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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우석 감독이 만든 영화 맞아?

흥행의 장인, 인간을 말하다 <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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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흥행이 되지 않는 예술영화에 대해서는 큰 아량을 베푸는 많은 사람들이 연이은 흥행 영화의 제작자 혹은 감독의 작품에 대해서 재미는 있지만…….흥행은 했지만……


흔히 흥행이 되지 않는 예술영화에 대해서는 큰 아량을 베푸는 많은 사람들이 연이은 흥행 영화의 제작자 혹은 감독의 작품에 대해서 재미는 있지만…….흥행은 했지만…….하는 투로 꼭 토를 달거나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있다. <디 워>와 <라스트 갓파더>의 심형래 감독처럼 극단적인 팬들의 옹호와 날카로운 비평가들의 잣대 사이에 구심점이 없는 경우도 있고, 홍상수 감독처럼 마니아 층 관객과 평론가들이 일제히 극찬을 아끼지 않는 감독도 있다.

하지만, 영화라는 장르는 상품이면서 동시에 예술이기 때문에, 그 사이를 오가면서 균형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극단적인 상업주의는 혐오감을 낳고 지나친 예술지상주의는 감독 자신의 자기애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얻기 쉽다.

그런 점에서 강우석이란 존재는 한국 영화계에 있어서 절대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자신이 흥행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했고, 제작자로서 늘 엄중한 잣대로 수준 이상의 흥행작을 만들어 왔다. 강우석은 상업과 예술 사이의 평균대 위에서 늘 엄중하고 냉철하게 균형을 잡아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파워맨을 논할 때 빠지는 법이 없고, ‘강우석’이란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그가 제작을 했다면 고개를 끄덕, 그가 감독을 했다면 고개를 두 번 끄덕하게 된다. 2010년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이끼>에 이어 숨 돌릴 새도 없이 찾아온 <글러브>는 강우석이 가진 직관과 흥행의 감각 위에 모처럼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아낸다. 강우석의 휴머니즘이라…….그것이 <글러브>를 기대하게 하는 힘이며, 동시에 약간의 우려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소리 없는’ 감동을 담은 <글러브>


강우석 감독의 영화 <글러브>는 대한민국에서 53번째로 정식 등록된 고교 야구부이자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 야구부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이야기다. 충주 성심학교 교장(강신일 분)은 남학생 20명이 전교생인 학교에서 9명을 선발해 야구부를 창단한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야구를 통해 대학도 가고 좋은 직장에도 취업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대로 야구부 실력은 오합지졸이다. 역사가 깊고 실력이 월등한 타 고등학교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봉황기 전국 고교야구대회 출전을 목표로 프로야구선수를 코치로 영입하게 된다. 김상남(정재영 분)은 프로야구 최고 간판투수다. 끝없는 슬럼프에 KBO 영구제명 위기에 내몰린 그는 극적인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의 매니저는 이미지 회복을 위해 성심학교 야구부 코치직을 맡으라고 한다. 충주 성심학교 선생님들과 야구부원들은 프로선수가 코치로 온다는 소식에 기뻐하지만, 김상남은 아이들에겐 관심도 없고 늘 뺀질대고 놀기에 바쁘다.


이렇듯 영화의 줄거리와 전개는 예측 가능한 수순을 밟는다. 뻔하다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김상남은 아이들의 진심에 감동하고, 그 감동은 기적을 낳고 관객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감동의 공식이자 흥행의 공식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의 틀은 강우석 영화다운 면이 있다. 사실 ‘정의’와 ‘휴머니즘’은 강우석 영화의 주된 코드 중의 하나이다. 영화의 성격과 색깔이 다를 뿐, <공공의 적> 시리즈, <실미도>(2003), <한반도>는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정의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글러브>는 강우석 감독이 오랜만에 연출한 휴먼 드라마로, 실화에 바탕을 둔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 이야기를 모태로 한다. 이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국가대표>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가 기대 이상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완성도로 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강우석이라면 조금 더 이런 유의 영화에 도전하는 것이 맞았겠지만, 뒤늦게 시작했다고 강우석다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정재영, 유선, 강신일 등 연기파 배우들이 만났으니 뻔할 수 있는 휴먼 드라마에 살을 입혀주길 기대하게 된다.


<글러브>는 야구 영화이지만, 야구를 전혀 모르는 관객조차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서 야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구하다. 또한 시사회 이후 불거져 나오는 이야기는 <글러브>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정말 강우석이 만든 영화가 맞냐,는 것이다. 영화 최대의 시즌인 구정 연휴를 타깃으로 한 흥행 기대작이긴 하지만, 상업영화의 틀에서만 볼 수 없는 진심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강우석 영화는 늘 재미있고,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긴 했지만 마음을 움직이진 못했다. 입시 지옥의 폐단을 하이틴 영화 속에 녹아냈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처럼 사람을 들여다 볼 줄 아는 강우석이라면 <글러브>는 상업영화 이상의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이끼>를 통해 정통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던 강우석이 휴먼 드라마에 도전했으니, 장르 영화에 대한 도전과 휴먼 드라마에 담긴 그의 진심을 기대해 봄 직하다.

