시로 보면 경찰보다 신뢰할 만했으나 시대가 변했는데도, 잠정적인 조치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검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무소불위의 권력에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의 권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검찰은 선출된 권력도 아니면서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 없이 권력을 사용할 수 있다. (p.6)


검찰의 과도한 권한이 문제


수사권 독점, 경찰수사에 대한 지휘권, 공소유지권,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까지 중단시킬 수 있는 공소 취소권, 기소권 독점, 기소편의주의라는 이름의 기소 재량권, 영장청구권 독점. 한국 검찰은 많은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영국은 검찰이라는 제도가 1985년에 생겼어요. 그전에는 없었죠.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다했습니다. 일본은 경찰이 1차 수사기관이고 검찰은 보완하는 기관입니다. 독일 검찰은 ‘손발 없는 머리’라고 해서, 머리만 씁니다. 한국 검찰은 1만명 가량 수사 인력이 있고, 13만 경찰을 맘대로 굴릴 수 있어요. 손발 다 가진 검찰이죠. 어느 나라를 비교해도 한국 검찰 막강합니다.

또 미국 검찰은 중요한 사건은 기소할 때 배심원들이 판단하고, 일본에선 법원 심사에서 검찰이 기소를 잘 했는지 못했는지 시민들이 판단하는 제도가 있어요. 그렇게 민주적, 시민적 안전장치를 갖고 있어요. 아울러 한국 검찰은 형의 집행도 합니다. 다른 많은 나라는 법원이 이걸 하죠. 그건 중요한 권한인데, 재벌 총수가 중형을 선고받아도 형집행정지로 풀어주면 그만인 거예요. 법원 판결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검찰의 권한이죠. 죄를 줄 수도 있고, 받은 사람마저도 용서할 수 있어요. 이유는 한두 개 달면 되잖아요? 올림픽의 성공적 유치, 심한 우울증… (웃음)”


‘권력의 시녀’ ‘정치검찰’ ‘최대 암적 존재’ 등 부끄럽고 참담한 수사를 들으면서도 개혁이나 체질 개선을 않거나 못하는 건, 결국 검찰 스스로 권력에 심취해 있기 때문일까요?

“검찰은 그런 말들을 오해라고 해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런 얘길 한다고 말하죠. 격무와 박봉에 시달린다고. (웃음) 검사들이 박봉 얘기하면 솔직히 화가 나요. 그들은 임용부터 3급이에요. 시작이 고위공무원인 거죠. 다른 행시나 외시는 5급이고, 3급까지 15년이 걸려요. 그런데도 박봉이래요. 시민들에겐 황당한 얘기죠. 격무도 마찬가지에요. 시민들이 고생하면서 하루하루 생업에 종사하는데, 시민의 녹을 받는 관리들이 그렇게 높은 대접을 받으면서 격무를 입에 달고 살면 안 되죠.”

‘검찰총장’이라는 말이 의문을 가지긴 했습니다. 국가 기관 가운데 유독 ‘총장’이라는 말을 쓰니까요. 이 책을 통해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검사는 준사법관으로서 독립성을 띠고, 단독관청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부르는 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 아닌가요?

“국방부 수장은 국방부장관, 경찰청은 경찰청장인데, 검찰만 유일하게 총장이죠. 총장의 총(總)은 거느린다, 데리고 다닌다는 뜻인데, 검사들은 거느릴 수 있는 조직이 아니에요. 검사가 독립관청으로 돼 있거든요. 그래서 검사들은 높은 대접을 해주는 건데, 이게 말이 안 되죠.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이 검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줍니다. 독립관청인 검사를 거느리고, 검찰총장이 마음만 먹으면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 수도 있고…”

검찰은 조직의 수장을 부르는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보통의 경우 조직의 수장은 그 기고나의 이름을 따서 붙인다. 경찰청의 수장이니까 경찰청장, 감사원의 수장이니까 감사원장, 대법원의 수장이니까 대법원장 하는 식이다. 하지만 유독 검찰청만 예외다. 검찰청의 수장은 검찰청장이 아니라 검찰총장이다. ‘거느리다, 통괄하다, 다스리다’라는 듯을 가진 다분히 봉건적인 뉘앙스의 총(總) 자를 써서 조직의 수장을 표현하는 까닭을 모르겠다. (pp.5~6)

