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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일상, 완전히 뒤바꿔보고 싶으세요? -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당신에게 건네는 친절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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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해 전만 해도 비즈니스, 자기계발이라는 타이틀을 건 책들이 서점가를 장악했는데, 최근 들어 자주 듣게 되는 과목은 단연 인문학과 철학이다. 마치 유행처럼 의무처럼 ‘머스트 해브’ 학문이 되었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내 삶을 건 서바이벌 게임

서너 해 전만 해도 비즈니스, 자기계발이라는 타이틀을 건 책들이 서점가를 장악했는데, 최근 들어 자주 듣게 되는 과목은 단연 인문학과 철학이다. 마치 유행처럼 의무처럼 ‘머스트 해브’ 학문이 되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명제처럼, 요즘에는 ‘인문학을 알아야 한다’는 명제가 통.하.고.있.다!

인문학 속에 길이 있나니. 당신이 그 길 위에 올라서는 순간, 추상적이고 아득하게 다가오던 ‘책 속의 길’은 구체적인 지형을 드러낸다. 평평한 아스팔트 길은 없다. 때론 어렵고, 때론 난감하고, 때론 걷는 게 귀찮기까지 할 테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 내디딘 순간, 인문학의 길 위에 오르는 순간, 당신의 삶은 길을 따라 출렁인다. 인문학이란 나의 삶과 떨어져서는 작동하지 않는 학문이므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다른 생각을 품게 될 것이고, 이윽고 삶의 방식이 바뀌어버릴 지도 모른다! 이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 공부에 매달리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집에서,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고, 성공의 비결을 읽고 따라 하며 최선을 다했건만, 뭔가 갈증을 느낀다면,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 잘 살아보고 싶은데 딱히 대안이 없다면, 비루한 일상, 완전히 뒤바꿔보고 싶다면 그때가 바로 당신에게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저자 강신주는 인문학의 길로 나선 당신에게 길잡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철학이 갈급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먼저 공부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당신에게 좋은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우리가 늘 겪는 문제를 48가지로 정리했다. 이는 우리의 고민이면서, 100년 전, 200년 전 철학자들이 이미 고민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꼭지마다 짝지어진 철학자와 책이 당신의 문제에 대답을 제시한다. 물론 하나의 답일 뿐이다. 당신은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지도를 들고, 각자의 멘토 철학자를 찾아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성공 여부를 떠나, 이 게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참가상으로 주어지는 내공이 사는 데 꽤 유용하다. 이 정도면, 한번 해볼 만한 도전이 아닐까?


졸고 있는 다섯 명을 어떻게 깨울까?


강신주는 철학이란 쉽게 읽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강단 철학에서 벗어나 대중 아카데미 강연과 책을 통해 철학적 소통을 꾀하는 중이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등 우리 삶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게끔 사유의 돌다리를 마련한 그간의 저작들은 그런 의도에서 쓰여졌다. 지난해 동서양 철학자의 담론을 한 권에 풀어낸 『철학VS철학』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부피가 일단 놀라웠고, 하나의 질문을 두고 두 명의 철학자의 견해를 대결구도로 놓고 풀어낸 점도 흥미로웠다. 그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상당한 공을 들였고,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철학VS철학』을 쓰고 난 후 1년 만에 출간된 책이다. 철학사를 총정리 한 그 방대한 작업 이후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 리 없다. 강신주는 “무엇인가 달라졌다면 아마 문장일 것”이라고 답했다. “편집자가 책을 보고, 예전보다 읽기 편해졌다는 얘길 하더라. 아무래도 전작을 쓰면서 고생을 해서 글이 나아진 것 같고, 그건 글이 예쁘다는 말이 아니라 이해하기 수월해졌다는 뜻일 거다.”

간혹 인간이 겪는 고통의 양은 불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단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을 일시불로 갚느냐, 아니면 할부로 갚느냐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정직하고 솔직하다는 것은 일시불로 고통을 겪어내는 것이다. 반면 자기 최면과 위로에 빠진다는 것은 할부로 고통을 겪어내는 것이다. (p.16)

그의 글은 잘 읽히고, 감각적이다. 시를 인용하고, 영화와 음악을 예로 든다. 단순히 머리만 깨우려고 하지 않고, 마음을 흔들려고 한다. “언어와 말을 쓰는 학문이니, 이건 결국 대화였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저들이 저항 없이 나처럼 느낄 수 있게, 근접할 수 있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대학 강의를 하고 나서 든 생각이었다.


당신의 문제를 인문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돕고 싶다


“30명~40명을 놓고 수업을 하는데 뒤에 다섯 명이 자더라. 그들을 깨우고 싶었다. 결국 깨워 같이 공부하는 분위기가 되자, (철학과에서 이례적으로!) 청강생도 생기고, 다른 교수님도 보고 가더라. 한 교수님이 ‘그렇게 강의하다간 오래 못한다’고, 본인은 ‘자기 얘기 듣는 똘망똘망한 다섯 명을 보고 강의한다’고 했다. 혼자 떠드는 건 시간 낭비다.” 그는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쓸 때 늘 졸고 있는 다섯 명을 생각한다. 그들을 어떻게 깨울까? 그렇게 고민하며 글을 쓴 게 벌써 10여 년 째다.