달라진 강우석의 시작, <공공의 적> 그리고 <이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흥행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강우석은 이후 <미스터 맘마>,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등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안정세에 접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가 스스로 제작자로까지 나선 영화 <투캅스>를 통해 그는 부동의 흥행감독이자 흥행감각이 살아있는 제작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코미디라는 장르의 바탕 안에 경쾌한 풍자를 담아냈다. <투캅스> 연작과 <마누라 죽이기>,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등의 영화를 통해 사회를 비틀고 풍자했지만, 그 풍자가 발전적인 것은 아니었다. 코미디와 풍자라는 장르를 활용했을 뿐, 날카롭고 신랄하지 못했던 그의 연출은 재미있지만 깊이가 없다는 평을 얻었다. 오히려 그의 초기작품 중에서 가장 강우석답지 못한 영화 같지만, 결국 가장 강우석다운 영화는 1991년 정치극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였다. 조심스럽지만 신랄한 이 영화는 이후 <공공의 적>의 기반이 되어준 강우석다움을 보여주었다.


<투캅스> 이후 강우석은 앞서 말한 소소한 코미디의 감독으로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 김성홍 감독의 <올가미> 등 시대를 앞서가는 영화들과 <자귀모>, <킬러들의 수다>, <광복절 특사> 등 흥행영화의 제작자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었다. 1998년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이후 4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공공의 적>은 그간 그가 쌓아온 강우석 감독의 코미디 감각과 제작자로서의 동물적 본능이 만나 그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시작한 작품이었다. 강렬한 풍자와 사회의식이 직선적인 그의 영화 속에 낯선 여백과 재미를 만들어냈다. <공공의 적>으로 확장된 그의 감독적 재능은 <실미도>와 <한반도>에서는 다소 격앙된 애국주의로 흘러간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3편까지 만들어진 <공공의 적> 시리즈는 강우석 감독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흥행 감각까지 일궈내면서 강우석 표 영화의 방점을 찍은 작품이 되었다.


강우석의 2010년 작품 <이끼>는 다소 직설적이었던 그의 화법에 은유를 담아낸 작품으로 기억된다. 원작 만화의 단선적인 구조를 수정하면서 그는 다양한 캐릭터의 면면을 개성 있게 담아내고, 이야기의 에너지를 고르게 배분하기 시작한다. 그가 쌓아온 정치 풍자의 내공은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면서 권력 집단 안에서의 리더와 그 관계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그의 이전 작품들이 이야기의 세밀한 짜임새와 달리, 화면의 미장센까지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끼>는 보다 공간의 미장센을 드러내기 위한 고민을 담아낸다. 또한 그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이 이전에는 다소 일방적이었다면 <이끼>는 관객과 소통하고 두뇌게임을 벌여나간다는 점은 이전 작품들과 가장 크게 달라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이 음습하고 어두운 작품의 무게에 비해, <이끼>가 관객들의 큰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강우석 감독은 천만관객 돌파 등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함께 하면서 늘 그 중심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과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행보는 현실보다 더 많은 걸 기대하고 예측하는 것처럼 보인다. 95년 김성홍, 김의석 감독과 함께 한국영화 전문제작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를 출범하면서, 대기업과 상생하는 영화사가 아니라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IMF를 겪으면서 대기업도 발을 뺀 영화계에서 그는 여전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99년 초부터 시네마 서비스는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한 여러 영화의 실패 때문에 위기를 맞았지만, 99년 말 <주유소 습격사건>의 흥행으로 기사회생한 시네마 서비스는 든든하게 다시 자리를 잡았다. 늘 부지런하게 현장을 오가는 제작자로서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 제작의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출신이라는 것이다. 강우석 감독이 투자, 배급, 제작한 영화의 편수와 면면을 본다면 그의 흥행감각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늘 흥행을 고려한 제작자이자 감독이지만, 그의 영화를 하나의 전략적인 상품으로만 볼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영화를 든든하게 조력해 온 뛰어난 배우 덕이기도 했다. 상업영화의 결에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를 얹어 동물적 감각으로 흥행작을 만들어 온 강우석 감독이 좀 더 부지런하게 많은 영화의 감독으로 나선 것은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아주 큰 선물과 같은 것이다. 여전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그의 노력이, 언제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저력으로 확인되는 순간을 자주 만나는 것은 한국영화의 힘이 조금 더 강해지는 순간이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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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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