법무부 외청이면서 법무부를 장악한 것이 검찰조직입니다. 책은 ‘법무부 문민화’를 주장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가졌는데, 그럴수록 더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검찰은 법무부 지휘감독을 받는데, 문제는 법무부가 검사에 의해 장악돼 있어요. 장관부터 차관, 교정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간부가 다 현직 검사에요. 그 밑에 과장들도 검사고. 지휘감독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지휘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거죠.

법무부는 법률에 대한 주무부서인데, 그걸 검사들이 맡고 있는 겁니다. 검사들이 국정 전반을 장악하고, 각종 부처에도 검사들이 파견 나가있습니다. 검찰청법을 개정해서 청와대 파견을 못 나가게 했는데, 지금 편법으로 나가요. 사표를 쓰고 전직 검사 자격으로 파견 가서, 나중에 다시 검찰에서 임용을 해주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어요.

또 엽기적인 게 있는데, 부처가 모여 국장급 회의를 하는데, 검찰만 유독 과장이 나옵니다. 특히 차관급(검사장)이 50명인 조직이에요. 어마아마한 대접이죠. 권한도 주고, 월급 더 주고, 수당 더 주고. 다른 부처에서도 문제 제기를 못해요.”


이건 좀 궁금했습니다. 검찰 조직은 검찰총장을 수뇌로 모든 검사들이 한 몸으로 묶여 있다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지배한다는데, 이유가 뭔가요.

“2004년 이전 그 원칙이 법률에 있었죠. 한 몸이라는 건데, 좋은 면도 있었어요. 어떤 범죄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도시마다 다르거나, 농촌과 도시가 다르면 안 되잖아요. 일관성 있어야 했던 거죠. 그런데 일관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아니라,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위계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정치권력에 복무하려고 쓰이는 게 문제죠. 2004년에 법률이 개정되면서 없어졌는데, 무늬만 없어졌을 뿐, 인사권 등을 통해 원칙은 남아 있어요. 검찰총장 한 사람만 장악하면 모든 조직을 다 장악할 수 있다.”

일부 정치검찰의 잘못을 전체 검찰의 잘못인 것처럼 매도하면 안 된다는 항변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지만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지배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선의의 검사들도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다. (p.120)


검찰 개혁의 주체는 시민이 돼야


지난 3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사법제도 개혁안을 내놓았고, 검찰은 이를 전면 거부했습니다. 입법부가 하고자 하는 일에 거부하는 건 정치적 대응 아닌가요?

“반발이 웃기는 건데, 검찰은 국회에서 어떤 논의를 하던 다 알고 있어요. 전직 검사출신 국회의원들과 긴밀하게 대화하거든요. 파견 요원이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논의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고검장 회의를 통해 사개특위 개혁안에 반발하는데, 이건 정치집단의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사실 사개특위안은 아무 것도, 별것도 아니에요. 중수부 폐지안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얘기가 됐던 거고. 중수부는 2010년에 한 건도 사건을 안 다뤄, 폐지나 다름없는 상태고, 사개특위안은 실질적으로 검찰권을 제한하는 게 없어요. 되려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건데, 엄청난 검찰권을 제한하는 양, 정치적 행보를 일삼고 있습니다. 기득권 지켜가겠다는 정치적 꼼수죠. 법률가들이 정치적 꼼수를 부리면 안 되잖아요. 법률적 판단만 하면 되지.”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고, 검찰 개혁 시도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검찰 개혁을 하지 않아선 안 될 이유를 이 책은 제시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사법제도 개혁안에 대해 10점 만점에 4점을 주셨던데, 검찰 개혁,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절박한 심정인데,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데, 검찰이 선거 개입을 시작하면 참정권이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특정 후보에 대해 수사하면 시민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고 생각하거든요. 나중에 무죄로 나와 봐야 소용없어요. 국민들 선택이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죄 없는 사람 죄주고, 죄 있는 사람 죄 없게 만듭니다. 시민을 위해 검찰권이 통제돼야 하고, 검찰이 개혁돼야 한다. 국회나 대통령은 그런데 관심이 없고, 되레 두려워해요. 검찰을 두려워 않는 시민 외에는 대안이 없어요. 그러기 위해 우리는 이 책을 쓴 거고요. 검찰을 아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정치인들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고!”