덕분에 그는 누구보다 섬세하게 현실 텍스트를 읽어내고 있는 철학자다. ‘동아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강신주의 철학으로 세상읽기> 역시 그런 글이다. 그는 강의하기 전에 초안을 항상 쓴다. 강의하고 나서 그 강의록을 학생들이 책처럼 보게 한다. “계속 그런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말한 얘기와 내가 쓴 얘기의 간극이 좁혀진다. 얘기하면서, 어떤 부분이 학생들에게 임팩트있게 다가가고, 어떤 부분이 어렵게 느껴지는지 체크해 둔다. 나중에 어려웠던 부분은 자세하게 풀고, 인상 깊게 다가갔던 내용은 왜 그랬을지 고민해본다. 그런 훈련으로 나한테 중요한 것보다 학생들이 중요시하는 것에 코드를 맞춰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강신주가 늘 우리에게 갈급한 이야기를 해주는 비결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의 소명으로 이어졌다. “나처럼 학교에만 있던 사람은 경험의 폭이 작다. 일찌감치 대학을 졸업했거나, 공부를 오래 하지 않은 분들은 경험은 많은 데 비해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나 개념을 모른다. 내가 하고 있는 역할 중 하나는 그분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이 느꼈고, 힘들었던 문제들을 인문학적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거다.” 그렇게 표현이 된다면, 우리는 내가 누군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 완성되었다.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에피소드는 그의 이웃들이 겪거나 해준 이야기와 고민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고민이 생기면, 『존재와 무』가 절로 읽힌다?!

이전의 인터뷰에서도 강신주는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으면, 권해주고 싶은 철학자가 있다’는 얘길 한 적도 있다. 이 책은 아마 오래전부터 기획되어 온 책일 터.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과 가까워지면, 사적인 것들을 물어온다. 자기의 진짜 고민인데, 그때는 강의와 무관한 얘기를 할 때가 많다. 그게 중요하더라. 그때 내가 그 친구보다 철학, 인문, 고전을 많이 봤으니 그 문제와 관련된 철학자와 책이 떠오른다. 그때는 읽으라고 강요할 필요가 없다. 고민이 깊어져 문제의식이 있으니까. 그때 책을 읽으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존재와 무』가 읽힌다.(웃음)”

“인문학자에겐 두 개의 텍스트가 필요하다. 하나는 우리 삶의 텍스트. 하나는 고전 텍스트.” 그는 “지금 우리 삶의 고뇌들이 고전을 비춰주고, 그 고전이 지금의 나를 반성할 수 있는 구절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교양을 지향하거나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읽는 책은 완전히 다르게 읽힌다. 48개 꼭지 중에 ‘이게 나의 문제다’ 생각하고 철학자를 공부하고 나면, 그 사람은 거의 철학자 수준이 될 거다.”

이 책의 활용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내 고민이 아닌 나머지 것도 봐야 하는 까닭은, 우리 이웃 중에 다른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이웃들과 이야기하거나 관계 맺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지금은 두세 가지 문제만 와 닿아도, 다음에 읽었을 땐 다른 게 보일 테니, 두고두고 읽고 고민하고 성찰하고 대안을 찾는 책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철학 하기, 자기 스타일을 찾는 일


인문학자는 작가인가? 인문학자는 작가보다는 해설자에 가까울 것이다. 강신주는 『철학VS철학』을 쓰면서 저자가 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철학VS철학』은 해설자와 저자의 경계 선상에서 쓴 글이다. 창작자이면서 제작자인데, 철학자를 해설하고 있지만, 결국 자기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다 쓰고 나니 내가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 알겠더라. 평론가적인 글이 아니라, 흉내 내지 말고, 내 글을 쓸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독자들이 이 글이 철학자의 글인지, 문학자의 글인지, 사회학자의 글인지 헛갈리게끔 쓰고 싶었다. 나는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시도 읽으니까, 거기에 맞춰 써야지. 그런 걸 접하고, 딱딱한 글만 써 써낸다면 그건 내 제스처가 아닌 거다.”

