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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때문에 깨진 사랑, 열 네 살 소녀와 결혼하기도…

에드거 앨런 포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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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당신의 이름은 절대 내 입술을 스쳐가지 않았지만, 나의 영혼은 미친 듯한 목마름으로 내 앞에서 발음되는 당신의 이름을, 당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정신없이 빨아들였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

사라 헬렌 휘트만에게

1848년 10월 1일
브롱크스, 뉴욕

당신의 알 수 없는 마음이 내 가슴의 일부가 되어 영원토록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비해, 나의 마음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당신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시간부터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네, 나는 지금 그것이 그때- 달콤한 꿈같은 그 밤- 인류애의 태초의 새벽이 내 영혼의 얼음 같은 밤에 터지던, 그때였다고 느낍니다. 그 기간 이후로 나는 기쁨 반, 걱정 반의 떨림 없이는 절대로 당신의 이름을 보거나 듣지 못했습니다. 수년 동안 당신의 이름은 절대 내 입술을 스쳐가지 않았지만, 나의 영혼은 미친 듯한 목마름으로 내 앞에서 발음되는 당신의 이름을, 당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정신없이 빨아들였습니다.

당신과 관련된 작은 속삭임마저 떨리는 육감으로 날 깨웁니다. 그것은 공포, 희열에 넘친 행복, 그리고 죄책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거칠고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애매하게 섞여져 있는 것이지요.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미국의 시인이자 단편소설 작가로 미스터리와 기담 『어셔가의 몰락』 『함정과 진자(The Pit ad the Pendulum)』 등과 그의 인기 있는 시 걸작 「갈까마귀(The Raven)」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또한 암호학 분야와 새로운 형식의 과학 소설의 급성장에 기여했고, 탐정소설 장르를 개척하였다.

스물 네 살의 나이에 에드거 앨런 포는 그를 숭배했던 열 세 살의 조카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했다. 그는 너무 행복하고 사랑에 빠져 “나는 내 어린 아내만큼 아름다운 생명체는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1842년부터 폐결핵으로 고생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5년 뒤에 죽었다. 그녀의 죽음은 그를 심각한 우울증과 알콜중독의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에드가는 시인 사라 헬렌 파워 휘트만-그 보다 여섯 살 연상인 미망인-을 1845년에 처음 보았다. 그때 그녀는 그녀 집 뒤의 장미 정원에 서 있었는데, 에드가는 그녀를 만나기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의 아내가 죽은 지 한 해가 지난 뒤 사라는 「에드가 엘런 포에게」라는 밸런타인데이 시를 적었고, 그는 처음으로 그녀를 본 순간에 관한 시
「헬렌에게」를 씀으로써 보답했다.

많은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둘은 편지와 시를 교환했고, 뉴욕과 프로비던스 사이를 왕래하면서 만났다. 늦은 1848년 그들은 약혼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그의 음주문제를 걸고넘어지면서 결혼은 취소되었고, 파경으로 인해 그의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그로부터 일 년도 지나지 않아 그는 사망하였다.


서진의 번역후기 초등학교 때 『검은 고양이』를 읽고 밤에 잠을 자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집안의 벽에서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지요.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결국은 포의 『어셔가의 몰락』과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을 읽게 됩니다. 후에 셜록 홈즈로 이어지는 추리소설의 계보는 포에게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양부모 밑에서 자란 포는 모성애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고 합니다. 친구 어머니에게 연심을 품기도 하고 나중에는 이 편지의 주인공인 연상의 여인 헬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의 영원한 사랑은 열 네 살이란 어린나이에 결혼한 버지니아였습니다. 나이와 친척이라는 금기를 깨고 사랑했지만 결국 일찍 세상을 떠남으로써 그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의 많은 작품에서 어린 여자 주인공이 죽는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요.

비극은 작가의 개인적인 삶을 파탄으로 이끌지만, 때로는 그 비극이 명작을 만들기도 합니다. 포의 비극은, 버지니아에게 바치는 시라고 알려진 「에너벨 리(Annabell Lee)와 결국 파혼을 당한 헬렌에게 쓴 시 「헬렌에게(To Helen)」를 남겼습니다. 그의 연애편지를 읽으면서, 이건 편지가 아니라 극도로 서정적인 시라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극적이나 훌륭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이 여러모로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 ⇒「애너벨 리」 읽어보기
* ⇒「헬렌에게」 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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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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