그동안 검찰 개혁은 없었다. 개혁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시작으로 검찰 개혁을 위한 제대로 된 싸움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검사들만을 위한 조직, 정치권력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검찰을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은 민주화 투쟁과 꼭 닮아 있다. 원래 국민의 것이었으나 국민이 갖지 못했던 권한을 국민의 것으로 되찾아오는 것이 민주화가 아니면 뭐가 민주화겠는가. (p.21)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늘 존재감을 드러냈던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치거나 개입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네요.

“이 책을 안 보더라도, 검찰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들이 늘어나면 검찰의 준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연립이나 연대가 현재 야당에겐 중요한데, 그것도 검찰문제를 해결 않으면 한 방에 갈 수 있습니다. 김문수, 박근혜, 손학규, 유시민도 주저앉힐 수 있는 게 검찰입니다. 그들이 미래 권력을 고를 수도 있죠.”

검찰 개혁 등을 위해 야권의 분발을 촉구하셨는데요.

“한나라당은 얻어먹는 거라도 있는데, 야당은 얻어먹는 것도 없으면서도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있어요. 지금 이정도로 검찰이 힘을 가진 건, 끊임없이 싸우면서 힘을 키운 거거든요. 야당도 그래야하는데, 다른데 정신도 팔린 것도 있지만, 약점이 많아요. 깨끗한 정치를 하면서 제대로 된 후원 구조를 만들고 검찰권을 통제하는 게 우리가 바라는 거예요. 책이 나온 뒤 한 야당 국회의원이 사비로 책을 사서, 동료 의원들에게 선물했다더라고요. 헌데 이 책에 대해 언급한 국회의원이 없습니다. (웃음) 국회의원들에겐 검찰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존재죠. 재벌에게도 부담스럽고. 그 힘을 검찰은 즐기는 거예요. 약점 없는 사람들, 부를 거지거나 권한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 즉 우리 시민들이 검찰 개혁에 나서야 하는 이유죠. 아니면 검찰은 계속 이렇게 가고, 시민들이 결국 피해를 봅니다.”

지난해는 『삼성을 생각한다』 등을 통해 삼성공화국에 대해, 올해는 이 책을 통해 검찰공화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어떤 맥락이 있는 것 같은데…

“터져 나올 게 터져 나오는 거예요. 삼성공화국이라고 했지만, 삼성을 알 수 있는 책은 없었잖아요. 삼성을 아는 사람이 삼성 이야길 해 준거고, 이젠 검찰을 잘 아는 사람들이 시민들에게 말 걸기를 한 거죠. 올해 검찰공화국에 대한 책이 나온 건, 삼성과 검찰의 권한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진짜 호소하고 싶은데, 시민들이 주인이잖아요. 주인은 주인 노릇을 해야 합니다. 주인 노릇을 못하면 머슴이 판을 치는데, 대표적인 게 검사입니다. 검사는 공무원이에요. 옛날로 말하면, 원님 밑에 있는 아전입니다. 검사들이 먹고 사는 비용, 권한은 국민이 준 거예요. 하지만 검찰권 행사로부터 국민이 소외돼 있습니다. 검찰권이 검사나 살아있는 권력을 위해 복무하는 건, 따지자면 국민이 주인 노릇을 못해서예요.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머슴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합니다. 검찰이 사회정의만을 위해 뛰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이 국민 노릇, 주인 노릇을 하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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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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