강신주가 『철학VS철학』을 탈고하고 난 소감을 듣고 나니, 그의 고된 작업이 그저 집필이 아니라, 철학 하는 일이었구나 싶다. 자기 스타일, 자기 언어, 자기표현을 갖게 되는 일이 그가 말하는 철학이기 때문이다. 자기 것을 갖기 위해서는, 나의 습관적인 삶의 방식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 그래서 일을 하고, 그래서 어려운 일도 참고 이겨낸다. 하지만, 냉정하게 우리의 삶을 관찰해보면, 바람과는 달리 우리는 불행해지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쟁, 1등, 서바이벌, 세상이 쏟아내는 말을 의심 없이 움켜쥐느라 우리가 원래 품었던 꿈, 소원, 행복 같은 나의 가치, 나의 기준을 쉽게 잊어버린다. “자본주의의 비밀이 소비, 사치에 있다”는 좀바르트의 말이라든지, “고독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고독해진다”는 말, 우리는 어느새 “비범을 버리고 평범해진다”는 (사실, 당연한) 이 구절들을 읽을 때, ‘아, 맞다’ 순간 무릎을 칠 때, 비로소 내게도 지금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걸 간절히 느낄 수 있었다. 내 삶이야 말로, 한나 아렌트의 말대로 ‘순진한 무사유’가 아닌가?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려고 했던 아이히만의 모습이 무섭게 눈앞을 스쳐 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들여진다. 교육은 기성세대들이 편하고자 하는 거다. 아이들이 대소변을 가리면 엄마는 편해지니까. ‘너 왜 어른한테 인사 안 해?’ 모른다. 그냥 해왔으니까 하는 거지. 그건 사는 게 아니라 길들여지는 거다. 막 대학을 입학한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너희는 이제껏 부모와 기성세대들에 의해 살아왔다. 너희들이 지금까지 채운 스무 개의 단추는 부모가 끼워준 거다.

스무 번째 어긋나 있는 단추를 그대로 끼워나갈 것인가,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고 새롭게 하나를 끼워갈 것인가? 21살이 될 것인가? 1살이 될 것인가? 묻는다. 그대로 단추를 끼워나간다면 어릴 때 습관, 행동 양식을 60살 때까지 가져가는 거다. 단추를 다 푸는 일은 귀찮다. 하지만, 그대로 60살이 되고 나면 후회할 거다. 그때까지 자기가 누군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게 되니까.”



내 걸음마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단추를 푸는 일, 새로이 맞추는 일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자기 행동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제껏 내 걸음마가 아니라 엄마 걸음마에 맞춰 걸어왔다면, 내 걸음마를 떼어야지. 누군가 ‘너 왜 그렇게 걸어?’ 물었을 때, ‘어 나는 이렇게 걸어야 행복해.’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된다. 진짜 나를 아낀다면, 공부하지 않아도 스스로 철학적.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왜 인사하지? 나는 왜 대학을 가지? 나는 왜 결혼하지? 왜 나는 다른 사람 흉내를 내고 있지?” 철학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대답하는 일에는 다른 철학자와 시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분들은 자신의 삶을 걸어갔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던 사람이니까. 인문학 책을 읽는 건 성경을 읽는 것과 다르다. 저자한테 빠져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보며 읽어야 하는 거다.

철학자와 시인은 나의 삶에 질문을 해주는 친구처럼 여겨보자. 너는 왜 사랑을 하니? 사랑이란 무엇이니? 이렇게 묻는 친구. 시인은 표현하는 친구고, 철학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친구인 거다. 그들과 있을 때 나는 내 감정과 나의 삶을 응시하게 된다. 그렇게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인문학의 핵심이 그거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봤나요?


책 속에서 마흔여덟 명의 철학자와 책이 제각기 이야기를 한다. 키워드를 뽑아 정리해보니, 모든 이야기가 결국 ‘자유’라는 키워드로 수렴되는 듯하다. 자유, 자유롭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책 속에서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봤나? 그게 자유고, 자유정신이다. 안 된다고 해서 안 하고,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괜찮겠다 싶은 일은 다 해보는 거다.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해본 사람만이 우리가 얼마나 억압받고, 구조 속에 있고, 벽에 부딪쳐 있는 줄 안다. 그다음 단계가 숙제가 되겠지. 과연 이 벽을 넘을 것인가? 벽 앞에 좌절할 것인가?

나는 벽 앞에서 내리는 양쪽 결정을 모두 존중한다. 자유롭고자 노력했는데, 벽을 발견했구나. 그땐 포기하더라도 위로해줄 거다. 그 돌아서는 길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자유로울 때만 한계를 발견할 수 있다. 삶의 한계, 사회의 한계를 발견한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다.”


절대 만만치 않은 철학 책 읽기에 관한 조언도 구했다. “철학 책을 못 읽는 까닭은, 문학 책을 못 읽어서 그렇다. 글은, 저자가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면 된다. 개념에 밑줄 긋고 외우려고 하지 말고, 무식하게 쫙 통독을 해보라. 영화 보듯이 끝까지 읽다 보면 필 꽂히는 구절이 나올 거다.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다 읽어내야 한다는 편견은 버리고. 소설처럼 읽어보자. 『철학이 필요한 시간』 끝 부분에 같이 읽을 책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구서를 소개해 놨다. 그걸 참고하면 좋겠다.”

공연히 겁먹지 말라는 것. 그것이 철학 책이든, 삶이든. 문제든.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 당신은 자유롭다고 ‘인증’된 것이니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 위로를 받은 적은 없는데, 어쩐지 용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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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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