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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출현에 당황한 소시민들

<괴물>, 일상의 위기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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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한강이 내려다보일 때면 나는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띠게 된다. 저 넓고 깊은 강물 위로 언뜻 괴물의 꼬리가 보이는 듯해서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선안남 저 | 시공사
지친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영화 속 메시지
상담심리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영화’를 매개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내면을 심리학적 기법으로 살펴본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 속 주인공의 현실을 보며 위축된 마음을 펴고, 조언을 얻으며 내 삶을 투영해주는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
〈괴물〉이 한강에 던져준 이야기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한강이 내려다보일 때면 나는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띠게 된다. 저 넓고 깊은 강물 위로 언뜻 괴물의 꼬리가 보이는 듯해서다. 이건 필시 영화 〈괴물〉이 내 삶에 던져준 선물이다. 유통기한이 꽤나 긴 선물인 셈이다.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뉴욕을 배경으로 삼아 이 도시를 향한 막연한 환상을 안겨주었다면, 〈괴물〉은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한강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치며 그 심연에 흐르는 불안을 괴물체의 모습으로 형상화한다. 우리가 늘 보는 평온한 한강이 어쩌면 거대한 불안을 삼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평온함의 환상은 불안함의 환상으로 뒤바뀐다. 영화는 이 불안 덩어리가 흉측하고 무시무시하며 무자비한 괴물의 모습으로 실체를 드러낼 때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파괴되고 또 복원되는가를 보여준다.

그가 직면한 심리적 위기
영화 속 ‘강두(송강호 분)’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 까칠한 겉모습과 달리 인간적인 애정이 넘치는 늙은 아버지(변희봉 분)와 양궁선수인 여동생(배두나 분), 사랑스런 딸(고아성 분)과 소박한 삶을 꾸려간다.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던 그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과 같은 시련이 닥친다. 바로 괴물의 출현이다. 괴물이 딸을 납치하면서 강두는 괴물의 출현이라는 사건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것은 국가의 공공정책으로도, 보험회사의 약속으로도 어찌해볼 수 없는 기묘한 위기다. 살다보면 자연재해나 질병, 교통사고, 화재, 상해, 이혼 등의 사건이 우리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일이다. 그에 비해 ‘괴물의 출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일이기에 위기 중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영화는 그렇게 위기의 한복판에 몰린 한 가장이 벌이는 사투를 그리고 있다. 이 과정은 막연한 불안이 현실화되어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들 때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은유와 같다. 말하자면 괴물의 출현은 우리의 심리적 위기와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진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위기가 우리 앞에 몸체를 드러낼 때
심리치료는 삶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위기를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하나의 방책이다. 이때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을 꼽자면 ‘공감(Empathy)’과 ‘직면(Confrontation)’을 들 수 있다. 공감이 위기에 처한 누군가를 지지하고 용기를 주는 과정이라 한다면, 직면은 위기를 뚫고 나갈 용기가 없어 자꾸만 회피하려는 누군가를 적나라한 현실 앞으로 향할 수 있게 방석을 돌려주는 과정이다. 자신의 심리적 위기를 외면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가지고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영화 〈괴물〉에 드러난 사람들의 모습은 직면하지 못하는 우리의 심리를 가시화한다. 괴물의 출현에도 우왕좌왕하기만 하는 사람들, 다른 일을 하며 위기를 외면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 안의 회피하는 마음을 대변한다. 마치 적이 나타날 때 모래 속에 머리를 묻는 타조의 모습과도 같다. 모래에 머리를 파묻고 적이 사라졌다고 착각하다가 큰 봉변을 당하는 타조처럼 우리는 때로 어처구니없을 만큼 미숙한 방식으로 심리적 위기에 대처한다.

영화 속에서는 시민들을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공권력마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해결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위기는 정면 돌파하지 않으면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결국 더 큰 파괴를 불러온다. 때로 우리는 위기의 조짐을 발견하고서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대로 방치한다. 그러다보니 미꾸라지처럼 작았던 위기는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어마어마하고 크고 흉측해지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 괴물이 출몰한다면?
현대사회로 오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종류의 괴물에 노출되고 있다. 예전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탓도 있지만, 이를 너무도 낱낱이 전달해주는 대중매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괴물의 출현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우리 안의 심리적 위기를 회피할 것인가 직면할 것인가를 놓고 시시각각 싸운다. 영화 속에서 괴물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불안과 두려움은 용기 내어 돌파하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가 없다. 시간이 흘러 괴물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또한 실제로 괴물이 찾아왔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화 〈괴물〉 속에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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