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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땅에서 혁명적으로 연애하기 -『쿠바의 연인』정호현 감독

‘너와 함께 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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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시행되고 음악과 춤이 멈추지 않는 낭만의 섬, 쿠바. 이 ‘섹시’한 혁명의 나라에서 감독은 오래전 ‘젖과 꿀을 찾아’ 떠났던 한국인들의 흔적을 찾았다.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시행되고 음악과 춤이 멈추지 않는 낭만의 섬, 쿠바. 이 ‘섹시’한 혁명의 나라에서 감독은 오래전 ‘젖과 꿀을 찾아’ 떠났던 한국인들의 흔적을 찾았다. 그리고 쿠바의 모순을 추적하며 버스를 타고 평범한 가정에 카메라를 들고 방문했다.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쿠바 구석구석을 헤엄쳐 다니던 어느 날… 카스트로의 행렬과 연설을 보고 듣기 위해 몰려든 쿠바 군중 속에 오리엘비스가 있었다. 그 곳에서 이토록 사랑스러운 연인을 만나게 될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반짝이는 눈과 폭탄 머리를 한 쿠바 청년 오리엘비스! 쿠바와 한국을 넘나드는 뜨거운 역사는, 그 밤 시작되었다.

어떤 연애는 혁명에 준하는 개인 삶의 변화와 혁신을 불러온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연애는 혁명이다’라고 즐겁게 이야기한다. ‘너와 함께 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오리엘비스와 그를 찍고 있는 정호현 감독의 카메라를 두고 ‘본격연애다큐’라는 말랑말랑한 수식이 생겨났다.

하지만 영화는 말랑말랑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쿠바와 한국이라는 얼핏 보아 전혀 다른 두 나라의 모습과 모순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이데올로기와 체제와 가족 그리고 사람들을 좇는다. 예컨대 쿠바의 버스와 한국의 지하철을 넘나든다. 두 가지 풍경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은 사뭇 대비된다.

지난 13일 개봉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사적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의 시사회 현장에 영화의 주인공 정호현 감독과 오리엘비스가 나타났다. 이날 GV는 <은하해방전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연출한 윤성호 감독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염장블루스


(윤) 오후부터 눈이 많이 와서 객석이 한산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가득 찼네요. 징조가 좋습니다. 이 영화를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내러티브의 방식입니다. 최근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내레이션이 생략되었는데요.

(정) “전체적으로 모든 내용을 잘 설명해드리는 영화는 아닙니다. 먼저 쿠바를 가게 된 목적은 관광이었어요. 세 번째 갔을 때 ‘오로(오리엘비스의 애칭이다)’를 만났죠. 네 번째 갔을 때 지금의 영화를 기획할 수가 있었어요. 말하자면, 관광객에서 관찰자가 되었고 이제는 내부자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쿠바에 미친 여자’로 구상을 했었어요. 취재하고 촬영하면서 달라진 거죠. 그럼에도 일관되었던 것은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가자는 생각이었어요. 내레이션이 이 영화와 잘 어울리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윤) ‘본격연애다큐’임에도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의외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어떻게 감독님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나요.

(오) “대화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로 연애를 할 때는 영화를 찍을 시간이 없었죠(웃음).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대체를 했습니다. 사랑에 빠질 때는 정신이 없잖아요.(오리엘비스는 영화의 애니메이션과 CG 그리고 음악을 담당했다)”

이어서 관객들의 질문을 받았다.

최근에 쿠바를 다녀와서 영화를 보는 내내 더 공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궁금하네요. 오리엘비스 씨가 실제로 한국에서 지내기가 힘드실 거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오)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겠죠. 한국에 오기 전에 캐나다에 이민 신청을 해놓긴 했습니다. 걱정이 컸는데 한국에 오니, 더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열중할 뿐이죠.”

영화 중간에 종교로 인해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시기도 했는데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일 텐데 실제로 어떻게 일단락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정)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머니는 계속 기도를 하십니다. 오로가 영화 속에서 정리해준 것처럼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최선이니까요. 영화 속에서 나왔던 ‘국제 청소년 캠프’가 제주도에서 사주동안 열렸던 것이었어요. 어머니께서 이주만 다녀오라고 저희에게 요구를 하셨었죠. 결국 삼일 만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청중 웃음). 그래도 오로에게는 장모님이니까요. 오로는 기독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와 획일화 되도록 만드는 것에 대하여 불편해 합니다.”

‘남의 연애사’는 재미있고 그것이 혁명처럼 뜨겁다면 더 즐겁다


애니메이션에서 오로는 자물쇠, 정호현 감독은 열쇠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지막 부분에는 자물쇠가 열리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 “저는 외국인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디자인 학교에 삼수를 해서 들어갔고 학업에 몰두하던 시기였죠. 쿠바는 관광객이 많은데, 관광객에게 이성이 접근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정호현 감독이 저에게 먼저 접근을 했었죠. (정호현 감독은 통역을 하면서 “오로는 내가 먼저 접근했다고 기억하는데,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정 감독이 다른 한국계분을 취재하던 중에 눈이 반짝이던 저를 만나게 된 것이죠. 요컨대 저에게 먼저 접근했기 때문에 열쇠로 표현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오로는 언제나 춤추고 싶어 하고 정호현 감독님은 언제나 시작과 끝을 맺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저 또한 생각하는데요. 오로는 어떻게 이해하시나요. 그리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 “쿠바 역사와 한국역사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쿠바의 경우 아프리카와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죠. 춤과 음악이 없었다면 죽었을 겁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근원적인 문화가 되었습니다. 한국 문화가 문제가 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문화를 흡수하거나 통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네 심장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될 것’같습니다.”

윤성호 감독은 영화 속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카스트로의 연설에도 광장에 나와 끝까지 귀 기울이는 쿠바 군중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며, 자본주의 유통망 안에서는 GV시간도 정해져 있음을 아쉬워했다. “쿠바가 영화로 토론하는 문화도 있죠. 영화가 곧 ‘기록문화’이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쿠바의 연인>은 쿠바 영화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본격연애다큐 <쿠바의 연인>의 추가 개봉이 개봉 일주일 만에 결정되었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상상마당, 아리랑 씨네센터, 영화공간 주안 등의 극장 뿐 아니라, 씨네코드 선재, 대구 동성아트홀,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 광주극장에서도 곧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홍대 앞에 위치한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는 염장블루스 ‘쿠바의 연인’의 <정호현 다큐멘터리 특별전>도 열린다. 역시 ‘남의 연애사’는 재미있고 그것이 혁명처럼 뜨겁다면 더 즐거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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